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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독자가 만난 작가]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고정순 작가와의 만남
<학교도서관저널 , 2019년 11월호> 19-11-05 17:15
조회 :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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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포구에서 영등포까지,
조각가가 되고 싶었던 열아홉 살
인천 소래포구와 영등포에서 유년시절을 보내셨는데 그때 무얼 하며 노셨나요?
저희 집이 소래포구에서 오락실을 했었어요. 부모님이 식사를 하시거나 쉬실 때는 제가 오락실을 지키며 동전 교환해 주는 일을 했어요. 학교 다닐 때는 유독 공부를 못했고요. (웃음) 우리 어렸을 때에는 공부 못하거나 집이 못사는 아이들이 친구들이랑 어울리기 어려워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잖아요. 저도 그런 아이였던 것 같아요. 그래선지 벌레 관찰하는 걸 좋아했는데, 특히 송충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걸 좋아했어요.
 
어릴 적 꿈이 시인이었단 이야기를 들었는데 시는 언제부터 좋아하셨나요?
한글을 깨치기 전에 난독증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 자연 치유가 되고 나서 처음 접한 글이 시였어요. 중학생 때부터 별별 시를 읽었는데, 그때 가장 좋아한 시집은 김초혜 시인의 『사랑굿』이었어요. 서정주 시인의 시도 굉장히 좋아했고요. 지금은 시인의 지난 행적들로 그를 어릴 때만큼 좋아할 순 없지만, 그땐 몰라서였는지 참 좋아했어요. 용돈도 그리 많지 않았던 시절이라서, 영등포에 가면 헌책방에서 꼭 시집을 사서 읽었어요. 공부에 큰 도움은 안 됐겠지만, 시를 좋아한 다음부턴 제 문장도 시처럼 바뀌더라고요. 제가 쓴 일기도 그랬어요. 이후로 시를 쓰고 싶다는 제 마음이 그림책을 만나면서 어느 정도 해소가 된 것 같아요.

조금 특별한 고3 시절을 보내셨던 것 같아요.
고3 때 입시를 포기하고 직업학교를 다녔어요. 자격증반이었는데, 자동차 정비나 미용은 저랑 맞지 않아서 광고 기능사 자격증반을 선택했어요. 거기가 간판 만드는 곳이었거든요. 예전엔 간판을 다 손으로 만들었는데, 디자인된 간판을 페인트로 새기는 작업을 하는 사람을 ‘도장기능사’라고 불렀어요. 저는 도장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서 일단 내 밥벌이는 해야겠다 싶었어요.
자격증반으로 가던 날, 길을 잘못 들어서 입시학원 화실에 갔는데, 그곳에서 제 또래들이 수채화를 그리거나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때 제 눈에 ‘팍’ 꽂힌 게 조각이었어요. ‘저거 너무 하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죠.

그 뒤로 저녁엔 학교 가고 아침엔 그림을 그리셨는데, 화실 생활은 어떠셨나요?
당시엔 제가 돈을 낼 수 없던 상황이어서 화실 사용료를 청소로 대신했어요. 화실 청소를 하다가 친구들이 버리고 간 연필을 발견하곤 했는데, 그런 연필을 모아 그림을 그렸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부러 저를 위해 연필을 두고 간 친구도 있었더라고요. 그 후 조각가가 되고 싶어서 공부를 해볼까 하다가 온갖 아르바이트를 경험했어요.
 
 
 
 
 
밥벌이하며 만난 어떤 음악 그리고 그림책
그림책에 관심을 가진 건 언제부터였나요?
스무 살부터 작업실에서 생활했는데, 제 작업실 옆집에 살던 언니가 어느 날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하더라고요. 그 집에 밥을 먹으러 갔는데, 책꽂이에 이상한 책이 꽂혀 있었어요. 그림이 많고 글이 적고, 책꽂이에 안 들어갈 정도로 책이 컸어요. 제가 처음 본 그림책이었는데,『 100만 번 산 고양이』이라는 사노 요코 작가의 책이었어요. 그때 그 책을 보고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나? 이대로 살면 다음 생에 다시 한 번 태어나겠는데?’ 싶더라고요. 그 책은 제게 큰 충격을 주었어요. 그 뒤로 그림책에 관심을 기울였고 동물원과 카페 일, 골프 보조, 벽화 그리기 등 안 해본 일이 없어요. 다 몸으로 때우는 일이었어요. 제 스펙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거든요. 한 달에 알바를 세 탕까지 뛰어도 한 달 벌이가 백만 원이 안 되던 때도 있었어요. 스물일곱 살에 보림출판사 공모전에 그림을 출품했지만 선정되지 않았고, 그림책 작가로 데뷔한 건 서른아홉 살 무렵이었어요. 데뷔까지 거의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참 깜깜하고 막막했지요.

첫 책 『최고 멋진 날』을 비롯해 『가드를 올리고』는 작가님의 대표작이기도 한데, 어떻게 그리게 되셨나요?
제가 준비했던 더미북 중에서 두 권이 출판사와 계약 논의가 오갔어요. 한 권은 인쇄 직전에 계약이 파기됐고, 한 권은 공동 작업한 것처럼 꾸며 책을 내자는 제안을 받아서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뭔가 될 만한 것을 해야겠다 싶어서 만든 게 『최고 멋진 날』인데, 실제 제 할아버지가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토끼와의 우정을 그린 책이에요. 『최고 멋진 날』을 펼치면 연필로 그린 그림이 많아요. 저는 다발성통증증후군을 앓고 있는데 당시엔 주로 누워서 그림을 그려서, 작업하던 제 그림 스타일이 바뀌었어요. 복서 이야기를 다룬 『가드를 올리고』는 어린 시절 기억에서 비롯된 책이에요. 구구단을 외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깼는데 흑백텔레비전에서 권투 선수가 계속 맞는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선수가 넘어지면 “또 넘어지는구나.” 하면서 봤어요. 그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았고, 유독 아플 때마다 생각났어요. 이후 『최고 멋진 날』을 작업하면서 만난 편집자가 출판사를 열고 저에게 개업 선물을 달라기에, 『가드를 올리고』 더미북을 건넸고 책을 만들었어요.『 철사 코끼리』도 같은 출판사에서 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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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산문집 『안녕하다』를 보면 가수 하림과의 인연이 각별한 것 같아요.
아이들과 방과 후 수업을 하러 버스터미널로 가는 길에 레코드 가게에서 시디 한 장을 샀었어요. 어떤 신인가수의 1집이었는데 ‘이 사람도 잘 됐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덜컥 샀어요. 그날 시디를 사고 차비가 모자라서 수업에 못 갔어요. (웃음)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서 일 년 내내 시디를 들으며 그림을 그렸고, 그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그린 그림을 홍대 부근 카페 ‘구석’에서 전시했어요.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제 그림을 두 장 샀다며 카페에서 연락이 왔는데, 알고 보니 그림을 산 사람이 하림 씨였대요. 이후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라는 곡이 히트하면서 하림 씨가 유명해졌어요. 『안녕하다』 편집자가 책에 관련 에피소드가 나오니 하림 씨에게 추천사를 요청했는데, 그가 글을 보내줬어요. 하림 씨가 영등포 철공소에서 『안녕하다』 북콘서트를 열어 줬는데, 그때 그가 제 그림을 샀던 시기는 자기도 힘든 시절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림이 음악이 되고 음악이 그림이 되는 순간이구나.’, ‘말없이 통하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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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아저씨는 정말로 불이 무섭지 않을까?
올해에 다섯 권의 책을 내셨는데, 그중 소방관 이야기를 다룬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가 눈에 띄어요.
저희 아파트에 소방관들이 오신 적 있는데, 제가 살짝 그 분들의 소방복을 만져 봤어요. 옷과 장비가 무척 무겁더라고요. 삼복더위 아래 소방복에 팔 하나를 끼우는 순간, 그 분들 몸에서 땀이 주룩주룩 흐르는 걸 봤어요.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한 마당에 사람들이 소방관들의 희생정신만 떠올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요. 사실 코끼리 아저씨의 코도 손이 아니고, 그냥 코잖아요. 명예소방관으로 일하셨던 저희 할아버지는 부모님을 사고로 잃으셨는데, 그때 자신을 구해 준 게 소방관이라고 하셨어요. 할아버지는 늘 마음속에 ‘소방관들은 귀한 사람들’이라는 문장을 품고 다니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 사람들도 뜨거운 불에 들어가면 아프고 힘든 사람들이라는 걸 책으로 잘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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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불자동차에서 추락하는 코끼리 아저씨를 실감나게 표현하셨는데, 어린이 독자를 고려했을 때 수위 조절에 대한 고민이 크셨을 것 같아요.
고민을 많이 했죠. 제 작품들 대부분이 그래요. 『가드를 올리고』가 나온 뒤에도 책 제목부터 아이들을 배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제 그림이 어린이 독자들에게 박할 거란 얘기도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어떤 그림책이든 ‘질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친구 아들이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를 읽고 “그런데 왜 소방관 아저씨가 이렇게 될 동안 아무도 안 도와줘?” 하고 질문하더래요. 김흥식 작가가 쓰고 제가 그린 『아빠의 술 친구』도 처음엔 이 책이 누구한테 어떻게 닿을까 궁금했는데, 얼마 전 한 강연장에서 만난 도서관 선생님께서 도서관에 온 남자 중학생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그 남학생이 “어른들은 때리지 않아도 저지르는 폭력들이 많아요.” 라며 그런 것에 자기들이 많이 노출돼 있어서 많이 아프다고 했대요. 그러면서 책에 꼭 제 사인을 받아와 달라고 했대요. 그런 아이들이 그림책을 읽고 도서관에 더 오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제 책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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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세상 작은 사람들을 위한 그림책
숨은 정서는 따듯하지만 『솜바지 아저씨의 솜바지』에는 달 아래로 추락하는 아저씨의 모습이, 『엄마 왜 안 와』에선 직장에서 시달리는 엄마 모습이 과감하게 표현되어 지금껏 본 그림책들과 다르게 느껴졌어요.
『가드를 올리고』에도 주인공이 넘어지는 장면이 많이 나오잖아요. 다른 작품들에도 쓰러지고, 다치고, 떨어지는 장면들이 곧잘 나와요. 어떻게 보면 넘어진다는 표현이 제가 쓰는 한 은유인 것 같아요.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에 나오는 주변 동물들처럼 사람들이 소방관들의 근무 환경을 방관하면 전체가 위험해질 거라는 걸 코끼리 아저씨가 떨어지는 모습으로 전하고 싶었어요. 그뿐 아니라 제가 책에서 큰 세상에서 작은 존재가 소멸되어 가는 방식을 주로 다루기에 어떤 독자들은 제 작품을 낯설게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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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것처럼, 작가님 그림책에는 소멸되어 가는 이미지들이 자주, 잔잔하게 펼쳐지는 듯해요.
『엄마 왜 안 와』를 보면 다른 동물들에 비해 주인공 엄마는 작게 묘사돼요. 엄마가 착한지, 신경질은 안 내는지 등과 같은 성격 특징이 드러나지 않아요. 큰 집단에서 일하다 보니 한 사람의 개성이 사라진 셈인데, 종전의 대부분 그림책들은 캐릭터가 그림책 전면에서 많이 드러나잖아요. 저는 살면서 그렇게 분명하게 자기 색깔을 드러내고 사는 사람들을 거의 못 봤어요. 대체로 일상에 찌들어 있고, 어떻게든 살아야 하고, 밥벌이 때문에 힘든 사람들이 우리 곁에 있는 보통 사람들이잖아요. 제 작품에서 드라마틱한 구성이 적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모험이 없다는 단점도 따를 거예요.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은 방식을 선택해서 작업하고 있어요. 『안녕하다』에 썼지만 저는 “만 개의 슬픔 끝에 겨우 단 하나의 기쁨과 희망을 노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림책 작업을 하실 때 가장 유의하는 점이 있다면요?
그림책에 절대적으로 담겨야 하는 것이 있진 않지만, 절대 담아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어요. 그건 누구도 상처 주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엄마 왜 안 와』를 보면 엄마 곁에서 꽥꽥거리는 상사도 나오고, 일 잘 못하는 동료도 나오는데요, 사실 그들을 비난하는 건 쉬워요. 하지만 결국 그들이 그러는 것 역시 시스템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아요. 엄마의 동료들 또한 집에 돌아가면 누군가의 가족일 수 있다는 걸 놓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뒤표지에 책에 등장한 동물들이 다 같이 앉아 있는 모습을 그려 넣었어요. 저는 누군가를 비난하기보다는 ‘우리가 왜 이렇게 됐을까?’를 같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것이 제가 가장 경계하는 것 중 하나예요.

 
 
 
혼자서 슬픔에 빠진 어린이에게 마음이 닿길
탈북청소년센터에서 그림책 수업을 하셨고 안산다문화작은도서관과 책 작업도 진행 중이신데, 사람들과 함께하는 활동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제 수업에 들어온 아이들은 그냥 즐겁게 노는 경우가 많아요. 탈북청소년들과 수업을 할 땐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았고 제가 아이들을 함부로 대상화하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도 컸어요. 여러상황으로 힘들 아이들에게 그림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 회의적이었어요. 하지만 제 안에 많은 편견이 있다는 걸 깨달았고, 아이들과 그림일기 전시를 할 때 혼자서 많이 울었어요. 아이들과 헤어질 때마다 힘이 들고, ‘정 주는 게 쉽지 않구나.’ 싶었어요. 학교폭력 가해자 청소년들과 수업할 땐 뮤직비디오를 틀고 랩으로 글을 썼어요. 아이들이 종이가 모자랄 만큼 랩을 쏟아내더라고요. 전철역 안에서 작품 전시도 했는데, 아이들이 수업을 완주한 것도 전시를 해낸 것도 뿌듯했어요. 언젠가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에세이로 써 보고 싶어요.

요즘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시국이 어수선하잖아요. 세월호 사건 때에도 ‘내가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돌리지 않아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공부가 하고 싶어졌는데 그림책이 됐든, 책 읽기가 됐든 사람들과 모여 책 읽고 이야기 나누면 ‘나와 우리가 생각이란 걸 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얼마 전, 동네에서 ‘가족’을 주제로 수업을 했는데, 사람들은 보통 가족이라고 하면 ‘행복한 4인 가족’만 떠올리잖아요. 사실 1인 가정, 다문화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을 텐데, 8주 동안 수업하면서 정상과 비정상 가족을 나누는 큰 잣대는 차별과 편견이란 걸 더 잘 알게 됐어요. “쟤 엄마아빠 없대.”, “쟤 아빠가 다른 나라 사람이래.”, “여자 혼자 산대.” 등의 이야기는 다 편견에서 비롯됐더라고요. 제 책에서 주로 이야기하고자 사람들도 소외계층이에요. 그래서인지 무언가 부족한 곳에서 같이 공부하고 그림책을 나누고 싶어요. 제가 달나라 별나라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그 모든 이야기에서 중요한 건 결국 사람이거든요. 『여기 있어요, 동물원』에서 사람다움이 무엇인지 환기해 본 것처럼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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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그림책을 처음 접하는 도서관 선생님이나 교사에게 작은 길잡이를 주신다면요?
예전에 『안녕, 베트남』에 삽화 작업을 했는데, 그 책 작가님이 학교 선생님이셨어요. 그 분이 강연 도중에 전화를 하셔서 “아이들이 궁금해하는데, 작가님이 가장 원하는 세상은 무엇인가요?” 물어보시길래 ‘전쟁 없는 세상’이라고 답했어요. 수화기 너머로 아이들 환호성이 들리더라고요. (웃음)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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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모든 책에 딱 들어맞는 가이드는 없지만, 아이들에게 제 책을 읽어 주고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엄마, 왜 안 와』나 『아빠는 내가 지켜 줄게』를 읽고 “그래서 엄마는 왜 늦는 거야?”, “아빠는 왜 바쁜 거야?” 하고 질문을 나눌 수 있길 바라요. 이 질문들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주고받을 수 있는 질문이잖아요. 그리고 저는 세상에 ‘다 웃고 있는데 나만 슬퍼.’라고 생각하는 소외된 아이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봐요. 눈에 잘 보이진 않지만 어딘가에서 슬퍼하는 아이에게 제 책이 닿기 어렵다면, 그 아이 주변 누군가는 그 책을 아이에게 건네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그림책을 쓰고 그려요. 세상의 행복 속에서 소외된 아이들이 제 독자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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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그려 보고 싶은 그림책은 무엇인가요?
본능에 가깝게 그린 그림책을 작업해 보고 싶어요. 아무것도 없이 끝나도 좋으니 제 무의식으로 그린 책을 내고 싶어요.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라는 가제로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담은 더미북을 바탕 삼아 또 한 권을 계획하고 있고요. 산업재해에 그대로 노출되어 살아가는 청소년 노동자들 이야기를 다룬 책을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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