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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어머니, 뽀뽀를 어디다 해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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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22 22:08 조회 6,47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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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넘은 아들이 아흔 넘은 엄마 찾기에 나섰다. 둘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뛰어넘는 것, 자아 찾기에 다름아니다.
“내 ‘엄마 찾기’는 요컨대 ‘화해’의 과정이었다. 그분과의 화해가 세상과의 화해, 나 자신과의 화해를 위한 길을 열어주었다.”고 아들은 고백한다. 모자간에 대체 어떤 불화가 있었던 걸까. “참 머나먼 모자간이었어. 너랑 나랑 왜 그렇게 멀었냐? 너 나한테 뭐가 그렇게 불만이었냐?”고 토로하는 엄마에겐 어떤 고통의 기억이 있는 것일까.

아들은 역사학자 김기협. 80년대에는 대학에서, 90년대에는 신문에서 일하고 2008년부터 『밖에서 본 한국사』, 『뉴라이트 비판』, 『김기협의 페리스코프』, 『망국의 역사, 조선을 읽다』 등의 성과를 줄줄이 내놓은 역사학자다.

어머니는 누구인가. 한국어 어원 연구의 개척자로 이화여대 교수를 지낸 국어학자 이남덕. 아버지는 6.25 당시 서울의 인공 치하 3개월을 기록해 전쟁의 참상과 인간성의 본질을 꿰뚫은 『역사 앞에서』로 널리 알려진 역사학자 김성칠(1913~1951)이다. 글 마디마디 굴곡의 근현대사를 품은 가족사가 스몄으니 이 책이 어찌 그저그런 간병기에 그치겠는가.
‘병’이 ‘복’을 낳았달까. 2007년 어머니가 쓰러지면서 변화가 일어난다. 3년여 시병 생활이 모자 관계를 회복시킨 것. 아들은 어머니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부러 비틀어보고 슬쩍 질러도보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는 기억의 이쪽저쪽을 오가며 아들을 놀려먹고 심술도 부려본다.

두 사람은 사랑의 ‘본심’이 미움의 형태로 나타나 서로를 괴롭혔던 시간들을 꺼내어 그 미움을 함께 씻어낸다. 두 사람 ‘제2의 인생’ 막이 올랐다. 그 이야기가 참 재밌고 뭉클하다. 뒷얘기가 궁금하다.

『아흔 개의 봄』(서해문집)에서 새로 맺어지는 관계의 아름다움을 본다. 저 예쁜 모습을 자주 뵙지 못할 것이 아쉽다… 어머니를 가까이 병원에 모시다가 멀리 요양원에 모시게 된 아들, 예순 넘어서야 엄마 예쁜 걸 알았다. 쪼글쪼글 치매 노모가 무어 그리 예쁠까.
마지막 422쪽을 읽고는 표지에 실린 엄마 얼굴 사진을 만져본다. 엄마는 예쁘다. 부디 건강하시길!



어머니 이남덕 선생은 여전히 건강하고 편안하게 지내시는지. 뵙는 대로 소감을 계속 적고 있다. 블로그(orun-kim.tistory.com)에 들어와보시길. 1월 15일 막 나온 책을 갖고 갔을 때는 다시 한 번 놀랐다. 정말 행복한 인생이시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장난감 노릇이 재미있다”고 했지만, 사실 힘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
직접이건 간접이건 경험을 가진 분들은 ‘치매’라는 말 자체에서 고통과 어두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는 모든 종류의 ‘불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위기다. 사회복지에 종사하는 한 분이 이 책을 보고 그 분야 참고서로도 가치가 있다는 말씀을 하시던데, 듣고보니 그렇다 싶다. 관념 때문에 불필요하게 겪는 고통과 피해의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면 쓴 사람으로서 정말 보람을 느끼겠다.

모자간 불화가 싹튼 배경, 모자가 겪은 갈등과 곡절을 좀 더 소상히 밝혔으면 독자의 이해와 감동이 더욱 크지 않았을까. 아무튼지 어머니가 왜 그리도 미웠는지, 모자간이 왜 그렇게 멀었는지.
곡절을 소상하게 밝힐 필요를 느끼지 않으며 썼다. 아버지와의 결혼이 정당한 행위인가 하는 문제에 마음이 많이 얽매였다. 내 출생의 조건 자체를 편안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인간이었으니 자식 노릇은커녕 사람 구실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 이남덕 선생에게 아버지 김성칠 선생은 과연 어떤 존재였다고 보는가.
책 속에는 떠오르는 생각을 그때그때 거리낌 없이 적은 대목이 더러 있지만, 정색을 하고 이렇다 저렇다 말하고 싶지는 않다. “큰 빛은 눈에 보이지 않고 큰 소리는 귀에 들리지 않는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하겠다.

어머니가 “집착을 벗어나 마음이 편안하시다”고 썼다. 이남덕 선생이 오래도록 버리지 못한 집착은 무엇이며 어떻게 거기서 놓여나 편안한 마음자리를 얻었다고 생각하는지.
기본적으로 정체성 문제, “나는 어떤 사람이다.” 내지 “나는 어떤 사람이어야 한다.” 하는 자의식을 생각한다. 그 자의식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조건을 편안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제가 다른 문명사회에 비해 한국사회에 더 많다고 보는데, 어머니는 살아오신 곡절 때문에 특히 심한 편이겠다.
시병이 곧 수행이기도 하다면서 “어머니를 정성껏 모시게 되면서 다른 일도 생활도 정성껏 하게 되었다”고 했다. 시병 수행의 결과랄까, 자신의 큰 변화가 있다면...
방금 말한 ‘자의식의 불안감’을 많이 극복했다고 할까? 이 책에서처럼 나 자신을 남들의 시선속에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불편해 하는 마음이 줄어든 게 그 뚜렷한 결과다. 남들에게만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뻔뻔해졌다.



『아흔 개의 봄』은 부부, 형제, 부모와 자식 등 가족의 관계와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이번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 새롭게 깨친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가 내 존재의 근거라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다. 나 자신을 추상적 가능성이 아닌 구체적 존재로 본다면 주어진 모든 인연을 고맙게 받아들일 수 있고, 가장 크고 깊은 인연으로서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저절로 든다. 전통시대에는 이런 설명도 필요 없이 누구나 저절로 가지는 마음이었는데, 변화가 많은 현대 세계에서는 이런 마음을 지키고 키우기 위해 각별히 애쓰지 않으면 존재의 위기를 겪기 쉽다.

한국 사회에 ‘할 말’이 많다는 게 이 책 곳곳에서도 드러난다. 학자로서 평소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한 문제의 식이 궁금하다.
내 생각과 행동에 진보적인 면도 없지 않지만 정치적 태도는 보수주의를 표방한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추구하는 것이다. 예컨대 ‘체벌 전면 금지’에 반대한다. 체벌의 오용과 남용은 막아야 한다. 그러나 그 전면 금지가 원칙과 상식으로서 타당성을 가질 수 있는지는 조심스럽게 생각할 일이다. 우리 사회 교육계는 원칙과 상식은 커녕 말도 안 되는 많은 폐단에 오랫동안 빠져 있었다. 고치려는 노력이 커진 것은 반갑지만, 손쉬운구호에 빠져 반대쪽 폐단을 일으킬 위험을 조심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교육이 미래를 좌우하는 분야라는 점에서 다른 분야보다 보수주의적 입장이 더 중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방공간의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인 「해방일기」를 쓰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의 저술 계획을 들려달라.
「해방일기」는 평생 제일 큰 일거리로 세운 것이다. 3년 계획 중 6분의 1이 진행됐고, 3년 작업이 끝나도 거기서 이어지는 작업이 있겠다. 3년 전 『밖에서 본한국사』를 낼 때는 ‘안에서 본 동양사’, ‘곁에서 본서양사’ 하는 식으로 역사를 개관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이어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몇 달 후 『뉴라 트 비판』 작업을 하면서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한다고 판단되는 일을 찾게 되어 『망국의 역사, 조선을 읽다』, 「해방일기」로 작업이 이어지게 됐다. 개인적 만족보다 사회의 필요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된 것이다  연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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