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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교사 학교도서관 분투기 - 도서관 달인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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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2 18:32 조회 5,73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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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 사람의 향기가 사라져 가는 적막한 도서관을 살리기 위해 국어과 협
의를 했다. 도서관은 사람냄새가 폴폴 나는 나눔의 공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통한 설 선생님과 내가 도서관을 맡기로 했다. 학기말 바쁜 업무를 뒤로하고
‘안남중의 르네상스’라는 원대한 포부를 실은 독서교육계획을 세워 교장실로
들어갔다. 흡족해 하시는 교장선생님께 칭찬도 듣고 지원도 약속받았다.

방학 동안, 지원을 약속받은 도서실 리모델링과 프로그램 준비 자료를 모으며
분주하게 보냈다. 그런데 방학 중에 교장선생님이 부르시더니 갑자기 불어난 전
기세 때문에 도서관 리모델링 지원을 해줄 수 없다고 하셨다. ‘도서관 리모델링
비=전기세? 헉……’ 설 선생님과 나의 우아한 학교도서관 나기가 분투기로 바뀐
것은 그때부터였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업무 분담이 발표되던 때, 교감선생님이 우리를 부르셨
다. 도서관 사무공간을 만드는 리모델링도 어렵고 선생님 두 명이 도서관에 들
어가는 것은 특권이라 그럴 수 없다고 했다. 분명히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던 듯한데 뒤통수가 아리다. 결국은 일하고 싶어 죽겠다고, 그 좁은 공간에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애걸복걸하며 도서관에 입성했다.

달인의 탄생1 | 쇼달설마담
온갖 특혜(?)를 받으며 도서관에 들어왔기 때문에 뭐든지 알아서 해야 했다. 먼
저, 도서관 입구 벽에 고정되어 있는 필요 없는 사물함을 뜯었다(기사님도 안
뜯어진다고 장비가 필요하다고 한 사물함이다). 그리고 도서관 입구에 멋진 미
니정원을 만들고, 도서관 벽을 산뜻하게 단장하고, 50% 할인가로 서가를 사고,
3만 원짜리 소파로 아늑한 공간을 만들었다. 이런 탐나는 쇼핑리스트를 만든 분이 바로 ‘쇼달(쇼핑
의 달인)’ 설 선생님이다. 도서관에서 살아남기 위해 쇼핑의 달인이 된 ‘설 마담’이 탄생했다.

달인의 탄생2 | 쌈짱최배달
“야! 야! 야! 너 정말 자꾸 이럴 거야?”
오늘도 지지 않으려고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기선제압을 하기 위해 눈을 크게 뜨고 째려본다. 그
러다 결국엔 무릎을 꿇는다. “제발 이번엔 다운되지 말아줘~”라고 징징대며 동정심을 유발한다.
내가 컴퓨터와 싸우는 모습이다. 작성하던 보고서를 두 번이나 날리고 메신저는 세 번 꺼지고, 인터
넷도 세 번 끊겼다. 물건을 품의해야 하는데 에듀파인(학교회계시스템)은 자꾸 다운된다. 그렇게 나
는 도서관에서 넘쳐나는 공문과 에듀파인, 자꾸 정신줄 놓는 컴퓨터와 싸우며 ‘쌈짱’으로 거듭났다.

달인의 탄생3 | 안달 인기능력 강화반 아이들
“띠로리로띠리리리링~”
6교시 수업 종소리가 치기 무섭게 “1등!”이라고 외치며 정은이가 들어온다. 뒤이어 전력 질주로
가빠진 숨을 몰아쉬며 선휘, 한별이가 뛰어 들어와 컴퓨터와 싸움하느라 똘똘 뭉친 내 어깨를 주물
러준다. 강약 조절과 회전까지 가능한 안마 실력이다. 설 선생님이 칭찬하고 내가 추임새를 넣으면
아이들의 손길은 신명을 더한다. 빨리 오고 싶어 수업시간부터 도서관에 뛰어올 준비를 한다는 정
은이, 방과후 시간이 기다려져 아파도 조퇴를 못하겠다는 민하, 도서관에 오면 늘 안마를 해주며 즐
거워(?)하는 선휘, 한별이……. 모두 읽기능력 강화반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문제
풀이 방과후 수업을 하는 동안 도서관에서 신나게 읽기수업을 한다. 도서관에서 즐겁게 수업하면서
밝아지는 아이들의 모습, 안마의 달인이 되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느 선생님의 말대로
‘읽기능력 강화반=인기능력 강화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에 빨리 오고 싶어 안달 난, 안마
의 달인 ‘인기능력 강화반’ 아이들은 오늘도 쩌렁쩌렁 소리를 지르며 도서관에 뛰어들어온다.

우아한 도서관지기를 꿈꾸며 설 마담과 최배달은 원두커피를 내린다. 향긋한 커피 향을 맡으며
책을 빌리는 아이들은 “도서관에는 보리차 냄새가 나서 좋아요.”라고 한다. 그리고는 내 옆에 놓인
사탕에서 눈길을 떼지 못한다. 그래서 우아한 카페는 매점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맛있는 먹이에 참
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가듯 아이들이 도서관에 왔으면 하는 마음에 ‘참새 방앗간’ 쿠폰을 찍어 먹을
거리와 교환해주기로 했다.

“선생님, 애들 매일 배고프다고 하는데 밥해줄까?”
“그래요. 우리 이참에 밥솥 하나 들여놔요. 쌀 한가마니하고.”
오늘도 애들한테 뭘 먹일까 고민하며 이런 주문을 걸어본다.
“배가 부른다. 마음이 부른다. 도서관이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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