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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책권하는 사람들에게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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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4 17:08 조회 8,38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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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 세상과 인간에 대한 탐색이다. 특히 30년 가까이 방송국에서 프로듀서라는 직업
을 갖고 살면서 동시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살다보니 책을 통해 세
상을 읽는 습관을 익혔다. 어떤 아이템을 갖고 방송 소재로 삼을까 늘 궁리하는 버릇
은 물론, 세상과 사람으로부터 자극 받기 위해 매일 책을 붙들지 않을 수 없다.

A 2. KBS 제1라디오(93.7MHZ)의 ‘보이는 라디오 책 읽는 사람들’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첫 방송을 내던 날, 온북 대표인 조철현 사장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책 소
개 프로그램을 만들자며 즐거워했던 일, 국내 최초로 DMB TV를 통해 이 프로그램을
방송하던 일, 그리고 출판사에서 보내온 신간을 들춰보던 즐거움, 전국 사서교사들과
함께 독서 관련 UCC대회 열었던 추억 등 책과 관련된 프로그램 제작자로 가졌던 추
억이 생각난다.

A 3. 몇 해 전에 실천문학사에서 출간한 ‘역사인물 시리즈’류의 책. 즉, 출판사가 의지
를 갖고 발굴하지 않으면 세상에 나오지 못할 책, 시민운동 하듯 한 주제에 전문성을
가진 출판사가 책임지고 기획하는 책이 나와야 한다. 특히 한 우물을 파는 저자가 평
생의 역작을 쓸 수 있도록 장기 기획하는 풍토가 아쉽다.

A 4. 전자책의 도전은 피할 수 없겠지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책 보다는 꼭 소장하
고 싶은 책, 가까이에 두고 언제나 펼쳐보고 싶은 책을 출판한다면 멀티미디어 시대
에도 여전히 책은 경쟁력 갖춘 미디어 아닐까?

a1. 『스콧니어링의 자서전』(스콧 니어링/실천문학사), 『팡세』(파스칼) a2. 신영복, 백원담, 조정래
a3. 일상의 분주함 a4. 강원도 정선 아우라지, 평창 금당계곡



A 1. 뭐하나 제대로 내세울 것 없는 내 꼬라지를 보게 하는 껄끄러운 거울이다. 그나마
티끌만큼 남아있는 자아를 자꾸 지워 나가는 삶의 과정이기도 하다. 잠시라도 책 읽
기를 게을리 하면 바로 닥쳐오는 게 혼란스러운 생활인 걸 보면 장기복용 건강식품 이
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말하면 독서 꽤나 하는 것 같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가 못
하다. 그저 짬짬이 간식 먹듯이 이것저것 손을 내밀다 보니 기억에 남는 문장이나 감
동의 장면을 기억하지 못하는 실속 없는 짓거리에 불과하다. 읽은 내용을 굳이 기억
하려고도 안하고 그냥 그때그때 소화하고 배설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게 편하고 좋
다. 독서한 내용으로 폼 잡을 일 없다.

A 2. 작게나마 의미있는 주제를 여러 사람과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한다. 덤으로 얻는 보
람이라면 자식놈들한테 유일하게 존재감을 확인시키는 유용한 도구이다. 아빠가 ‘노
빈손 출판사’라면 아이들 친구들이 바로 자식놈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와 작업을 거는
일이 발생한다. 그런데 정작 지들은 잘 읽지도 않는다. 공짜는 그저 공짜일 뿐이다.

A 3. 책의 필요성은 독자가 선택할 몫이 아닐까? 각각의 다양한 욕구와 취향에 따라
책을 선택하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지 개인의 관심사가 아니라고 불필요한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거짓과 악의적인 허위사실에 근거한 출판은 피하는 게 좋겠다
는 정도. 오히려 필요와 불필요에 대한 기준과 잣대를 버리는 것이 지금의 출판에서
는 먼저 고민해야 될 일이 아닌가?

A 4.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읽기도 전에 이미 머리에
박혀 있는 독서 목록이 부담을 주고 그것을 읽지 않으면 마치 사회에서 소외 되거나
뒤쳐진 듯한 불안감이 몰려와 즐겨야 할 독서가 일종의 의무감으로 변질된다. 스스
로 위안을 받으려 베스트에 기웃거리고 이름 있는 단체의 선정도서로 만족하는 것은
‘명함독서’, ‘체면독서’에 머무는 것이다. 아예 굶는 것보다 편식이라도 하는 것이 좋
다면야 할 말은 없지만 사회 전체가 이렇게 흐른다면 건강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a1. 『진보를 연찬하다』(이남곡/초록호미), 『바람의 노래』(송준/동녘), 『MB똥꾸 하이킥』(김용민 외/자
리) a2. 소설가 조정래, 만화가 김태권 a3. 게으름과 각종 핑계거리(음주, 피곤함 등) a4. 한적한 시
골의 원두막이나 한옥의 바람 솔솔 통하는 대청마루면 어디든


A 1. ‘만남’이자 ‘여행’이다. 따라서 ‘설렘’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어딘가로 떠나는 데 있어 책은 시공時空의
제약이 없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만나 영혼을 교감할 수 있고 어디라도 떠나 새로운 세상을 내 안에 담
을 수 있다. 독서만큼 그렇게 싼 비용으로 그렇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행위도 아마
없을 것이다. 다만, 독서를 통해 지식‘만’을 ‘저장’하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할 독서의
‘독’이다. 독서는 ‘교감交感’이고 ‘대화’여야 한다.

A 2. 오랜 수고와 땀이 밴 원고를 만나면 설레고 행복하다. 십 수 년 전, 이상희 선생(전
건설부 장관)이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원고를 10여 년 만에 탈고했다는 ‘첩보’를 입
수했다. 그 원고의 편집자가 되기 위해 그야말로 ‘삼고초려’를 했다. 네 번째 찾아뵈었
을 때에야 비로소 분홍 보자기에 곱게 싼 원고를 내게 건네셨다. 한 아름이나 되는 원
고 보따리를 들고 나오면서 나는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요즘 말로 ‘올레!’였다.

A 3. 요즘 일부 가수의 노래가 표절 시비에 휘말려 시끄러운데, 책에서도 가장 나쁜 것
가운데 하나는 ‘베끼기’이다. 표절은 남의 땀을 훔쳐 먹고 자신의 양심을 훔쳐 먹는 짓
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생겨난 것들은 설령 베스트셀러라고 해도 ‘조잡한 아류’에 불
과하므로 독서할 가치가 없다. 덧붙여, 껍데기만 요란하고 속은 별 볼일 없는 ‘연출된’
베스트셀러에 현혹되지 않았으면 싶다.

A 4. 나는 우리 사회의 독서 ‘편식증’을 가장 우려한다. 먹을거리에 인스턴트식품이
범람하듯이 읽을거리에도 ‘인스턴트’가 범람하여 도서시장을 ‘삼켜’버렸다. 그에 따
라 ‘진짜’ 책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연출된 ‘인기’에만 몰리는 편식증 때문이
다.『삼국유사』에 ‘관한’ 책보다는 『삼국유사』 자체(텍스트)를 읽는 것이 훨씬 더 많이
남는 장사다. 또 다양한 독서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a1. 『갈레아노 거울 너머의 역사』(에두아르노 갈레아노/책보세), 『노름마치: 진옥섭의 藝人名人』(진
옥섭/생각의나무), 『지식의 발견』(고명섭/그린비), a2. 조정래, 김용옥, 베르나르 베르베르, 피터 싱어
a3. ‘돈’ 걱정. 반대로 독서를 통해 이 걱정을 잊기도 한다. a4. 대중의 발길이 뜸한, 자그마한 산사山寺



A 1. 과거엔 독서에 대단한 의미를 두었거나, 두려했던적도 있지만 점점 독서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잃어갔
다. 왜냐하면 독서는 생활 자체가 됐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보면서 재미를 느끼고, 지식을 얻고, 시간을 때운다.
내게 독서란 텔레비전을 보는 것, 밥을 먹는 것, 잠을 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A 2. 대학 시절 막연하게 꿈꾸었던 직업 세 가지가 학자,
기자, 출판사 직원이었다. 책을 읽는 것은 재밌는데 정작 공부에는 별로 소질이 없는
것 없어서 학자는 포기, 출판사 직원은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는 것인지 몰라서 통과, 남
은 것이 기자였는데 운 좋게 기자가 됐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소식과 나름의 시각을
담은 비평을 전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뉴스의 내용을 책에 관한 것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은 내겐 행복이다. 특히 독자 가운데 가장 먼저 신간들을 검토해서 고르고,
읽고, 그 책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은 대단한 중압감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내 눈에
좋게 비친 책들을 사람들에게 권한다는 것은 항상 큰 즐거움을 준다.

A 3. 세상의 모든 책은 나름의 가치를 담고 태어난다. 나는 좋은책/나쁜책에 대한 기
준이 매우 얇은 편이다. 굳이 말하자면 나는 저자의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면서도 다
른 책, 다른 생각으로 연결을 시켜주는 책들을 좋아한다. 어차피 한권의 책으로 세상
의 모든 것을 다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더 넓은 세상으로 인도해주는 역할을 해
주는 책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피하는 책은 책 앞표지에 지은이의 얼굴이 찍혀 있는
것이다. 이런 책은 그 사람의 명함을 읽고 있는 느낌이 든다. 농담이 아니다. 하하.

A 4. 나는 사람들이 읽는 양 자체는 그리 크게 줄지는 않았다고 본다. ‘읽기’는 본능이
자 생존을 위한 방편이기도 하니까. 다만 내가 걱정하는 한 가지는 읽기의 양극화다.
이 시대 독서는 꾸준히 많이 읽는 사람과 전혀 읽지 않는 사람 사이의 격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a1.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김예슬/느
린걸음) a2.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김두식 경북대 교수 a3. 책 다음으
로 좋아하는 술자리 a4. 멀리 지리산 능선이 보이는 내 고향집



A 1. 가장 큰 의미는 사유를 확장시켜주는 지적 자극의 계기라는 점이다. 꼭 책이 아니
더라도 모든 지적 생산물,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양한 삶과의 접촉을 통해서도 그런
계기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만, 사유의 확장이 언어를 질료로 삼는다는 점에서 책
은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계기이다. 결과적으로 독서는, 호모 사피엔스
(생각하는 사람)로서의 존재 증명을 위해 가장 유력한 근거를 마련해주는 활동이다.

A 2. 내가 만들거나 소개하는 책을 읽고 큰 영향을 받았다는 독자를 만날 때라고 대답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보람은 아무에게나 허락되는 건 아닌 듯하다. 그보다는
편집자로서는 저자로부터 신뢰받고 있다고 느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고, 비평가로
서도 어느 저자에게서 ‘글을 쓴 의도 그대로를 정확하게 읽어주어서, 그리고 오독에
근거한 딴죽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도 안이했던 대목을 적절히 지적해주어서 고맙
다’는 감격어린 화답을 받았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A 3. 필요 없는 책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만큼, 특별히 어떤 책이 더 필요하다
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책을 읽는가보다 무슨 책이든 ‘어떻게’ 읽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사람과 삶과 세상과 자신에 대한
사유가 확장되는 계기를 찾을 수 있었다면, 그 책은 적어도 그 사람에게는 필요한 책
일 터이고, 반대로 허위의식을 위안 받는 것이 고작인 채로 휘발되거나 심지어 조금
의 의심도 허용하지 않는 도그마가 되어버린다면 제아무리 훌륭한 정신적 성취를 담고
있다 해도 피해야 하는 책이다.

A 4. 매우 비관적이다. 독서에 할애하는 시간, 독서량, 독서 인구의 규모 등이 양적으로
줄어들고 있기도 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도 책을 그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게 ‘제대로’
읽는 사람은 더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며, 그 사회문화적인 배경을 고려하면 이런 상황이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조금이라도 개선될 가능성은 전혀 없는것으로 보인다. 



a1. - a2. 고종석 a3. 노안 a4. 크루즈선의 선실, 대륙횡단 열차



A 1. 독서는 사람과의 만남이다. 인간의 정신활동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나 독서를 하면 많은 사람
들을 만날 수 있어 사유의 범위가 그만큼 넓어진다. 책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지혜로운 분들이다.
시대를 초월하여 수많은 현자들과 만나고, 같은 시대에서도 수많은 현자들을 만난다. 만나서 대화하고 나
자신을 만들어간다. 독서는 나를 현명하고 인간답게만들어가는 과정이다.

A 2. 독서는 자연스럽게 글쓰기로 연결된다. 독서를 많이 하다보면 스스로도 쓰고 싶어진다. 본인이 쓰고
싶은 테마를 잡아서 써보려는 마음이 일어난다. 쓰다보면 글이 되고 책이 된다. 자신이 쓴 책을 다른 사람이
읽고 공감한다면 저자에겐 최고의 보람일 것이다. 나의 책에 대해 독자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할 때 삶의
보람이 느껴진다.

A 3. 각 분야 학문의 기본을 알기 쉽게 제시하는 책은 꼭 필요하다. 남을 비방하는 책이
나 선정적인 책은 피해야 한다.

A 4. 흥미위주나 가벼운 책만을 읽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고전과 같은 무게 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 독서의 속도가 느리고 다소 이해가 어렵다 해도 인문학, 사회과학, 과학
기술 등 무게 있는 책을 읽어야만 삶의 의미와 방향을 감 잡을 수 있다.



a1.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한국문화인류학회/일조각),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정민/김영사)
a2. 법정스님, 안병욱 a3. 시간적, 공간적 제약 a4. 일본 오사카 아동문학관



A 1. 나에게 있어 독서는 ‘하늘이 내린 복’이다. 책을 좋
아할 수 있도록 생겨났으니 부모님께 우선 감사를 드려야 할까? 산골 초등학교를 다니
던 어린 시절엔 읽을 책이 그리 많지 않아, 같은 책을 되풀이 읽곤 했다. 가장 기억에 남
는 것은 전5권으로 되어 있는 커다란 그림책 크기의 『삼국지』를 횟수를 헬 수 없을 만
큼 읽고 또 읽었던 것이다. 아마도 내겐 책에 대한 소유욕이 상당한 듯하다. 눈에 들어
오는 책이면 구입해 책장에 꽂아 둔다. 책장에 가득한 책을 다 읽었으면 좋겠으나, 삶
이 그런 여유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가? 책 표지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일과 지
은이의 말을 읽어 보는 것만으로도 그 책에 가까워 졌다고 감히 말해도 되지 않을까?
저마다의 부피와 색깔과 내용으로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는 책이 가득한 책장을 바
라보며, 나는 오늘도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앞둔 여행자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A 2. 나는 주로 동화를 쓰고 있으므로, 아이들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거나 아이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는 습관이 있다. 그러다 감동이 오는, 뭔가 가슴을 울리는 것이
있으면 글로 쓰게 된다. 꽤 오랫동안 아이들의 삶 곁에 머물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게도 되었다. 아이들은 생각의 폭이 어른들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넓다. 저승이고 이승이고 중간세계고 자유롭게 다닌다. 아이들은 또한
슬픔에 발목 잡히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갔다거나, 너무나 아끼던 동물이
죽었다거나 할 때 아이들은 한 번, 목 놓아 울음을 운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만이다. 슬
픔에 빠져 삶의 방향을 잃어버릴 정도로 허우적대지 않는다. 한마디로 생동감이 넘친
다.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찾아다니는 나는 즐겁다. 또,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
집자와 화가들과 함께 하여 더욱 즐겁다.

A 3. 지금 세상에 있어야 할 책은 다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책을 읽지 않는데 있는 게 아
닐까? 굳이 한 가지 예를 들어야 한다면, ‘이 책을 읽으면 다른 책을 더 읽고 싶어 못 견
디게 하는 책’ 정도가 될까? 그렇다면 피해야 할 책은 당연히 ‘이 책을 읽으면 다시는
책 따위는 읽고 싶지 않게 만드는 책’이 되겠다. 재미도 없고 지식도 얻을 수 없는 책.
세상을 그릇되게 인식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책.

a1. 시집류 a2. 권정생, 조지프 캠벨 a3. 직업 a4. 산 속의 절간



A 1. 책은 전문 이야기꾼들이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한 것이고, 서점은 이 전문 이야기꾼들이 모여 있
는 곳이자 독자 개개인이 원하는 이야기를 고르는 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독서는 그 이야기꾼들
이 다채로운 자기 이야기를 책으로 풀어낸 것을 듣는 행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독서의 의미
란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와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TV를 보거
나 음악을 듣거나 친구와 수다를 떠는 일상의 행위와는 다른 경험이겠다.

A 2. 책을 소개하는 즐거움 중 하나는 알라딘 고객들로부터 시작되어 잘 팔리게 된 도
서가 타 서점에서도 베스트셀러로 되는 경우다. 사실, 이런 경우가 흔하지는 않다. 매
주 두 차례 MD 11명이 모여 추천할 도서를 결정한다. 보통 100여 종의 신간 도서 중에
서 10% 내외로 추천도서를 선정하는데, 이 시간이 즐겁기도 하지만 내가 추천한 책이
어떤 결실을 맺을까 생각하면 긴장감이 더한 게 사실이다.

A 3. ‘세상에 필요한 책이나 불필요한 책’을 단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세상에 나와
있는 어떤 책도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책일 수 있고, 그 필요는 개개인의 요구나 선
호에 의해 정해지는 것일 테니까. 다만 판매자의 입장에서 볼 때 피하고 싶은 책은 ‘유
통이 어려운 책’이 아닐까 싶다. 독자가 원하는 책이 간혹 유통 상의 문제로 고객의 손
에 도착하지 못할 때면 안타까움을 느낀다.

A 4. 인터넷과 PC에서 모바일의 시대가 언제, 어떻게 오는지가 독서와 책을 만드는 일
에 많은 영향을 줄 것 같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터넷 PC 놀이에서 모바일 놀이로
이동하고 있는 요즘, 휴대 가능한 모바일이 책읽기에 우려가 될 수도 있고 기대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텍스트를 모바일로 이동하는 기술도 빠르게 진화되었으면 한다.
텍스트 읽기의 양은 지금보다 많아질 것 같다.



a1. 『영원의 아이』(덴도 아라타/북스피어) a2. 커트 보네거트 a3. 잠, 알코올, 직업적인 이유로는 출
판사명 a4. 제주도 남쪽에 있는 우도



A 1.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게도, 또 자기 자신 안으로 들어가게도 하는 힘이 독서
의 의미이지 않을까 한다. 책을 보면서 ‘남’을 읽고 ‘세상’을 읽을 수 있으니 나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또 그로써 ‘나’를 읽을 수 있게 하니까. 과거나 미래를 읽을 수도 있다
는 점에서는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게 하는 것인 동시에 자기 자신도 모르던 ‘나’까지
발견하거나 이해하게 한다. 아 참, ‘재미’도 빼놓을 수 없는 거겠다. 어떤 재미든 그걸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독서는 삶이 뻑뻑해지지 않게 도와주는 윤활유이겠다.

A 2. 책이라는 게 어차피 ‘사람’한테서 나오는 것이다 보니 책 만들면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과 맺는 인연이 참 귀하고 반가울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가 이런 복도 누리는
구나 하고 고마워한다. 다양한 삶의 현장에 있는 작가나 화가, 평론가, 다른 출판사 편
집자나 디자이너, 여러 책 애호가들…… 그들과 일로 만나 친구도 되고 웬수(?)도 되
는데, 그러면서 제 경험과 사유가 넓어지는 걸 느끼면 뿌듯하다. 그리고 내가 만든 책
으로 ‘소통’이 이루어질 때 보람을 느낀다. 불통할 언어가 내 노력으로 통하게 될 때.

A 3. 나한텐 ‘세상에 이런 책 필요하다!’고 할 만한 게 별로 없다. 책 만드는 사람으로서
기획력 부족하다는 것밖에 안 되는 소린데, 인류가 지금까지 만든 책들만으론 정말 부
족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서 그렇다. 물론 책은 더 나와야 되고, 더 나올 수밖
에 없는 그 무엇이다. 그런데 뭐랄까, 솔직히 사람 ‘욕심’ 때문에 나오는 책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독자한테만 그저 ‘이런 책은 피해야 한다!’ 하기보다는 책을 조금이라도
파악하고 신중하게, 주체적으로 골라 읽자고 주문하고 싶다.

A 4. 어린이책을 만드는 나로서는 어린이문학 책 독자가 자꾸 줄어드는 까닭 중 하나를
실용 목적의 독서만을 강제하는 분위기로 보기도 해서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다양한
책 읽기를 방해하
는 책 유통 구조 때문에도 그렇다.



a1. 『행복한 삶으로의 초대』(앤서니 드 멜로/분도출판사), 『헨쇼 선생님께』(비벌리 클리어리/보림)
a2. 정수일, 미하엘 엔데 a3. 텔레비전 a4. 전철 안, 병실(1인실), 감옥(독방), 산속 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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