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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만난 작가]장혜영, 장혜정 자매와의 만남
<학교도서관저널 , 2019년 03월호> 19-04-04 10:54
조회 : 1,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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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 다시 같이 살기로 결심하다
18년을 따로 살던 동생과 같이 살아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혜정이 살던 시설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 사건이 제게 직접적인 영향을 줬어요. 내부 고발을 통해 사건을 알게 됐고, 시설에서 일하던 선생님들이 그걸 공론화해서 해결하자고 도움을 요청했어요. 당시 제가 학부모회장이어서 문제를 해결하러 갔는데, 시설이 없어지면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여겼는지 부모님들이 반대를 하시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제가 믿던 무언가가 깨졌어요. 시설에서 제공되는 모든 것이 ‘보호’를 가장한 ‘방치’였다는 것을요. 하지만 그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유야무야됐고, 그 이후 저는 혜정을 보러 시설을 3년간 오갔어요. 그 과정에서 혜정은 시설 안에서 고스란히 모든 눈총을 받아야 했어요. 저는 이런 세상에 맞춰 살아야 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고, 방황 속에서 3년을 보냈어요. 방황도 질리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 무렵에 작가님께선 무얼 하고 있었나요?
저는 그때 나라 밖으로 많이 떠돌았어요. 그때 사귀던 외국인 남자친구에게 청혼을 받았는데, 청혼을 받아들이면 제게는 새로운 국적이 생기는 상황이었거든요. 상상을 해 봤는데, 그 삶은 제 삶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나의 이번 생은 장혜정과 그 무엇보다 강력하게 이어져 있구나.’ 하는 걸 깨달았어요. 그때부터 혜정과 함께 사는 순간을 준비했어요.
오랜 시간 끝에 만나 관계를 형성하는 게 녹록지 않았을 것 같아요.
어려움 그 자체였죠. 혜정은 “나는 늦잠을 자고 싶어.”, “나는 이걸 먹고 싶고 저건 먹고 싶지 않아.” 등의 자기 의사 표현을 하지 않았어요. 시설에서는 혜정의 의사가 혜정의 삶에서 중요한 게 아니었거든요. 혜정은 시설에서 아무렇게나 해도 좋은 사람으로 취급받았기에, 상대방이 혜정에게 어떤 약속을 해도 혜정이 그걸 잘 믿지 않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언니는 나를 존중하는구나.’라는 신뢰를 혜정에게서 얻고자 노력했어요. 그리고 저는 혜정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혜정의 삶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을 자꾸 말하고 싶은 충동과 싸워야만 했어요.
‘생각 많은 둘째 언니’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데, 동생과의 일상 영상은 어떻게 올리게 되었나요?
유튜브 채널은 제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창구로서 만든 거예요. 동생 이야기를 하겠다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시작하진 않았어요. 장애 인권이란 주제를 잘 다루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멈추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둘이 해외여행을 갔는데, 함께한 여행을 영상으로 찍었어요. 그리고 혜정과 함께한 영상은 부연 설명 없이도 자연스레 편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내 미디어 대부분이 장애인에 대해 말할 때, 화면에 등장한 사람
이 장애인이란 걸 강조하거든요. 그러면 그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이 ‘장애’가 돼요. 저는 영상에 그런 타이틀을 넣지 않았어요. 우리의 영상에서 장애는 핵심 요소가 아니었거든요. 중요한 건 여행 그 자체였으니까요.
그런 영상들이 모여 텀블벅 프로젝트로 이어졌나요?
예. 혜정이가 그런 작업 과정을 좋아했어요. 만약 혜정이가 싫어했다면 다큐멘터리도, 브이로그도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브이로그 영상을 같이 찍었고, 다큐멘터리나 정기적인 브이로그 작업도 가능했어요. 그러다가 우리 영상을 제작하는 텀블벅 프로젝트로 자연스레 이어졌고, 목표를 달성하여 영화를 제작했어요.
 
 
 
책과 영화로 만든 시설 밖 생존 일기
<어른이 되면> 개봉 전에 책을 냈는데, 글을 쓰면서 중요하게 여긴 점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사실 이 문제를 생각하면 ‘빡침’이 들거든요. 지금의 시스템, 사람들 안에서 숨 쉬는 차별을 마주할 때 제 안에 절망감과 분노가 느껴져요. 그런 제게 출판사에서 “이 책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떻게 하면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한 사람들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이 볼 텐데, 감정이 고조된 글을 본다면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줬어요. 저 역시 ‘사람들이 장애인의 불행을 대할 때, 도덕적 부채감이나 죄책감이 들 수
있는데 이런 불편함을 견뎌내면서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어요. 그렇지 않을 거란 답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책을 쓸 때 감정을 절제하는 게 관건이었어요. 독자가 부담스러우면 읽을 수 없고, 읽을 수 없으면 닿을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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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영화와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영화를 만들고 나니 책을 어떻게 써야 할지 보이더라고요. 과거에 어떻게 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저의 고민을 영상보다 글로 보여 주는 게 여러모로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영화에서 흘러가는 시간은 탈시설 이후의 리얼 타임에 가까운데, 책에는 영화 이전의 시간과 그 이후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더 들어가 있어요. 그리고 책이 좀 더 구체적이고 읽는 이의 행동을 촉구하는 면이 있어요.
책에 영화를 만든 사람들, 자작곡 공연장, 노들야학 등 여러 인물과 장소가 나오는데 인상적인 대목을 꼽는다면요?
혜정과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진탕 물 먹고 지칠 무렵에 본능적으로 모든 걸 멈췄어요. 그때 일모든 걸 원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느꼈기에 혜정이랑 둘이서 잠시 제주로 탈출했어요. 그때 저를 되돌아볼 수 있었어요. 쇠소깍에서 제가 만든 노래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를 같이 부르기도 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정민, 은경, 인서, 준민, 한별 등 영화를 같이 만들었던 사람들이 힘이 됐어요. 책 뒤쪽에는 함께한 사람들 인터뷰도 나오는데, 그중 은경
은 소위 자유롭던 시절의 저를 잘 알고 있거든요. 제가 선택한 길이니 저를 안타깝게 여기는 게 실례일 것 같다며, 언니가 그 길을 가겠다고 하면 응원하는 게 맞다고 말한 적 있어요. “그럼 내가 어떻게 언니를 도와주면 돼?”라는 은경의 물음이 저를 힘나게 했어요.
영화에서 혜정이 환경재단 시상식 무대에서 춤추는 대목이 나오는데, 무척 자유로워 보여서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그 장면을 정말 좋아해요. 혜정이 무대 위로 뛰어나갈 때 ‘나, 이 음악이 나와서 너무 신나!’ 하는 걸 보여 주잖아요. 저는 그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웠어요. 사실 영화 속에서 그 이전까지의 시간들은 제가 많이 안배한 것들이잖아요. 이를테면 우리가 사는 환경이라든가 어떤 친구들과 함께할 것인지 등은 사실 제 판단이 많이 들어가니까요. 혜정의 어떤 상황이든 제 관점이 개입돼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 순간은 온전히 장혜정의 것이었어요. 장
혜정이 아니라면 만들어 낼 수 없는 순간이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그런 순간들이 혜정의 삶에서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혜정 님, 시상식에서 춤출 때 기분 어땠어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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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과 기준 이전에 사람의 삶이 있다
책 끄트머리에 작가님의 세바시 강연 원고가 실렸는데, “탈시설화 정책은 30,980명의 사람에 관한 30,980개의 정책”이라는 언급이 와 닿았어요.
개별 인생들이 처한 조건들은 각각 다른데, 일괄적인 정책 하나를 만들어서 그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다 될 것처럼 생각하는 한, 그 체계 안에 포섭되지 않은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우린 계속 외면하게 될 거예요. 그래서 저는 스웨덴의 사례가 중요하다고 봐요.
 
스웨덴은 국가 정책을 통해 2000년까지 모든 탈시설을 없애기로 하고, 1997년에 관련 법을 개정했어요. 개정법에선 1000명의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정확히 어느 날짜에 어느 주소의 집으로 탈시설할 것인지 개별 계획을 세우라고 해요. 그 결과, 2000년부터 스웨덴에서는 더 이상 시설이 존재하지 않게 되었어요. 이때 30,980명의 탈시설은 30,890명의 정책이라는 말 그대로이기도 해요. 하지만 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에요. 모두의 삶은 다르니까요. 그래서 정책 기준을 만드는 게 우선이 아니라 “기준은 삶에 맞춘다.” 그게 원칙이 돼야 해요.
“고3 교실에 발달장애인이 있으면 그건 좀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 대목이 있는데, 근본 이유는 뭘까요?
저는 그 대목이 사람들이 가진 위선이 폭로되는 부분이라고 봐요. “초등학교 괜찮아. 아무도 모를 때니까. 중학교 괜찮아. 그런데 고3? 이제 우리랑 정말 똑같아지겠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이렇게 되거든요. 아무리 아닌 척해 봐야 가장 절박한 순간에도 평등을 유지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건 사람들이 시혜적인 시선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의 반증이거든요. 내가 ‘허용하거나 허용해 주지 않거나’의 문제라고 보니까요. 평등이 모든
사람의 권리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죠.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할 때는 자신의 이득을 지키려고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 스스로를 파괴하는 일이잖아요. 모든 사람들이 결국 연약한 순간을 맞이하니까요.
<어른이 되면>을 본 청소년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청소년들은 영화를 볼 때 저보다 저와 함께한 친구들에게 감정을 이입했던 것 같아요. 영화에서 혜정이가 스티커 사진을 찍자고 졸랐던 은경이나 함께 노래 연습을 했던 인서 그리고 정민과 같은 친구들이 변화하는 걸 보면서 청소년들은 “저렇게 함께 사는 것이라면 우리도 같이 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청소년들이 할 수 있겠다고 느낀 대목이 중요해 보이는데, 학교에서의 건강한 인권 교육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학교에서 인권 교육을 빙자해서 위선을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왕따가 뻔히 일어나는 교실에서 “모두 사이좋게 지내세요. 왕따는 나빠요.”라고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저는 청소년들과 이야기할 때 기분이 좋아요. 청소년은 자기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가진 기술들이 몇 개 없거든요. 이를테면 “선생님, 왜 병신을 병신이라고 부르면 안 돼요?”라는 질문을 하니까요. 저는 그게 핵심적인 질문이라고 봐요. 그건 그 아이들이 가진 진짜 질문이에요. 이런 아이들의 질문에 대해 과연 선생님들이 얼마나 준비돼 있을까요? ‘선생님들이야말로 질문에 대한 대답을 갖고 있느냐?’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그러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청소년이 제게 그런 질문을 하면 “그 아이를 병신이라고 말할 때, 너의 말 속에 조금도 비하의 의도가 없다면 나는 그 말을 써도 좋다고 생각해. 그것으로 그 아이의 가치를 깎아내리기 위한 마음이 1도 없니?”라고 답변할 것 같아요. 사실 그 질문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많이 없죠. 저는 이 사회 안에 혐오가 팽배하다는 걸 인정하는 단계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다들 여러 감정이 있는데, 감정 자체를 갖는 게 나쁘다고 하면, 그 감정들은 훨씬 더 미운 형태로 다시 돌아와요. 내 마음 속에 미움과 분노가 있을 때, 다른 사람을 짓밟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 짓밟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면 좋은지에 대한 가르침이 인권 교육이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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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내는 일을 계속할 수 있기를
“시사회에서 나온 후 혜정에게 기호와 욕구가 생겼다”는 문장을 읽은 적 있는데, 혜정 님은 뭐 좋아하세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 마시기. 슈퍼 그랑죠!
영화에서 노래를 많이 불렸는데, 요즘은 어떤 노래를 좋아하나요?
칭, 칭 칭기스칸~
커피 마시기와 <칭기스칸> 부르기가 취미네요. 혜정 님이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도 궁금하더라고요.
어쨌든 혜정이 자발적으로 하는 일과 중 하나는 그림을 그리는 거예요. 노래하고 춤추는 것도요. 올해는 그림에 집중해서 전시회를 한번 열어 보자고 말할까 생각 중이에요. ‘에이블 아트’라는 영역이 있는데, 장애가 있는 아티스트들의 작품만 전시하는 예술 형태예요. 저는 작품 자체에 예술적인 가치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하면 그걸 다른 사람들도 느끼게 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에요. 그 맥락에서 벗어나 새로운 종류의 전시를 하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혜정 님이 자신의 일상을 직접 찍는 것도 재밌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공감해요. 최근에 혜정이가 자주 말하곤 하는 ‘히딩크의 고향’ 네덜란드에 다녀왔는데, 이번엔 액션캠인 ‘고프로’를 갖고 갔어요. 그건 아무리 흔들려도 화면이 안정적으로 나오거든요. 혜정이한테 고프로를 주고 “찍고 싶은 거 찍어.” 그랬어요. 거기서 혜정이가 직접 찍은 영상들 이 있어요.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는 툴들을 늘려가다 보면 나중에 뭔가 재미있는 것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두 분은 앞으로 무얼 하고 싶나요?
머리가 자라나요. 린스 섞어요. 파마!
파마를 한다니 부러워요. 작가님은요?
저는 장기계획은 잘 안 세워요. 세워 봐야 불행해지는 계산 말고는 안 나오거든요. 1년 후에 지금은 절대로 상상할 수 없는 어떤 새로운 선택지가 있을 거라는 식으로 시간을 이해하기로 했어요. 이제 단기 계획들에 대해 어떻게 최선을 다할 것인지 고민 중이에요. 그런 식으로 삶을 바라보고 있어서요. 24시간 활동지원 제도가 생기면 좋겠어요.
혜정 님의 파마하기 꿈처럼, 작게나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안경을 오래 써서인지 눈 수술을 하고 싶은데 언제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버티기가 제 목표예요. 해야 할 일이 계속 있어서 수술할 짬이 안 나네요.

지금도 눈이 건조하신 것 같아요. 두 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와! 프랑스예요. 아이스커피.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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