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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교사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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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4 21:39 조회 5,28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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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이라는 이유만으로 한 직장의 자료실에서 15년을 일하다 보니, 눈감고도 어디에 무슨 자료가 있는지 알 정도였다. 그러니 일이 점점 지루하게 느껴졌고, 뭔가 새로운 일을 해보겠노라 호기를 부리며 남들은 직장에서 잘릴까 걱정하던 시절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나왔다. 하지만 꿈꾸던 일은 꿈으로 끝나고 말았다. 역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한 자료를 찾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는 생각에 원래 내가 있던 자리로 돌아가고자 마음먹었다. 그 자리가 바로 도서관이었다. 지인을 통해 학교도서관을 소개받은 후부터 시작된 나의 학교도서관 생활은 어느덧 8년째에 접어들었다. 학교도서관도 여느 도서관과 별로 다른 점이 없을 거라는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넓은 공간에 달랑 책 몇 권 놓여있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쉬었다 하는 일이라 허전한 공간을 꾸미고 가꾸는 게 어찌나 신이 나던지 지금은 그때처럼 열정적으로 일하지 못할 것 같다.

처음 도서관 일을 시작 할 무렵에는 그냥 도서관만 잘 꾸며 놓으면 아이들이 많이 찾아올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도서관의 기본 틀을 갖추고 나니 학교도서관은 여느 도서관과 달리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에 속한 시설이라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뭔가 가르쳐줄 것들이 있을 거란 생각이 계속 들었다. 책을 찾아주고 빌려주는 일에 그치지 않고 좀 더 깊이 있는 일을 해야한다는 의무감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학교도서관에서 일한 경험이 없는 나에겐 어려운 숙제였다. 답은 있는 것 같은데 푸는 방법을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또 나 혼자서 아무리 고민하고 노력한다 해도 도서관과 아이들 사이에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해줄 선생님들이 계시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기에 선생님들과의 의견 교환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선생님들뿐만아니라 도서관에서 일하는 나조차도 도서관에서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 우선 나부터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야간에 대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현장 경험이 출중한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외국 학교도서관의 교육방식을 공부하면서 학교도서관에서 일하는 다른 선생님들과도 이야기를 나눠보니 내가 해야 할 일의 체계가 머릿속에서 잡혀가는 듯했다.

대학원 강의를 통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현장에서 접목시키고 싶은 의욕이 마구 솟구친 나는,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선생님을 붙들고 제대로 된 도서관 자료를 활용하여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켜보자고 제안했다. 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선생님에게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자료를 참고하라며 손에 쥐어줬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자료 잘 봤다는 말씀뿐 도서관 활용 교육에 대해선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처음 도서관을 꾸밀 때의 열정으로는 무슨 일이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다시 고민하면서 얻은 결론은, 교육현장에서 도서관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나와 선생님들이 인식한 후에야 도서관을 통한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 혼자만의 노력이 아닌 모두의 노력이 필요했다.

깨달음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기회가 닿을 때마다 풍성한 자료들이 학교도서관을 통해서 아이들의 지식과 지혜의 밑거름으로 쓰이게 하기 위해 애썼다.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고 도서관을 200%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열심히 설명하다보니, 이제 제법 아이들 스스로 필요한 자료를 찾고 활용하면서 자신의 실적(?)을 나에게 자랑스럽게 늘어놓기도 한다. 쉬는 시간이면 제일 먼저 도서관을 찾는 같은 층의 5학년 아이들은 내가 무슨 일을 하면 궁금해 하면서 동참하고 싶어 한다. 도서관 단골손님 승화는 “책을 읽고 나면 맛있는 과자를 먹은 것 같아요.”라는 예쁜 말로 책 읽기의 즐거움을 표현한다. 방과 후에 동생과 함께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는 예쁜이 규리는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면서 “도서관에서 하는 행사는 다른 어떤 과목보다도 재미있어요.”라며 나의 의욕을 북돋아 준다. 혼자서도 숙제를 잘하는 영재는 이제 나와 많이 친해져서인지 이런저런 질문을 하면서 도서관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학원 갈 시간도 잊고 책 읽기에 몰두하는 정모는 날마다 할아버지의 전화를 받고서야 도서관을 떠난다. 특수반의 나영이는 바코드 찍는 소리만 들어도 좋아한다. 이런 아이들이 날 미소 짓게 하고, 더 열심히 공부해서 아이들이 필요한 부분들을 채워줘야겠고 생각하게 만든다. 가끔은 상담자가 되어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의 고민을 상담해주기도 한다.

이런 소소한 노력 때문일까? 도서관에서 자료만 찾던 선생님들도 이제 도서관을 교과목과 연결시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나에게 물어오신다. 미미하지만 분명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의욕과 좌절 사이를 수없이 오가지만 이렇게 조금씩 변화되다 보면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어느 순간 풍성한 열매가 맺어져 있으리라 확신한다. 그날이 하루라도 앞당겨졌으면 하는 소망 때문에, 나는 한순간도 노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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