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품 검색

장바구니0

학생/교사 학교도서관 변화의 중심에서 담당교사를 말하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1 18:49 조회 6,428회 댓글 0건

본문

학교도서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이 성 희 : 학교도서관은 예전에 비해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옛날 모습하고 비교해서 지금 어떻게 달라졌는 지 얘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실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아요.

| 주 상 태 | 제가 작년부터 도서관을 맡으면서, 제 이전에 맡았던 사람들이 도서관 운영하면서 가졌던 문제점을 계속 바꾸다보니, 일 년에 몇 가지를 바꾸고 있어요. 기본적인 구조 문제는 나름대로 정착을 했다고 봐요. 이젠 모양 좋은 모델이 있으니까, 그걸 참고로 자기 나름의 독창적인 도서관 모형으로 만드는 게 필요해요. 그리고 그 안에 어떻게 지속적으로 좋은 책을 들여놓느냐하는 장서 구입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되어야 해요.

| 김 성 자 | 저는 2년 정도 친구가 터를 닦은 다음에 해서 완전 맨땅에 헤딩 이런 식은 아니었는데 변화를 짚어본다면 초창기에는 뭐니 뭐니 해도 시설이죠. 마룻바닥바꾸는 거부터 시작해서 업체와 가구를 선정하는 것까지, 가구도 아주 다양한데 거기서 골라내야 되는 작업들을 하면서 이걸 내가 해야 하나 생각을 많이 했고, 이게 한번 만들어지면 10년 갈 텐데 내 선택이 옳은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그때는 초창기라 그런 고민하면서 도움 받을 데가 없고 해서 일단 책을 구비하는 거, 거의 전집류의 책들을 조금씩 바꾸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작년이나 재작년에는 시설에서 활동중심으로 가져가고 도서관이 자리매김하는 것에 주력했어요. 학부모와 관계를 맺어 도서정리 활동을 하고, 아이들이 좀 더 도서관에 자주 올 수 있게 할 프로그램이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좀 정리되는 과정을 겪었어요. 확실히 초창기하고 비교하면 도서관이 독립된 공간으로서, 조금씩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느낌을 스스로 좀 받고 있는 게 변한 거 같아요.


| 송 경 영 | 제가 도서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난우중학교에 있을 때였어요. 서울에서 가장 열악한 곳 중 하나였던 난우의 아이들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책을 접할 기회가 없었어요.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은 꿈꿀 줄도 생각할 줄도 모르게 되지요. 이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뭔가가 없을까 여러 선생님이 함께 고민하다가 학교 도서관을 제대로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백화현 선생님이 중심이 되어 학교에 창고처럼 방치되어 있던 도서관을 정비하고, 교장 선생님을 설득해서 사서선생님을 모시고 그렇게 시작을 했던 거죠. 그러면서 아이들이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학교를 옮긴 후에 자원해서 도서관 업무를 맡고 리모델링부터 시작했어요. 도서관이 생김으로써 아이들이 달라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수업도 바뀔 수 있고. 내가 제일 국어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 도서관이거든요.

도서관에서 수업하면 거기 있는 풍성한 자료를 활용할 수 있고 아이들 스스로 탐구하는 탐구 프로젝트 수업들이 얼마든지 가능했던 거예요. 저는 도서관이 좀 달라졌다는 걸 요즘에 느끼는데,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오게 할까’, ‘도서관이란 공간을 어떻게 알릴까’가 주된 목적이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하면 도서관에 자료들을 제대로 구비하고, 그 자료들을 실제 수업에 활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요. 바뀌어가고 있는 거죠. 제 관심사도 좀 바뀌고 있고요.

| 최 현 숙 | 제가 도서관을 맡은 건 3년차일 때였어요. 도서관을 맡았을 때는 리모델링되고 나서였어요. 도서관을 잘 만들어 놓고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으니까 제가 맡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도서관을 열어놓고 아이들이 책을 빌릴 수 있게 하나 고민을 많이 하고, 행사를 많이 했어요. 학생이 많이 올 수 있게. 그러다 저도 모임에 가서 선생님들 얘기 들으면서 도서관에서 정말 해야 할게 뭘까 많이 고민 했어요. 지금은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책 읽고 대출 반납하는 것뿐만 아니라 방과후에도 자주 오게 되고, 어머님들하고의 만남도 있게 되고 다양한 행사도 하면서 문화적인 공간이 된 거 같아요. 아이들이 와서 동아리 활동을 하기도 하고, 아이들끼리의 독서클럽 같은 활동 통해서 또래 문화 만들어주는 것도 되고. 지금은 도서관이 학교 안에서 그나마 열려있는 문화공간의 역할을 조금은 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 비해서.


학교도서관업무, 힘들지만 그래도⋯
| 이 성 희 | 학교도서관 업무는 학교에서 3D 업무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다들 맡기 싫어하고 설령 맡는다 하더라도 1년을 마치면 담당자가 바뀌곤 합니다. 물론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몇 년을 계속해서 자원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소수라고 봐야 할 듯합니다. 오늘 좌담회에 참석하신 분들은 사람들이 맡기 싫어하는 학교도서관을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8년 동안 운영하고 계신 분들이신데요,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애환들이 있을 거 같아요. 좋았던 점도 있고 아쉬웠던 것도 있을 것 같은데요, 말씀 부탁드립니다.

| 송 경 영 | 우리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 외에 많은 일들을 하는데, 그 중에서 그나마 ‘재밌다’, ‘뭔가 해볼 수 있는 일이구나’, ‘성취감이 있구나’라고 느끼는 일이 도서관 업무인 것 같아요. 도서관 업무는 다른 일들에 비해 굉장히 힘들어요, 사서가 없는 학교인 경우에는 점심시간과 방과 후 시간 최소 2시간 이상을 도서관에 가서 있어야 하는 거죠. 수서 작업이나 대출 반납, 도서 정리 등 사서 업무까지 해야 하고요. 수업이 비는 시간에는 도서관에서 벌일 행사를 계획해서 기안을 올려야 하고 도서관에 사야 할 책 목록을 정해 주문해야 하는 등 어떻게 생각하면 도서관 업무는 하루 종일 해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가 왜 이 일을 놓지 못할까?’

생각하면 도서관 일이 나에게 성취감을 주기 때문인 거 같아요. 학교를 옮길 때마다 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을 신청해서 벌였던 이유가 또 있어요. 학교에는 아이들이 쉴 수 있는 장소가 없어요. 쉬는 시간에 아이들을 찾으려면 화장실에 가 봐야 하는 거예요. 그나마 매점이 있는 학교는 매점이 그런 역할을 좀 해주는데 매점이 없으니까 애들이 갈 곳이 화장실 밖에 없는 거예요. 마음이 아팠거든요 사실. 그래서 도서관을 더 공을 들여서 좀 더 쾌적하게 만들려고 했고, 아이들이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잡지나 만화도 갖다놓았어요. 사실 저는 도서관이 책을 읽거나 대출을 해 주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문화공간이나 쉼터의 역할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도서관은 아이들의 쉼터가 되고 다양한 전시 공간도 되고 시낭송회나 연극 무대가 될 수도 있지요. 도서관 일을 하면서 느끼는 애환은 일이 많고 힘들다는 것, 책임져야 할 것들이 계속 많아진다는 거예요. 사서가 있으면 괜찮은데 서울 중학교에는 사서가 거의 배치되어 있지않아요. 계약직으로 사서선생님을 모시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 학교처럼 스무 학급 이하의 학교들은 학교 예산이 적다보니까 더 힘들지요.



| 주 상 태 | 저는 생활지도부에서도 10년간 근무를 했거든요, 지금 도서관 애들 데리고 하는 거하고 비교를 해보면, 사실 같은 의미라는 생각이 들어요. 생활지도부에 있을 때 점심시간 쉬는 시간 돌아다니면서 애들하고 티격태격했죠. 저희는 사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책임은 제가 다 물어야 되고, 기획도 제가 다 하고 그러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제가 쉬는 시간, 점심시간, 시간표 짤 때, 4교시나 3교시를 다 빼버려요. 빼고 짜야 되니까. 저도 점심시간은 있어야 되니까, 그 전에 밥을 먹고, 일은 하면서 그렇게 하니까 좀 벅차죠. 남들은 점심시간 되면 한가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은 계속 도서관에 있어야 되고, 그게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보람을 어느 일보다 느끼게 되는 거죠.

| 한 성 진 | 처음 도서관을 맡고, 한 4개월 정도는 사서가 없어서, 야자감독을 하든 안 하든 늦게 되더라고요, 적응이 안 되니까. 밥 먹는 시간에는 반드시 도서관을 열어주어야 겠다 생각해서 점심시간, 저녁시간에도 계속해서 열어놓고 할 거 하고 정신없이 지냈는데, 사서선생님 오셔서 편안해지긴 했어요. 도서관에 앉아 계시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감사했어요. 주변 선생님들과 얘기할 때 조금 상처 받을 때가 있는데, 제가 뭘 해보겠다고 하면 그걸 왜 하냐는 분들 꽤 있어요. 선생님이 그런 걸 만들면, 다음에 맡은 선생님이 똑같이 해야 하지 않느냐고. 또 상처받을 때는 이런 거예요. “도서관은 마음만 먹으면 편하잖아.”라고 말할 때. 도서관이 얼마나 정성을 쏟아야 하는 곳인지 모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힘들다고 하는 것보다 더 우울한 건 그런 거예요. 내가 거기서 뭘 하고 있는지 사람들이 의외로 잘 몰라요.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또 의도도 모르고. 하지만 내가 어떤 의도를 갖고 행사를 진행하면 아이들이 그 의도를 알고 따라올 때 좋더라고요. 아이들의 행사에 대한 호응이 은근히 좋았어요. 없었던 행사가 생겨서 그런지몰라도 그런 거보면 기분은 좋죠. 내가 한 게 아이들한테 이 정도로 소통이 되었구나 하고 받아들여지니까요.

| 송 경 영 | 내가 도서관에서 아무리 힘들게 일해도 다른 동료들이 몰라줄 때면 도서관이 섬 같다고 생각될 때도 있어요. 도서관 담당 교사라는 자리도 우리가 지금 한시적으로 하고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서 교사가 모든 학교도서관에 자리를 잡는다면, 모든 교사가 도서관담당교사, 도서관활용교사가 되어야 하는 거죠.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도서관의 모습은 도서관이 섬처럼 고립되는 곳이 아니라 그곳에 전문 인력인 사서교사가 배치되어 있고 모든 교사가 필요할 때마다 자기 수업을 도서관에 가서 사서교사와 협력하여 하면서 학교도서관을 중심으로 학교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 최 현 숙 | 담임 업무를 하면서 도서관까지 맡으니까 너무 바빠서, 내가 다니면서 하면 소통이 되지만 그게 어려운 거예요. 대부분 관심도 없고, 예산이 없으니까 3월부터 꾸준히 이것저것 공모에 참가했어요. 계획서 내고 돈을 받아 긁어모아서 그걸로 사업을 하니까, 5월에 교장선생님이 부르셔서 요즘 수고가 많다고 하시면서, 그때서야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오버를 해서 성과를 내니까 조금 관심을 가져주는 거예요. 무관심 때문에 힘들고 바빴죠. 어떤 선생님이 제일 나쁜 교사는 바쁜 교사라고 그러시더라고요. 전 그 말이 맞는 거 같아요. 도서관이 업무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열려 있잖아요, 애들이 쉬는 시간에 많이 오거든요. 애들이 와서 얘길 하면 계속 컴퓨터 보면서 뭘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선생님 얼굴 좀 보고 얘기 좀 해 주세요. 이런 말을 할 정도로요. 바쁘면서도 좋은 게 뭐냐면 제가 일하고 있으면 아이들이 옆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요. 저는 도서관 맡아서 바쁘긴 하지만 애들하고의 관계는 많이 좋은 거예요. 애들하고는 가깝게 마음을 열 수 있고 관계를 맺기 좋은데, 너무 바쁘니까 그게 또 안 되는 것도 있고, 그래도 애들이 마음을 알아주니까 제가 얼굴을 못 봐도 와서 재잘재잘 얘기하고.

| 김 성 자 | 초등학교는 도서관이 좀 더 활성화될 수 있는 조건이 많이 있잖아요. 환경, 학부모들이 만나는 것도 그렇고 아이들의 활동도 체험중심적인 게 많으니까, 좀더 편하게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거 같아요. 한 가지 어려움이라고 한다면 저희는 도서관 담당교사가 아니라 독서교육 도서관 담당이라는 꼬리표가 오는 것이요.

학교에서 운영하는 독서교육을 담당하는 거죠. 학교에서 독서 관련 행사를 한다거나 하면 이런 게 학교 전체행사로 가고 제가 맡는 거죠. 도서관 운영하는 건 따로가는 거예요. 제가 도서관을 맡은 이유는 도서관은 아무도 안하려 하니까 내가 신청만 하면 할 수 있고 제 노하우를 쌓을 수 있다는 신념도 있어서였어요. 잠시 휴직했다가 복직할 때 아무 생각 없이 도서관 희망을 했는데 학교에서는 그 해에 굉장히 큰 행사를 갖고 있던거예요. 100대 교육과정 이런 거 나가려고. 도서관 행사뿐만이 아니라 매달 행사가 있는 거예요. 그렇게 2년을 하고나서 많이 아파서 계속 병원에 갔어요. 초창기에는 책 활동이 갖는 한계도 너무 많은 거예요. 억지로 책하고 활동하고 일상적인 활동이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그때 아이디어를 얻고 프로그램을 훌륭히 가져가기 위해서 노하우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도움을 받을 곳이 없어서 제수준으로 했어요. 앞으로는 방법들을 공유하고, 좀 더 핵심을 잡고 가져갈 수 있는 흐름을 제가 스스로 가져야겠다고 생각해요.

| 김 현 주 | 중등이랑 초등은 달라요. 초등의 경우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행사들이 정말 많아요. 특히나 독서교육한다고 한참 독서논술 열풍이 불었을 때, 그 업무를 맡았다는 거 자체를 후회했었어요. 성취감 얘길 하셨잖아요. 다른 반, 학년 아이들과 소통도 이루어지고 그 아이들에게 유의미한 존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행사를 진행하고 끝내면 또 다른 행사를 진행하고 이게 저한테 정말 의미 있는 활동으로, 아이들한테 의미 있는 활동으로 다가가는 게 아니고 내가 일을 하고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존재하면서 그 일 년이 초긴장 상태였던 거 같아요. 그래서 앞서 선생님이 얘기했던 것처럼 끝나면 몸이 아팠던 거죠. 그런 모습을 보는 선생님들은 쉬어라, 도서관 일을 하지 말고 학급 아이들과 함께 하는 활동을 해라라는 얘기를 하셨어요.

| 송 경 영 | 저도 사서교사 없이 몇 년을 도서관 담당교사로 살다 보니까 일을 할 때는 신나고 즐거워서 몰랐다가 요즘 자꾸 몸이 아프게 돼요. 사람을 지나치게 지치게 하는 시스템은 문제가 있지요. 담당 교사에게 도서관 운영과 독서 교육에 관한 모든 걸 하라고 하면 지치지요. 국어교사로서도 프로가 되어야 하고 도서관 담당하는 사서 역할도 완벽하게 해야 한다면 어느 누구도 못견뎌낼 것 같아요. 결국은 그동안 담당 교사들의 희생을 담보로 학교 도서관을 운영해 온 거죠. 담당 교사들의 희생과 열정으로 많은 걸 바꿔 온 것은 사실이에요. 학교도서관에 대한 인식을 높여 놓았으니까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래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준 건 아닌가 싶어요. 그래, 담당교사만 있으면 학교 도서관도 잘굴러가는구나. 어느 사서 교사가 농담으로 당신 같은 담당교사들 때문에 우리가 설 자리가 없다 얘기한 적이있는데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도서관전담인력이 부족한 현실 어떻게?
| 이 성 희 | 2000년대 들어 학교도서관은 시설과 인력 측면에서 많은 발전을 하였습니다. 문제는 시설과 자료를 운영할 전담인력 문제인데 아직 많이 미약합니다. 올해도 보면 사서교사를 한명도 뽑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전국에 대략 11,000여개의 학교가 있는데, 그 중에 사서교사가 있는 학교가 약 600여개, 계약직 사서 근무하는 학교가 약 2,000여개, 나머지 8,000여개가 넘는 학교에 저희 같은 교과를 가르치면서 담임 업무와 학교도서관을 맡고 있는 교사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심각한 상황을 해결하는 방안은 뭐가 있을까요?

| 송 경 영 | 프랑스의 학교를 가봤더니 600명 정도의 학생이 다니는 학교에 4명의 사서가 근무하고 있었어요. 그곳의 사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정보 활용을 도와주고, 수업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었어요. 당연히 전문가가 도서관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었던 거죠. 그런데 우리는 이런 인식이 전혀 없이 맡겨놓으면 누구나 한다는 생각으로 굴러왔던 거예요. 결국 학교도서관에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게 가장 중요할 거 같아요. 여기에 맞물려야 할 게 교육과정 문제라고 봐요. 전국에 사서 교사가 600명 있지만 제자리 찾기를, 제 역할을 해내고 있는 사서 교사가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사서교사들을 무시하는 말이 아니라 우리의 입시 중심 교육과정이 사서교사들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게 하고 있다는 거죠.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가 배치되고 각자 제자리 매김을 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하고 교육과정을 학생 활동과 과정 중심으로 바꾸어 나가면, 교사들은 당연히 도서관에 가서활용 수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겠지요.

| 김 현 주 | 제가 같이 했던 사서 선생님은 계약직이었는데, 도서관 운영에 있어 예전 사서가 없을 때 제가 했던부분을 그 선생님이 떼어 갔어요. 저는 독서교육, 학교에서 어떤 행사를 기획한다거나 준비하는 과정들만 관여하고 그 사서 선생님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학부모 명예 사서 어머니들이 활동을 같이 하면서 굉장히 많은 부분 도움을 주셨어요. 간혹 교장선생님 독단으로 진행하는 문제들이 있어요. 교재 선정부터 책이 들어오는 업체선정 등 많은 부분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학부모 명예 사서 분들이 막아 주었어요. 도서실 운영하는 거, 담임을 맡으면서 운영까지 하는 것은 너무 힘들어요. 정규사서 교사가 들어오기에 너무나 힘들다고 한다면 계약직으로 들어오는 분들이 도서관 운영을 해주시고 관심많은 학부모님들이 함께 연대해서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독서교육을 한다면 굉장히 좋을 것 같아요.


| 최 현 숙 | 제가 처음 맡았을 때는 계약직 사서 선생님이 계셨는데 2년 동안 계셨었어요. 경험도 풍부하시고 열정적으로 일하시는 분이어서 도서관 관리가 잘 됐었어요. 아이들 숙제 도우미 역할도 하시고, 자료도 잘 찾아주셨어요. 수서를 할 때 분야별로 아이들이 필요한 부분, 선생님이 필요한 부분으로 나눠서 전문적으로 잘해 주셨고 도서관 활용, 이용수업도 잘 되었지요. 그때 제가 도서관 담당 교사였는데 선생님이 그런 기본적인 역할을 해주시니까 제가 독서 활동이나 다른 다양한 활동할 때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지금은 도서관과 담임을 맡고 있는데, 어머님들이 도와주시긴 하지만 그런 도움이 없이 혼자 수서와 도서관 관리를 해야되고, 다양한 독서활동도 해야 하니까 너무 힘든 거예요. 올해는 아예 도서관에 들어가 있긴 한데 관리가 잘 안돼요. 사서 선생님 계시고 같이 연대해서 하면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 이 성 희 | 학교도서관에 전담인력이 없는 경우에는 담당교사들이 위장병까지 생기는 경우가 있어요. 저도 학교도서관을 담당할 때 위장병이 걸렸었거든요. 왜냐면, 수업도 하고, 쉬는 시간마다 열어야 하고, 점심시간에도 열어야 하니까 밥을 빨리 먹게 되더라고요. 혼자 먹어야하는 경우도 많고 힘들어요. 사실 제일 좋은 건 전담인력이 있는 거잖아요.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와 사서가 함께 근무하며 교과교사들의 교육과정을 지원하면 좋을 텐데 그게 잘 안되다 보니까 어려움이 많이 있는 거 같고요. 저희가 잘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전담인력 배치문제에 대해 더 많은 요구를 해야 할 거 같아요.

학교도서관이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 이 성 희 | 학교도서관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학교도서관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이이야기를 해봤으면 합니다.

| 한 성 진 | 학교도서관이 아이들이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지만 그걸로 끝나면 또 안돼요. 쉼터를 만든다 하면 예쁘게 꾸며놓은 환경만 있어도 가능해요. 도서관은 학습지원센터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 건 정말로 기계적이에요. 자기 스스로도 기계가 되고 싶은 거 같아요. 스스로 찾아서 공부해본 적이 없어서 이렇게 멍청할 수 없어요. 계속 멍청하게 살 거 같아요. 그걸 막아줄 수 있는 공간이 도서관이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자기 스스로 찾아서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은 학교 도서관밖에 없잖아요.

| 송 경 영 | 도서관을 만들어만 놓으면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는 공간이 될까요? 백 명 중의 열 명도 안될 것 같아요.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꾸며주고 좋은 책을 사 두고 학습지원센터니 가서 스스로 공부를 해라 말로만 하면 전체 아이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는 거예요. 저는 일부러 도서관에 가서 수업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사실 도서관에서 수업하는 게 교실 수업보다 3배쯤 힘들어요. 도서관에 가서 아이들이 자료를 찾아 과제를 수행하도록 계속 끌어주어야 하니까 교사로서도 힘들고 아이들도 가만 듣고 있는 수업보다는 훨씬 더힘이 드는 거죠. 그렇지만 아이들이 졸업하고 나서 도서관에서 공부했던 게 가장 재밌었다는 말을 해요. 수업할 때는 힘들다고 제발 이런 것 좀 시키지 말라고 난리가 났거든요. 결국 아이들도 스스로 참여하는 수업이 기억에 남게 되는 거지요.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그나마 좀 도서관 활용수업이 되거든요. 그런데 주입식입시 교육을 해야 하는 고등학교에선 힘들지요. 그래서 교육과정과 학교도서관 활용을 연계시키지 않는 한참 풀리기 힘든 숙제죠. 결국은 도서관 활성화가 제대로 되려면 우리의 교육과정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봐요.

| 주 상 태 |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뭔가에 대해 작년부터 도서관을 맡으면서 실험을 해봤죠. 제가 도서관에서 대출 반납을 하다보면 학생들이 책을 고르는데 한계가 있어요. 정말 좋은 책을 못 골라요. 도서관에 오게만 하면 될 게 아니라 오고 난 다음에 좋은 책을 골라 읽을 수 있게끔 도서관에 있는 책을 뒤집어 놔야 된다고 봐요. 저는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이 책을 볼 수 있게 하려고 도서관 가운데다 그림책을 바로 뺄 수 있게끔 해놨어요. 그랬더니 오 분 동안 그림책만 보고 가는 거예요. 또 한 가지는 월별 행사와 연계해 주제별로 도서를 볼 수 있게 했어요. 신간도서는 보통 앞에 있거든요. 그건 가장 기본적인 거고 담당교사나 사서가 주제별 도서, 그림책, 만화책을 하느냐에 대해 다양한 방법을 개발해서 학생들이 볼 수 있게 해야 해요. 도서관에 있는 책을 다 솎아내지 않으면 정말 좋은 책, 재밌는 책을 골라내지 못하니까요. 그냥 사탕주고 오게 하는 게 아니라 문화를 통해서 도서관에 오게끔 하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나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최 현 숙 | 저는 도서관이 책만 소장하는 좁은 공간이 아니라 애들이 모여서 함께 소통하고 서로 아이들이 얼굴 맞대고 대면하는 공간의 역할을 하는 거 같아 좋아요. 쉬는 시간 종이 치면 문을 열고 ‘와~’하고 뛰어 들어오는 애들이 있어요. 애들한테 뭐라고는 하지만 애들이 표정이 웃으면서 오거든요. 저는 그 모습 보면서 전에 누군가에게 들었던 애들한테 어른이 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관심, 시간 ,사랑, 꿈 이런 것도 있지만 가장 좋은게 웃음이라는 얘기를 떠올리곤 해요. 책도 읽고 다양한 행사를 통해서 먹을 거도 많이 주고, 책을 통해서 함께 웃을 수 있고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그런 문화 공간의 모습이 좋은 거 같아요.

| 김 성 자 | 도서관 선생님이 좀 친절하고 책이 잘 갖춰져있으면 아이들이 도서관에 가서 쉬다 오고, 책을 누워서보고 그래요. 엄마들 오기 전에 기다리기도 하고 학원가기 전에 기다리기도 하고. 이런 좀 편안한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는 거 같아요. 사서 선생님이 좀 무서우면 안가요. 앞으로도 편안한 공간이 되어야 할 거 같아요. 도서관에는 돌보미 기능이 확실히 있어요. 예를 들어 엄마들도 사서선생님들 좋으면 “저희 애 거기 2시까지만 있게 해주시고 이따가 보내주세요”와 같은 이야기가 가능해요. 좋은 지역은 주변에 도서관이 잘 있고 도서관의 수준도 좋아요. 제가 살고 있는 김포와 같이 낙후된 지역은 도서관을 가려면 너무 힘들어요. 시립이나 마을 도서관도 없고, 그냥 학교 자체가 지역 자체 도서관의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소외되는 아이들은 계속 소외된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지역일수록 도서관이 좀 더 좋은 도서를 가지고 아이들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해야 되기 때문에 아직도 다양한 체험활동은 초등학교에서 유효한 거 같아요. 그리고 도서관에서는 사서의 역할이 중요한데, 사서는 2년 되면 뜨잖아요. 보통 2년 이상 계약 안하잖아요. 물론 열의를 갖고 하시는 분도 있긴 하지만 책임감을 갖기에 어려운 거 같아요.

| 김 현 주 | 저도 앞서 말씀하셨던 거랑 같아요. 교육지원센터로서의 역할, 아이들을 끊임없이 도서관으로 끌어당겨야 하는 일. 그런 일을 다 고민하게 되는데, 저는 학교 도서관 업무를 빼고 학급 문고를 운영해요. 그림책이랑 일반 책들이 300권정도, 만화책이 100권정도 저희 집에 제가 가진 책들. 물론 제가 다 읽고 있어야 되는 거예요. 이러한 활동이 교육과정 안에서 녹아낼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많습니다.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저희 교실 안에 이루어져요. 커다란 학교 내에 있는 도서관에서의 교육 프로그램도 좋지만, 아이들과 오랜 시간함께하는 선생님이 학급에서 학급문고를 운영하는 것도 좋아요. 아이들과 함께 책들을 읽으면 교과와 관련한 폭넓은 탐구 활동을 할 수 있거든요.



송 경 영 | 학습지원센터 이야길 너무 많이 하다보니까 도서관이 자료를 이용해서 공부해야만 하는 공간으로 지나치게 부각될까 싶은데 기본적으로 도서관은 가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해요. 요새 초등학교에서 책을 반납하러 오는 아이들한테 퀴즈 문제지를 하나씩 주고 답을 써내야 독서통장에 기록해주는 학교가 있다는 거예요.
저는 굉장히 씁쓸한 생각이 들었거든요. 도서관마저도 아이들이 대학을 가기 위해 스펙을 쌓는 공간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요. 너무 학습지원센터에 치중하다보면 그곳마저 아이들의 숨통을 죄는 무거운 공간으로 자리를 잡게 될까 봐 걱정스러워요.

| 이 성 희 | 지금까지 학교 도서관에 대해서 담당 선생님들과 다양한 생각들을 나누어봤습니다. 앞으로도 학교도서관 계속 맡으실 거라 믿고 있습니다. 물론 전담인력이 배치될 때까지요. 학교도서관은 우리교육의 희망입니다. 오늘 이 자리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함께 꿈을 나누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앞으로도 학교도서관에서 학생과 학부모님들과 행복한 만남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을 해봅니다. 장시간 동안 좋은 이야기를 해주신 여러 선생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목록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물 검색

회사소개 개인정보 이용약관 광고 및 제휴문의 instagram
Copyright © 2021 (주)학교도서관저널.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