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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팬심과 펜심]『유리를 삼키면 투명해질까』 이진솔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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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5-11-11 11:21 조회 3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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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여기서는 진솔하게>를 꾸린 지 벌써 8년째예요. “과거가 정말 과거가 된 느낌”이라며 “버티고 쌓아온 시간들이 큰 자원”이 된 것 같다고 하셨죠. 진솔은 어떤 캐릭터였나요?

현실적이지 못한 사람이었어요. 감정의 구렁텅이에 한없이 빠졌다가 이대로 삶이 끝나도 이상할 것 없다고 생각할 만큼 ‘살아서 행복한 느낌’은 못 받았죠. 이상주의자 같다는 말을 곧잘 들었는데, 그래도 문학책을 읽거나 다양한 콘텐츠를 정주행하며 큰 힘을 얻었어요. 그 무렵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많이 읽었고요. 『IQ84』 일본어판과 한국어판을 모두 가지고 있을 만큼 하루키에 한창 미쳐 있었어요. ‘덕후’였죠. 일본 드라마, 영화도 좋아했고요. 거기 빠져 있을 땐 그나마 세상이 재밌었어요. 남의 행복과 성취로 만족했기 때문에 친구들이 각자 자기 자리를 찾아갈 때 ‘나도 1인분 역할을 할 수 있다’ 생각 못했던 시절이에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서른 전에 요절해야지’ 싶었거든요. (편집자: 어쩐지 정말 이상주의자 같아요.) 블로그에 쓴 일기만 봐도 그랬던 것 같아요. (웃음) 어린 시절이 한마디로 ‘생존’이었거든요


중학생 시절부터 섭식장애를 앓으셨는데, ‘먹토’가 스트레스로부터 “유일한 위로”가 되어 줬다고요. 그 고통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주변을 볼 수 있었던 전환점이 궁금해요.

유튜브였어요. <여기서는 진솔하게> 채널을 시작할 때도 한창 토를 많이 했거든요. 혼자 시달리는 줄 알았는데, 병을 앓는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며 섭식장애를 입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어요. ‘다들 이런 이유로 이 행동을 해 왔구나’ 이해할 수 있었어요. 부끄러움이 옅어지고 위로받으면서 저와 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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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의 섭식장애를 각기 다르게 바라봤어요. 제 영상을 보고 사연을 보내 주신 분들도 많았는데, 다들 힘든 와중에도 살아 보려고 무언가 붙들고 있구나, 하는 걸 알았어요. 신기하게도 (제 병이) 나아질수록 구독자 수가 떨어지더라고요. 몇몇 구독자는 말했어요. 언니가 괜찮아지는 거 보고 구독 취소를 누른 적 있다고요. 솔직히 조금 속상하고 다시 혼자가 되는 것 같아 무섭기도 했어요. 그래서 쿨한 척하며 섭식 장애가 사라지면 유튜브도 없는 거라면서 ‘싹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병이 나았다고 해서 저와 함께해 온 (병의) 역사가 사라지진 않더라고요. 인생은 계속되니까요. 이걸로 유명해질 것도, 돈 벌 것도 아니니. 예전처럼 영상을 자주 올리진 않지만 채널이 ‘존재’하도록 두게 된 것 같아요.


논문1)에서 섭직장애를 가진 세 인터뷰이의 공통점으로 ‘구멍을 메우고 싶은 마음’을 꼽으셨죠. 이들은 무엇으로 구멍을 메우고 싶어 하고, 그러느라 어떤 통증을 앓았을까요?

구멍은 다 다를 거예요. 부모님과 사이가 좋아도 형제 사이에서 자신이 부족해서 덜 사랑받는다 여기는 결핍이 있을 수 있어요. 구멍은 그렇게 작은 데서 생겨요.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졌을 때 다른 친구보다 자기가 덜 예뻐서 그런가 비교하는 마음에서도 자라고요. 이 구멍이 점점 커지면, 자신이 느끼는 어떤 부족함을 다른 관계에서도 느끼기 시작해요. 친구 사이에서 시작됐다가 선생님, 가족을 향하기도 하고요. 제가 상담하면서 내담자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외로움’인데요. (좋아하는) 사람들을 내 곁에 두기에 나는 너무 부족하니, 음식으로 채우거나 다이어트하는 것으로 결핍을 메우려고 해요. 끊임없이 내 안에 일어나는 좋지 않은 생각들을 마비시키고자 먹고, 다시 게워내다 보면 네다섯 시간이 훌쩍 가거든요. 그렇게 외로움을 ‘먹토’하는 시간으로 채우는데, 섭식 장애가 사그라들면 토하던 시간에 뭘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는 분들이 많아요. 가장 큰 걸림돌인데, 해결책으로 ‘이걸 해 보세요’ 권하면 그건 숙제밖에 안 되거든요. 자기한테 맞는 걸 찾아야 해요.


「 섭식장애 환자들의 삶에 관한 내러티브 탐구: 게워내고 토해내는 삶」 이진솔, 2022. 석사학위논문.

섭식장애를 가진 다섯 사람 이야기를 기록하며 세운 철칙이 있을 것 같아요. 상담자로서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가짐이 있다면요?

가능한 한 ‘이진솔’의 주관적인 생각, 감정은 배제하는 거였어요. 아무래도 같은 병을 겪었으니 비슷한 경험, 어려움도 꽤 많았으니까요. 인터뷰에서는 그것이 라포를 형성하고 솔직한 이야기로 이어지는 매개체가 되어 주었지만, 기록할 땐 내담자 분들 말을 생생히 전달하는 것에 집중하려 했어요. 그분들의 용기가 있었기에 논문과 책을 쓸 수 있었으니까요. 축어록(상담 등에 발생한 모든 언어적·비언어적 표현을 문자로 기록한 문서) 종이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읽고, 또 읽으며 제 감정은 혼자만의 기록장에 정리하며 적절한 거리감과 경계를 지키려 했죠. (편집자: 현장 인터뷰 당시에 지키려 했던 게 있다면요?) 내러티브 연구 방법에서 중요한 건 내담자의 ‘말을 끊지 않는 것’이에요. 제가 A에 관한 질문을 했는데 내담자가 A에서 벗어난 질문을 하더라도 기다렸어요. A에 관한 답으로 돌아올 때까지 제 안에 극렬한 감정이 소용돌이치더라도 어떤 호들갑도, 리액션도 하지 않으며 묵묵히 들었죠. 집에 갈 땐 녹초가 되고요. (웃음) 실제 상담교육 받을 때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진솔아, 네가 (내담자와 이야기할 때) 꺼내는 (공감의) 말이 ‘저 사람에게 주고 싶은 말인지, 그냥 네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생각해 보고, 네 말을 하고 싶은 거면 삼키자”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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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를 삼키면 투명해질까』 초반에 “섭식장애 환자의 관점을

통한 연구가 부족한 현실”을 짚어 주셨어요. 통렬하게 느낀 계기

는요?

놀랍게도 섭식장애 관련 논문들은 꽤 많아요. 특히 간호, 의료 계열 쪽에 많

죠. 아무런 자료 없이 논문을 써야 했던 제겐 무척 감사한 존재였습니다만,

‘개인 이야기’는 담기기 힘들고, 진단 체계 속 섭식장애만 다뤄 왔기에 읽는 당

사자에게도 치료자에게도 선입견을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섭식장애

는 ~하다던데?” 식이거든요. 실제로 저를 포함한 많은 당사자들이 병원이나

상담센터에서 무심하고 무례한 태도에 상처받는 경우가 많아요. 섭식장애는

다이어트 때문 아니냐, 이미 말랐는데 왜 그러냐, 이건 엄마와의 관계 때문이

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가설이고 통설일 뿐입니다. 한 개

인이 섭식장애를 만나는 이유는 ‘이거다!’라고 꼽을 수 없고 복합적이거든요.

스스로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전문 서적에 나오는 섭식장애 정보도 전부

정답이라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우리는 무척 복잡하고 다채로운 모습으로 세상을 살고 있다는 걸요.  


책에 소개한 다섯 사람 중 다솜은 병원에서 신경성 식욕부진증2) 진단을 받아요. 그러나 양육자는 “꼭 병원에 가야 해? 그냥 잘 먹으면 되잖아?”라고 하죠. 당사자의 상황과 마음을 모르고 내뱉는 말이 은근히 많을 것 같아요.

모든 말이 상처가 될 때가 있어요. ‘오늘 좀 좋아 보이네’ ‘피곤해 보이네’ 하는 말조차 평가하는 말로 들릴 수 있으니까요. 이 사람이 내가 피곤하다는 걸 알고 있구나, 싶으면 ‘스위치’가 켜지거든요. 그중 대다수 힘들어하는 말 중 하나가 ‘살 빠졌네’인데, ‘내가 살찌고 빠지는 걸 이 사람은 알고 있구나’ 싶어지면, 더 힘들어져요. ‘며칠 있으면 살이 찔 텐데 어떡하지?’ 하는 불안을 일으킬 수 있고요. 그래서 (내담자의) 양육자한테 외모에 관한 어떤 말도 하지 마시라고 늘 말씀드려요. 이따금 일부 의사선생님 조차 하는 상처가 되는 말이 ‘너는 충분히 예쁘니까 살 그만 빼도 된다.’인데요. 당사자가 왜 살을 빼려고 하는지 생각은 하지 않은 채 보이는 대로 조언하다 보면, 그저 내담자를 평가하는 수순에 머물고 말아요.


2)“ 흔히 거식증이라 알려진 섭식장애 유형 중 하나로 살을 빼려는 지속적인 행동, 체중 감소, 음식과 체중에 대한 부적절한 생각이나 집착, 살이 찌는 것에 대한 강한 두려움 등이 주된 특징이다.”『 유리를 삼키면 투명해질까』 39쪽.

예쁘다, 살 빠졌다 등 평가가 될 수 있는 말 대신 다른 건강한 말은 없을까요?

몸은 영속성이 없잖아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변하니까요. 그런데 지금 ‘이 상태가 베스트’라고 하면, 유지해야 한다는 말로 들리니까 더 힘들어져요. 특히 명절 연휴엔 더한데, 친척들이 ‘살 빠졌네’ ‘얼굴 좋아 보인다’ 하는 말들을 인사치레로 쉽게 하죠. 섭식장애를 앓고 계시는 분들, 특히 청소년처럼 정체성을 한참 찾아가는 친구들에겐 하나하나 평가하는 말로 다가와 아프게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칭찬을 건네고 싶을 때 ‘잘 어울린다’라고 말해요. 아동·청소년 상담을 다시 배우면서 가장 많이 접하는 말이 “부모님, 아이들한테 형용사로 칭찬하지 마세요.”예요. 어린 시기에 접한 ‘예쁘다’는 말이 자기 안의 어떤 강박, 정의가 되어 버릴 수 있거든요. 대신 잘 맞다, 어울린다 등 동사로 말하는 시도를 해 보는 거죠. 


202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거식증으로 진료받은 국내 환자 중 10~19세 청소년 환자 비율이 절반에 달해요. 이들 회복 관리를 ‘수치’로만 매기는 현실을 책에서도 비판하셨죠. 

수치가 중요한 사람들이 있어요. 특히 거식증은 그냥 마르는 병이 아니라, 장기 기능을 상실하는 병이니까요. 혈압이 떨어지고 심장 박동이 느려지기도 해서, 체중을 늘려야 하는 경우만 예외로 두고 말할게요. 10, 20대들과 상담하면 수치가 올라갔다고 해서 마음이 괜찮아지는 건 아니에요. 회복된 수치를 유지해야 하는 숙제를 또 해야 하거든요. ‘살찌면 너 다 할 수 있어’ 말하며 마법처럼 해결될 것 같다고 (양육자들이) 얘기하시는데, 저는 늘 부모님들께 몸무게가 오르고 난 뒤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씀드려요. 눈에 보일 만큼 마르면 양육자들이 애걸복걸하며 자녀에게 정성을 쏟는데, 정상 수치로 돌아오면 각자 삶으로 돌아가잖아요. 그럼 아이는 외톨이가 돼요. 섭식장애는 마음의 병이라면서 정작 마음은 안 봐요. 병원 가기 전에 폭식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어요. 어떻게든 몸무게 늘리려고 병원 가기 전 화장실에서 물도 마시고요. (편집자: 섭식장애는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서 진료비도 상당하더라고요.) 그래서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요. 저한테 내담자가 “선생님은 언제쯤 제가 괜찮다고 생각하시나요?” 물어보면 이렇게 답해요. “네가 친구들과의 밥 약속을 피하지 않으면 어느 정도 회복했다고 느낄 것 같아.” 음식이 눈 앞에 있는 걸 보고 버틸 수 있으면 한 단계 성장한 거예요. 저는 건강을 살피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상담자로서 내담자의 ‘경험’을 중요하게 여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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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섭식장애에 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바

다 이야기에 공감할 청소년이 많을 것 같아

요. 엄마에게 예쁨 받고 싶은 바다의 강박

은 어른이 돼서 다른 형태로 반복되잖아요.

그럼에도 단단히 살아내는 바다에게 건네

고 싶은 응원의 말이 있다면요?

저도 바다도 오랫동안 살아 있음을 죄스럽게 여겼던

것 같아요. 책에도 썼듯이 바다와 이야기하며 항상

마음에 품고 건넸던 말은 “서로의 삶을 허락해 주

자”예요. 저희 두 사람은 겨울에서 봄이 될 무렵 만

나곤 하는데, 사계절을 잘 버텨서 다음 계절을 만나

러 가는 기분으로 (서로를) 응원하거든요. 우리가 사

계를 잘 보내고, 그 계절이 어땠는지 얘기할 수 있으

면 좋겠다, 그다음 계절에도 네가 언니 삶에 꼭 있었

으면 좋겠다고 바다에게 전했는데, 휴대폰 바탕화면

을 그 말들로 꾸며 주었더라고요. (웃음) 저도 바다도

그 말을 품고 오늘을 사는 것 같아요. (편집자: “우리

는 영영 엄마에게 100점짜리 딸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고 쓰신 문장도 통쾌하던걸요?) 엄마와 사이가 어려운

친구들 대다수가 자신을 누군가의 딸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다른 걸 아무리 다 잘해도 엄마한테 부족하면 내가 잘하는 모든 게 의미가 없어진다고 한달까요? 그건 슬프고, 제가 바다 엄마가 될 순 없으니, 네가 누군가의 딸이 아니라 그저 바다라서, 너라서 소중하다는 말을 자주 해요.


『말하는 몸』3)에서도 “관찰당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다시 자기만의 시선으로 대상을 관찰하는 일”의 긴요함을 말하는데요. 재연이 “섭식장애와 완치를 바라보는 관점을 타인이나 사회가 아닌 자신에게 맞추는” 용기를 내는 장면과 포개져 힘이 났어요.

저는 다섯 사람에 관해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저는 친구들이 각자 자리를 찾아가던 시절, 일도 못하고 병을 앓으며 집에서 버티는 것 말고는 이력서에 쓸 게 하나도 없었어요. 섭식장애마저 놓으면 제 삶에 남은 게 없다고 생각했죠. 십 년 넘는 시간 동안 병을 붙잡은 이유는 그나마 환자라는 정체성을 가질 수 있었으니까요. 비슷한 분들이 많아요. 섭식장애를 오래 앓을수록 병이 내 전부가 되어서 병과 함께하는 삶이 더 괜찮은 삶이지 않을까, 생각하시거든요. 사실, 다시 ‘먹게 됐다’고 해서 아무도 칭찬하지 않아요. 이제 공부하고, 취업하고, 네 인생 살아야 한다고 주변에서 말하거든요. 저는 그 말이 아팠어요. 정말 작은 무엇으로나마 병의 빈자리를 채우다 보니 분명히 더 괜찮은 삶이 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말하고 싶어요. 삶이, 병이, 어디로 어떻게든 흘러갈지는 나도 남도 모르니 우선 같이 살아 보자고요. 작은 것부터 해 보자고요.

3‘) 보이는 몸’에서 벗어나‘ 나를 위한 몸’이 되고자 고투하는 동시대 여성들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집. 박선영, 유지영 지음(문학동네, 2021) 

책 끄트머리, 사회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신체 이미지 예로 “160cm 여성의 경우, 몸무게 41kg”를 언급하셨죠. 이 황당무계함을 깰 생활법을 같이 궁리해 본다면요?

‘ 몸은 그냥 몸으로 두기’를 하면 어떨까요? 손은 짚으려고 있고, 발은 우리가 가고 싶은 곳에 가려고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몸을 ‘신체 이미지’라는 말 속에 가두는 것 자체가 몸을 잘못 이해하는 건 아닌가 싶어요. 최근 남자친구가 허리 디스크에 걸렸는데, 무거운 걸 못 들어요. 제가 번쩍번쩍 다 들어서 생색을 내요. (웃음) 여자는 병뚜껑도 따 달라고 할 만큼 여리여리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고 자라선지, 최근엔 제 몸이 건강해질수록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몸무게고 나발이고 그냥 몸이 건강해지면, 그리고 몸이 좀 두툼해지면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져요. 본래 마른 친구들도 있죠. ‘나는 두툼하지 않아서 문제일까?’ 식으로 이해할 수 있고요. 그땐 요새 원체 다들 말라야 한다고 하니까 반대격 이야기를 하는 거지, 얇건 두툼하건 별 의미 없다고 말해 줘요. 그냥 할 수 있는 몸이면 된다고요. 우리 사회가 정한 몸(신체 이미지)에 갇히면 할 수 있는 게 그만큼 작아져요. 특히 밖에서 뛰어놀 일이 많이 없는 한국 청소년들은 더욱 그럴 테고요. 멀리 여행을 갈 시간도 혼자 생각할 여력도 부족해 와닿진 않을 거예요. 그럼에도 ‘몸은 몸으로 두기’를 함께해 봤으면 싶어요. 보이는 몸보다 할 수 있는 몸으로 나를 바라보기,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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