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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교사 학교도서관이 갈 길 험하고 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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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4 18:27 조회 6,56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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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여러분, 도서관에서 손잡읍시다
|김성준|사서교사가 전국에 700명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최근 10년 사이에 약 600명의 사서교사가 새로 배치되면서 학교 현장의 여러 변화를 이끌어왔다고 봅니다. 아직 사서교사 배치 초창기라 여러 현실적인 고민들이 있지만요. 우리 교육의 미래와 관련해 사서교사들이 앞으로 힘을 쏟아야 될 부분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도록 하죠.

|소병문|최근에 저는 사서교사와 교과교사가 함께 도서관을 활용하는 협력수업에 대한 장학자료집을 제작하는 교육과학기술부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요.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를 활용한 수업이 진행된다면 교사 중심의 수업에서 학생들을 중심에 두고 탐구 과정을 중시하는 수업 방법의 변화로 학교 교육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교과교사와 사서교사의 협력수업이야말로 학교도서관을 학교도서관답게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최적화된 방법이란 생각이 듭니다. 사서교사가 협력수업에 대한 전략을 잘 익히고 각자 학교 현장에서 교과교사들과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어 나간다면 학교 교육을 혁신할 뿐만 아니라 사서교사의 필요성과 정체성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것입니다.

|이은혜|요즘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에서 ‘소통’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한 능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할 줄 알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할 수 있는 교육, 즉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토론교육이 중요한데요. 도서관이야말로 다양한 저자들의 다양한 관점의 자료들이 있잖아요. 사서교사는 그런 자료들을 학생들과 공유하고 소개하면서 토론교육을 하기에 유리하죠. 나아가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가치관에 입각한 자료들을 아이들과 공유하고, 그다음 자기 스스로 나름의 통찰력을 가지고 말하기 혹은 쓰기를 통해서 소통을 한다면 토론교육을 위한 선봉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작년부터 한 팀에 예닐곱 명으로 여덟 팀을 짜서 토론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교장 선생님, 학교 선생님들과 의논해서 전교생으로 확대해볼까도 생각하고 있어요.



|이상훈|선배 사서교사 세대가 학교도서관의 시설이라든가 자료 관리라든가 도서관의 틀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면, 현재의 주안점은 학교도서관을 어떻게 교육적으로 활용하느냐는 것입니다. 협력수업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만들어서 실제 수업 지원이나 그다음 고민을 해야겠지요. 학교도서관을 활용해 수업을 즐겁고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일반 교과교사들과 소통하는 게 중요한 시점입니다.

|이덕주|도서관 협력수업이나 도서관을 통한 토론교육이 유리하고 중요한데도 학교도서관을 통한 교육개혁이나 사서교사에게 제대로 된 역할을 주는 데 아직 학교나 사회나 관심이 없죠. 지난 지방선거의 화두가 무상급식, 혁신학교 등이었는데 정말 다음 선거에는 어려운 집 아이들이거나 부잣집 아이들이거나 모든 아이들이 책을 편안하게 보면서 상상의 날개를 맘껏 펼칠 수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 교사 중심, 교실 중심의 수업에서 벗어나 여러 관점의 자료를 이용하는 도서관 활용수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우리들이 현장에서 많이 애써야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무상독서나 자료를 활용한 교수법의 혁신이 사회적, 교육적 이슈가 되도록 해야죠.

|이은혜|아직 학교 현장의 교과 선생님들은 협력수업에 대한 욕구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아마도 입시제도에서 협력수업 같은 자원기반 학습이나 탐구기반 학습의 중요성이 발휘되지 않기 때문이겠죠. 협력수업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교과부 혹은 정부 차원에서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안에 한 학년이 적어도 1년에 3~4차시 정도의 자원기반 학습, 탐구기반 학습을 하도록 명시해야 된다고 봅니다. 잘 설득하면 실현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명진|저도 앞으로 더 노력하고 역할해야 될 부분이 도서관 협력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초등학교 쪽은 이미 요구가 좀 많아요. 초등학교는 중고등학교에 비해 교과교사와 사서교사의 협력수업이 일상적으로 진행될 여지가 많이 있다고 봅니다. 저희 학교 선생님들의 고민은 한 천 권 정도 되는 영어책을 수업에 활용할 방법이라든지 도서관이어서 할 수 있는 독후활동에 대한 것, 예를 들어 사회 교과에서 민속 관련 수업을 한다면 어떤 자료를 어떻게 찾아봐야 하는지 담임 선생님들이 여러 가지 다양한 협력을 요구하고 계세요. 오히려 제가 도서관의 일상적인 일들에 치여서 간단하게만 지원하고 있어요. 제가 있는 학교도서관은 매일 학생 300명, 지역주민 100명 등 이용자가 많아서요. 파트타임 사서직원도 계시지만 일손이 부족해요. 그래도 선생님들의 수업 지원 요구에 우선순위를 두고 주력하고 싶어요.

‘사서’ 뒤에 ‘교사’라는 이름이 붙은 까닭
|김성준|학교도서관은 아이들의 편안한 시설이 돼야겠지요. 앞으로 즐겁게 책을 읽거나 활동하는 공간으로 받아들여질 것이고, 사서교사는 그 공간에서 교육을 지원하는 역할로 점차 가리라 봅니다. 이제 화제를 좀 돌려서 지금 학교도서관의 현실적 문제나 주안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시죠.

|이덕주|여러 지역에서 진보적인 교육감들이 나와 학교 교육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나 경기도의 혁신학교에서 도서관을 통한 교수법 개선이 잘 이뤄져야 된다고 봅니다. 혁신학교에서는 교육 현장의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가 개선되겠지만 결국은 혁신학교의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교육 방법과 내용이 문제일 것입니다. 도서관과 사서교사가 잘 세팅 되고 사서교사들이 교육적으로 제대로 활용되는 모델들을 만들어내서 아, 혁신학교 애들은 주입식 수업을 듣는 게 아니라 도서관 자료를 활용하면서 공부하는구나…… 선생님도 좋고 애들도 좋아하는 모델을 사서교사들 스스로 만들어서 현실로 보여줘야 합니다.

|소병문|2010년 현재 670여 명의 사서교사들이 학교에 재직 중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서교사가 담당하는 학교도서관이 교육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좀 의문이 듭니다. 사서교사가 도서관 운영의 주체이긴 하지만 교사로서 학교 교육을 지원하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돼요. 때문에 사서라는 이름 뒤에 ‘교사’가 붙어 있는 것이고, 수업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에 대한 이해나 관계, 소통 이런 것들이 어느 정도 다져진 상태에서 사서로서 또 사서교사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주는 것이 학교도서관이 학교 현장에서 자리를 잡기 위한 기본이 아닐까 합니다.

|이은혜|아이폰이 엄청나게 질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이유가 뭘까 따져봤는데, 아주 다양하고 자유로운 객체들의 어떤 융합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보통 기업은 상명하달 식으로 위에서 시켜서 개발한 프로그램들을 모아서 제품을 만드는데 반해 애플사는 개개인이 만든 프로그램을 스스로 올릴 수 있게 그냥 중개 역할만 해주는 거예요. 프로그래머 한 사람, 한 사람도 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니까 자기 주도적으로 개발할 것이고, 이게 굉장히 큰 시너지 효과가 있는 거지요. 아이들이 어린 것 같아도 한 명, 한 명 개별적인 일을 맡다보면 엄청 뛰어난 능력을 가진 애들이 많이 있잖아요.

아시잖아요. 그런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함께 뭔가를 운영한다든가, 어떤 합의체를 만들어낸다든가, 프로그램을 만든다든가, 이런 것들을 조직할 수 있는 공간이, 그런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곳이 바로 학교도서관 아닙니까. 협력, 평생학습, 자기주도 습관이라든가 융합, 시너지, 이런 것들의 키워드를 찾아내고 키워나갈 수 있는 학교 안의 유일무이한 곳이 도서관이고 그 교육적 역할을 사서교사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겠지요.



|김성준|지난 3월에 새 학교엘 갔는데, 석 달 만에 별명이 붙었어요. 저는 늘상 파란색 셔츠를 입고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해요. 암튼 파란 셔츠를 입고 아이들한테 친절하게 대하니까 ‘도서관 슈렉’이란 별명이 붙었는데, 도서관 슈렉이란 말을 들으면서 생각하는 바가 있었어요. 뭐냐, 도서관이라는 곳이 있고, 거기에 사서교사가 있다는 걸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인식한다는 거죠. 아, 도서관? 사서교사! 그것 자체가 아주 큰 발전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학교도서관의 모습은 그렇게 사서교사와 도서관 공간, 책이라는 것들이 서로 어우러지는, 학생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생활 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이상훈|지금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의 도서관 성격이 굉장히 많이 틀립니다. 제가 볼 때는 초등이 협력수업이나 토론교육이나 우리가 지향하는 학교도서관 모습에 가까운 것 같아요. 사실 현 정부의 교육정책 이야기를 안 하고 갈 수가 없겠는데요. 일제고사를 앞두고는 도서관이 텅 비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가슴 아픈 일이지요. 교사들의 도서관 협력수업도 중단될 수밖에 없고. 이런 일은 지방일수록 더 심하죠.

|이덕주|저는 이번 여름방학에 특기적성 교육의 일환으로 책 읽기 반을 개설했어요. 아이들과 책을 읽고 토론하고 좋았는데, 제가 나서서 독후활동이나 토론을 같이 하자고 하면 아이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조용히 책 읽게 그냥 놔두면 좋겠다는 거예요. 국, 영, 수 수업 듣기가 힘들어 한 시간만이라도 좀 편안하게 책을 보고 싶어 여기 왔다, 사서선생님마저 다른 선생님들처럼 자꾸 설명하고 그러지 말라는 거죠. 좋은 책을 소개해주고 선생님은 제발 가만히 있어 달라는 거예요. 그런가하면 방과 후 수업을 직접 진행하다보니까 도서관 관리운영이나 다른 선생님들께 지원해주는 일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더군요. 대출은 도서반 학생들에게 맡기고, 선생님들이 자료를 물어오시면 빨리 대충 대답하고, 수업을 해야 하니까 제대로 챙겨줄 틈이 없는 거죠. 사서교사의 미래 모습을 그려볼 때 우리가 어느 정도 나서야 할는지, 그럴 때 생기는 도서관 공백은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려운 것 같아요.

|이은혜|그래서 학교도서관이 발전하고 사서교사가 교육지원 활동에 다양한 형태로 깊숙이 들어가려면 독서교육이나 토론교육을 지원하거나 직접 하기도 하는 사서교사와 도서관 운영을 지원하는 행정직 사서나 사서보조원이 함께 있어야 되지 않나 싶어요. 지금은 지역사회에 도서관을 개방하는 학교 정도에나 여러 명의 인력이 있는데, 이제는 학교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역할을 분담하는 인력이 학교도서관 안에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넓힐 때라고 봅니다.
사서교사들,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랍니다

|김성준|이명진 선생님이 근무하는 초등학교는 도서관을 지역사회에 개방하고, 도서관에 모두 세 명의 인력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 사례를 좀 들려주시죠. 또 도서관 개방과 관련해 지자체나 교육청에 꼭 하고 싶은 얘기는 없는지…….

|이명진|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 지원이라고 보는데, 사서교사는 중계자, 중간자인 것 같아요. 수업은 교과수업 전문가인 일반 교사들이 하고, 자료 지도 등의 지원이 필요할 때는 사서교사가 참여하는 게 좋고요. 학교도서관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바라봐야 할 부분은 자기주도적 학습, 자료기반 수업, 그것들을 잘 받쳐줄 수 있는 장소 구성이라든지 교사들과의 협력, 그런 것이겠지요. 물론 학교도서관은 그것만이 다는 아닙니다. 교육 외 시간에 아이들과 소통하고 어울리면서 엄마 같은 역할, 아이들이 자기 관심 분야의 좋은 책에 접근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해주고 싶은데, 도서관 업무에 치이다보면 뜻대로 안 되곤 하죠. 지역사회 개방은 사실 사서교사 입장에서는 많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기도 하지만, 저희 학교 근처에는 아직 공공도서관이 없어서요. 지금 1,300여 명의 주민들이 가입해서 하루 70권 정도 대출해 가세요. 아이들 대출은 300권이 넘고, 또 하루에 약 50건 이상 자료에 대한 물음에 답변하다보면 답변의 질도 떨어지고 솔직히 힘에 부치는 걸 느낍니다.

|소병문|저희 학교도 지역사회에 개방을 하는데요, 솔직히 지역개방을 한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아, 일이 늘어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도서관이라고 하는 조직 또는 시설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가 평생교육의 장,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란 점이잖아요. 학교도서관이 일반 사회까지 영역을 넓혀 활성화된다면 학교도서관을 담당하는 사서선생님이 반드시 필요하겠구나, 라는 인식이 퍼지고 그렇게 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상훈|세상이 참 험해졌잖아요. 사건, 사고가 하도 일어나다보니 외부 방문자들은 학교 행정실에 들려 방문증을 받게 했습니다. 전에는 도서관에서 방과 후 아이를 기다리는 엄마와 동생이 많았는데, 이제 엄마들이 방문증 받는 게 귀찮은 거예요. 사실 지역주민의 도서관 이용엔 방해가 되죠. 기본적으로 초등학교 도서관은 즐거운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학교 학생뿐 아니라 그 학교를 다니는 누나, 오빠, 언니를 둔 아이들도 손잡고 올 수 있는 거고, 그러다보면 굳이 지역사회 개방이니 뭐니 이름을 안 붙여도 나름대로 지역사회를 위해 개방하게 되는 거거든요. 아무튼지 학생들이, 주민들이 도서관을 멀리하게 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신경 쓰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명진|학교도 큰 데다가 지역사회에 개방도 하니까 정말 일손이 달립니다. 학교의 수요만 감당하기에도, 교육적 역할을 지원하는 것만도 힘들지만 지역사회 주민들을 위한 도서관 문화행사나 프로그램도 진행하려고 애써요. 하지만 어떤 때는 내가 지금 뭘 먼저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해요.

|이덕주|그런데 보통 지역사회에 개방을 해도 지역주민들은 많이 이용하지 않고, 실상 도서관 개방에 따른 지자체 예산은 학교 아이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것 아닙니까. 학교들도 그래서 개방하는 측면이 있겠지요.

|이명진|예,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저희는 지자체로부터 연간 3천만 원을 받는데, 5년째 이 사업을 하고 있어요. 장서 수가 3만 권에 이르고, 5년 내에 구입한 책이 1만 5천권 이상이어서 이용률도 높고요. 선생님과 학생들이 원하는 책은 거의 다 있습니다.

|이덕주|서울시나 경기도처럼 이렇게 돈을 주면서 개방하라는 데는 그나마 좀 나은데, 지방 얘기 들어보면 그냥 개방하라는 곳도 있어요. 교장 선생님이 개방을 하라고 야단인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사서교사도 아니고 도서관 담당교사인 분한테서…….

|김성준|제도적 지원이나 예산을 마련하고 개방을 하라고 해야 되는데, 개방 깃발 먼저 꼽아 놓고 나머지 행위들을 맞춰버리니까 부작용이 나오죠. 일단 학교도서관 개방해라, 그다음에 예산 얼마 지원해주겠다. 저는 다른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요. 깃발을 아예 다른 곳에 꼽는 것인데요, ‘학생전문도서관’을 따로 만들면 좋겠습니다. 공공도서관의 특수한 형태로요. 여러 개의 학교도서관을 서비스 해줄 수 있는 학생 전용 도서관을 만들어 지역사회의 학생들이 이용하도록 하고, 학교도서관은 내적 문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걸로. 그런 모델을 정부에서 한번 추진해봤으면 해요.
|이명진|학생전문도서관보다는 그냥 마을도서관, 공공도서관이 좀 더 마련되면 좋겠어요.



|소병문|보통 지역사회 개방을 한 학교는 인건비 지원을 받습니다. 인건비 지원을 받아 사서직원과 사서교사가 함께 학교도서관을 운영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도 그렇고, 그게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지요. 대출, 반납이나 일반적인 도서관 관리, 운영은 사서직원문분들이 많이 도와주세요. 그래서 저는 수서라든지 다른 선생님들과 프로젝트를 하는 데 있어서 더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안이라든지, 교육적인 분야에 대해 많이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에 개방하거나 학급 수가 많은 경우에는 학교도서관 운영 인력과 교육 담당을 따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맘껏 꿈꿀 수 있기에…

|김성준|사서교사의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무엇보다 자율성이 아닐까 합니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사회로 진출하는 후배들에게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 당신이 어느 도서관이나 연구소에 들어가더라도 학교도서관만한 자율성은 없다고. 가장 중요한 직업 선택 요인인 자율성 측면에서 사서교사는 아주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서교사들은 어느 날 나도 모르게 사서교사 자격증을 받고 학교에 배치된 거예요. 대신 그 비용은 현장에 와서 다 지불해야 합니다. 자신이 모르는 것들에 대해서 스스로 알아보고, 연수받고, 찾아보고, 고민하고, 후불로 비용을 내면서 사서교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 그 비용을 우리가 충분히 지불한다면, 내부 역량 또한 충분히 나와서 결국 우리 아이들을 지원해줄 것이고, 협력수업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사실 저는 협력수업이 사서교사의 역할 중에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은혜|사서교사가 왜 좋은가, 두 가지 비유를 들 수 있겠는데요. 첫째, 결혼으로 따지면 사서교사는 지금 신혼인 것 같아요. 적응이 안 돼서 힘들기도 하고, 좌충우돌하고, 요리하는 것도 되게 자신 없지만, 그래도 꿈을 꿀 수 있잖아요.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이다. 그리고 어쨌든 아이들과 만나면서 행복한 활동들을 하고 있잖아요. 또 김성준 선생님 말씀처럼 워낙에 자율성이 있어서 교과서대로 1년 동안 여기부터 여기까지 해야 된다가 아니라 이런 방향, 저런 색깔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에 매일 아침 학교 가는 길에 오늘은 어떤 일을 할까, 꿈꿀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나름대로 연간 계획을 세우고, 월별 계획을 세우고, 일일 계획을 세우지만. 두 번째로, 보통 우리가 교육을 말할 때 아이들에게 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알려준다고 하잖아요. 그래요, 아이들은 고기 잡는 법을 배워요. 하지만 도서관의 역할은, 사서교사의 역할은 바다를 사랑하게끔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교과교사들은 바다 안에 있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각각의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지만, 우리는 아이들이 바다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하잖아요. 아이들은 바다에서 뛰놀거나 바다를 연구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런 역할이 혹은 그런 공간이 바로 도서관이 아닌가 합니다.

|이상훈|저도 사서교사 생활한 지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행복했습니다. 그러다가 조금 우울했던 시절도 있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고. 크게 변화가 없는 생활이랄까, 슬럼프에 빠졌던 때도 있었고요. 그런데 요즘은 사서교사로 살아간다는 게 그냥 행복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가면 아이들 표정은 매일 매일 다르죠. 도서관 풍경 또한 매일 다릅니다. 그렇게 매일 다르게 바뀌는 생활 속에서 산다는 게 참 좋아요.

|소병문|저는 이제 5년차 접어듭니다. 나름대로 생각하고 많이 고민했다고 했는데 현장에 와보니까 많이 다르더라고요.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사립인데, 학교도서관을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경력과 위치가 안 돼 관리자와 주변에 많이 휘둘리는 경우가 자주 있었어요. 그때마다 상당히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선배 선생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10년, 20년 이상 된 선배님들이 그만큼 열심히 노력해 토대를 닦아 놨기 때문에 우리가 이 자리에 설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 자리를 잡아야 되고, 또 열심히 무언가를 해야 되고, 주저앉기보다는 내가 그렇게 함으로써 학교도서관이 이제 어찌어찌 꾸며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아, 다른 교과는 어느 정도 틀이 잡혀 있지만 학교도서관 같은 경우에는 지금 같이 있는 여러 선생님들, 동료교사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공간이라고 확신했어요.

사서교사 생활 2, 3년을 지나면서도 많이 고민하고 그랬는데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가능성을 찾을 때마다 아, 지금 내가 하는 것이 바로 역사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를 갖곤 했습니다. 어떤 선생님은 그걸 블루 오션이라고 표현하셨는데, 학교도서관 운영이 상당히 흥미진진한 분야가 될 수 있다는 데 공감을 합니다. 한편 다른 많은 선생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사서교사가 사서교사다울 수 있고 다른 공공이나 대학에 있는 사서들과 구별 지을 수 있는 특수성이 뭘까? 사서교사만의 정체성에 대해 나름 고민하고 있고요. 그런 고민들은 비단 저희뿐만 아니라 앞으로 학교 현장에서 같이 일하게 될 후배 사서교사들에게도 상당한 도전이 될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덕주|저는 방학인 요즘 도서반 아이들과 밥상공동체를 하고 있습니다. 매일 함께 밥을 해서 같이 먹어요.주개학을 해도 계속할까 해요. 정말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개발해야 되겠구나, 시대가 뭘요구하는지, 학교가 뭘 요구하는지,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말고 계속 깨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역사회마다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시잖아요. 학교도서관을 단순히 지역사회에 개방할 것이 아니라, 그런 훌륭한 분들과 학생들을 맺어주는 멘토링 사업을 하면 좋겠다, 그걸 학교에서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 사서교사가 정보의 중계자니까, 책만 정보가 아니니까, 사람 안에 정보가 있는 것이니까, 일반적인 교육 과정에 짜여져 있는 교과교사보다는 그나마 자율성과 여백의 미를 갖고 있는 사서교사들이 지역사회에서 이런 정보 중계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이명진|맞아요, 사람을 만나니까 행복해요. 그리고 좋아하는 책을 가까이서 접하니 좋고요. 사서교사는 정보 측면에서도 항상 앞서 가더라고요. 어떤 선생님은 요새 연애가 잘 안 된다며 도움되는 책을 찾아달라 하고, 또 애들이 몰려와 종이접기를 하면서 막 같이 놀고, 그게 행복을 주는 것 같아요.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그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애들이 교원 평가를 할 때 써주잖아요. “선생님,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고마워요.”, “잘 가르쳐 주셔서 고마워요.”, 그런 말 들으면 뿌듯하고 고생이 헛되지 않구나 생각하죠. 그런데 또 “앞으로 좋은 책 많이 알려주세요.”, “좋은 책 소개해주세요.”, 하고 써 놓은 걸 보면 움찔합니다. 정작 저는 겉으로만 책을 볼 때가 많아서. 제대로 정독하고 알려줄 짬을 낼 수가 없는 거예요. 앞으로는 진짜 사서교사의 역할, 교육적인 역할과 더불어 참고봉사 서비스, 진짜 ‘책으로 들어가는’ 사서교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이은혜|‘사서교사’를 대체할 만한 명칭이 없을까 생각한 적이 더러 있습니다. 교과목에 ‘사서’로 쓰는 게 항상 자연스럽지가 않거든요. 보건교사나 상담교사도 전문교사잖아요. 그처럼 전문성을 드러낼 수 있는, 예를 들어 정보전문교사, 정보매체교사, 전문독서교사, 독서토론교사, 이렇게 뭔가 바로 들으면 아, 이 사람 이런 일을 하는 교사구나, 하고 알 수 있는, 그런 명칭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김성준|현장에서 사서교사들을 만나보면 대체로 정체성 문제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학교 생활 자체도 교과교사 혹은 학교 경영진과 딱 구분해서 생각하는, 이를테면 열등감에 사로잡힌 선생님들도 많으시고요. 그런 것들은 상대적인 비교를 통해 오는 거겠는데, 그런 상대적인 비교는 끝이 없어요. 그건 그렇고, 우리 내부의 문제를 보자면 현재 학교도서관계에 근무하는 분들, 문헌정보학과에서 교직 과정을 밟아 사서교사로 진출하려고 하는 사람은 제가 볼 때 우리 사회와 교육계의 선구자라고 봅니다. 앞으로 사서교사들이 우리 도서관계와 교육계의 변화를 이끌어나갈 것이고, 학교도서관을 대단히 높은 수준으로 올려놓을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오늘 좋은 말씀들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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