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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오늘을 만드는 어제의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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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1 19:32 조회 5,75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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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는 항상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편집자들은 책 내용이 좋아야 좋
은 책이라고 말할 테지만,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독자들이 많이 찾는, 매출이 높은 책을
좋은 책이라고 말할 것이다. 2쇄 이상 찍혀 판매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독자
들은 잘 실감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어느 정도 정해진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서
적은 초판 발행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술 분야의 사진집도 예외가 아니다. 내
용만 좋아서는 ‘수작’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출판시장의 분위기 속에서 우리 출판사는 10년 만에 『그때 그 사진 한 장』의 개
정판을 발간했다. 이 책은 수많은 사진들 속에서 사진의 ‘기록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의 단상을 사진이라는 기록매체를 통
해 보여준다. 사진으로 남겨지지 않았다면 이제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흘러간 우리
역사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사진은 예술이고, 사진을 찍는 사람은 예술가라고 생각하
던 시기의 보도사진은 단순히 신문 기사를 증명하는 증거물로서의 의미를 가질 뿐이
었다. 그러나 사실상 보도사진이 없다면 역사 현장을 알 수 없었을 것이고, 우리시대의
역사적 상황을 모른다면 좋은 영감을 지닌 예술사진이 나올 수 있겠는가. 우리는 저자
와 이런 보도사진의 의의에 주목해 이 사진집을 발간했다.


내가 『그때 그 사진 한 장』을 ‘숨겨진’ 수작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초판을 소진하기도 힘든 사진집들 사이에서 개정판을 찍는다는 것은 몹시 의
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오로지 사진만으로 이루어진 값비싼 사진작
품집이 아니며, 신문의 주요 사건 기사를 스크랩해 놓은 듯한 사진 에세이집의 성격을
띠고 있다. 다시 말해, 사진집이지만 대중적인 서적에 해당된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도
서가 전부 소진되고 개정판 발행을 결정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우리는 시대에 따라 업그레이드된 편집프로그램에 맞춰 원고 파일을 재정비하고,
좀 더 다양한 사진을 추가하고 내용을 다듬었다. 신간과 다름없이 준비한 10년 만의 개
정판이건만 서점에서는 10년 전보다 더 미적지근한 판매율을 보이고 있다. 초판에 실
렸던 40년 전 사진이 이제 50년 전 사진이 되었다고 해서 그 의미가 변하는 것도 아닐 테
고, 오히려 그 시절이 낯선 사람들이 더 많아졌을 텐데 대중들은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시대에 따라 변한 것은 사진이 아니라 독자들이 아닐까 싶다. 이전처럼
신문을 사 본다거나 책을 찾아 읽지 않아도 손 안의 작은 기계로 손쉽게 세상사를 알아
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우리의 출판 성향도 달라졌어야 하는 것인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 책에는 이전 시대의 대통령들을 비롯하여 문학가들의 얼굴, 사건·사고 현장의
참혹함과 안타까움, 그 당시 사회상과 재미난 모습을 사진 한 장 한 장에 의미 있게 담
아낸 전민조 기자의 시선이 강하게 느껴진다. 이 책을 통해 고故 법정 스님의 다부진 얼
굴과 김대중 대통령의 결의에 찬 표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고, 육영수 여사를 저격한 살
해범 문세광이 체포될 때의 사진을 통해 그때 그곳의 급박함도 느낄 수 있다. 또, <만원
열차>(1972), <고향길>(1978)에 담긴 절박한 사람들을 보며 오늘날에도 반복되는 명
절 차표 전쟁과 출퇴근길의 만원버스를 떠올릴 수도 있다. 이렇게 과거를 엿보고 현재
를 돌아보며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이렇게 글을 쓰고 나니 편집자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수작秀作’에 대해 생각해 보
게 된다.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일까. 출판사에서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은 내용을 담은
책, 디자인만으로도 예쁜 책, 많은 독자들이 찾는 책 등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결
국 출판사가 스스로 수작을 만들려는 노력으로 공들인 책이 독자들도 ‘좋다’고 느껴
즐겁게 읽고,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권하는 책, 그것이 더할 나위 없는 ‘수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카메라를 통해 삶을 구제받았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어제의 기념
사진이 오늘에는 역사가 된다.”라고 말하는 저자의 신념처럼, 이런 치열
한 기자정신이 담긴 보도사진을 통해 우리의 숨겨진 역사가 구제받을 수
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자라고 하면 연예부 기자를 먼
저 떠올리는 청소년에게는 보도사진의 치열함을, 디지털사진 때문에 사
진을 가볍게 여기는 젊은이들에게는 보도사진의 절묘함을, “세상 참 많이
변했다.”라고 말하는 부모님들께는 보도사진의 기록성을 보여줄 수 있다
는 점이 바로 내가 『그때 그 사진 한 장』을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로 추천하
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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