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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사서의 오늘]네팔에서 희망을 보았다
<학교도서관저널 , 2018년 03월호> 18-03-28 10:02
조회 : 390  


길을 떠나기 전, 책으로 여행을!
작년 가을부터 계획한 네팔 방문! 그동안 도서관에서는 네팔 책을 구입하여, 네팔 ‘책친구’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책을 읽으러 오는 네팔 사람들에게 그곳의 날씨, 생활 문화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다. 네팔 하면 안나푸르나, 히말라야가 떠올라서 엄청나게 추운 곳이라 생각했는데, 겨울에 우리나라보다 훨씬 따뜻한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친구들을 통해서 <레썸피리리>라는 네팔 민요도 배웠다. ‘비단이 바람에 휘리릭’이라는 뜻을 가진 이 노래는 가끔씩 도서관에 오는 네팔 사람들의 핸드폰 벨소리로 울리기도 하여 나에게도 친숙한 노래였다. 우리나라의 <아리랑>처럼 대부분 네팔 사람들이 사랑하는 노래라고. 또 하나, 네팔에 대한 책과 여행기 몇 권을 읽었다. 그중 『네팔은 여전히 아름답다』를 쓴 작가가 SNS 친구임을 알고, 네팔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책에다 직접 사인도 받고, 책 내용에 대해 이야기도 해보는 일대일 저자와의 만남! 생각만 해도 너무 멋지지 않은가!
 
 
23시간 만에 도착한 카트만두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에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네팔까지 한 번에 가는 비행기는 하루에 한 대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 일행은 방콕을 거쳤다가 카트만두에 가는 일정으로 움직였다.
카트만두는 어디에서나 룽다와 다르촉을 바람에 나부끼며 우리를 환영했다. 첫날은 우리나라에서 이주 노동을 마치고 네팔로 귀환한 사람들이 준비한 환영 파티에 참석했다. 도서관에서는 듣지 못했던 이야기가 밤새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네팔은 종이가 귀한 곳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어디를 가나 책과 인쇄물, 종이가 흔해서 신기하다고 했다.
세상의 모든 종교가 평화롭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네팔. 실제로 힌두교와 불교, 이슬람교의 3대 종교 성지가 다 이곳에 있다. 아직도 신분제인 카스트 제도 아래에서 자신들의 신분을 하나의 업으로 여기며 사는 착한 사람들. 국민 총 생산액의 가장 큰 부분이 이 나라의 아버지, 아들들이 외국에서 이주 노동으로 벌어오는 돈이라는 이곳. 그래서인지 네팔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신과 사람을 그리워하는 큰 눈망울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들을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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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불가촉천민’이라고?!
문재인 대통령이 2016년에 네팔을 방문했을 때 머물렀다는 마야걸츄 게스트하우스에서 첫 여장을 풀고, 우리는 다시 새벽 6시에 버스를 탔다. 5시간 넘게 꼬불꼬불한 비포장 산길을 타고 고르카 타플레 마을로 들어갔다. 첫 공식 방문 기관이던 너야조티초등학교 앞마당에 학생들과 마을 주민들이 모두 나와서 우리를 기다린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잠시도 쉴 수가 없었다.
너야조티초등학교가 있는 마을은 불가촉천민이 사는 곳이다. 네팔에서 가장 가난하고 낮은 계급이라 접촉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요즘 세상에 아직 이런 계급 구분이 있을까 하지만, 이곳에는 존재한다. 그리고 꽤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다. 이러한 계급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이들은 학교에 나와 공부를 하고, 자신의 꿈을 넓혀 간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50여 명의 전교생이 자신들이 앉아서 공부하던 의자와 책상을 교실에서 꺼내 오느라 분주했다. 책상, 의자가 모두 운동장으로 나온 후에야, 한참을 서서 우리를 맞아주었던 그들의 가족과 이웃들도 그곳에 앉았다. 마을 사람들은 아이들의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들뿐이었는데, 남자 어른은 모두 외국으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났다고 했다. 줄곧 나의 손을 잡고 따라다니던 아이에게 물어보니, 태어나서 아버지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하루빨리 아버지가 집에 오면 좋겠다고 하면서 꼭 안아주었다.
역시 아이들! 우리 손에 들려있던 축구공, 모자, 풍선 등을 본 아이들은 눈을 반짝였다. 놀잇감이 거의 없는 네팔의 아이들을 위해 한나절 함께 놀 거리를 준비해 간 것이다. 순식간에 마당에서 운동회가 펼쳐졌다. 두 팀으로 나누어, 한 팀은 다리에 풍선을 끼고 이어달리기 게임을 하고, 내가 속한 팀은 ‘신발양궁’을 진행했다. 작년 ‘도서관 책운동회’에서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좋아했던 신발양궁! 경기 규칙은 간단하다. 일정 거리를 두고 신발을 날려 과녁의 중심에 떨어뜨릴수록 높은 점수를 얻는 것으로, 정교한 발재간이 필요하다. 뻥하고 신발이 하늘 높이 올라갈 때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마을을 넘어 숲 전체로 울려 퍼졌다. 이 신발양궁의 과녁은 아이들이 언제든지 가지고 놀 수 있도록 선물했다. 아이들과 함께 놀았던 한나절, 우리 모두는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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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ar an old coat, but buy a new book”
너야조티초등학교에서 꼬불꼬불 산길을 20여 분 걸어가면 마야럭시미학교가 있다. 초중고등학교가 함께 있는 학교로, 2015년 대지진으로 무너진 것을 한국의 여러 단체들이 후원하여 교실 13개, 도서관, 연단 등을 다시 조성한 것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학교의 가장 큰 교실 건물 위에 쓰인 “Wear an old coat, but buy a new book.”였다. 이 학교의 도서관과 독서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우리는 한국에서 모금한 2천 달러로 첫날 카트만두에 도착하자마자 책을 사서 이곳까지 실어왔다. 도서관에 책을 꽂는데, 교장선생님이 오셔서 함께 정리를 하셨다. 알고 보니 이 학교의 도서관 사서는 다른 사람이 아닌 교장선생님이셨다.

“우리 학교가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이유는 이 책들이 있는 도서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독서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교과서에 없는 것도 책을 보면 배울 수 있지요. 역시 제일 인기 있는 책은 드라마로 만들어진 소설책들입니다.”

아이들이 책을 빌려가서 비워진 서가를 자랑스럽게 알려주시는 교장선생님이 참 멋져 보였다. 교장선생님은 학교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훨씬 더 친해지지 않으셨을까. 이날 우리 일행은 학교의 교무실에 침낭을 깔고 잠을 청했다. 산속인지라 밤이 되면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다. 어릴 때 보던 수많은 별들을 그곳에서 만났다. 그리고 핫팩의 소중함을 깨달은 밤이었다.
또한 한국의 ‘아름다운가게’를 알게 되어 재활용 시스템에 푹 빠진 한 이주노동자와도 마주했다. 그는 하던 일을 당장 그만두고 서울의 아름다운가게에 취업을 했다. 그가 네팔에 돌아와서 네팔 최초로 사회적 기업을 연 것이 재활용가게 ‘수카워티스토어’이다. 이후 제2의 도시 포카라에 가서 포카라중앙도서관에도 들렀다. 히말라야 눈이 녹아서 이루었다는 페와호수, 고대도시 벅터푸르, 힌두사원 파슈파티나트 등의 유적지에서 네팔을 마음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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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알아요?
그곳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빈민가에 있는 학교 방문이었다. 카트만두와 고대 도시 벅터푸르 경계에 있는 마을 한가운데 서로서티학교가 있다. 2007년에 세워진 학교인데, 벽돌 하나하나가 놓일 때부터 마을과 한국의 NGO가 함께했다. 처음에는 이 마을의 특성상 교육열이 낮고, 아이들도 돈을 벌어야 하는 환경에 놓여 있어, 학생을 구하기가 상당히 힘들었다고. 그러나 지금은 학교가 마을의 중심축이 되어 학생들이 400여 명이 되어서 증축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마을의 대소사가 학교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마을에 갈등이 있을 때도 학교가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교문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아이 두세 명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다가왔다. 그중 큰 여자아이가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어왔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대뜸 이렇게 묻는 것이 아닌가. “Do you know BTS?” 아쉽게도 우리 모두는 그말을 한 번에 알아듣지 못했다. 그 아이들은 실망한 얼굴을 하고 어디로 뛰어갔다가 다시 왔는데, 큰 아이가 가리키는 동생 가슴팍에는 배지 3개가 달려 있었다.
‘방탄소년단’이라는 한글과 함께 아이돌 멤버들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그때부터 우리는 오랜만에 만난 형제자매처럼 한참을 웃고 떠들었다. K-POP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아이들은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면서 좋아하냐고 물어왔다. 자신은 어느 멤버를 제일 좋아한다며 한국어로 ‘사랑해요’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나이가 들면서 아이돌의 노래와는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중이었는데, 네팔의 작은 마을에서 이렇게 그들의 배지를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들을 만나다니!
우리가 방문한 날은 우리나라 입춘과 같은 네팔의 국경일이라 서로서티학교의 교실과 도서관을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창 너머로 보이는 교과서와 교구들이 책상 앞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했다. 손자국이 까맣게 찍힌 교실 벽, 모퉁이가 너덜너덜해진 책들, 이곳에서 아이들은 가난과 신분의 벽을 허물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희망의 불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어느 나라든 그 나라의 희망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다. 그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꿈을 키워가고, 도서관에서 그들의 미래를 밝혀간다. 네팔도 다르지 않았다. 긴 여정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와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아이들을 눈여겨보았다. 그들이 모두가 자신의 길을 찾고, 꿈을 이루어가길 응원해 본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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