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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만난 작가] 『엄마 생각』이종미 작가와의 만남
<학교도서관저널 , 2019년 04월호> 19-04-12 11:12
조회 : 1,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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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를 좋아하던 아이에서 그림책 작가로
 
언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셨나요?
저는 논산에서 자랐는데 집 뒤에 산이 있어서 늘 논밭을 돌아다녔어요. 제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을 즈음에 전기가 들어왔을 만큼 살던 곳이 시골이었어요. 초등학생 무렵에 그림일기를 썼는데 크레파스로 색칠을 하면서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게 됐어요. 대학에서는 의류 직물학을 전공했는데, 이후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서양학과에 편입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어요. 막상 졸업하니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더라고요. 그림을 그리면서 할 수 있는 밥벌이를 찾다가 일러스트레이션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탈리아로 유학을 갔어요.
밀라노의 유럽 디자인 학교 재학 시절에 그림책 작업도 하셨나요?
유럽 디자인 학교에서 논문 대신 그림책을 다섯 권 정도 만들었어요. 텍스트 작업은 하지 않았고요. 당시 제가 듣던 수업으로는 그림책을 한 권 완성하는 수업, 놀이책을 만드는 수업, 전래동화 식으로 책을 만드는 수업이 있었어요. 그때 저는 『해님달님』의 첫 원고를 만들었어요. 그 원고는 나중에 한국에서 책으로도 출간했는데, 유럽 디자인 학교의 수업 시간에 작업한 책을 한국에 돌아와 보완해서 만든 거예요. 그 책을 굉장히 즐거워하면서 만들었던 기억이 나요.
 
 
한국에 돌아와서 어린이 그림책을 본격적으로 그리게 된 계기는요?
많은 분야 중에서 어린이책 작업을 하게 된 이유는 제 삶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기를 돌아보니 제가 아이였던 시절이었기 때문이에요. 대부분 사람들이 어린 시절에는 선입견이 거의 없고 열린 마음을 갖기 마련이잖아요. 그땐 저도 ‘나’라는 존재 자체를 즐거워하며 지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 스스로를 마음껏 누릴 수 있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어린이를 위한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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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그림책을 비롯해 삽화 작업도 많이 하셨는데, 전작들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요?
『손이랑 놀아요』와 『해님달님』이 가장 애정이 가요. 『손이랑 놀아요』의 경우 당시의 작업 과정 덕분에 지금의 『엄마 생각』을 만들 수 있었어요. 그 책을 만들던 무렵은 제가 어린이 ‘놀이책’에 집중하던 시기였는데, 당시 정적인 분위기에서 감정 전달을 하는 그림책 표현 방식을 잘 몰랐어요. 그런데 『손이랑 놀아요』를 만들면서 정지된 상태에서의 감정 표현을 한결 쉽게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줄곧 ‘해님달님’ 이야기를 읽으면서 호랑이가 불쌍
하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호랑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재료가 주는 맛을 충분히 살리고, 그래픽도 미니멀하면서 세련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해님달님』을 그려서 기억에 남아요.
 
 
길에서 살아가는 생명을 생각하며 걷고 그리다
『엄마 생각』을 그리게 된 계기는요?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무렵까지 시골에서 살았거든요. 그 이후부턴 도시에서 살았고, 그래서 그런지 자연을 늘 그리워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돌이켜보니, 제 몸은 여기 있는데 마음은 늘 딴 데 가있더라고요. 저는 제가 살아가는 곳을 제대로 보려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발 디딘 곳, 숨 쉬는 곳에 집중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제 전작인 『겨울을 만났어요』 작업을 할 때 강화도를 많이 돌아다녔는데, 그때 느낀 게 많아요. 제가 싫어하는 이곳 도시는 어떤 모습인지 한번 제대로 보자고 생각하던 무렵이었는데, 출판사에서 로드킬을 주제로 한 책 작업을 제안했어요. 그 이후 『엄마 생각』 작업을 시작했어요.
 
책 작업을 위해 금촌을 돌아다니며 “넓은 중앙로 한복판에 서보았습니다.”라고 하신 글을 읽었는데, 당시 느낌이 어떠셨나요?
제가 사는 곳은 파주 근처이고, 구도심에다가 계획도시가 아니다 보니 길이 복잡해요. 제가사는 근방에 슈퍼가 있고 거기서 좀 더 걸어 내려가면 차가 많아서 혼잡하거든요. 그 풍경을 보면서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늘 주변을 살피고 다닌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쩌면 도시 사람들은 그런 공포가 마음속에 늘 내재해 있는 것 같아요. 자동차에 치이지 않으려는공포 말이에요. 저는 중앙로 한복판과 큰길 그리고 인도를 예의주시하며 걸었는데,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특히 길 한복판에 섰을 때 트럭이 제 옆으로 속도를 내며 지나갔는데, 소음과 속도가 굉장했어요. 아이들 학교 앞에 가서도 살펴봤는데, 자동차들이 사람들 사이로 주저 없이 드나들더라고요.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차에게 길을 내주고 밀려나는데, 하물며 동물들은 걸을 권리가 도대체 보장되기는 하는지 돌이켜보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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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살쾡이 삼형제인데,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었을 것 같아요.
저는 황윤 감독이 다룬 로드킬 다큐멘터리 <어느 날 그 길에서>를 인상 깊게 봤는데, 거기에 살쾡이 이야기가 나와요. 자연스레 제 책의 주인공도 살쾡이로 정했는데, 막상 ‘살쾡이의 본 모습으로 그려야 할까?’ 하는 고민이 들더라고요. 살쾡이들은 미간에서부터 코끝까지 내려오는 까만 선을 갖고 있는데, 그걸 그리면 살쾡이가 강인한 느낌으로 표현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살쾡이의 머리 위쪽만 앞머리 느낌이 나도록 살짝만 까만 선을 표현했어요. 제 이야기 속에서 살쾡이들은 여리고 약한 동물이었거든요. 그래서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갓 낳은 아기들 느낌을 담아 살쾡이 삼형제를 표현했어요.

 
삼형제가 도로를 건너는 장면, 빌딩숲을 바라보는 장면 등 다양한 장면이 나오는데 가장 공들인 장면을 꼽는다면요?
삼형제가 씽크홀에 빠지는 장면을 그리기가 굉장히 힘들었어요. 책에서 살쾡이 한 마리가 검은 구덩이 속에 쑥 빠지는 장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살쾡이를 둘러싼 배경이 하나의 ‘눈’처럼 느껴질 거예요. 이 검은 배경은 독자 입장에서 ‘땅의 눈’이 될 수도 있고 ‘씽크홀의 눈’이 될 수도 있지만, 저는 ‘땅의 눈’으로 표현했어요. 그 장면 다음 페이지를 펼치면 살쾡이의 시점에서 바라본 하늘이 나와요. 삼형제가 씽크홀에 빠진 후 어둠 속에 누워서 본 하늘 느낌이 나도록 살쾡이의 시점을 반영해서 그렸거든요. 실제로 제가 금촌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다가 문득 하늘을 볼 때가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제가 살쾡이 형제가 된 것처럼 그 거리에 누운 기분이 들었어요. 이 두 장면을 표현하기가 힘들어서였는지 가장 애정이 가요.
 
 
종종 천천히, 위험, 비보호 등을 뜻하는 여러 표지판이 그림에 나오는데 그렇게 설정하신 이유는요?
사실 인간이 만든 표지판은 대개 무언가를 금지하고 제한하는 용도로 쓰이곤 하잖아요. 출입금지, 단속 등과 같은 부정적인 의미로 자주 사용하는데, 저는 좀 더 긍정적인 표지판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이 책에선 이야기 중후반 무렵에 그런 뜻을 가진 표지판이 나오는데, 도시의 로터리에 버스가 다니고 고양이가 난간에 매달린 장면부터 표지판의 뜻과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양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로터리를 그린 장면에 양보를 상징하는 표지판을 그렸어요.
 
 
 
안전선 바깥의 생명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길
쇠기둥 꼭대기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삼형제 그림은 타워에서 농성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했어요.
저도 사실 그 지점을 염두에 두고 그림을 그렸어요. 실제로 그렇게 자그마한 아기 살쾡이들이 이 넓은 땅에서 발 디딜 곳이 없어 쫓기다가 그림 속 타워 같은 곳에 올라갈 수밖에 없잖아요. 저는 그런 절박한 상황에 내몰린 살쾡이들을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사실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도 그렇잖아요. 타워 위에서 농성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호소할 곳이 거기밖에 없으니까 올라가는 거고요. 더 이상 사정을 제대로 말할 데가 없으니 꼭대기에서 가장 가까운 하늘에 대고 호소하고 싶은 것일지도 몰라요. 동물이든 사람이든 그런 절실한 마음을 하늘에 알리고 싶은 게 아닐까요? 그런 느낌을 건네고 싶은 마음으로 장면을 표현했어요.
 
 
어린이에게 죽음을 전제로 한 로드킬을 이야기할 때 조심스런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아요.
로드킬을 당한 동물들은 어쩌면 전적으로 ‘희생양’이잖아요. 저는 그 희생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어요. 어른들은 아무렇지 않게 로드킬 당한 동물들을 지나치곤 하지만, 어린이들에게 그 이야기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이 책 속에 나오는 살쾡이 삼형제는 마치 도시 속 그림자처럼 묘사돼 있어요. 그렇게 한 이유는 살고 싶은 동물의 가장 큰 특징인 움직임이 제한받고 있다는 걸 잘 나타내기 위해서예요. 사실 이 책을 읽는 어린
이는 대부분 안전선 안에 있지만 살쾡이들은 안전선 바깥에 있잖아요. 그 처지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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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가닿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요?
동물 문제에서 나아가 사람들 역시 누군가의 안전망을 위해 위험지대로 내몰릴 때가 많잖아요. 대개 누군가의 이득은 누군가의 손해가 되곤 하는 것처럼요. 누군가는 자신의 불리한 상황 때문에 자신의 노동력을 헐값에 팔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되면 누군가의 노동력을 기반으로 생산된 물건을 우리가 값싸게 사게 되는 셈이고요.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의 등을 밟고 올라서게 되는 거죠.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그런 점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자신이 생존의 안전선 안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안전선 밖에서 공포와 불안을 먹고 사는 생명체들에 대해 되돌아봤으면 해요. 우리의 안온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등허리를 내준 생명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라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요?
저는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내 생각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가?’를 늘 염두에 두고 그림책을 작업해요. 언어로 치면 정확한 단어 선택이 중요한 셈이에요. 문장 안에서 주어가 다른 단어와 혼동되면 안 되니까요. 그림과 글에서의 동사 표현도 중요하게 여겨요. 동사를 잘못 표현하면 아이들이 잘못 읽을 수 있으니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정확하게 전달됐는지를 늘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해요.
 
앞으로 만들고 싶은 그림책이 궁금합니다.
기법으로 보자면 흑백 그림책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어요. 어린이들이 최소한 우리가 먹는 밥이 어디서 왔고 우리가 어떻게 먹게 되는지를 알 수 있게 책으로 잘 표현해 보고 싶어요. 우리 사회의 자본에 관하여 옳지 않은 것은 옳지 않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저만의 방식을 고심하고 있어요. 사실 당장 작업하고 싶은데, 제 어법으로 정확히 말하는 방법이나 서사를 열심히 찾아보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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