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품 검색

장바구니0

특집 우리는 문학을 사랑해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6-09-02 12:17 조회 101회 댓글 0건

본문

df67ac0530a784886edc3872eff71adf_1788316590_7127.png
df67ac0530a784886edc3872eff71adf_1788316601_486.png


너와 나를 안아 주는 달달한 마음

동화작가가 들려주는 어린이 독자와의 만남

김유​ 동화작가

이 글의 제목은 김응 언니와 쓴 책제목이기도 하다. 어떤 욕심이나 삿된 마음이 섞이면 창작이든 강연이든 무슨 일이든 오래 이어 나가는 건 쉽지 않다. 어린이들을 만날 때 내 마음은 ‘너와 나를 안아 주는 달달한 마음’으로 가득 찬다. 내가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전하듯 나도 어린이들에게 무한 사랑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멀고 조금 고되더라도 어린이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렌다.
 
“진짜 김유 작가님이에요?”
독자와의 만남을 이어 온 시간이 벌써 십 년이 넘었다. 『겁보 만보』가 온작품 읽기, 한 학기 한 권 읽기 책이 되면서 강연이 몰려들었던 기억이 난다. 붙박이처럼 책상 앞에만 앉아 있다가 줄줄이 강연을 가자니, 처음에는 긴장도 되고 걱정도 되었다. 나는 남 앞에 나서는 것도 사람들이 나를 주목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내가 보통 몇십 명, 많게는 이 삼백 명 앞에 서야 한다니 큰 산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만보 이야기로 처음 갔던 곳은 춘천이었다. 나름 이미지 자료도 빵빵하게 준비하고 뭐라고 말할지 메모도 했는데, 막상 갔더니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처럼 내게 질문을 쏟아 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보단 어린이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먼저라는 걸 알게 된 순간이었다. 세 고개 무사히 넘고 용기를 얻은 만보처럼 그 뒤 나도 씩씩하게 어린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말숙이 어떻게 됐어요? 말숙이 이야기 빨리 써 주세요!” 어린이들의 독촉 아닌 독촉으로 만보 친구들 이야기를 시리즈로 낼 힘까지

df67ac0530a784886edc3872eff71adf_1788316742_4462.png


얻었다. 지금껏 쉼 없이 (코로나 시국에는 온라인으로) 어린이들을 만나 왔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어린이들은 나를 보며 여전히 묻는다. “진짜 김유 작가님이에요?” 신기하고 기대되고 떨린다는 어린이들 말을 들으면 웃음이 난다. 내 마음도 다르지 않아서다. 매번 처음 만나는 어린이들이기에 아무리 강연을 많이 했어도 신기하고 기대되고 떨린다. 결국 작가와 독자의 마음은 같은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산 넘고 바다 건너, 어린이들을 만나러 가는 길
그림책 『마음버스』가 예스24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고 『사자마트』가 4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면서 강연 요청이 부쩍 많아졌다. 봄가을에는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국토 횡단을 하며 일주일 넘게 집에 못 가기도 한다. 그야말로 꽃이 피고 단풍 물드는 모습을 보며 강연 놀이 겸 꽃놀이 단풍놀이까지 하는 셈이다.


df67ac0530a784886edc3872eff71adf_1788316804_4811.png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닌다는 사람이 믿거나 말거나 장롱면허다. 그래도 나는 정말 갈 수 있을까 싶은 곳들까지 간 몇 안 되는 작가이지 싶다. 대중교통이 쉽지 않은 경우, 교장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이 옆 동네 철도역으로 마중과 배웅을 해 주시기도 한다. 공짜 관광을 시켜 준다고 강연료 이상을 들여 운전사를 구하기도 한다. 단골 운전사이자 일등 공신은 김응 언니다. 나를 기다려 주던 언니에게 “김응 시인님도 사랑해요!”하며 어린이들이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일 때도 있다. 장마철 물난리로 여수에서 서울까지 고속열차가 저속열차가 되어 여덟 시간 만에 도착한 날, 태풍으로 보길도 가는 배가 안 뜰까 봐 노심초사하던 날, 부산에서 울진 찍고 축

 산항 찍고 동해안을 달려 속초로 오던 날, 서울에서 포천

과 철원을 지나 화천과 양구를 거쳐 소똥령마을 넘어 버

스 여행을 한 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이런 기회가 아

니면 평생 살며 여행으로라도 와 볼까 싶은 곳들에 발 도

장을 찍고, 그곳에 사는 어린이들을 만나는 마음은 특별

할 수밖에 없다.

한번은 강연이 끝나고 한 어린이가 다가와 말했다.

 df67ac0530a784886edc3872eff71adf_1788317656_3598.png 

“작가님 책을 세 살 때부터 읽었어요.”
그러고는 고이 접은 편지를 쥐여 주고 갔다. 다음 학년 강연까지 마치고 편지를 열어 보았다. 내 첫 책 『내 이름은 구구 스니커즈』를 엄마가 읽어 주었고, 자라면서 스스로 내 책들을 다 찾아 읽었으며, 작가를 꿈꾼다고 했다. 그냥 올 수 없어 짧게나마 답장을 남기고 왔다. 이런 순간에는 없던 힘도 마구 솟는다. 잊을 수 없는 아픈 기억도 많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데 어린이들의 환경과 상황은 차이가 크다. 지역 안에서도 가장 낙후된 동네에 있는, 위탁가정 어린이들이 많다는 학교에 간 적이 있다. 엄마 아빠라는 울타리를 잃어버렸던 일곱 살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런 나도 꿈을 이루었다고 말해 주었다. 웃고 울 이야기로 강연을 마친 뒤 바쁘게 나왔다. 그런데 한 어린이가 주차장까지 따라온 걸 뒤늦게 알았다. 무슨 할 말이 있나 했는데, 그저 인사를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추운 날 급식도 먹지 않고 겉옷도 없이 나왔다. 우리는 다정한 인사를 나누고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로에게 손을 흔들었다.

책이 나와도 끝나지 않는 이야기
어린이와 만나는 자리는 책이 나온 뒤에도 이어지는 또 하나의 이야기다. 책 속에 담은 마음이나 전하고 싶은 마음을 나누며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모든 강연을 다 갈 수는 없다. 나는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이지만 안타깝게도 거절하는 일이 생기고 만다. 학기초에 거의 정해져 갈 수 있는 날이 없거나, 김유가 아닌 아무나 가도 되는 자리거나, 기관 기준은 굳건하면서 작가의 기준은 무시하는 경우가 그렇다. 내 책을 읽은 독자와 만나는 마음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하지만 만남을 오래 지속하기 위해 작은 기준들도 필요하다. 단순히 작가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리나 형식적인 보여 주기 행사가 아니라, 책을 매개로 깊이 소통하는 자리이기에 만남을 가볍게
여길 수 없다. 강연료로 인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면 안 되고, 작가로서 힘을 떨어뜨리는 일도 없어야 한다. 물론 해마다 만나며 신뢰를 쌓은 선생님들이나 사정이 어려운 곳은 기준보단 마음이 앞선다. 출판사에 강연 신청이 들어오면 담당 직원분이 일정과 강연료, 진행 방향을 기준에 맞춰 조율한다. 그러고 나서 학교나 기관 측 담당 선생님은 작가와 최종 확정을 한다. 이제 만남이 정해지면 작가도 담당 선생님도 어린이들도 준비에 들어간다.

df67ac0530a784886edc3872eff71adf_1788317895_808.png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데 어린이들의 환경과 상황은 차이가 크다.
지역 안에서도 가장 낙후된 동네에 있는,
위탁가정 어린이들이 많다는 학교에 간 적이 있다.
엄마 아빠라는 울타리를 잃어버렸던 일곱 살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런 나도 꿈을 이루었다고 말해 주었다.”

동화, 어린이에게 친구가 되고 꿈이 될 테니까

마음이 꼭 맞는 ‘찐친’ 같은 동화를 마주하면 손에서 놓

을 수가 없다. 자꾸 이야기하고 싶고 또 펼치고 싶어진다.

어린 나는 동화라는 세계에서 내 마음을 알아주고 토닥

여 주는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아무것도 되지 못할 거라

고 생각했는데 내일을 기다리며 꿈을 품기도 했다. 나는

동화를 쓰면서 늘 바라는 게 있다. 어린이들이 혼자라고

느끼지 않길, 어떤 어린이도 외롭지 않게 나아가길. 그 길

에 우리의 만남과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반딧불처럼 빛을

밝혀 주면 좋겠다. 너와 나, 우리를 안아 주는 달달한 마

음이 여기에서 저기로 저기에서 여기로 퍼져 나가면 더없

이 좋겠다

 df67ac0530a784886edc3872eff71adf_1788317949_7608.png 

“마음에 구멍이 난 것 같아요. 너무 추워요. 이런 게 뭔지 모르겠어요.” / “그런 감정을
‘외로움’이라고 해요.” / “외로움이요?” / “혼자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우리는 함께할 때 힘이 나요.”
- 『바닷마을 호호책방』 중에서


재밌고 정직하게, 만나러 갑니다

소설가가 들려주는 청소년 독자와의 만남

김동식​ 소설가

학교 가는 게 정말 싫었다. 어느 정도였느냐면, 등교하는 척 집을 나와서 동네 재래식 화장실에 숨어버린 적도 있었다. 학교 수업이 끝날 때까지 거기 숨어 있다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말이다. 교실에 앉아 있기보다 똥통에 처박혀 있기를 선택하다니, 그땐 왜 그토록 학교 가는 걸 싫어했을까? 조금 복합적이다. 공부를 잘 못하기도 했고, 숨길 수 없는 가난이 창피하기도 했고, 친구가 없기도 했고. 사실 가장 큰 것은 스스로를 설득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 싶다.

“학교를 가는 이유가 뭐지? 나에게 학교가 왜 필요하지?” 


아무리 생각해도 필요 없었다. 결과적으로 난 중학교

자퇴 후 일터로 향했다. 그렇게 평생 노동자로 살며 학교

와 인연이 완전히 끊어진 줄 알았는데, 사람 인생은 참

모른다. 지금은 학교 강연만 매년 300회가 넘도록 다니는

작가가 되었으니 말이다. 도저히 안 갈 수가 없었다.


“작가님. 요즘 학생들이 정말 책을 안 읽는데, 유일하게

작가님 책은 봐요.”


작가로서 이런 말을 듣고 어떻게 안 갈 수가 있겠는가?

사서선생님들의 그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날 보며 기뻐하고, 신기해하고, 궁금해하고, 행

복해했다. 가끔은 깜짝 놀랄 친구도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던 친구가 날 보자마자 울어버리는 게 아닌가? 왜 그러냐고 했더니 “좋아서요”란다. 세상에! 난 학교 강연을 무조건 다녀야겠다!

 df67ac0530a784886edc3872eff71adf_1788318115_1905.png 


강연에서 마주한 사서선생님의 직업병
좋다고 학교 강연을 다니기 시작하니까, 정말 감사하게도 전국에서 연락이 왔다. 우리나라에 내가 몰랐던 지명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음성, 남지, 영천, 완주, 괴산, 예천, 부안, 금산 등등. 더 놀라운 것은 대한민국의 교통이다. 전국 어디든 대중교통이 안 되어 있는 곳이 없었다. 물론, 덜 되어 있는 곳은 있다. 가끔은 섭외 단계에서부터 몸둘 바를 모르게 죄송해하는 사서선생님이 있다. “아유 우리 학교가 너무 멀어서요. 경북 울진인데…” 난 어디든 일단 물리적으로 가능하면 가려고 한다. 직접 운전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긴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교통편을 샅샅이 뒤져 본다. 나만 애쓰는 게 아니라 학교 선생님들도 애를 쓴다. 근처 역까지만 오면 1시간 거리도 직접 왕복 마중을 해 주기도 하고, 심지어는 아예 본인의 집을 내준 분도 있었다. 근처에 모텔 같은 것도 없는 완전 시골 학교 강연이었는데, 저녁 강연이 끝나고 진짜로 그분 집에서 혼자 잤다. 왜 혼자냐고? 내가 불편할까 봐 그분이 다른 집에서 잤다. 자면서도 이게 맞나 싶었는데, 진짜 대한민국 선생님들 대단하다. 정말 존경스럽다.아마도, 강연을 섭외하는 사서선생님들은 절대적 을의 처지인 듯하다. 그분들은 일종의 ‘웃픈’ 직업병이 있었다. ‘죄송합니다’ 병. 거리가 멀다거나 강연료가 적다거나, 혹은 그냥 바쁘신데 오게 해서(?) 죄송합니다. 와, 심지어 지금 쓰다가 문득 생각나서 핸드폰 문자의 ‘송구’를 검색해 봤더니, 송구한 분들도 마흔한 분이나 있네? 사서의 두 번째 직업은 투수인 것도 같다. 물론 ‘죄송합니다’가 그저 수사적 표현에 불과할 수 있긴 한데, 조금 독특한 죄송이 있다. 강연이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 시작되는 죄송이다.

“죄송한데, 아이들이 집중을 좀 못 할 수가 있어요."

"학생들이 좀 잘 수도 있어요. 죄송해요." 


df67ac0530a784886edc3872eff71adf_1788318303_2235.png


이런 말을 들으면 그동안 작가 강연 행사 때마다 펼쳐졌을 풍경이 그려진다. 사실 그건 어쩔 수 없다. 일반적인 강연은 자발적 참여지만, 학교 강연은 강제 착석인 경우가 많으니까. 학생들이 떠들거나 졸아도 어느 정도는 정상참작이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졸거나 어쩌거나 앵무새처럼 준비한 말만 혼자 떠들고 돌아올 순 없다. 좋은 시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좋은 강연의 기준은 이러하다. 재밌고, 진실하기. 그래서 난 아재 개그로 강연을 시작한다.


“물고기 중에 가장 높은 곳에서 잠을 자는 물고기가 누군지 아십니까? ‘도미’입니다. 도미노피자! 도미…높이…자…!”


뜬금없는 아재 개그에 공격당하면 세 가지 반응이 나온다. 폭소와 야유, ‘이게 뭐지??’


경계를 허물고, 솔직해진다는 것
어떤 반응이든 상관없다. 내 목적은 내가 ‘쉬운 사람’이라는 걸 알려 주는 것이니까. 작가라고 해서 대단한 사람이 아니고, 어렵게 볼 것 없고, 그냥 나랑 비슷한 수준이라는 걸 학생들이 알아주면 좋다. 안 그러면 너무 부담스럽다. 기대하지 마 제발…! 난 그렇게 수준이 높지 않아…! 그냥 말하는 감자라고 생각해 줘…! 그렇게 힘 빼고 들으면 내 강연은 꽤 재밌다. 내가 진짜 기뻤던 한 장면을 말해 보자면,경북 상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강연할 때였다. 보통 강연에 관심 없는 학생들은 뒤에서부터 자리를 채운다. 그런데 강연 시작 후 10분 정도 지났을까? 내가 물을 마시려고 잠깐 돌아선 그 짧은 틈에 뒷좌석 학생들이 가장 앞 좌석으로 후다닥 내려오는 게 아닌가! 그러고는 웃음기 어린 얼굴로 눈을 빛내며 나를 보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들이 날 재밌어하는 만큼, 나도 재밌다. 가장 재밌는 것은 질문과 답변 시간이다.

“저는 무례한 질문이란 게 없는 사람입니다. 살면서 질문에 답변을 못 한 적이 없습니다. 궁금한 게 있다면 무엇이든 편하게 질문하세요!”

이건 정말 100% 진심이다. 학생들도 강연을 듣다 보면 ‘이 작가는 진짜 솔직하게 모든 걸 말해 주겠구나’ 하고 안다. 그러면 진짜 별의별 질문이 다 쏟아진다.

“아침에 똥 쌌어요?”
“통장에 얼마 있어요?”
“마지막 키스가 언제죠?”
“브롤스타즈1)하세요?”
“여기서 제일 잘생긴 학생이 누구죠?
정말 재밌다. 이 맛에 강연을 다닌다. 가장 재밌었던 질의응답은 최근의 일인데, 한 고등학교 강연 때의 일이다. 학생이 당당히 손을 들고 말했다.

1) 2018년에 출시된 슈퍼셀의 모바일 슈팅 게임
“작가님! 저랑 결혼해 주세요!”

놀랍게도 가끔 있는 일이다. 근데 이 친구는 뜻밖의 논리를 가지고 있었다.


“20년만 기다려주시면 작가님과 저랑 나이 비슷해져요!”

“예? 20년 동안 저도 나이를 더 먹는데요?”

“아하!”


df67ac0530a784886edc3872eff71adf_1788318761_9964.png

그 탄식이 너∼무 웃겼다. 이 일이 더 인상 깊게 남은 이유는 그 녀석의 친구 때문이다.나는 강연 중에 중학교 중퇴 사실을 솔직하게 밝히는데, 바로 “자퇴하지 마세요!” 하고 농담처럼 덧붙인다. 근데 그 친구 무리가 막 웃었다. 왜인가 했더니, 와우.


"이 친구가 며칠 뒤에 진짜 자퇴하거든요."

"작가님 강연만 듣고 자퇴하려고 했어요."


진짜 자퇴 예정인 친구가 내 강연은 듣고 자퇴하려고 기다렸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왜 자퇴하느냐고 묻지는 않았다. 이유가 있을 테니,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는 것 정도였다.


"자퇴해도 잘 될 수 있긴 해요. 저도 잘됐거든요. 잘 되세요, 파이팅!"


학교가 필요로 할 때까지, 이야기로 계속 만나요!
그 친구는 진짜 자퇴했고, 따로 내 북토크에 혼자 찾아오기도 했다. 자퇴해도 괜찮다는 확신을 더 얻고 싶어서였을까? 모르겠지만, 그 친구가 잘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 친구의 유튜브 채널 구독도 했다. 내가 경험한 행운이 그 친구에게도 찾아오기를. 전국의 학교 강연을 다니다 보면, 요즘 자퇴하는 친구들이 참 많다는 걸 체감한다. 그들은 왜 학교를 떠나는 걸까? 각자의 사정이 다 있겠지만, 결정적인 방아쇠는 내가 어릴적 자퇴를 결심했던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학교가 나에게 왜 필요하지?"

이 질문의 답을 도저히 못 찾아서 말이다. 학교가 왜 필요한지 설명해 줘도 과연 와닿을까 싶다. 이미 그들도 다 알고 있는 뻔한 얘기들일 텐데. 그래서 난 학생들에게 자퇴하면 안 될 이유를 설명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지금도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다. 그래도 한 가지를 말해 보자면, 내 이야기다. 어릴 적 그토록 학교를 필요 없다 여겼던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학교가 너무나도 필요하다. 마치 중독된 것처럼 매년 전국 강연을 수백 회씩 다닐 정도로 절실히 필요하다. 왜냐면, 학교가 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나를 필요로 하는 곳만큼 내게 필요한 곳은 없다. 학교를 왜 다니는지 이유를 모르는 그 친구들에게도 그랬으면 좋겠다. 너희에게 학교가 필요한 게 아니라, 학교가 너희들이 필요하기를. 너희들이 있어서 학교가 즐겁고, 너희들

“어릴 적 그토록 학교를 필요 없다 여겼던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학교가 너무나도 필요하다.
마치 중독된 것처럼 매년 전국 강연을 수백 회씩 다닐 정도로 절실히 필요하다.
왜냐면, 학교가 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나를 필요로 하는 곳만큼 내게 필요한 곳은 없다.”

덕분에 학교가 보람차고, 너희들로 인해 학교가 행복하기를 말이다. 판교의 한 중학교. 모든 행사가 끝난 뒤, 사서선생님과 도서부 학생들의 떡볶이 회식 자리에 꼽사리를 낀 적이 있다.


"고생했다. 너희들 덕분에 무사히 행사가 끝났다."


사서선생님의 그 말이 참 좋았다.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의 표정도 참 좋았고. 그래서 나도 항상 강연의 마지막 인사를 그렇게 한다.


"고생하셨습니다!"


내 강연을 잘 들어주어서 고맙습니다. 두 시간 동안 무척 고생하셨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오늘 참 즐거웠습니다.



 맛보기로 소개한 특집 외 다양한 이야기는 2026 <학교도서관저널> 9월호에 수록돼 있습니다.

 

목록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물 검색

회사소개 개인정보 이용약관 광고 및 제휴문의 instagram
Copyright © 2021 (주)학교도서관저널.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