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저자 [우리가 주목한 작가]『500번의 동물원 탐험』 비두리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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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거리 동물 아닌,
'생명'을 찍는 사람
『500번의 동물원 탐험』 비두리 작가와의 만남
인터뷰·사진 김상화 기자
본명 박창환. 2003년 대학교 학보사 기자 시절 사진에 입문했다. 2009년부터 시작한‘ 동물원’ 시리즈로 인류학적 관점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탐구해 왔다. 2014년부터는 동물원을 주제로 열 차례 이상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현재 한경국립대학교 대학원 사진디자인전공에서 사진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다. 그의 카메라는 관찰과 성찰의 도구로서, 사회가 외면해 온 존재들과 생태를 기억하게 하고 질문을 던진다.
동물원은 현존하는 공간 중 가장 첨예한 모순의 장소다.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려는 욕망과 동시에 보전하려는 노력이 충돌”(『500번의 동물원 탐험』)하는 곳이기 때문. 감금된 동물을 보면 안타깝다가도, 이곳이 멸종위기에 처한 생명을 보전하는 최후의 보루임을 생각하면 누구도 동물원 존폐를 두고 쉬운 마음일 수가 없다. 이는 15년간 500번이 넘도록 동물원을 찍어 온 사진가, 비두리에게도 마찬가지. 그는 동물원을 주제로 사진 연작을 시작한 후, 동물원 존폐론의 한쪽 편에 서기보다 우선 그곳의 사계절을 온전히 느껴 보기로 한다. 그렇게 열 번의 걸음이 백 번이 되고, 이윽고 오백 번이 되기까지, 그는 동물의 ‘모습’에서 그들의 ‘시간’을, 나아가 그들의 ‘체온’을 오롯이 감각해 간다. 철창 너머 동물이 구경거리가 아닌, 나와 다르지 않은 존엄한 생명임을 렌즈 너머로 똑똑히 아로새긴다. 자, 이제부턴 그가 15년간 동물들과 눈 맞춰 온 이야기.
다양한 매체로 꾸준히 ‘동물원’ 이야기를 해 오셨어요. 사진전1), 유튜브, 블로그 외 플랫폼 연재까지… 그리고 비로소 쓰신 첫 책입니다. 『500번의 동물원 탐험』을 낸 오늘의 소감을 여쭈어요.
우선 책이라는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게 굉장히 뿌듯했어요. 사람들에게 어떤 반응을 받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됐었는데 그래도 목표했던 바를 이룬 기쁨이 가장 컸어요. (기자: 집필 기간이 얼마나 됐나요?) 실제 집필은 2025년 6월 중순부터 약 두 달 반이었지만, 책에 쓰인 많은 글이 제가 10년 넘게 블로그에 썼던 글들에 바탕해요. 물리적으로 두 달 반 만에 썼대도 실은 그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들어간 거죠. 더불어, 투고 과정에서퇴고도 열 번 정도 했었고요. (기자: 투고로 내셨군요!) 네, 계약까지 갈 확률이 낮다는 걸 알았지만 여러 곳에 출간 제안서를 보내는 과정이 저하고 결이 맞는 출판사를 찾아가는 과정이었어요. 결과적으로 효형출판에서 책을 잘 만들어 주셨는데요. 이곳에서 2002년도에 최재천 교수님의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라는 책을 냈었더라고요. 알고서 투고했던 건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제 책이 그와 결이 맞는 다음 책으로 나온 듯해요.
1) 비두리 작가는 2009년 동물원을 주제로 사진 연작을 시작한 이래, 2014년부터 동물원 주제의 개인 사진전을 열 차례 이상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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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새로운 사진 연작 주제를 찾던 중 도서관에서 게리 위노 그랜드의 사진집 『The Animals』(1969)의 정보를 접한 게 <동물 원> 사진 작업의 첫 시작이 됐다고요. 당시 저는 가족사진 프로젝트이자 첫 번째 사진 연작인 <일하는 부모님> 작업을 마친 상태였어요. 부모님이 낙농업을 하셔서, 그 연작 속에 젖소들이 등장했는 데요. 젖소가 동물이었기에 그다음 작업의 소재가 ‘동물’로 연결된 부분도 있어 요. 또 제가 사진 작업을 하고 싶었던 대상(공간)은 한두 번 가는 곳이 아니라 장 기적으로 꾸준히 갈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랐는데, 동물원이 아무래도 그런 곳이 었어요. 전국에도 많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도서관에서 우연히 『The Animals』 를 접했을 때 ‘아, 나도 동물원으로 연작을 해 볼 수 있겠다’ 하는 영감을 받았어요. 게리 위노그랜드(Garry Winogrand, 1928~1984)는 미국의 사진작가로, 1960년대에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을 찍어서 『The Animals』를 냈어요. 정확하게는 동물들이 주인공은 아니었고, 동물원을 방문하는 사람들과 1960년대 당시 미국의 사회 상을 다큐멘터리적인 시선으로 다룬 사진집이었어요. |
그렇게 카메라를 들고 처음 동물원에 들어선 그해 여름, 한 돼지꼬리원숭이와의 조우가 이후 15년간 ‘동물원 탐험’을 지속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고요.
보통은 동물원을 어릴 때 소풍으로 많이 가잖아요. 그런데 저는 초중고 통틀어 거의 못 갔어요. 그래서 처음 동물원에 갔을 땐 너무 신기해서 사진을 다양하게 찍었는데요. 그러다 철창 너머에 앉아 있는 작은 아기 돼지꼬리 원숭이와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어요. 원숭이가 사람과 흡사하잖아요. 손도 똑같이 생겼고요. 그 손의 모양과 원숭이의 눈빛이 뭔가 저한테 말을 걸듯, 이 존재가 제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어떻게
보면 동물을 인격화한 시선이지만, 그래도 같은 생명이 있는 존재다 보 니까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 사진은 <동물원> 개인전에서 한 번도 공개를 안 했었어요. (기자: 이유 가 있었을까요?) 이날 철창을 움켜잡 은 또 다른 성체 원숭이의 손을 찍 었었는데요. 두 사진이 같은 날 찍은 비슷한 사진이다 보니 전시회에 싣기 엔 겹치는 면이 있었어요. 결국 그 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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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이 아기돼지꼬리원숭이 사진이 밀리다 보니 전시회에서는 싣지 못했던 거죠. 하지만 <동물원> 작업을 시작했던 과거로 돌아가면 저는 계속 이 사진을 마주할 수밖에 없거든요.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담긴 사진이니까요. 그래서 이번 책에는 이 사진을 거의 첫 사진으로 담게 됐어요.
한편으론 궁금해집니다. 때로 다른 주제로 작업을 회피하고 싶었던 적은 없으셨나요?
회피라기보다는 누구나 더 우선시하는 메인 작업이 있잖아요. ‘동물원’이 저의 장기 프로젝트 대상이 될 거란 건 시작할 때부터 알고 있었기에, 포기하고 싶었다기보다는 이 작업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려움과 고난은 그 과정 중 하나였고요. 누구나 다 그렇잖아요. 소설 『연금술사』도 보면 주인공이 모험을 떠나서 항상 위기를 겪잖아요. 그 위기가 없으면 사실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요. 저 역시도 마찬가지였어요. 동물원 사진 연작이사실 돈이 되진 않아요. 그러나 세상이 알아 주지 않아도 사명처럼 하려고 했던 일이니까 저로서는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동물원에 가야 했어요. 그걸 약 15년 정도 했을 때 이제 다른 작업을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고요. 동물원 작업을 하면서 다른 사진 작업을 아예 안 했던 건 아니에요. 물론 그것들이 대표작이었던 건 아니지만요.
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변하며 그들을 찍는 촬영 기법도 함께 변화해 간 점이 인상 깊었어요. 동물의 모습만을 담았던 ‘흑백 사진’이 그들의 시간까지 담는 ‘장노출 사진’으로, 이윽고 체온까지 담는 ‘열화상 사진’으로 나아갔죠. 그 변화의 시간이 작가님께 남긴 것이라면요?
결과물로는 사진이 남았고, 사람으로서는 내면의 성장이 남았어요. 처음엔 제 가 이들의 겉모습에 치중해 사진을 찍었다면, 점차 동물원에서 태어나거나 죽어 가는 존재들을 접하며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깊어지는 쪽으로 변화했고, 마침 내 그 존재마다의 생명을 느끼게 된 거죠. 그래서 장노출(셔터를 오래 열어 빛의 궤 적을 사진 속에 품는 사진 기법)로 생명의 시간과 부재를 전달했고, 나아가 열화상 카메라로 그 생명의 체온까지 담아 나갔어요.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동물에 관한 ‘사유’가 깊어졌던 것 같아요. 어떤 대상을 오래 바라보면 볼수록 그 대상에 나 만의 깊이감이 생기잖아요. 누군가를 보면 볼수록 그를 더 많이 알아가듯이요. 하지만 촬영 방식이 변하더라도 공통적으로는 모든 사진에서 ‘동물원에서 살아 가는 생명의 이야기’를 전하려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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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벚꽃이 피었기 때문에(편집자 주: 인터뷰 당일은 벚꽃이 만개한 4월 3일이었다.) 이 순간에도 전국의 많은 동물원에는 사람이 붐빌 거고, 주말엔 더 많은 사람이 방문할 텐데요. 동물을 단순한 관람과 놀이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건 이제는 너무 전근대적 방식 같아요. 우리가 학교에 가서 교육을 받고 있다면 이제는 전과 다르게 동물을 봐야 할 것 같아요. 윤리의식이 전과 많이 달라진 상태에서 지금도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놀이와 관람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도록 하는 건 생명윤리를 경시하는 문화를 계속 가르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책에서 들려주신 ‘침팬지 광복이·관순이 남매 반출 사건2)’은 동물권 문제에 시민사회의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합니다. 지금 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관련 이슈가 있을까요?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2월 18일에 서울대공원에서 시베리아 호랑이 ‘미호’가 사육사의 부주의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사건이 있었어요. 맹수사는 2인 1조로 근무해야 하고, 늘 문 닫힘을 확인해야 해요. 특히 호랑이의 경우 암컷끼리 만나면 경쟁이 붙을 수가 있어 조심해야 하는데요. 문이 안 닫힌 상태로 두 마리 암컷 호랑이가 조우하게 되면서 한 마리가 다른 한 마리를 물어 사망에 이른 사고였어요. 사실 비슷한 사건이 서울대 공원과 어린이대공원 등에서 계속 반복되어 왔어요. 호랑이는 멸종위기종에다 국제적으로 보호돼야 할 존재인데 사람의 실수와 관리 부실로 이런 일이 계속되니 안타까워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언론에서 동물을 자극적으로만 소비하고, 시간이 지나면 사건이 다시 묻히는 것도 안타깝고요.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더욱 강조하고 싶은 건요. 책 일러두기에도 적어 뒀지만, 동물의 죽음에 ‘폐사(斃死)’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동물원이나 사육 시설에서 동물이 세상을 떠났음을 알릴 때 언론에서 관습적으로 이 단어를 써요. 그러나 폐사는 동물의 죽음을 기계적이고 비인격적으로 전달하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지닌 단어거든요. 특히 ‘폐(斃)’는 고꾸라져 죽는 비참한 모습을 담은 한자예요. 어류들이 대량으로 죽었을 때나 닭들이 죽었을 때도 흔히 쓰이곤 하는데, 미호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언론은 물론이고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흔히 이 말을 쓰는 게 안타까웠어요. 이 단어만 안 써도 동물권이 많이 올라갈 것 같아요.
2) 2022년 4월, 서울대공원이 사육 중인 침팬지 남매‘ 광복이’와‘ 관순이’를 인도네시아의 체험형 동물원으로 반출할 계획을 발표하자 시민 단체의 강한 반발과 국내 여론 악화, 현지 검역 문제 등으로 그해 8월, 반출이 철회된 사건
언젠가는 “(동물원에서) 세상을 떠난 동물들을 하나하나 호명”해 추모하는 후속작을 쓰겠다고 하셨어요. 그들 중 오늘따라 안부를 묻고 싶은 친구가 있다면요?
책에서 언급한 친구 중엔 북극곰 ‘통키’가 가장 신경이 쓰여요. (편집자 주: 1995년 마산에서 태어난 통키는 한국에 존재했던 마지막 북극곰으로, 2018년 10월 17일 에버랜드 주토피아 동물원 북극곰 실내 방사장에서 갑작스레 사망했다. 내달 영국 야생공원으로의 영구 이주를 앞둔 상태였다. 비두리 작가는 이날 영국으로 갈 통키와의 작별인사 차 통키를 찾았 나 공교롭게도 통키의 생전 마지막 모습을 보게 되었다.) 통키가 세상을 떠날 때 저는 통키와 물리적으로는 20미터 내외에 있었어요. 통키를 찍은 후 근처에서 장비를 정리하고 있었거든요. 내사로 들어간 통키에게 저는 그냥 (영국으로 건강히 잘 가라는) 안부만 빌었었는데, 통키는 그 시점에 세상을 떠난 거였더라고요. 책에도 썼지만 통키에게 참 미안했어요. 본래 극지에서 살아가야 할 야생동물인데, 한국에서 20년 넘게 계속 갇혀 살았으니까요. 제가 사진전에서 딱 한 번 통키의 사진을 공개한 적 있어요. 통키를 마지막으로 본 그날 찍었던, 뒤로 누워 있는 통키의 뒷모습인데요. 우리가 보통은 앞모습과 얼굴에만 집중하잖아요. 그런데 사람도 그렇듯 뒤에서 보면 나이가 들어 왜소해진 모습이나 어깨가 처진 게 보여요. 그 사진 속 통키의 뒷모습이 그랬어요. 당시 딱 한 번 그렇게 공개하고 안 꺼냈던 사진인데, 나중에 세상을 떠난 동물들을 호명하는 책을 쓰게 되면 그 책에 (이 사진을) 싣고 싶어요. 책제목도 정해 뒀어요. 『동물원, 그곳에 네가 있었다』라고요. 책제목은 고 김영갑 사진가님의『그 섬에 내가 있었네』라는 사진집 제목을 차용해 지었어요. 김영갑 선생님께서 2005년에 루게릭병으로 세상을 떠나셨는데, 선생님께서 떠나시기 전 20여 년간 찍은 제주 섬 사진을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집이에요.

인간과 모든 생명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미래를 위해, 앞으로의 동물원과 어린이·청소년에게 바라는 점을 여쭤 봐요.
뻔한 말이지만 어린이 청소년은 미래의 주역이니까요. 길고양이라든지 비둘기나 까치 같은 우리 주변 동물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그저 지구에서 공존하는 한 생명으로 보면 좋겠어요. 당장에 동물보호 시설을 만들자는 게 아니라, 길가의 동물들을 보면서 ‘왜 저 동물들은 저기서 살아가지?’ 관심을 가져 보자는 거죠. 나아가 생명을 위한 자기만의 작은 실천을 해 보면 더 좋고요. 동물은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대개 ‘사용’되잖아요. 먹거나, 옷으로 소비하거나. 예전이었다면 이런 게 생각할 거리도 아니었겠지만 지금은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을 듯해요. 그렇다고 우리가 다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고요. 동물원에 갈 때 그저 놀러 가기보다는 생각을 해 보고 가면 더 좋겠어요. ‘사람들은 동물원에 왜 갈까’ ‘왜 동물들은 그곳에 있을까’ 하고요. 제 책을 읽고 가도 좋고요. 그 생각만으로도 미래는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지 않을까 해요. (기자: 동물원에 전하고 싶은 요구가 있다면요?)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해요. 그러나 동물원에서는 사육사나 관리자의 실수가 인재(人災)가 돼요. 미호 사건처럼요. 초식 동물원은 이런 일이 덜하지만 맹수사의 경우 (관리자들의) 만연해진 안전불감증은 꼭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코뿔소 코돌이(편집자 주: 2012년 8월, 내실 문 부실 관리로 서울대공원 우리를 탈출했다가 사육사들의 진압 과정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도 그렇고, 관리 실수가 원인인 비슷한 인재가 생각보다 흔히 일어나요. 물론 사육사뿐만 아니라 관람객도 조심해야 해요. 동물이 먹거나 소화할수 없는 물건을 던져서 동물이 그걸 먹고 죽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누구 한 명의 실수라 할 수는 없지만 동물원에서 어쨌든 관리를 잘 해야 해요. 동물원이 존재한다면, 인간을 위한 상업적 공간보다는 동물을 위한 ‘보호시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책에서 ‘동물 실버타운’으로 나선 강릉쌍둥이동물농장, ‘동물 응급실’을 자처한 청주동물원 등 앞으로의 동물원 희망 편도 들려주셨죠. 미래 동물원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요?
1980~1990년대에 우리나라에 동물원이 놀이공원과 함께 붙어서 많이 생겼어요. 가족 단위의 놀이시설로서요. 그런데 그때에 비해 지금은 다른 놀거리가 많이 늘었고 기술도 발달했어요. 꼭 동물원에 가지 않아도 온라인이나 AR, 3D 등 가상시스템을 통해 더 실제처럼 동물을 볼 수 있게 됐죠. 그래서 꼭 동물원에 가서 동물들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게 교감이고 체험이라는 건 이제 좀 낡은 생각이라고 봐요. 또 제가 지난 2월에 오랜만에 동물원에 갔는데요. 실내다 보니까 공기가 밀폐되어 있어서 냄새가 많이 났어요. 근데 사람들이 코를 막으면서 “이 동물원 냄새가 너무 심하게 나” 하더라고요. 사실 이런 말 자체가 인간 중심적인 사고거든요. 이런 인식을 보면 창경원(편집자 주: 1909년, 대한제국 시기 설치된 한국 최초 동물원. 동물복지 개념이 없던 당시의 창경원 동물들은 경악할 만큼 열악한 우리에서 생활했다.) 시절이 답습되는 것 같아요. 지금도어느 동물원에서든 펼쳐질 일일 텐데요. 동물과 인간이 진정으로 공존하는 미래를 위해선 결국에는 사람들의 인식의 전환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