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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지구별 사서의 오늘] 너의 서가를 빛나게 해줄게:북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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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8-09-05 14:44 조회 4,78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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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에 쌓인 책들을 구하라!
 우리나라는 책의 유통에 대해서는 최고의 선진국이다. 한번은 키르키즈스탄에서 온 청년이 러시아어로 된 문학책 한 권을 보고 싶다고 희망도서를 신청했다. 러시아에서 인기 많은 책이기에 구하기 쉬울 거라는 그의 말에도, 혹시 모르니 시간을 넉넉히 잡고 한 달 안에 구해 놓겠다고 장담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먼저 국내의 외국 서적 수입업체 두 곳에 문의를 했는데, 그들은 한 달 만에 백기를 들었다. 다음은 러시아에 다녀오시는 알료나 할머니에게 부탁드렸고, 그 다음은 우리 도서관 독서동아리 회원인 천따냐 선생님이 아이들 비자 때문에 고국에 가시는길에 책 정보를 종이에 적어 배웅을 해 드렸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러시아에서도 꽤 큰 도시에 나가야 서점을 만날 수 있고, 서점에 가더라도 원하는 책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는 사실. 그래서 생각했다. 이렇게 그 나라에서도 구하기 힘든 책들을 우리 도서관은 가지고 있구나. 정말 귀중한 자료들이구나!
 어려운 경로를 통해 우리 도서관 서가에 자리를 잡은 책들. 그러나 아쉽게도 서가에서 한 번도 빠져나오지 못한 채 먼지에 쌓여 빛을 잃어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 책들을 한 번 들어가면 결코 빠져 나올 수 없는 ‘서가 림보’에서 나오게 도와주고 싶었다. 책에 대한 궁금증을 일게 하여 누군가에게 선택되어 도서관 밖 여행을 하기를 바랐다. 그러나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았고, 오랫동안 숙제로 남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참석하게 된 교육에서 방법을 발견하고는 나도 모르게 괴성을 질렀다. 북큐레이션! 새로운 세계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북큐레이션으로 독자 안내하기
 미술관에 가면 큐레이터가 기획한 전시회를 볼 수 있다. 큐레이터는 주제를 정하고 그 많은 미술작품 중에 기획 의도에 알맞은 작품을 선별하고, 미술관의 공간을 고려하여 어떻게 전시할 것까지 생각해야 하는 직업이다. 북큐레이터도 비슷하다. 출판된 수많은 책 중에 독자에게 맞는 책을 선택하고, 각자의 취향에 맞는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역할! 책을 많이 만나고, 독자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서의 역할로 이렇게 멋진 일이 또 있을까!
 사례들을 찾아보니, 오월의봄, 후마니타스 등 출판사의 대중 사회과학 도서 시리즈물로 북큐레이션을 한 곳도 있었고, 건강한 먹거리와 다이어트에 관해 전시를 한 곳도 있었다.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따라 큐레이션을 한 도서관, 고양이를 주제로 큐레이션한 책방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모두 독특한 북큐레이션으로 예비 독자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함께 만드는 ‘세계의 얼굴’
 서가를 둘러보다 보면 내용이 궁금한 책이 있다. 우리 도서관에 있는, 미 서적과 국내 도서 3,000여 권을 제외한 12,000여 권이 넘는 책들은 차마 소리 내어 읽을 수 없는 생소한 언어로 되어 있기에 표지를 보고, 내용을 유추해 보곤 한다. 안타깝게도 이 책들의 대부분은 서가구석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어떻게 이 책들을 빛나게 할 수 있을까? 좁은 공간에 있고 한정된 책이지만, 언어가 다른 이용자들로 가득하지만, 우리 도서관에서도 북큐레이션을 해보기로 했다.
 북큐레이션의 주체로서 나에게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언어적 한계로 주제별로 책들을 선별할 수 없는 것. 처음에는 우리나라 책과 달리, 동남아시아에서 출판되는 책들의 표지는 화려한 색상이 많고, 일러스트보다 실사 이미지가 많다는 점을 착안하여 색상별로 큐레이션을 해볼까 생각했다. ‘옐로우’ 테마를 붙이고 노란색 표지로 된 책들을 모아 전시하고, 그 다음에는 ‘레드’ 테마로 붉은색 표지 책들을 전시하여, 다양한 책들이 우리 도서관의 주인공으로 부각될 수 있도록 해볼계획이었다. 그러던 중 출판국 사람들의 얼굴로 된 표지가 많다는 것을 발견하고, ‘세계의 얼굴’이라는 주제로 큐레이션을 하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23개국의 얼굴들이 한 서가에 모였다. 그러고 나니 더 욕심이났다. 이 책들이 어디에서 출판된 책인지 표시를 하면 더 좋을 것 같았다.
 이용자들에게 수소문하여 커다란 세계지도를 얻었다. 그러나 23평의 작은도서관에서는 이 커다란 지도를 펼쳐 놓을 공간이 없었다. 그래서 도서관 입구 맞은편 벽에 지도를 붙이기로 했다. 그 다음, 도서관 서가에 놓은 책들과 도서관 밖에 있는 지도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래서 책 표지를 컬러 복사하여 지도와 연결해 붙이기로 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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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 한편으로 새로운 세계를
 사람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평소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던 벽면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자기 나라 언어로 된 책이 아니라서 펼쳐 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책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책 표지와 지도를 읽어 갔다. 지도에서 자신들이 온 나라들을 찾기도 하고, 바로 도서관에 들어와 얼굴이 있는 책을 찾아 바로 빌려가기도 했다. 북큐레이션을 한 지 이틀 만에 전시한 책의 3분의 1이 대출될 위기(?)에 처해서, 전시가 끝난 뒤 빌리라고 부탁할 지경이 되었다. 놀라운 반응에 또 하나의 재미난 생각이 떠올라서 삼일째 되는 날, 지도 옆에 조그마하게 안내글 하나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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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홍보하지 않았고, 누구에게 와주십사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이 아무렇지도 않은 안내 글을 보고 1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2시간 넘게 자신이 걸어온 길 그리고 전시된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들이 책 내용에 대해 알게 되고, 먼 길을 거쳐 우리 도서관까지 오게 된 지구인의 이야기를 듣게 된 행운! 조그마한 서가 한편이 새로운 세계를 불러들이는 순간이었다.
 다행히도 우리 주위에는 참고할 정보와 아이디어가 무진장 많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콘셉트, 맥락으로 책들을 엮기만 하면 된다. 이로 인해 지금보다 훨씬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재미있는 사람들이 호박 넝쿨처럼 줄줄이 도서관으로 소환될 것이다. 이 마법의 주인공은 바로 북큐레이터! 책과 독자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될 수 있다는 것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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