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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꿈 그리다 학교에 빠진 만화가 신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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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20 23:01 조회 10,77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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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었던 만화가, 만화가가 된 선생님
이찬미
신기하게 생기셨을 줄 알았는데, 별로 안 그러시네요. (웃음) 만화가는 좀 특별하게 생겼을 줄 알았어요.
신의철 똑같죠, 뭐. (웃음)
최유림 선생님이 되신 거잖아요. 선생님이 되신 계기가 있다면요?

신의철 그러니까 일단 사범대에 들어갔고, 졸업하니까 교사 자격증이 나왔어요. 교사 자격증이 나와서 선생님이 된 건 아니고요, 원래 꿈은 만화가였어요. 그래서 대학생 때도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을 했었는데, 제가 데뷔했던 작품이 잘 안됐어요. 그때가 2000년대 초반이었는데, 한국 만화 시장이 꽤 어렵긴 했어요. 그때 나는 재능이 별로 없나보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러고 있던 중에 교생실습을 나갔는데, 생각보다 학교생활이 재밌더라고요. 그때 미술 시간에 제가 수업할 때, 학생들이 나무랑 아크릴 같은 걸로 자기가 살고 싶은 집을 만드는 수업을 했었는데, 아이들이 잘 하고, 따라와주고 그랬죠. 그때 아이들이 그냥 젊어서 좋아한 건데, 잘 생겨서 좋아하는 줄 알고, 학교 가면 재미있게 생활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죠. (웃음) 그래서 졸업하면 교사가 되어야겠다, 하고 교생 실습 다녀와서 생각했죠.
최유림 왜 사범대에 들어가셨는데요?

신의철 사범대에 들어갈 때에는 선생님이 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그때도 만화가가 될 생각이었는데, 그 당시 입시 ‘가’군에 저희 학교밖에 쓸 데가 없어서 지원했는데, 붙어서 들어갔죠. 원래는 만화가가 되기 위해 디자인과에 가려고 했는데, 만화가가 되려면 미술에 관해서 전반적으로 다 배워두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해서 미술교육학과에 들어갔죠. 미술교육학과에 가면 이것저것 많이 배우거든요. 동양화도 배우고, 서양화도 배우고.
정승은 책에서 보면 귀찮다, 이런 내용이 엄청 많잖아요. 수업할 때도 그냥 그려, 이렇게 하는 부분들이 많은데, 선생님이셨을 때, 그래도 나름의 교육관이 있었을 거 같은데 어떤 거였어요?

신의철 일단 저는 뭘 억지로 가르치려고 하진 않았어요. 책의 내용 중에 귀찮아하는 것들은, 사실 만화니까 과장된 면도 있지만 뭘 억지로 학생들한테 가르치려고 하지 않은 모습이 반영된 거예요. 저는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좀 즐거웠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미술 시간에도 그렇잖아요. 미술 배우나요?
정승은 배워요.
신의철 보통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것 자체를 안 좋아하죠. 잘 못 그리면 싫어하는 애들이 많거든요.
정승은 맞아요.

신의철 저는 그림 그리는 것 자체에 대해서 좀 두려워하지 않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진짜 객관적으로 다른 사람이 봤을 때에는 엉망이고, 낙서처럼 그린 그림도 그 아이가 거기에 어떤 아이디어를 넣어서 그렸으면 점수는 다 줬어요. 그런 식으로 자유롭게 그릴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려고 했어요. 그러니까 저는 애들이 그림 그려서 화가 만들 거 아니니까 제일 큰 목표는 미술을 좋아하게끔 하면 더 좋지만, 미술을 싫어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최유림 전직 선생님이셨으니까, 학생들 연애 하는 것도 많이 보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신의철 근데 그 나이 때 다 하잖아요? 저는 못했지만. (웃음) 요새는 제가 인터넷 카페에 ‘신샘의 러브레터’라는 연애 상담 방을 만들었어요. 메일로 오는 것 중에 상당수는 초등학생이거든요. 그런 내용 보다 보면 사실 이제 아이들 사이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근데 학생 때 시간이 들어서 공부를 소홀히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다 나쁜 거라고는 생각 안 해요. 오히려 둘이 더 열심히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고요. 그때 사랑, 연애 때문에 시간 뺏기고, 정신 뺏기고 이런 것들이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잖아요. 나이 들어서 사랑하고 연애하는 건 또 다르니까. 다 인생의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정승은 지금 여자 친구 있으시죠?
신의철 네.
정승은 근데 선생님도 그 여자친구가 첫사랑이 아닌 거 아니에요?
신의철 그건 모르죠. (웃음)
정승은 선생님의 첫사랑은요?

신의철 첫사랑이라는 개념 자체가 옛날에는 처음으로 좋아한 사람이라는 뜻이었고, 그 다음에 생각한 것은 처음으로 사귄 사람이라는 의미가 있죠. 사실 이제 제가 삼십대 중반이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처음으로 좋아했던 여자, 처음으로 사귀었던 여자들은, 사실 첫사랑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그렇죠. 제 생각에는 훨씬 더 나이가 많이 들고, 그 다음에 세월이 좀 지나서 사랑이 뭔지 더 알아야 첫사랑이 누구라고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이제는 지금 여자친구, 나랑 결혼할 사람이 첫사랑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정승은 그렇군요. 왜 이렇게 웃기지? (웃음)

만화가라는 꿈
최유림
선생님도 학생 시절이 있었잖아요. 학생 시절에 특별한 점 같은 게 있었나요?
신의철 평범했어요. 특별한 건 아닌데 좀 다른 모습이었다면, 수업시간에 연습장에다가 만날 그림을 그렸어요. 숨어서. 그러다 연습장도 뺐기고. 그거 빼고는 공부도 하고 애들하고 놀러 다니고, 특별히 어긋났던 일도 없고, 평범한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선생님들한테도 딱히 기억에 남지 않을 만한 학생…



정승은 왜 만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 계기가 있을 거 같은데요?
신의철 그냥 그림 그리는 게 좋았으니까.
정승은 엄청난 만화를 보고 대단한 감동을 받고 그런 건 없었어요?

신의철 어떤 한 작품을 딱 보고, 만화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제가 만화가가 되려고 마음먹었을 때쯤 재밌게 봤던 만화들은, 일본 만화 같은 경우에는 『슬램덩크』, 『드래곤볼』, 『H2』 등이 있어요. 그때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정식 수입은 안 되었지만 우리나라에 막 들어올 때여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도 많이 봤어요. 한국 작품은 그때만 해도 가장 재밌게 봤던 게 이현세 선생님 작품하고 허영만 선생님 작품. 『비트』, 이런 거 보면서 컸죠. 보면서 따라 그려보고, 이야기를 만들고 했죠. 제가 중학교 때 소설 쓰는 걸 좋아했거든요. 요새도 그런 학생들 많잖아요. 요새는 인터넷에 많이 뜨잖아요. 그때는 노트에 써서 친구들이 돌려봤어요. 인터넷이 없으니까 PC통신을 이용하기도 하고. 이야기 만드는 것도 재미있고, 보는 것도 좋아하고. 거기다가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그런 걸 다 합하니 만화가라는 직업이 괜찮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중학생 때부터 되고 싶었어요.
최유림 만화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포기해야 했던 것들이나 힘들었던 점이 있나요?

신의철 제가 만화만 했던 적이 없었거든요. ‘영챔프’라는 만화 잡지에 시라리오 작가로 연재를 했는데 그때는 학생이었고, 만화가 문하생 생활을 할 때도 휴학 중이었으니까 대학생이었고. 그리고 <스쿨홀릭>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는 교사였고, 처음으로 2009년 7월에 교직을 나오면서 만화가가 되었죠. 그 전까지는 사실 개인적인 시간을 조금만 희생하면 할 수 있었는데, 교직을 그만둔 결정은 사실 좀 많은 걸 포기해야 되는 거였어요. 교사라는 직업 자체가 요새인기가 많잖아요. (웃음) 사실 만화가라는 직업이, 제가 지금은 어느 정도 잘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망할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작품이 잘 안될 수도 있고. 지금 한국 만화의 많은 부분이 포털사이트에 의존하고 있잖아요. 만약에 그런 포털사이트에서 어느 날 갑자기 웹툰 서비스를 접는다고 하면, 대한민국 만화가들이 연재할 데가 많이 줄어들 거거든요. 교사라는 직업에 비해서 만화가는 그런 여러 가지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있지요. 더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면을 많이 포기해야 했었던 것 같아요.
이찬미 만화가가 되셔서 더 좋은 점이 있다면요? 더 얻을 것이랄까요?

신의철 일단 잠이요. (웃음) 제가 학교 다니면서 <스쿨홀릭> 그릴 때, 하루에 4시간 정도밖에 못 잤어요. 왜냐하면 다른 만화가들은 하루 종일 만화를 그리지만, 저는 아침 6시에 일어나서 학교 갔다 오면 저녁 6시, 7시고 그때부터 만화가가 되기 때문에 작품을 만들 시간이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적었어요. 그러려면 부수적으로 당연히 잠이 줄어들겠죠? 그래서 좀 일찍 자면 새벽 1시, 2시쯤 자고, 늦게 자면 새벽 3시쯤 자고, 6시에 일어나니까, 잠을 서너 시간밖에 못자는 생활을 2년 가까이 한 거예요.

좀만 더 하면 죽을 것 같더라고요. 일단 전업 만화가가 돼서 잠을 많이 자니까 좋아요. 두 번째로는 시간을 내 맘대로 쓸 수 있다는 것. 셋째로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 그전까지는 다른 만화가들하고는 교류가 거의 없었거든요. 근데 이제 만화가들도 많이 만나요. 시간이 좀 생겨서 취미 활동도 하다보니까, 인터넷 동호회에서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이런 식으로 좀 다른 사람들, 그전까지는 전혀 만날 수 없었던 부류의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스쿨홀릭>을 그릴 때도 부담이 덜해요. 그전까지는 사실 현직 교사라 표현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부분이 조금은 있었거든요. 사실 최대한 그런 걸 없애려고 많이 하긴 했었는데, 그런 것도 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것 같고요.
정승은 만화가가 될 거라고 하니까 어머니께서 반대하시진 않으셨어요?

신의철 그 당시에 부모님이 속이 상하셨는지는 모르겠는데, 두 번 얘기했죠. 한 번은 열여섯 살 때, 다른 한 번은 서른세 살 때. 처음 얘기했을 때는 내가 만화가가 된다고 해서 당장 만화가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공부 열심히 하길 바라시는 게 부모님 마음이고, 그 당시에는 만화과가 없었고 그래서 미술 시켜달라고 했죠. 미대라도 가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시켜 주셨어요. 서른세 살 때는, 어느 정도 제 인생에 대해서 제 스스로 책임질 나이가 되었지만, 부모님께 말씀은 드려야 했죠. 부모님도 처음엔 걱정 많이 하셨어요. 아들이 잘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만화가를 하겠다고 하니까. 그래도 절 믿어 주셨어요.
정승은 지금은 뭐라고 하셔요?
신의철 “일 잘되니?” (웃음)


진실 혹은 『스쿨홀릭』
정승은
어렸을 때 보셨다고 했던 『드래곤볼』과 같은 그런 판타지 이야기를 그리실 수도 있었을 텐데 왜 학교 이야기를, 교직에 계셔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딴 얘기를 그리실 수도 있는데 왜 학교 이야기를 그리셨나요?
신의철 제가 <스쿨홀릭>을 그리게 된 계기가… 그 당시에 웹툰이라는 게 나온 지 얼마 안 되서 많이 없었어요. 그리고 대세가 생활툰이었어요. <낢이야기>나 <마린 블루스>나. <마음의 소리>도 제가 시작할 때쯤 거의 같이 시작했던 것 같고, 그런 것들을 보다 보니까 나도 생활툰을 한번 그려볼까? 생각을 했는데, 제 생활이 학교라서 <스쿨홀릭>을 그렸던 거예요. 그 이후로 <스쿨홀릭>을 그리면서도 몇 개 작품을 더 그렸는데, 학교 이야기가 많았어요. 근데 아마 <스쿨홀릭>은 오래 연재할 것 같은데, 이 작품 이후로 그리는 다른 작품들은 아마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아요. 지금 계획 중인 것도 있고.

이찬미 『스쿨홀릭』 정말 재밌게 잘 봤어요. 빵빵 터져서, 이불 위에서 구른 적도 있고. (웃음) 아이들 언어라든가 유머코드를 너무 잘 아시는 것 같아요. 요즘 아이들하고도 느끼는 거나 생각하는 거나 그런 게 비슷하니까, 많은 아이들이 공감하고 좋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거든요.
신의철 세대 차이가 날이 갈수록 더 커진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인터넷이라는 매체 때문에 오히려 어린 학생들하고 소통하려고 마음먹으면 훨씬 더 용이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즐겨 쓰는 모르는 말도 인터넷에 검색하면 다 나오잖아요. 실제로도 제가 노는 게 아이들하고 크게 다르지 않아요. 게임도 하고 뭐 그렇죠. (웃음)

정승은 『스쿨홀릭』 보면 엄청 재미있는 부분도 있고, 황당한 부분도 있던데 그런 부분들이 다 실화에요?
신의철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잖아요, 대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해요. 근데 실화를 있는 그대로 얘기하면 재미없잖아요. 그러니까 과장도 섞고, 만화니까 좀 연출도 들어가고. 예를 들어, 그냥 도망가는 건 진짜 있었던 일인데, 2미터나 되는 담벼락을 뛰어넘는다거나 하는 건 약간 과장이 들어간 거죠.

이찬미 약간 만화적인 과장이 있다고 하셨는데, 직접 보니까 유하시고, 편하시고 그래 보이는데, 그래도 선생님의 캐릭터가 들어간 만화 속에서는 잘 부딪히고 다그치기도 하고, 장난스럽잖아요, 그런 편이셨어요? 좀 더 친구 같은 느낌? 어떤 선생님이셨는지, 실제로 만화 캐릭터랑 좀 부합하시는지요?

신의철 학교에 있으면 학교 선생님들 중에 30%는 전형적인, ‘아, 이 선생님은 정말 천직이 교사다’ 싶은 그런 선생님이 있잖아요. 저는 그런 타입은 아니었어요. 아이들하고 격 없이 지냈던 것 같긴 해요. 근데 사실 교사 입장에선 그것도 힘들거든요. 그렇게 하는 게 힘든 게 아니고 그렇게 함으로써 힘들어요. 애들이 편하게 대해주면 더 그러잖아요. 근데 내가 그렇게 선택을 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 최대한 스트레스는 안 받으려고 했어요. 어떻게 보면 버릇없이 굴 때도 있긴 한데, 그런 것 자체를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고, 그런 상태에서 학생들하고 깊게 얘기하다 보면 통하는 면도 있고. 우리 중학생들도 마냥 생각 없는 건 아니잖아요. 어떤 게 더 옳다고는 말 못하겠어요. 이런 선생님도 있고, 저런 선생님도 있잖아요. 근데 한 명쯤은 있어야 할 캐릭터가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찬미 제가 봤을 때 『스쿨홀릭』 1권에서는 선생님으로서의 어떤 어려움 같은 것도 담겨 있고, 에필로그를 비롯해 좀 긴 글들도 실려 있어서, 솔직하고 좀 진지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데 2권부터는 약간 스타일이 다르게 나간 것 같아요.
신의철 1권이 나오고 2권이 나올 때까지 한 2년 정도 시간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1권의 경우는, 다른 것보다 공감 쪽에 많이 치우쳐 있었던 것 같아요. 2, 3권에서는 공감보다는 개그 위주로 갔다가, 최근에는 그 둘을 좀 많이 조합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공감이라고 생각해요. 선생님이 보거나, 학생이 보거나, 혹은 졸업한 사람이 봐도 “아, 나 학교 다닐 때 이랬는데”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요소요. 개그보다 웃기는 만화 많이 있잖아요.

이찬미 작품을 보면 학생들을 안쓰러워하시기도 하고, 애정이 느껴지기도 해요.
신의철 저도 그렇게 생활했지만, 좀 불쌍하긴 하죠.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이란 게 몇몇 사람이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학벌과 서열화, 공부로 성공하지 않으면 아주 극소수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가 문제지요. 학교는 그 시스템을 따라가는 거고요. 근데 『스쿨홀릭』에서는 교육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별로 없어요. 왜냐하면 교육의 현실을 비판하는 매체는 이미 많이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스쿨홀릭』만큼은 그렇게 심각한 내용보다는 즐겁고 유쾌한 학교생활을 그리려고 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꿈은 자란다
정승은
나는 이런 만화가다? 어떤 만화가?
신의철 한 마디로 얘기해야 될 것 같아요. (웃음) 지금은 뭐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아요. 『스쿨홀릭』이 초반에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현직 교사라는 장점이 있어서였는데, 지금은 없잖아요. 점점 그 약발이 떨어진단 말이에요. (웃음) 아직까지는 그게 있어요. 그래서 학교에서 불러주고 그러는 거겠죠. 아직까지는 대한민국의 학교생활을 그리는 만화가라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은데, 앞으로는 다른 거 필요 없고,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는 만화가라는 아주 모범적이지만 어려운 그런 작가가 되고 싶어요.
정승은 그렇군요.
최유림 꿈에 대해 방황하는 학생들이 있잖아요. 그 친구들한테 한 마디 해주시면요?

신의철 꿈에 대해, 꿈 때문에 방황하는 것 자체가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방황을 하고 갈등하는 것 자체는 참 좋은 일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만한 갈등이 있다는 건 자기가 그걸 하기 위해서 뭔가 노력을 했다는 뜻이잖아요. 노력도 안하고 머뭇거리고, 입 밖에도 안냈는데 갈등이 있을 리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것 자체로 좋은 일인 것 같고, 그 열정만 잃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만화가가 된다고 마음먹고 만화가가 되기까지 17년 걸렸거든요. 중학교 3학년 때 만화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어서 서른세 살에 만화가가 됐으니까, 17년 만이었죠. 언제든 자기가 그 생각만 확고하다면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정승은 앞으로의 계획은요?
신의철 일단 『스쿨홀릭』은 죽을 때까지. 짱구처럼.
최유림 좋아요. 짱구처럼. (웃음)

신의철 아마 여러분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스쿨홀릭』의 학생들은 그대로 중학교 2학년이고, 선생님은 서른세 살일 거예요. 그 이전부터 그때까지의 이야기니까 그때로 남아서요. 그런데 사실 엄청 힘들어요. 죽을 것 같아요. (웃음) 일주일에 두 번씩. 이 작품은 일반 생활툰하고는 다르게 공간이 한정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지금까지의 캐릭터 외에도 앞으로도 또 다른 과목 선생님, 다른 종류의 학생들 등 계속 캐릭터가 투입될 거예요. 하지만 기준은 언제나 현실에서 동떨어지지 않은, 실제 학교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할 거예요. 그래서 가능하면, 나중에는 주 1회로 가더라도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이 작품은 아이디어 짜는 게 힘들지만, 사실 그리는 시간은 얼마 안 걸리거든요. 그래서 다른 작품과 병행할 수 있는 작업이기 때문에 올해에 아마 신작을 또 하나 할 것 같아요. 극화 있잖아요, 좀 정색하고 그리는 그림. 이제 그런 만화도 연재하고 싶고, SF도 그려보고 싶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는 꽤 많아요. 능력이 안 되서 못하지. (웃음)

이찬미 제가 궁금했던 것들도 아이들을 통해서 다 말씀해 주신 것 같아요. 원래 작가는 작품으로 다 말한다고 했는데, 오늘 작가님을 직접 만나보니 작품 이상의 것을 보여주신 것 같아요. 이야기 속에서 삶의 진중함 같은 것들이 엿보여서 감동이 되기도 했어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최유림 저는 이렇게 직접 작가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신기했어요.
정승은 『스쿨홀릭』의 작가를 만난다고 하니까 동생들이 엄청 부러워했어요. 좀 어린 동생들이 같이 가겠다고 하는데 조용히 하라고 하고 저만 나왔어요. 엄청 재밌는 시간이었어요.
신의철 짧은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지만 좋은 질문들 감사합니다. 먼 훗날 제가 유명한 만화가가 되면 그 밑거름이 되어 주신 걸로 생각하겠습니다. (웃음).

신의철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졸업. 세종대학교 문화예술콘텐츠대학원 만화애니메이션 전공. 前 중학교 미술교사. 네이버 웹툰 <스쿨홀릭>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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