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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직업이란 인생의 3분의 1을 파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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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8 22:00 조회 9,64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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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女 32.3% ‘면접 위해, 성형 가능하다’”
“외모가 사회경쟁력! 취업 준비생들 성형 증가”
“취업? 그대 눈에 달렸다… ‘쌍꺼풀’ 수술하는 남자들”
“면접의 준비, 쁘띠성형부터~”

이런 헤드라인이 달린 기사들을 발견하고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설마 취업 때문에 성형까지 할까? 그래서 혹시나 해서 포털 검색창에 ‘취업성형’을 검색했더니 스폰서링크가 마구 뜹니다. ‘면접관 선호 성형, 아나운서가 많이 찾는 성형외과, 면접관 호감 얼굴 연출, 취업성형 실시간 상담’ 이런 문구들이 가득하더군요. 얼마나 수요가 많으면 스폰서링크까지 있을까요. 정말 취업이 절체절명의 지상과제이긴 합니다. 이렇게 얼굴까지 고칠 정도니까요.

그런데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얼굴을 고칠 정도로 취업에 목매달지만 막상 직업을 갖는다는 것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거든요.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우선은 부모님에게 신세지는 것을 벗어나서 자신이 직접 돈을 벌고 그 돈을 쓰게 된다는 의미가 있을 겁니다. 돈 벌면 솔직히 기분 좋잖아요? 이제 막 직장에 다니게 된 사람들 대부분은 월급을 타면 뭘 살지 쇼핑리스트를 작성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첫 월급을 타면 생각보다 적은 액수에 다소 실망하기도 하지요.

돈벌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지불하는가
하지만 저에게 직업을 갖는다는 의미는 이런 것과는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도 매일매일 아침 9시까지 칼같이 출근을 해서 저녁 늦게 퇴근을 하는 생활이 끝없이 반복된다는 것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이건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느낄 수 없어요. 직접 경험해보면 참 당혹스럽습니다. 특히 저의 경우는 전공이 전자공학 계열이다 보니 주로 관련 IT업체들에서 일을 했는데요. 사실 오후 6시 칼퇴근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너무 늦게까지 일하는 분위기가 일상화되어 있다 보니 저녁 9시에 퇴근하면서도 ‘먼저 퇴근하겠습니다’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IT분야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칼퇴근을 하지 못하지요. 밤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이렇게 늦게 집에 가면 너무 피곤해서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잠들어 버리는 경우가 많지요. 사실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는 시간이 흐르는 것을 느끼기 힘들기 때문에 눈을 감자마자 아침이 오고 눈이 떠지는 것 같죠. 이렇게 순식간에 아침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하죠? 얼른 씻고 출근해야 합니다. 늦으면 안 되니까요. 이런 생활이 평일 내내 계속됩니다. 그리고 주말에 잠시 숨을 돌리고 나면 바로 월요일이 돌아오지요. 대학 때는 방학이라도 있지만 직장에는 방학도 없습니다. 여름에 일주일 정도의 짧은 휴가만이 있을 뿐이지요. 1년 내내 이런 생활이 계속되지요. 1년이 아니라, 그 다음해에도 계속됩니다. 계속….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이런 겁니다. 지금껏 설명한 생활이 그야말로 무한반복되는 것이지요. 돈벌이 참 쉽지 않지요.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돌아오는 월급날에는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며 흐뭇한 상상을 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흐뭇한 상상을 하기 전에 꼭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그 월급을 받기 위해서 우리가 지불한 것은 무엇인가요?
바로 우리의 시간, 즉 ‘인생’입니다. 우리는 이 중요한 사실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번 돈은 내 인생을 팔아서만 얻을 수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이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숫자 계산이 약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내 인생 절반을 아무렇게나 팔 수는 없지
하루는 24시간이고 일주일은 7일이니 24에 7을 곱하면 일주일은 168시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쉽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하루에 낮잠까지 포함해서 대략 8시간은 수면을 취한다고 하면 일주일에 56시간은 수면을 취하는 데 사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주 5일 근무에 출퇴근 시간을 각각 한 시간씩 잡고 일주일 동안의 근무 시간을 대략 52시간 정도로 잡으면, 일주일 동안 총 출퇴근 시간은 10시간이고 거기에 52시간을 더하면 62시간이 나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서 수면 시간 56시간과 업무 시간 62시간을 제외하면 여가 시간이 50시간이 나오지요. 음… 이렇게 계산하고 보니 수면 시간, 업무 시간, 여가 시간이 각각 대충 1/3씩 떨어지는군요. 물론 정확하게 계산하면 조금 차이가 나겠지만요. 얼추 그렇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대략적으로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그 기간 동안 자신의 인생 중 1/3 정도를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직장이 야근에 철야, 그리고 휴일근무를 밥 먹듯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실은 더 많이 팔 수밖에 없지만요.

결국 직업을 선택한다는 것은 자기 인생의 1/3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수면 시간은 내가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아니죠. 생물학적으로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죽은 듯이 숨만 쉬면서 보내는 시간이죠. 물론 재충전도 하고 꿈도 꾸지만요. 그래서 이 시간을 계산에서 제외한다면, 직업을 선택한다는 것은 사실상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깨어 있는 삶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렇게 직업을 선택한다는 것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결정하는 것이니 정말 중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다른 사람은 벌이는 좀 시원찮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직업 선택에 대한 고민이 사치스러운 경우도 있지요.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급하게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삶을 희생할 생각, 있어?
사실 많은 경우 직업 선택의 기준으로 ‘돈’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 같습니다. 가끔 신문 기사로 직업 선택의 기준에 대한 설문조사를 해도 돈이 다른 기준들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가 나오더군요. 아마 돈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사람들은 이런 생각일 겁니다. 어차피 일이란 건 고달프니까 최대한 돈을 많이 벌어서 인생의 1/3인 여가 시간을 돈으로 즐겁게 보내자는 것이죠. 결국 자기 인생의 1/3을 업무 시간으로 팔아서 나머지 1/3의 여가 시간을 즐기자는 것이죠. 그런데 이 경우 굉장히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보통 돈을 잘 버는 사람일수록 업무 시간이 많아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 잘 번다는 변호사들을 봐도 새벽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면 여가 시간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돈을 많이 벌수록 여가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여가를 즐기기 힘들어지죠. 또한 일 자체를 좋아서 한다기보다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경우는 일에 싫증을 느끼고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직업 분야에서 다른 사람보다 뒤처질 가능성이 높지요.

반면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사람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이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자신의 인생의 1/3을 희생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설사 돈을 조금 벌고 경제적으로 좀 궁핍해지더라도 자신의 직업에서 흥미와 보람을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은 일 자체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직업에 종사하는 시간인 인생의 1/3 자체가 스스로에게 즐거움을 주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1/3의 여가 시간도 마찬가지고요. 자신의 일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여가 시간과 업무 시간의 구분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을 겁니다. 이들은 인생의 한 부분(여가 시간)을 위해서 다른 한 부분(업무 시간)을 희생하는 삶을 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생 자체가 즐거움이 되는 것이죠. 물론 돈을 좀 적게 벌 수도 있겠고, 다행히 운이 좋은 경우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잘 벌겠지요. 어쨌든 이들은 자신의 직업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에 자신의 직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면 일이 즐겁기 때문이지요. 천재도 즐기는 사람은 못 당한다고 하잖아요?

우리 사회에는 직업 선택의 기준으로 ‘돈’을 중시하는 듯한 분위기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솔직히 부모님들이 자식에게 원하는 직업이 주로 의사, 변호사, 공무원, 대기업 사원 등인데 이 직업들의 특징은 돈을 많이 벌거나 굉장히 안정적으로 돈을 꾸준히 벌 수 있는 직업들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이런 직업을 권유할 때 과연 직업 선택이라는 것이 자식의 인생 1/3을 희생해야 한다는 점을 얼마나 고려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돈을 많이 벌고 안정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적성에도 맞지 않고 그다지 흥미도 없는 일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인생의 1/3을 지불하는 것이 과연 좋은 선택인가요? 물론 적성에도 맞고 흥미도 있다면 다행이겠지만요.

지금 이 순간, 네가 하고 싶은 것이 무어냐
결국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일이 자신의 적성에 맞고 재미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그래서 단순히 영어 공부와 스펙 쌓기 위주의 취업준비에 미리부터 목매지 말고 젊음의 시절에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저것 직접 해보고 느껴보지 않으면 자신에게 맞는 일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내 인생 1/3을 아무렇게나 팔 수는 없지 않나요?

제가 낸 책 중에 『청춘에게 딴짓을 권한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을 준비하면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소설가 김혜나 씨를 만나서 인터뷰 했습니다. 김혜나 씨는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니는 내내 꼴찌를 도맡아 했다고 합니다.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가출에 정학을 훈장처럼 달고 다녔고, 대학 따위는 애당초 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수능도 보지 않았답니다. 김혜나 씨의 얘기입니다.

“20살에 호프집이나 바에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친구들이랑 술 마시고 노래방 가고 클럽 가고, 그렇게 매일매일 삶을 소비하면서 살았어요. 노는 게 편하고 노는 게 좋고, 그냥 이렇게 술이나 먹으면서 멍청하게 살다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중략) 20살이 끝날 무렵에 나는 어디에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나는 나로서 존재하지 않고 빈껍데기만 남아서 여기에 이렇게 있나, 지금의 나는 진짜 내가 아니야, 그러면서 처음 존재에 대한 고민이 들었습니다. 노는 게 더 이상 재미가 없었어요.

그래서 노는 것 말고 재밌는 게 뭐가 있을까 하고 생각해봤는데 안 떠오르더라고요. 한 달 반 동안 계속 좋아하는 게 뭘까 고민했는데요. 예전에 수업 시간이 재미없어서 국어책에 있는 문학작품들을 읽었던 기억이 떠오르더라고요. 소설책 가져와서 교과서 사이에 끼워 놓고 읽었거든요. 그 기억이 자꾸만 떠오르는 거예요. 수업을 견디기 위해서 읽긴 했지만 소설이 싫지는 않았거든요. 그냥 소설을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혜나 씨는 소설의 매력을 깨닫고 뒤늦게 수능을 치러 청주대학교 국문학과에 진학해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부단한 노력 끝에 소설 데뷔작 「제리」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런 김혜나 씨가 들려주는 다음과 같은 얘기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진한 커피향 같은 깊이가 느껴집니다.

“지금 이 순간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뭔지 깊이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런 후에 주변의 눈치를 보거나 하지 말고 정말 내 마음의 울림을 따라 가봤으면 좋겠어요. 물론 그 길이 잘못된 길이거나 안 좋은 길일 수도 있지만, 길 잘못 갔다고 해서 저는 그게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잘못 갔기 때문에 배우는 게 반드시 있거든요. 과감하게 도전해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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