특집 학교혁신의 중심에 학교도서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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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2 13:51 조회 7,451회 댓글 0건본문
위험한 아이들, 그리고 학교
학교도서관 이용교육을 할 때 자주 쓰는 영상자료가 있다. 바로 <위험한 아이들>이란 영화다. <위험한 아이들>은 미국의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루엔 존슨이 문제아 학급의 담임을 맡으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꼭 가르치고 싶은 시가 있는데 바로 토마스 딜런의 시다. 교사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토마스 딜런의 시를 통하여 삶을 포기해버리려는 빈민가의 아이들에게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려고 한다. 그리고 교사는 기존의 교사중심의 수업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를 하고 만다.
교사중심의 수업방법이 아이들을 배움으로 이끌지 못하자 교사는 수업방법을 바꾸게 된다. 일제식 수업이 아닌 미국의 대중가수 밥 딜런의 노래 가사와 비슷한 토마스 딜런의 시를 찾게 하는 모둠별 과제를 내주어 아이들이 스스로 시를 해석하도록 한다. 그러자 아이들이 달려간 곳은 바로 학교도서관이었다. 아이들은 교실수업에서의 따분한 표정은 어디 갔는지 모둠을 이루어 시를 찾아 읽고 서로 느낌을 이야기하면서 답을 열심히 찾아간다. 무엇보다도 암기한 답, 남의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답을 만들어가는 토론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즉 아이들은 자신이 배움의 주체가 되었을 때 훨씬 수업에 집중하게 된다. 아이들의 배움이 일어나는 곳, 그곳은 바로 학교도서관이다.
희망의 싹은 작은 곳에서부터 자라기 시작했다
21세기는 지식, 정보 및 기술에 기반을 둔 아이디어가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지식기반사회라 한다. 지식과 정보가 폭증하고, 그 생성 주기는 더욱 짧아졌다. 지식기반사회는 평생학습과 자율적 학습 능력을 어느 때보다 요구하고 있다. 학문과 학문 간의 경계는 파괴되고 있다. 학문과 지식의 융·복합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이질적인 집단과의 소통과 협력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하고 있다. 지식정보화와 세계화, 교육수요의 다양화와 같은 새로운 학교 환경은 전통적인 학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실붕괴, 학력저하, 탈학교 학생 증가, 사교육 의존도 심화 등 내부적으로 심각한 학교의 문제 또한 학교 개혁의 절실함을 반증하고 있다.
기존의 교육시스템과 변하지 않는 학교에 실망한 사람들은 외부에서 그 대안을 찾고자 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선풍적으로 불었던 외국의 혁신학교에 대한 진지한 모색과 간디학교 등 대안학교 실험이다. 학교 밖에서의 건강한 대안적 교육실험을 통해 공교육을 변화시키고자 했던 노력은 결국 미풍에 그치고 말았다. 공교육은 공룡처럼 거대했고 그 변화는 더디기만 했다.
하지만 희망의 싹은 작은 곳에서부터 자라기 시작했다. 바로 남한산초등학교, 조현초등학교 등 교사들의 자발성과 자율권을 바탕으로 이룬 아래로부터의 학교혁신 운동이다. 정부 주도의 학교 개혁사업의 반성을 바탕으로 출발한 혁신학교와 새로운 학교 운동은 학교개혁 운동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학교개혁의 역동성과 학교 단위 구성원의 자발성을 바탕으로 아래로부터 학교현장의 의미 있고 본질적인 변화를 강력하게 추구하고 있고, 학교의 다양성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 하겠다. 혁신학교는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과 교육감 선거를 통해 진보교육감들의 대표적인 학교개혁 정책으로 채택되면서 급속히 우리 교육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 배움이 ‘살아 있는’ 학교
혁신학교는 크게 ‘교육과정의 다양화·특성화와 수업혁신’, ‘학교 행정조직의 학습 지원체제 구축과 학습조직화‘, ‘새로운 학교문화 형성과 전문적 공동체 형성’이라는 3대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교혁신의 목적은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 발현을 위한 학습자 중심 교육과정과, 학습활동을 위해 새로운 학교문화와 학습지원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혁신학교는 학교 선택권 중심의 학교 다양화를 넘어 학습자의 학습권과 학습의 복지가 보장되는 학습의 다양화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또한 학습자의 개별성과 속도, 학습자의 교과 선택권이 존중되며 교과와 교과 간, 교실과 교실 간의 벽을 허무는 교과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방법의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학습자 중심의 학교 교육과 배움이 살아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학교가 배움의 공간으로서 재구성되어야 한다. 학생과 교사 간의 새로운 생활문화가 자리 잡아야 하며, 집단지성에 의한 생산적 학습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 중심에 학교도서관이 있다. 핀란드나 독일의 대표적인 혁신학교의 공간구조를 보면 학교도서관은 배움이 일어나는 교수학습의 중심센터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학교도서관을 중심으로 교실과 교실이 연결되어 있고 학생들은 자유롭게 도서관을 이용하며 자신들의 배움을 성장시키고 있다. 또한 학교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학교문화와 학습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있다. 많은 혁신학교 관계자들이 학교도서관을 일컬어 ‘학교의 심장이다’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교도서관에서는 ‘살아 있는’ 수업을 할 수 있다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그걸로 족해, 족해.” 오래전 ‘서태지와 아이들’이, 아니 서태지와 ‘우리 아이들’이 부르던 이 노래에 가슴이 뜨끔했던 교사들이 적지 않았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들의 학교는 얼마나 달라져 있는가. 이미 학교를 떠난 학생들을 향하여, 단지 몸만 학교에 걸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하여 “You must comeback school, 떠나간 마음보다 따뜻한, you must comeback school.”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학교란 모름지기 입시학원의 경쟁논리에 지친 아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해주며,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쳐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하지만 사교육의 치열함을 넘어서는 공교육의 차별성, 전인교육을 책임지는 공교육의 경쟁력을 말하기에는 여전히 우리의 현실은 열악하다. 학교도서관 하나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곳에서, 아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독서환경도 마련되지 않은 학교에서 어떻게 당당히 ‘컴백 스쿨!’을 말할 수 있겠는가.
물론 문제가 학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숱한 탐구과제들이 부모님에 의해, 과외교사에 의해 해결되고 있다. 아이들의 창의성과 주체성을 기르기 위한 탐구과제와 수행평가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의존성을 키우고 요령만 익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사회 전반에 걸친 그릇된 교육풍토는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해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교육의 장인 학교의 문제를 빼고서 교육풍토를 논할 수는 없다.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과제를 해결할 만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학교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스스로 창의성을 발현하기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스스로 탐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익히지 못한 아이들이기에, 부모와 사교육 시장에 자신의 문제를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식도 탐구의 과정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아이들, 스스로 “난 알아요!”를 외치기 전에 “넌 알아야만 해!”를 강요받는 우리의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학교도서관의 가르침은 우리가 그토록 꿈꾸던 수업방식이다. 학교도서관의 가장 큰 목적은 교과서라는 정해진 것들을 정해진 방법대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교도서관 안에 있는 다양한 자료들을 활용해 모둠학습이나 조사학습, 탐구학습, 프로젝트 수업 등의 형태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꼭 도서관에서 수업을 진행하지 않더라도 학교도서관 자료를 활용하여 과제를 해결하도록 하거나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교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관련 자료들을 한두 개씩 언급해주는 것만으로도 기존의 ‘교과서 중심의 강의식 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교과서 중심의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 학생들이 스스로 찾고 읽고 탐구하여 배움이 일어나는 교육,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교육, 자유로움이 존중되는 교육은 학교도서관을 통해 실현이 가능하다.
모든 학교에 교실과 교과서의 벽을 넘을 수 있는 다양한 교육자료와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하며 활동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다양한 교양도서, 참고도서, 아이들의 흥미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좋은 책들로 가득 찬 학교도서관. 바로 이 학교도서관을 살려냄으로써 교사들은 비로소 아이들에게 “You must comeback school.”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며, 아이들 역시 스스로 지적 탐구의 과정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난 알아요.”를 당당하게 외칠 수 있을 것이다. 학교도서관, 그곳에서 우리는 학교교육의 미래를 만날 수 있다.
학교도서관은 학생과 교사의 새로운 관계 맺음의 장
학교도서관은 아이들의 자유로운 책읽기와 배움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학교도서관에서만큼은 학생, 교사, 학부모 들이 다 같이 평등한 관계가 된다. 그 누구도 학교도서관에서의 자유로운 책읽기와 배움을 방해할 수는 없다. 학교도서관에서 학생과 교사는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학교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문화행사들을 통해서 학생과 교사는 서로 간에 상대방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독서캠프, 독서토론, 저자와의 대화, 도서관 문화제, 문학기행 등 학교도서관 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교사들은 교실에서의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학생들의 모습이 아닌 활기차게 살아 숨 쉬는 다양한 가능성이 듬뿍 담긴 존재감이 빛나는 학생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학생들과의 책을 매개로 한 소통과 나눔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학생들 또한 통제자로서의 교사가 아닌 진정한 조력자, 친구로서의 교사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꾹 닫힌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학교도서관은 학생과 교사 간의 소통과 나눔이 있는 행복한 공간이다.
학교도서관은 집단지성에 의한 학습공동체의 유력한 근거지
학교도서관은 교사들의 집단지성에 의한 학습공동체를 지원하는 곳이다. 학교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대출해주고 반납을 받는 도서대여점이 아니다. 학교도서관은 최신 자료와 정보의 보물창고이다. 학교도서관의 주 이용자인 학생과 교사 들에게 필요한 정보원을 제공하고 재조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사서교사이다. 사서교사는 학교 및 교과교육과정을 주도적으로 분석하고 이용자들의 요구에 맞는 자료와 정보를 제공한다. 도서관 협력수업을 교과교사와 함께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학교의 자발적이고 전문적인 교사들의 학습공동체를 내용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학교도서관에서 제공되는 정제된 풍부한 자료와 정보는 전문적인 학습공동체가 제 역할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학교도서관의 가장 큰 매력? 아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학교도서관은 운동장, 매점과 더불어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자유와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 중 하나이다. 계속되는 수업과 과제, 그리고 학원에 치여 제대로 쉬고 뛰어놀 시간도 없는 아이들이 학교도서관에서만큼은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고 관심 분야를 살펴보며 ‘해야 할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한다. 학교도서관은 아이들에게 쉼터와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꿈을 찾아가는 꿈자람터가 되기도 한다. 책을 뒤적이며 평소에 궁금했던 것을 해결하고 때론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이런 경험들을 통해서 조금씩 자신의 미래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나간다. 학교도서관을 이용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살펴보자. 수업시간에 따분해하고 까불던 녀석들이 진지하게 책을 읽고 때론 심각한 표정으로 친구들과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그것이 설령 교사들이 보기엔 하찮아 보이는 ‘만화’를 보는 일이라 할지라도 진지한 자세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우리 교육의 ‘오래된 미래’, 학교도서관
여행객들 사이에 전해지는 얘기가 있다. 그 나라의 과거를 보고자 하면 박물관에, 현재를 보고자 하면 시장에, 미래를 보고자 하면 도서관에 가 보라는 것이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처럼, 도서관은 한 나라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다.
학교도서관은 아이들을 어려서부터 책과 가깝게 해주고, 배움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학교도서관은 그 안에 있는 수많은 자료만큼,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는 학생과 교사의 수만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공간이다. 그 가능성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날이 갈수록 눈빛을 빛내는 아이들, 어려워하던 책도 거뜬히 읽어내는 모습, 그리고 그 아이들과의 배움과 돌봄을 매개로 새로운 관계 맺음이 일어나는 그 순간 학교도서관은 더없이 즐겁고Delight 유쾌하며Delicious 소중한Dear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아이들의 아름다운 미래를 가꾸는 일만큼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없다. 혼자서 꾸는 꿈은 한갓 꿈에 지나지 않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한다. 교육을 바꾸는 작은 대안인 학교도서관, 많은 사람들이 학교도서관에서 함께 꿈을 꾸었으면 한다. 그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 우리 교육의 ‘오래된 미래’는 더욱 가까워지리라 믿는다
학교도서관 이용교육을 할 때 자주 쓰는 영상자료가 있다. 바로 <위험한 아이들>이란 영화다. <위험한 아이들>은 미국의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루엔 존슨이 문제아 학급의 담임을 맡으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꼭 가르치고 싶은 시가 있는데 바로 토마스 딜런의 시다. 교사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토마스 딜런의 시를 통하여 삶을 포기해버리려는 빈민가의 아이들에게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려고 한다. 그리고 교사는 기존의 교사중심의 수업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를 하고 만다.
교사중심의 수업방법이 아이들을 배움으로 이끌지 못하자 교사는 수업방법을 바꾸게 된다. 일제식 수업이 아닌 미국의 대중가수 밥 딜런의 노래 가사와 비슷한 토마스 딜런의 시를 찾게 하는 모둠별 과제를 내주어 아이들이 스스로 시를 해석하도록 한다. 그러자 아이들이 달려간 곳은 바로 학교도서관이었다. 아이들은 교실수업에서의 따분한 표정은 어디 갔는지 모둠을 이루어 시를 찾아 읽고 서로 느낌을 이야기하면서 답을 열심히 찾아간다. 무엇보다도 암기한 답, 남의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답을 만들어가는 토론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즉 아이들은 자신이 배움의 주체가 되었을 때 훨씬 수업에 집중하게 된다. 아이들의 배움이 일어나는 곳, 그곳은 바로 학교도서관이다.
희망의 싹은 작은 곳에서부터 자라기 시작했다
21세기는 지식, 정보 및 기술에 기반을 둔 아이디어가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지식기반사회라 한다. 지식과 정보가 폭증하고, 그 생성 주기는 더욱 짧아졌다. 지식기반사회는 평생학습과 자율적 학습 능력을 어느 때보다 요구하고 있다. 학문과 학문 간의 경계는 파괴되고 있다. 학문과 지식의 융·복합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이질적인 집단과의 소통과 협력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하고 있다. 지식정보화와 세계화, 교육수요의 다양화와 같은 새로운 학교 환경은 전통적인 학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실붕괴, 학력저하, 탈학교 학생 증가, 사교육 의존도 심화 등 내부적으로 심각한 학교의 문제 또한 학교 개혁의 절실함을 반증하고 있다.
기존의 교육시스템과 변하지 않는 학교에 실망한 사람들은 외부에서 그 대안을 찾고자 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선풍적으로 불었던 외국의 혁신학교에 대한 진지한 모색과 간디학교 등 대안학교 실험이다. 학교 밖에서의 건강한 대안적 교육실험을 통해 공교육을 변화시키고자 했던 노력은 결국 미풍에 그치고 말았다. 공교육은 공룡처럼 거대했고 그 변화는 더디기만 했다.
하지만 희망의 싹은 작은 곳에서부터 자라기 시작했다. 바로 남한산초등학교, 조현초등학교 등 교사들의 자발성과 자율권을 바탕으로 이룬 아래로부터의 학교혁신 운동이다. 정부 주도의 학교 개혁사업의 반성을 바탕으로 출발한 혁신학교와 새로운 학교 운동은 학교개혁 운동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학교개혁의 역동성과 학교 단위 구성원의 자발성을 바탕으로 아래로부터 학교현장의 의미 있고 본질적인 변화를 강력하게 추구하고 있고, 학교의 다양성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 하겠다. 혁신학교는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과 교육감 선거를 통해 진보교육감들의 대표적인 학교개혁 정책으로 채택되면서 급속히 우리 교육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 배움이 ‘살아 있는’ 학교
혁신학교는 크게 ‘교육과정의 다양화·특성화와 수업혁신’, ‘학교 행정조직의 학습 지원체제 구축과 학습조직화‘, ‘새로운 학교문화 형성과 전문적 공동체 형성’이라는 3대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교혁신의 목적은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 발현을 위한 학습자 중심 교육과정과, 학습활동을 위해 새로운 학교문화와 학습지원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혁신학교는 학교 선택권 중심의 학교 다양화를 넘어 학습자의 학습권과 학습의 복지가 보장되는 학습의 다양화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또한 학습자의 개별성과 속도, 학습자의 교과 선택권이 존중되며 교과와 교과 간, 교실과 교실 간의 벽을 허무는 교과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방법의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학습자 중심의 학교 교육과 배움이 살아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학교가 배움의 공간으로서 재구성되어야 한다. 학생과 교사 간의 새로운 생활문화가 자리 잡아야 하며, 집단지성에 의한 생산적 학습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 중심에 학교도서관이 있다. 핀란드나 독일의 대표적인 혁신학교의 공간구조를 보면 학교도서관은 배움이 일어나는 교수학습의 중심센터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학교도서관을 중심으로 교실과 교실이 연결되어 있고 학생들은 자유롭게 도서관을 이용하며 자신들의 배움을 성장시키고 있다. 또한 학교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학교문화와 학습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있다. 많은 혁신학교 관계자들이 학교도서관을 일컬어 ‘학교의 심장이다’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교도서관에서는 ‘살아 있는’ 수업을 할 수 있다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그걸로 족해, 족해.” 오래전 ‘서태지와 아이들’이, 아니 서태지와 ‘우리 아이들’이 부르던 이 노래에 가슴이 뜨끔했던 교사들이 적지 않았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들의 학교는 얼마나 달라져 있는가. 이미 학교를 떠난 학생들을 향하여, 단지 몸만 학교에 걸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하여 “You must comeback school, 떠나간 마음보다 따뜻한, you must comeback school.”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학교란 모름지기 입시학원의 경쟁논리에 지친 아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해주며,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쳐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하지만 사교육의 치열함을 넘어서는 공교육의 차별성, 전인교육을 책임지는 공교육의 경쟁력을 말하기에는 여전히 우리의 현실은 열악하다. 학교도서관 하나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곳에서, 아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독서환경도 마련되지 않은 학교에서 어떻게 당당히 ‘컴백 스쿨!’을 말할 수 있겠는가.
물론 문제가 학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숱한 탐구과제들이 부모님에 의해, 과외교사에 의해 해결되고 있다. 아이들의 창의성과 주체성을 기르기 위한 탐구과제와 수행평가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의존성을 키우고 요령만 익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사회 전반에 걸친 그릇된 교육풍토는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해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교육의 장인 학교의 문제를 빼고서 교육풍토를 논할 수는 없다.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과제를 해결할 만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학교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스스로 창의성을 발현하기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스스로 탐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익히지 못한 아이들이기에, 부모와 사교육 시장에 자신의 문제를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식도 탐구의 과정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아이들, 스스로 “난 알아요!”를 외치기 전에 “넌 알아야만 해!”를 강요받는 우리의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학교도서관의 가르침은 우리가 그토록 꿈꾸던 수업방식이다. 학교도서관의 가장 큰 목적은 교과서라는 정해진 것들을 정해진 방법대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교도서관 안에 있는 다양한 자료들을 활용해 모둠학습이나 조사학습, 탐구학습, 프로젝트 수업 등의 형태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꼭 도서관에서 수업을 진행하지 않더라도 학교도서관 자료를 활용하여 과제를 해결하도록 하거나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교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관련 자료들을 한두 개씩 언급해주는 것만으로도 기존의 ‘교과서 중심의 강의식 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교과서 중심의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 학생들이 스스로 찾고 읽고 탐구하여 배움이 일어나는 교육,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교육, 자유로움이 존중되는 교육은 학교도서관을 통해 실현이 가능하다.
모든 학교에 교실과 교과서의 벽을 넘을 수 있는 다양한 교육자료와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하며 활동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다양한 교양도서, 참고도서, 아이들의 흥미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좋은 책들로 가득 찬 학교도서관. 바로 이 학교도서관을 살려냄으로써 교사들은 비로소 아이들에게 “You must comeback school.”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며, 아이들 역시 스스로 지적 탐구의 과정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난 알아요.”를 당당하게 외칠 수 있을 것이다. 학교도서관, 그곳에서 우리는 학교교육의 미래를 만날 수 있다.
학교도서관은 학생과 교사의 새로운 관계 맺음의 장
학교도서관은 아이들의 자유로운 책읽기와 배움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학교도서관에서만큼은 학생, 교사, 학부모 들이 다 같이 평등한 관계가 된다. 그 누구도 학교도서관에서의 자유로운 책읽기와 배움을 방해할 수는 없다. 학교도서관에서 학생과 교사는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학교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문화행사들을 통해서 학생과 교사는 서로 간에 상대방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독서캠프, 독서토론, 저자와의 대화, 도서관 문화제, 문학기행 등 학교도서관 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교사들은 교실에서의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학생들의 모습이 아닌 활기차게 살아 숨 쉬는 다양한 가능성이 듬뿍 담긴 존재감이 빛나는 학생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학생들과의 책을 매개로 한 소통과 나눔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학생들 또한 통제자로서의 교사가 아닌 진정한 조력자, 친구로서의 교사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꾹 닫힌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학교도서관은 학생과 교사 간의 소통과 나눔이 있는 행복한 공간이다.
학교도서관은 집단지성에 의한 학습공동체의 유력한 근거지
학교도서관은 교사들의 집단지성에 의한 학습공동체를 지원하는 곳이다. 학교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대출해주고 반납을 받는 도서대여점이 아니다. 학교도서관은 최신 자료와 정보의 보물창고이다. 학교도서관의 주 이용자인 학생과 교사 들에게 필요한 정보원을 제공하고 재조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사서교사이다. 사서교사는 학교 및 교과교육과정을 주도적으로 분석하고 이용자들의 요구에 맞는 자료와 정보를 제공한다. 도서관 협력수업을 교과교사와 함께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학교의 자발적이고 전문적인 교사들의 학습공동체를 내용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학교도서관에서 제공되는 정제된 풍부한 자료와 정보는 전문적인 학습공동체가 제 역할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학교도서관의 가장 큰 매력? 아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학교도서관은 운동장, 매점과 더불어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자유와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 중 하나이다. 계속되는 수업과 과제, 그리고 학원에 치여 제대로 쉬고 뛰어놀 시간도 없는 아이들이 학교도서관에서만큼은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고 관심 분야를 살펴보며 ‘해야 할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한다. 학교도서관은 아이들에게 쉼터와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꿈을 찾아가는 꿈자람터가 되기도 한다. 책을 뒤적이며 평소에 궁금했던 것을 해결하고 때론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이런 경험들을 통해서 조금씩 자신의 미래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나간다. 학교도서관을 이용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살펴보자. 수업시간에 따분해하고 까불던 녀석들이 진지하게 책을 읽고 때론 심각한 표정으로 친구들과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그것이 설령 교사들이 보기엔 하찮아 보이는 ‘만화’를 보는 일이라 할지라도 진지한 자세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우리 교육의 ‘오래된 미래’, 학교도서관
여행객들 사이에 전해지는 얘기가 있다. 그 나라의 과거를 보고자 하면 박물관에, 현재를 보고자 하면 시장에, 미래를 보고자 하면 도서관에 가 보라는 것이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처럼, 도서관은 한 나라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다.
학교도서관은 아이들을 어려서부터 책과 가깝게 해주고, 배움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학교도서관은 그 안에 있는 수많은 자료만큼,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는 학생과 교사의 수만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공간이다. 그 가능성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날이 갈수록 눈빛을 빛내는 아이들, 어려워하던 책도 거뜬히 읽어내는 모습, 그리고 그 아이들과의 배움과 돌봄을 매개로 새로운 관계 맺음이 일어나는 그 순간 학교도서관은 더없이 즐겁고Delight 유쾌하며Delicious 소중한Dear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아이들의 아름다운 미래를 가꾸는 일만큼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없다. 혼자서 꾸는 꿈은 한갓 꿈에 지나지 않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한다. 교육을 바꾸는 작은 대안인 학교도서관, 많은 사람들이 학교도서관에서 함께 꿈을 꾸었으면 한다. 그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 우리 교육의 ‘오래된 미래’는 더욱 가까워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