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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독자가 만난 작가]『욕 좀 하는 이유나』 류재향 작가와의 만남
<학교도서관저널 , 2020년 06월호> 20-06-29 13:51
조회 :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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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이야기 덕후에서
동화작가가 되기까지

‘라떼는 말이야~’ 어릴 때 무얼 하면서 지내셨나요?
저랑 세 살 터울인 오빠랑 잘 놀았는데, 오빠는 늘 로봇놀이를 하고 나면 인형놀이를 해준다고 했어요. 그러고는 저한텐 악당을 시키더라고요. 제가 “으악!” 죽는 시늉을 계속하다가 “이제 인형놀이 하자.” 그러면 오빠는 저한테 인형으로 날라차기를 하면서 장난을 쳤어요. 저는 오빠한테 저리 가라고 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서 인형놀이를 하곤 했어요. 잘 그리진 않았지만 만화를 그려서 반 친구들이 돌려봤고 학예회 대본을 도맡을만큼 이야기 만드는 데엔 유독 재미를 붙였어요. 골목에 나가 노는 것도 좋아했지만, 고등학생이 돼서도 할 만큼 인형놀이에 푹 빠졌었어요.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엄마가 제 허락도 없이 동네 아이들에게 제 인형놀이 세트를 나눠주셨더라고요. 그때 교복을 입고 세상 다 잃은 것처럼 울었던 기억이 나요.



국문학과 스토리텔링을 전공하셨는데, 오래 전부터 동화작가를 꿈꾸셨어요?
꿈이 많이 바뀌었어요. 대학 시절,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갔는데 그곳 선생님께서 일본 소설은 많이 읽었는데 한국 소설은 읽은 적이 없다면서 책 추천을 부탁하시더라고요. 그때 가슴속에서 불이 일어났어요. 그래서 국립도서관에 가서 아시아 섹션을 봤더니 중국과 일본 소설과 달리 한국 소설은 아주 적었어요. 그나마 영어로 변역된 한국 소설은 대부분 옛날 책이었어요. 그때 도서관에서 발견한 한국 소설들을 목록으로 만들어서 선생님께 드렸어요. 선생님께서 제가 만든 목록에서 책을 골라서 사서 읽었다고 하셨는데, 그 무렵에 한국 문학을 외국에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밴쿠버 브리티시컬럼비아 주립대학(UBC) 아시아학 석사과정에 지원해서 합격하기도 했고요. 결혼을 한 후엔 영미 희곡과 소설 등을 공부하면서 스터디 모임이나 특강에도 참여하며 계속 글을 써나갔어요.



소설과 드라마 극본 등 여러 글쓰기를 하셨는데, 동화책에 대한 관심은 언제 생기셨나요?
아이를 키우면서 종종 제 꿈과 멀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영문학 공부를 다시 시작했고, 방송작가협회 교육원 드라마 작가 과정 전문반까지 이수했어요. 틈틈이 소설과 극본을 썼는데, PD 한 분이 제 대본을 보고 같이 일하고 싶지만, 제 나이가 걸린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제가 서른다섯 살이었는데, 일하면서 아이를 돌보려면 친정엄마의 노동을 다 갈아 넣어야 하는 게 현실이더라고요. 제가 능력이 출중했으면 감수하고 해냈겠지만, 과감히 마음을 접었어요. 그러던 차에 모교 은사인 최시한 교수님을 만났어요. 교수님께선 소설이나 극본에만 미련을 갖지 말고, 어린이책을 쓰는 일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하셨어요. 스스로를 어린이책 소비자라고만 생각해서인지 교수님 말씀을 듣고 한 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어린이책을 쓰기 위해서 어떤 공부들을 하셨나요?
교수님 말씀을 계기로 한겨레문화센터에서 한정영 선생님이 가르치시는 어린이책 논픽션 작가 과정 수업을 들었어요. 그 과정을 마무리한 다음에는 JY아카데미에서 공부하면서 어린이 논픽션 책을 썼어요. 강로사 선생님, 스토리팀 동료들과 여러 단편을 썼는데, 제 전작인 『재난에서 살아남는 10가지 방법』(공저), 『비밀 클럽 흩어진 지도를 모아라』는 그렇게 해서 나온 책들이에요. 틈틈이 여러 동화책을 분석하고 이론서도 많이 읽었어요. 송미경 선생님께서 동화 쓰는 기쁨에 눈뜨게 해주셨고, 김지은 선생님 강의를 통해 아동·청소년 작가는 시선을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에 대해 알게 됐어요. 송미경, 한윤섭, 유은실, 김혜정, 이은용, 임지형 작가님의 작품들을 재밌게읽었고 아스트리드 린드그렌도 무척 존경해요. 특히 레오 리오니, 맥 바넷과 존 클라센의 그림책들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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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배기들의 창의적인(?) 욕 만들기 대작전
『욕 좀 하는 이유나』를 어떻게 쓰게 되셨나요?
송미경 선생님의 그림책 작가론 수업을 들으면서 일러스트레이터, 편집자, 작가 등 다양한 수강생들을 만났어요. 거기서 각자의 작품을 합평하는 시간을 가지기 전에, “저는 이 작업을 이만큼 써오겠습니다.” 하고 공약하는 시간을 나눴어요. 그때 저는 이석증이 발병해서 과제를 별로 못했어요. 그래도 뭐라도 가져가서 합평을 받자는 마음으로 단편을 써갔는데 수강생들과 선생님께서 칭찬해 주셨어요. 그러고 두 번째로 써 갔던 단편이 『욕 좀 하는 이유나』예요. 다들 재밌다고 해주셨는데, 얼마 후에 수업을 같이 들었던 김민정 편집자께서 『욕 좀 하는 이유나』를 장편으로 늘려서 책을 내보자고 제안하셨어요. 고심 끝에 장편을 완성하고 소식을 기다렸는데, 대학로 길거리에서 문자를 받았어요. 책을 계약하자는 말을 확인하던 순간은 영영 못 잊을 것 같아요. 너무 좋아서 텐바이텐 담벼락 앞에 서 있다가 ‘오늘 이 기분으로 탕진 좀 하
자.’ 하면서 문구점에 들어갔었거든요. (웃음)



욕 좀 가르쳐달라는 소미의 부탁으로 사전에 있는 단어들로 욕을 만드는 유나의 이야기가 신선했어요. 등장인물들은 어디서 영감을 받으셨어요?
처음 작품을 구성하며 떠올린 키워드는 ‘우정’이었어요. 제가 5학년이던 무렵, 친구를 따라 난생 처음 분식점에 가서 먹은 라볶이와 콜라 맛을 잊을 수 없어요. 그 친구하고는 중학교 때도 같은 반이었고, 무척 잘 통했어요. 그 친구를 떠올리며 유나와 소미가 닭 강정을 먹는 장면을 썼어요. 열 살이자 초등 3학년인 주인공 유나는 말을 걸쭉하게 하는 행동파로, 흔히 불리는 ‘센캐’라고 할 수 있어요. 자기감정에 솔직하지만 섬세함은 조금 부족한 아이죠. 그런 유나의 단짝인 소미는 소심해 보이지만 내면이 단단한 아이예요. 유나를 변화시키는 힘을 지닌 따뜻하고 부드러운 봄바람 같은 인물이죠. 저는 어렸을 적에 유나와 소미의 중간 정도의 성격이었어요. 소미 캐릭터는 제 딸이랑 비슷해요. 제 딸은 “난 저렇게 약하지 않아!”라고 했지만요. (웃음)



어릴 때 친구들에게 세 보이려고 욕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의미에서 호준이 캐릭터가 친근했어요.
소설 이론으로 보면, 호준이는 반동 인물에 속하는데 이야기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해요. 영국에서 전학 온 호준이는 한국말이 어눌한 편이에요. 아이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에 자존심이 상할 수 있잖아요. 영어로 욕을 하자 몇몇 아이들이 재밌어하면서 더 해보라고 부추기니까 욕하는 게 습관이 된 캐릭터를 상상하며 호준이 이야기를 써내려갔어요. 소미에게 욕을 해서 상처를 준 호준이를 주인공으로 삼아서 썼던 단편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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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먼지 쌓인 서재에 있던 국어사전을 꺼내서 공부(?)를 하기 시작하는데, 작가님께서도 사전을 참고하셨나요?
제가 딸에게 줬던 『보리 국어사전』을 찾아서 읽었어요. 딸도 유나처럼 책장에 처박아 놓고 사전을 안 보더라고요. (웃음) 우선 기역부터 미음까지 사전에 있는 특정한 단어들을 옮겨 써가며 들으면 기분 나빠지는 표현들을 정리해 봤어요. 흔히 북한 방송에서 아나운서들이 뭔가를 비난할 때 쓰는 표현들 있잖아요. 아나운서가 상스럽게 표현한 게 아닌데, 다 듣고 나면 왠지 모멸감이 들잖아요. 저는 유나의 입장이 되어서 그런 표현을 발명하듯이 단어들을 맛깔스럽게 다듬어 봤어요. 소리 내서 여러 번 읽어 보기도 했고요. ‘멍게, 말미잘아!’와 같은 수위의 중간쯤 되는 말들을 다듬다 보니 “서까래에 낀 이끼만도 못한 녀석이.”, “금동 여래 입상 드러눕다 똥 밟은 소리 하고 앉았네.” 등과 같이 왠지 세게 들리는 말들
이 조합되더라고요. 제 딸과 주변의 어린 자매에게 제가 조합한 말들을 보여 주며 이해가 가는지, 재밌는지 물어보기도 했어요.





슬기로운 언어생활과 진짜 우정이란 뭘까?
유나가 호준이에게 ‘넓적송장벌레’ 같이 생겼다고 말하고 후회하는 장면이 와닿았는데, 어린이들에게 언어 사용에 대해 어떤 점을 전하고 싶었나요?
유나는 두 가지를 잘못했어요. 자기가 직접 당한 일이 아닌데, 소미의 이야기를 듣고 처음 보는 아이에게 다른 아이들이 다 보는 앞에서 망언을 했죠. 게다가 그 망언은 외모를 비하하는 내용이었고요. 후회하는 유나의 모습은 어른들에게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인데, 저 역시 누군가에게 말로 상처를 줬거나 받았던 경험은 오래 남더라고요. 책에서도 유나가 소미에게 “말은, 음, 서로 이해하기 위해 하는 거잖아.”라고 이야기하는 대목이 나와요. 우리가 왜 말을 하는지,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는 의외로 별로 없어요. 관계를 맺으면서 주고받는 말의 파장,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갖는 중요성이 무척 큰데도 말예요. 한번쯤은 어린이들과 함께 리 일상에서 말이란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돌이켜보면 좋겠어요.


작가의 말에서 언급하신 “더 나은 내가 되고 싶게 만드는 친구가 있나요?”라는 질문은 어린이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사람들은 보통 힘들고 슬픈 일에 대해선 쉽게 이야기를 나눠요. 겪어 보니, 나에게 좋은 일이 생겼다고 말했을 진심으로 기뻐해 줄 수 있는 친구와의 관계가 ‘참 우정’의 관계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관계 또한 서로 노력해서 만드는 거더라고요. 서로 실수하고 미운 모습도 보이지만 그런 채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같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주고받는 게 참 우정인 듯싶어요. 책에서도 유나가 소미에게 “너는 어쩜 그렇게 말을 예쁘게 해?” 하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런 소미와 유나는 서로 곁에서 자연스레 물들어가요. 책 말미에서 유나가 소미에게 “아마 어른이 되어도 잊지 못할 걸?”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이야기 중반에 분식집에서 소미가 했던 말이기도 해요. 유나가 자기도 모르게 소미가 했던 말을 따라하듯이, 우정으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할 수 있어요. 어린이든 어른이든 “이런 게 찐이지.” 싶은 우정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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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욕 좀 할 나이가 되었지만 오히려 엄마의 언어생활에 길잡이가 되어준 딸”과 소통하면서 어떤 도움을 받으셨나요?
유나가 쓴 ‘센 표현’들을 딸에게 보여 줬더니, “엄마, 그런 말은 하찮은 사람이나 쓰는 거야.”라고 하더라고요. 래서 소미의 입을 빌려서 ‘하찮은’이라는 표현을 책에도 반영했어요. 딸이 어렸을 때부터 제게 감동을 주는 현을 곧잘 해줬어요. 느 날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어.”라고 하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엄마 별 따다 주게.” 러더라고요. 딸의 그런 말들은 수시로 메모해요. 이제 중2가 돼서 그런 말은 잘 안 하지만, 그래도 가끔씩 메모하게 만드는 말을 들려줘요. 제가 동화책을 쓰고 나서부턴 딸이 제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동화작가가 그런 말을 쓰면 되겠어!”라고 주의를 주는데, 원래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가장 무서운 선생님이라고 하잖아요. 아이가 저한테 그런 역할을 해줘요.




어린이를 환대하는 말과 마음을 함께 기르길
어린이를 위한 좋은 동화란 무엇일까요?
영화 <우리들>을 만든 윤가은 감독이 영화를 찍을 때 어린이·청소년 배우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규칙을 문서화해서 스태프들에게 나눠줬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아이들은 각각 개별적인 존재이기에, 마땅히 존중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저는 우리 사회의 서열화된 시스템으로부터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내면에 단단한 힘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에게 그런 힘을 잘 가질 수 있게 하고, 세상에 질문할 수 있는 힘을 는 작품이 좋은 동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자 해요. 구석구석 소외된 자리 없이 여러 아이들에게 닿을 수 는 작품을 쓰고 싶어요. 그러려면 제가 부단하게 공부를 계속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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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쓰는 사람으로서 어떤 어른이 되고 싶나요?
제가 ‘웹진 비유’에서 「우리에게 펭귄이란」 작품을 발표했는데, 작가 소개란에 “이야기 안팎에서 어린이 독자들을 정중하게 환대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라고 썼었어요. 실제로 아이들을 환대하는 문화는 정말 중요해요. 최근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정은경 본부장과 전문가 두 명이 어린이들에게 코로나에 대해 질문을 받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영상에서 한 어린이가 “코로나 시기이지만, 생일파티 하면 안 돼요?” 질문을 했어요. 부장과 전문가들은 질문이 끝난 후에 귀엽다는 반응 대신에 진지하게 성심껏 답을 하더라고요. 저는 그 대목에서 감동을 받았어요. 저 역시 어린이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어린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고 싶어요.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 곧 사람을,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니까요.


차기작 계획도 살짝 들려주세요.
헌법, 한국사를 주제로 한 어린이 논픽션이 올해 나올 예정이고, 청소년 소설 앤솔로지 작업에도 참여해서 책이 간될 거예요. 저는 당분간 동화 창작에 집중하며 어린이를 위한 단편집을 내고 싶어요. 처음 쓴 동화책이 과분한 관심을 받아서 다음 작품을 쓰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성실하게 쓰고 싶어요. 제 가족, 힘을 주시는 선생님들, 동료들, 친지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하고 있어요. 소설과 극본을 습작하던 시절, 은사님께서 글을 쓰려면 마주할 수밖에 없는 고적함을 견뎌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런 순간마다 제 곁에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힘을 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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