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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우리가 주목한 작가]『우리 은동이』 김선진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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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6-04-08 10:59 조회 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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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을 포개면

사랑이 된다

『우리 은동이』 김선진 작가와의 만남


인터뷰·사진 최문희 편집장


 모든 시절은 호시절이다. 적어도 김선진 작가의 그림에선. 지난 시간을 단순히 긍정한다는 뜻이 아니라, 버텨온 계절을 기념할 수 있게 하는 애도가 그의 그림엔 나이테처럼 흐른다. 흰 바탕, 여린 압의 색연필로 완성한 듯한 작가의 그림은 아기자기한 추억처럼 다가오다가 종국엔 ‘희망’으로 읽힌다. 집과 농부의 시절, 산책길에서 사라진 생명의 시절을 그려 온 그가 이번엔 사랑하는 한 강아지의 나이테를 풀어 놓았다. 이번 신작 속 은동이는 일흔 살 옥이 할머니 품에서 무럭무럭 자라 팔순잔치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년배가 된다. “그래도 은동이는 할머니의 아가”여서 여전히 호시절을 누린다. 희망과 슬픔이 같이 움트는 봄날. 그래도 한 시절에 얽혔던 이들 덕분에 우리는 오늘 좀더 호기로워도, 괜찮다.

작업실을 다섯 번이나 옮기던 그 시절, 머무는 곳에 “살다가 떠난 사람들이 궁금해” 첫 그림책 『나의 작은 집』을 내셨죠. 작가님의 이사 수난기(?)를 듣고 싶어요

대학 졸업하고 전집 외주 그림 작업하는 작가님 도와주는 일을 했어요. 그곳에서 만난 친구 셋과 “이렇게 살면 안 된다!” 하며 의기투합해 첫 번째 작업실을 구했죠. 충무로 구석의 허름한 사무실 한 칸에 화장실도 지저분했지만 우리만의 작업 공간이 생겨서 행복했어요. 셋이서 ‘삼색’이라는 모임 이름도 지었어요. 차츰 삼색에게도 일이 들어오면서 ‘하던 일 그만두고, 좋아하는 그림 계속 그리자’ 결정하고 마포 공덕동으로 두 번째 작업실을 마련했답니다. 언덕배기에 있었지만 같이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여전히 즐겁더라고요. 작업실이 모두 집에서 다 멀었는데도, 일은 일대로 그림은 그림대로 열심히 그렸어요.


충무로에서 홍대까지 셋이서 굽이굽이 이사를 해오신 거네요.

세 번째 작업실은 상수동에 있었는데, 건물 이름이 ‘금덩어리’였어요. (웃음) 소극장 산울림 근처의 ‘고양이삼촌’이라는 작가 친구가 있는 곳에 놀러 갔다가 그 골목이 마냥 좋아서 네 번째 작업실로 정착했어요. 큰 유리창이 있는 곳이라 그림을 걸어놓고 전시도 했어요. 그곳에서 홍대 프리마켓에 처음 나가면서 삼색 모임은 이제 ‘삼색 스튜디오’로 활동을 시작했고요. 마지막으로 옮긴 창전동 작업실은 『나의 작은 집』의 실제 모델이에요. 전 세입자가 책에도 등장하는 모자 만드는 청년들이었어요.



『나의 작은 집』에 나오는 모자 만드는 사람들이 실제 존재하는 인물들이었군요.

맞아요. (편집자 주: 『나의 작은 집』에는 마을주민들을 모아 패션쇼를 여는 모자가게, 동네 아이들이 좋아했던 사진관 등 집의 여러 시절이 등장한다.) 모자 만들던 분들이 지냈던 그 집에 삼색 멤버 중 한 명이 1층을 쓰고, 작은 공간이 두 개 있는 2층을 두 사람이 쓰며 작업을 이어갔어요. 셋이 작업실 꾸미는 이야기가 『나의 작은 집』 끄트머리, 새로 이사 온 아가씨 장면에 응축돼 있죠. 그 무렵은 어떤 그림을 그릴지 고민하던 시절이었어요. 창작을 처음 해보려니 자꾸 상상과 환상의 이야기 속에서 헤매는 것 같아 “그냥 내가 잘 아는 얘기를 해보자” 마음먹던 어느 날, 이층집의 주인 할머니가 오셨어요. ‘이 집이 예전에 카페를 했고, 부잣집 운전사 아저씨가 살았고…’ 이야기해 주시더라고요. ‘집의 시절’을 다룬 이야기라 깊이 와닿았고 그렇게 『나의 작은 집』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처음엔 독립출판으로 다섯 권 정도만 제본해서 볼로냐 도서전에 들고 가 국내 작가들이 모인 작은 부스에 전시했고요. 당시 여러 그림책 작가들이 모여 만든 젊은그림책작가연대를 통해 볼로냐 여행도 하고 도서전 경험도 해서 좋았어요. 이후 한 작가께서 출판사에 저를 소개해 주셨고, 그때 ‘창작의 길’에 들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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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농부의 사계를 담은 그림책 『농부달력』은 온갖 토종 종자, 논밭에서 자라는 작물이 세밀해서 백과사전 읽는 기분이었어요. 농부의 계절을 어떻게 관찰하셨어요?

독립출판 축제인 언리미티드 페어에 농부의 사계를 그린 달력을 만들어서 나간 적 있어요. 관람객 중 한 분이 ‘그림책으로 하면 좋겠다’ 지나가며 말씀하셨는데, 사실 그 전부터 책으로 내고 싶은 마음은 컸어요. 1년 농사의 서사를 풀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엄두를 못 내다가 조금씩이라도 ‘농부 달력을 책으로 만들어보자’ 싶어서 그때부터 찬찬히 이야기를 짰어요. 농부의 한해살이를 그렸는데, 보통 어린이가 보는 그림책엔 (분명한) 사건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구성 면에서 다르니 ‘출간이 어려우면 독립출판해야지’ 싶었는데, 웅진주니어 출판사에서 제 더미북을 보고 책을 내 보자고 하셨어요. 제가 처음 의도한 대로 잔잔한 두 농부의 한 해를 표현할 수 있었고요. 두 농부 이야기는 저희 부모님 이야기예요. 책에 나오는 장면들은 모두 제가 어렸을 때 보던 풍경이에요. 감자, 파, 상추, 시금치, 쪽파를 텃밭에 뿌리고, 중요한 작물을 심고 남은 공간에 땅콩 뿌리고, 비 오는 여름날엔 쉬고, 가을에 거둬들이고… 이 모든 게 부모님 일과였기에 가까이 관찰할 수 있었어요.


부모님께서 당신의 일상이 담긴 농부 이야기를 직접 보셨나요?

부모님들이 제 책 감수를 해 주셨어요. 책 내용처럼, 거둬들인 곡식은 박스마다 담아서 자식들에게 나눠주셨는데, 매해 똑같이 해오셔서 계절마다 농부들이 뭘 하는지 그리는 일이 어렵지 않았어요. 실은 책이 나왔을 무렵, 아빠가 돌아가셨어요. 두 분이 제 이야기를 살펴보셨던 당시에 “그래, 이때는 이거 하지. 어쩜 이렇게 (우리 일하는 모습이랑) 똑같이 그렸어.” 하면서 좋아해 주셨거든요. 작년엔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형부가 이 책으로 두 분 모습을 남겨 줘서 고맙다 하셨어요. (편집자: 이 책은 그럼 부모님의 한 시절을 담은 이야기이자, 작가님의 한 시절을 담은 이야기로 남게 되었네요.) 예,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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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는 『마음은 어디에』로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셨죠. “일로 그림을 그리느라 바빴고 창작그림책에 적극적이지 않”으셨다 했지만, 그림책 작업만큼 좋아하는 일들의 목록도 빼곡하실 것 같아요.

인형이나 도자기 만드는 걸 좋아했고 양초는 만든 다음 온라인으로도 팔았어요. 지금 ‘굿즈’라 부르는 것들을 예전부터 만들어 왔어요. 엽서와 새 모빌도 만들곤 했는데,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셨어요. 지금은 체력이 약해져서 뜸해요. (편집자: 그중 살아남은 취미나 루틴이 있다면요?) 저는 작업방을 자주 청소해요. (웃음) 책상이 복잡하면 머리가 안 돌아가거든요. 그리고 약간 멍 때리는 시간이 필요하달까요? 자료조사는 그때그때 하고, 뭔가가 떠오르면 대충 노트에 그렸다가 구체화해서 더미를 완성해요. (편집자: 그런 노트가 여러 권 있으실 것 같네요.) 제겐 버전별 작업 노트가 있는데요. 섬네일을 동글동글하게 생각나는 대로 그린 다음에 더 큰 노트로 옮겨 구체적으로 그려요. 여긴 무슨 글이 들어가면 좋을까, 생각하면서요. 그게 완성되면 더 넣을 걸 체크하고 또 다른 노트에 더 자세히 담아요. 단, 그림은 직접 손으로 그려요. 태블릿으로 그려 봤는데, 이질감이 느껴진달까요? 머릿속 상상이 입력이 안 되는 느낌이더라고요.


논픽션 『냄새박물관』, 동화 『우리 용호동에서 만나』, 『엄마는 좋다』 등 어린이책 삽화 작업도 꽤 하셨는데, ‘이런 이야기’에 끌린다 하시는 기준이 있다면요?

옛 건물과 사물이 나오는 풍경을 좋아해요. 빈티지한 물건을 그리는 걸 즐겨요. 마음을 찾아 나서는 아이의 여정을 그린 『마음은 어디에』도 예스러운 느낌이 매력적이어서 작업했는데, 오히려 요즘 아이를 화자로 잡는 게 좋겠다 싶어서 의견을 제안한 적 있어요(초기 이야기엔 문방구, 우리 집 가훈 등을 언급한 장면이 있었고, 요즘 어린이 시점에 맞게 재구성했다고 한다). 동화 『우리 용호동에서 만나』는 제가 『나의 작은 집』을 쓰고 그렸던 시절과 비슷해서 와닿았어요. 도시를 살다 보면 계속 주변 환경이 변하잖아요. 재개발을 주제로 삼은 이야기에 자연스레 끌렸고, 엄마가 지녔던 옛 물건이 나오는 그림책 『엄마는 좋다』도 그래서 작업했어요. 줄곧 사라져가는 풍경들, 지나가는 시간을 끄집어내는 이야기에 마음이 가요.


작가님이 쓰고 그린 네 번째 그림책 『우리 은동이』에는 할머니와 강아지 은동이의 살가운 동고동락이 펼쳐져요. 실제로 열세 살 강아지 ‘하루’와 함께 사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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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를 생각하면 귀엽고 안쓰러워요. 개는 (생애의)

시간이 짧잖아요. 하루가 열 살쯤 되니 곧 헤어지

겠구나, 자꾸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눈도 하얘

지고, 털도 빠지고, 잠도 많아지고… 하루는 자식

같아요. 어떤 날엔 순한 친구 같고, 집착도 조금 심

하고요. (웃음) 힘든 일이 있어서 울고 있으면 하루

가 옆에 와서 가만히 곁을 지켜요. 내 맘을 알고서

저러나, 싶을 때도 많고요. 사실 『우리 은동이』 첫

이야기 뼈대는 ‘츤데레 할머니’였어요. 시골 강아

지가 한 할머니를 좋아해서 곧잘 따르는데, 할머

니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이야기였거든요. 그

런데 진짜 아는 이야기가 아니니까 풀어내기 어렵

더라고요. 그러다 열세 살 하루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었어요. 태어난 지 3개월 무렵에 하루를 만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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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이제 열세 살이 되었고, 사람 나이로 치면 칠십이 훌쩍 넘었어요. 저는 늘 시간의 흐름, 즉 시절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데, 다른 작품들이 농부의 시절, 집의 시절이라면 이 책은 하루, 그러니까 강아지의 시절을 그린 셈이에요.


은동이가 선생님이 되고, 결혼도 하고, 할머니와 팔순잔치 하는 장면이 신선했어요. 두 생명의 생애주기를 동등하게 표현한 그림을 보며 독자들이 찾아봤으면 하는 디테일이 있다면요?

어린이들은 강아지를 ‘귀여운 존재’로 보잖아요. 강아지가 제 시절만큼 살아내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걸 이해하기 어려워하죠. 반려동물의 삶이 인간보다 빠르게 흐르니까 잘해 주자, 소중함을 알자, 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긴 한데, 굳이 가르치려 들지 않고 재미있는 그림책으로 다가가고 싶었어요. 독자들이 제 책을 깔깔거리면서 보고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거든요. 어린이들은 자기가 살아온 인생만큼 이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기랑 동일시되는 장면에서 재밌어 할 것 같네요. 그래서 멍멍 학교 입학식 장면, 학교생활 장면을 눈여겨보면 좋겠어요. 할머니들이 손주들한테 ‘우리 강아지’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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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도 나랑 똑같네’ 싶은 장면에 재미를 누렸으면 좋겠어요. 은동이에게도 나름의 인생이 있다는 것도

느끼면서요.


언젠가 그래픽노블을 그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신 바 있죠. 흰 바탕에 살뜰히 그리실 또 다른 장면이 기다려져요. 

후속작으로 생각하는 게 세 편 정도인데요. 그중 한 편은 유기당한 슬픈 생명들의 ‘버려짐 이후의 이야기’예요. 전 연령이 다 볼 수 있는 이야기가 될 테고요. (편집자: 한 번쯤 꼭 다뤄 보고 싶은 ‘시절’이 있다면요?) 지금도 완성 못 한 이야기가 있긴 한데… 어린 시절에 그린 짧은 더미가 있어요. 그걸 그림으로 자세히 풀어내고 싶은데, 이야기가 방대하니까 언제쯤 더미로 만들 수 있을진 모르겠어요. 전작들보다 세계관이 클 것 같거든요. 제 그럼에도 어린 시절 그렸던 그림책 이야기를 언젠가 들려드리고 싶어요. 그 이야기도 어떤 시절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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