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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만난 작가]『저 청소일 하는데요?』김예지 작가와의 만남
<학교도서관저널 , 2019년 05월호> 19-05-09 10:22
조회 : 1,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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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나와 그림과 청소일을 시작했다
서양학과를 전공했는데 대학 졸업 후 어떤 고민들을 했나요?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니 대체로 박봉이었어요. 그러다가 디자인 관련 문구를 파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 스타일리스트로 일을 시작했지만 이내 퇴사를 했어요. 그 일을 하는 동안 줄곧 제가 회사 적응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여길 계속 다녀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하고 의구심이 생겨서 회사를 나왔어요.
 
어머님께 청소일을 제안 받았을 때 선뜻 한다고 말하기 힘들지 않았나요?
제가 취직이 잘 안 되니 원래부터 갖고 있던 불안증이 더 심해졌어요. 그래서 상담받고 약물 치료하는 데 돈이 꽤 들었어요. 저희 엄마가 돈 벌면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으로 뭐가 있을까 고민하시다가 저한테 청소일이 업무 시간이 길지 않고 벌이도 괜찮으니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셨어요. 제 입장에서도 프리랜서로서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으니 여러 가지로 조건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곧바로 선택했죠. 그땐 절박하기도 했어요.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내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잔소리 한마디 없이 지지해 주신 어머님의 도움이 컸을 것 같아요.
부모 입장에서 자식이란 남들에게 보이는 가장 큰 결과물이기도 하잖아요. 왠지 내 자식은 누군가에게 늘 자랑스러워야 될 것 같고요. 그런데 저희 엄마는 제게 청소일을 제안하시면서 그런 부분을 내려놓으셨던 것 같아요. 내 아이가 즐거워하며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내내 하셨을 것 같아요. 저희 엄마도 다른 엄마들처럼 평범하지만, 적어도 자식을 자기 기준대로 휘두르려고 하진 않으셨어요. 그래서 엄마가 정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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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 준비에서 퇴근까지, 하루 시간표
작가님과 어머님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일단 아침 다섯 시 십 분 정도에 일어납니다. 엄마는 도시락을 싸고 저는 출근할 준비를 해요. 그리고 다섯 시 반에서 사십 분 사이에 집을 나서요. 오전 청소일을 마치고, 열시 반이나 열한 시 정도에 점심을 먹어요. 남들보다 이르게 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점심을 빨리 먹어요. 이동을 하면서 일하다 보니 차에서 밥을 먹는데, 엄마가 저한테 도시락을 먹여 주고 저도 엄마 입에 먹을 걸 넣어 드려요. (웃음) 하루에 보통 열 곳에서 열두 곳 정도의 청소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오후 서너 시 정도가 돼요. 그 후엔 엄마는 쉬셨다가 집안일을 하시고 저도 제 작업을 해요. 그러다가 저녁엔 같이 드라마를 봐요.
 
청소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거나 보람 있던 순간은요?
분리수거가 안 된 곳에 가는 게 제일 힘들어요. 웬만하면 사람들이 분리수거를 해 놓는 편인데, 한두 명이 말썽일 때가 있거든요. 특히 모두가 분리수거를 안 하는 곳에 가는 게 가장 힘들어요. 재활용품을 종류별로 다 골라내야 하거든요. 가장 보람 있던 곳은 어떤 학원이었어요. 청소를 하러 갔더니, 학원 선생님들께서 책상 위에 초콜릿을 얹어 두곤 칠판에다 청소 깨끗이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적어 두고 가셨더라고요. 그때가 발렌타인데이였을 거예요.
 
일을 하면서 노동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게 있다면요?
제가 청소일을 하고 있을 때 지나가면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저는 그럴때마다 당황스러워요. “환경미화원한테 왜 감사하다고 인사하죠?” 하고 제가 상대방에게 물을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럼 상대방은 “저희의 삶을 깨끗하게 해주니까요.”라고 대답하곤 해요. 저는 이렇게 사람들이 노동을 신성화하지 않고, 각자 받은 대가만큼의 노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고서 어떤 일을 미화시켜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동등하게 일한다고 여겼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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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이지 않는 생활을 솔직히 표현한다는 것
『저 청소일 하는데요?』를 만들게 된 계기는요?
제 그림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만화를 그리고 내 이야기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독립출판을 하게 됐어요. 어쨌든 제가 만든 책이 어디든 입고되면 사람들이 제 작업의 결과물을 볼 수 있잖아요. 출판 관련 지식을 배울 수 있으면서도 제게 마감 기한을 줄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독립서점인 ‘스토리지북앤필름’에서 진행하는 독립출판 강의를 발견했어요. 한 달 과정의 프로그램이었는데 책을 만들고 유통하는 것까지 4주 안에 전 과정을 다 마쳤어요.그 모든 과정이 굉장히 좋았어요.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담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처음 책을 만들 때는 저처럼 삶의 여러 기로에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제 책을 통해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사람들에게 공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솔직함’을 중요하게 여겼어요. 제가 책에 풀어낸 이야기는 솔직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기도 하고요. 제 책이 독립출판물로 나왔을 때 엄마에게 보여 줬더니 “재밌다!”라고 말씀해 주시기도 했어요. 화장실에 가실 때마다 제 책을 들고 가셔서 보시더라고요. (웃음)
 
만화에 청소일을 하는 작가님을 대하는 시선을 표현한 대목이 많은데, 담담해지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대부분 사람들은 청소일을 나이 드신 분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젊은 여성이다 보니 사람들 입장에선 제가 낯선 풍경일 거예요. 그러다 보니 저를 신기하게 여기는 사람들 시선이 저한테는 상처가 되더라고요. 지금도 그 시선에서 자유롭진 못해요. 하지만 이제는 타인의 시선보다는 제 마음을 보려고 노력해요. ‘저 사람이 날 신기해할 순 있겠지. 하지만 나는 내 삶에 책임감을 가지고 떳떳하게 사는 사람이니까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든 거기서 자유롭게 벗어나서 생각하자.’ 이렇게 생각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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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 그림 작업을 위해 어떤 노력들을 했는지도 궁금해요.
저는 4년 동안 어떤 외주도 들어오지 않던 이름 없는 일러스트레이터였어요. 그래도 할 수 있는 걸 하자 싶어서 ‘산그림’에 그림을 올리고 그라폴리오, 인스타그램, 블로그도 운영했는데 그 과정이 녹록지 않더라고요. 그 와중에 묘사를 많이 한 그림에서 점점 단순한 느낌으로 제 그림체도 바뀌었어요. 저는 지금도 남들이 봤을 때 “어, 이 그림 되게 예쁘다. 누구 그림이지?”라고 말하게 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종종 인터뷰와 강연 의뢰가 들어오는데, 사실 그림 의뢰가 좀 더 많이 들어오기를 바라요.
 
 
꿈의 카테고리는 직업 아니고도 다양하다
중고등학교로 강의를 다니면서 아이들과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나요?
책에도 나오듯이 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제게 여러 질문을 하는데, 한 아이가 “오 억 버나요?”라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오 억 벌면 여기 있지 않죠. 그래도 괜찮게 벌어요!”라고 얘기했어요. (웃음) 한 아이는 자기는 작곡가가 되고 싶은데, 작곡가를 하는 게 너무 창피하다고 쪽지에 썼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작곡가가 얼마나 힘든데, 인생 아직 많이 안 살아봤군요.” 하고 말해 줬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고, 작곡가가 얼마나 대단한 일인데 그걸 왜 창피하게 여기냐고 일러 줬고요. 아마도 그 아이의 부모님이 아이에게 대기업 회사원이나 공무원과 같은 직업을 바랐기 때문에 아이도 안정적인 직업에 대해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책에서도 ‘꿈=직업’을 언급하며 사람들의 편견을 꼬집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들려주세요.
어찌 보면 학교 입장에서 아이들의 모든 꿈을 직업과 연결하는 게 손쉬운 선택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네가 어떤 직업군에 들어가고 싶다면, 이런 공부를 하고 이런 대학에 가라.” 하고 방향을 잡아 주는 셈이죠. 그런데 결국 모든 사람이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무엇보다 아이가 어른이 됐을 때, 학교에서 정한 직업을 갖는다고 해서 그게 그 사람 인생의 끝은 아닐 테고요. 살면서 직업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잖아요. 아이가 자신이 꿈꾼 직업으로 먹고 사는 게 막상 행복하지 않으면 ‘내가 생각했던 꿈은 이거였는데, 왜 행복하지 못할까?’ 이렇게 생
각할 수도 있고요. 저는 사람들이 보다 넓게 보고 인생으로서의 꿈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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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면 꿈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까요?
저는 아이들이 꿈을 좇을 때 좀 더 방대하게 열린 결말을 찾아가길 바라요. 취직을 목표로 해서 살아간다기보다는 “아, 내가 꿈꾸던 삶과 정말 맞닿게 살았다.”라고 마지막까지 말할 수 있는 삶을 살기를 바라요. 제 꿈은 꾸밈없이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제 이야기를 많이 하는 삶을 사는 건데, 그러려면 제 꿈이 그림 그리는 것이 될 수도 있고, 강연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수업하는 것이 될 수도 있어요. 이렇게 꿈이 한 가지 직업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것처럼, 아이들도 친구들이랑 이것저것 동아리 활동도 해보고, 여행도 가보는 등 여러 가지 몸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많이 놀아 보는 게 가장 좋아요.
 
사람들에게 기꺼이 위로를 주는 그림을 위해
앞으로 어떤 책을 내고 싶나요?

첫 책을 낸 뒤 제 색깔대로 하고 싶은 걸 해보자 싶어서 음식에 대한 소소한 행복을 담은 『나만의 쏘-울 푸드』라는 책을 냈어요. 그리고 저는 청소일과 그림 그리는 일을 하면서 상담을 오래 받았거든요. 당시엔 힘들어서 누구와도 만나기 싫었는데, 지금은 거의 새 삶을 얻었어요. 제가 집중해서 내고 싶은 책은 제 불안증에 대한 책이에요. 저는 힘들었을 때 사람보다 책을 통해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 사람들에게 제가 겪은 아픔이나 시도들에 대해 알려 주고 싶어요. 현재 인스타그램에 연재를 준비하고 있어요.
 
작가님처럼 독립출판물에 관심이 있는 사서샘들에게 학교에서 독립서적을 접할 수 있는 팁을 준다면요?
검색창에 ‘독립서점’이라고 검색하면 온라인으로 운영하는 곳들이 많이 나와요.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서적을 발견했다면 책에 나와 있는 작가들의 이메일이나 SNS 계정으로 연락하면 그 책을 살 수 있어요. 독립출판물 대부분이 중간 유통을 하는 출판사가 없기에 소통이 곧바로 가능하거든요. 학교도서관에 책을 입고하고 싶다고 메일을 보내면 돼요. 그리고 학교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야 한다고 들었어요. 계산서를 발급하셔야 한다면 작가한테 사업자등록증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돼요. (웃음) 독립서점을 한 군데 선택한 다음 “이 책을 입고해 주시면 제가 가서 사겠습니다.”라고 말해도 원하는 책을 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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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앞으로의 행보도 궁금해요.
저는 제 색깔이 들어간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늘 마음에 자리해 있어요. 아마 제 그림책 같은 걸 한 권 내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저는 엄마와 관련된 에세이 일러스트집을 만들고 싶어요. 엄마와 여행을 다녀온 장면들을 그림으로 그리고 저만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작은 책으로 내고 싶어요.
 
어버이날에 맞춰서 내면 어머님이 좋아하시지 않을까요?
얼마 안 남았는데요. 아마도 밤새야 할 것 같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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