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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만난 작가]김혜진 작가와의 만남
<학교도서관저널 , 2018년 03월호> 18-03-28 09:48
조회 : 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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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의 마음과 일상을 들여다보고
국문과, 문창과 출신 작가들이 많은 편인데 작가님께선 정외과을 졸업하셨어요.
전공하지 않은 분야라서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있나요?
실은 대학을 졸업하기 직전까지도 글을 쓰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대학을 졸업하기 몇 달 전에 글쓰기를 시작했거든요. 문학 수업을 거의 경험하지 못했지요. 첫 책을 내게 되었을 때 바람의아이들 출판사 최윤정 대표님의 피드백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게 저의 문학 수업이었어요. 삼십 대 초반에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하기도 했는데, 공부와 창작은 다르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제가 주변을 의식하는 성격이어서 국문과나 문창과에 진학했으면 잘 쓰는 선후배들에게 눌려서 일찍 질렸을지도 몰라요. 저는 ‘대작을 쓸 거야.’ 이런 마음으로 글쓰기를 시작하는데, 그런 마음 없이 창작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도리어 우물 안의 개구리 같은 부분이 있었기에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다양한 전공을 가진 작가도 주변에 많은 걸요.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제가 청소년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주인공들이 특이한 가정환경 속에 있거나, 가정 폭력이나 학교 폭력에 시달리거나, 가출 청소년인 경우가 많았어요. 저는 그걸 보면서 ‘왜 평범한 아이들이 주인공인 동화나 소설은 적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동화를 읽으면서도 ‘나는 평범한 아이니까 이런 모험을 할 수 없을 거야.’라거나 ‘삐삐처
럼 엄마나 아빠가 해적도 아니고 고아도 아니니까, 이런 것은 불가능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면서 정말 평범해 보이는 아이들에 대해 쓰고 싶어졌어요. 평범한 아이들도 엄청난 고민거리를 가질 수 있잖아요. 그건 지금도 제가 청소년 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에요.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두터운데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끼나요?
저는 십 대 시절이 굉장히 열려 있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20, 30대 연령의 인물에 대해 쓰면 그 사람의 삶을 일부 결정해 버린 느낌이 들어서, 허구의 인물이지만 묘한 죄책감을 느끼거든요. 그런데 십 대가 주인공일 경우엔 이 인물이 이야기 속에서 어떤 일을 겪든 삶의 방향이 결정되지 않는 것 같아서 마음의 부담이 덜하달까요. 십 대 특유의 에너지에 끌리기도 해요. “인간은 십 대 시절의 에너지로 평생을 산다.”라는 글을 읽고 공감한 적이 있어요. 저도 십 대 시절의 에너지를 여태 발굴해서 쓰는 것 같거든요. 제가 글쓰기를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그 이야기를 해줬더니 절망하더라고요. “이게 끝인가요!” 하면서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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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순간들을 이야기에 담다
작가님의 청소년 소설 『프루스트 클럽』에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는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나요?
제가 프루스트를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니고요. (웃음) 고등학교 시절 도서실에 있는 책을 다 읽고 졸업하자는 게 제 목표였어요. 읽다가 이해가 안 되는 대목들이 나와도 꼬박꼬박 졸면서 도서관에 있는 책을 다 봤어요. 저는 중학교 때까지 서울 변두리에서 살았는데, 외국어고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문화 충격을 느꼈어요. 사람들의 살아가는 환경이 서로 다르다는 걸 그때 느꼈지요. 외고가 경쟁이 치열한 곳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책 읽는 것으로 제 자존감을 지키려고 했던 것 같아요. 첫 소설로 책을 읽는 아이들 이야기를 쓴 게 저한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단편집 『가방에 담아요, 마음』은 다섯 가지 연애 이야기인데,
청소년의 사랑을 주제로 글을 쓰게 된 이유는요?
제 초창기 작품에서는 사랑에 대해 스치듯 묘사하는 식으로 넘어갔어요. 그 이상으로 묘사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2015년에 쓴 『밤을 들려줘』에 제 기준으로는 직접적이라 할 수 있는 장면이 나와요. 한 아이가 고백을 받는 장면인데, 제가 느끼기에는 예전보다 많이 발전했다 싶었어요. 사실 저는 단편보다 장편을 더 많이 써 왔는데, 연작
소설 형식인 『밤을 들려줘』를 끝내고 나서 단편을 제대로 써 보고 싶더라고요. 이왕이면 하나의 주제로 엮이는 단편집이었으면 했고요. 그즈음 막연히 ‘이제 내가 사랑과 연애를 자신 있게 다뤄볼 수 있겠다. 다뤄 보자!’ 그런 마음을 먹으면서 쓰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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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사랑 이야기를 표현할 때 고민이 꽤 컸을 것 같아요.
어떤 트렌드처럼, 성에 대해 개방적인 청소년들을 다루는 책들이 많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임신, 출산 같은 묵직한 주제들이 등장하기도 하고요. 저는 그렇게 직접적인 ‘사건’이 없는, 제가 경험했던 정도의 사랑과 연애에 대해 써 보고 싶었어요. 너무 밋밋하고 평범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대신 다양한 커플들을 구성하고 싶었는데, 여자가 연상인
경우, 남자가 연상인 경우, 동갑인 경우, 한쪽이 성인일 때, 남남 여여 커플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가지고 초고를 썼어요. 결국 다섯 편으로 정리되었지만요.
 
 
청소년들에게 연애에 대한 조언을 건넨다면요?
최근에 사랑의 아픔을 겪은 십 대 친구와 이야기를 했는데, 실연을 겪고서 극복을 못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위로의 말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 아이의 무엇이 그렇게 좋았어?”라고 물어보니까 아이가 잠시 생각하더니 “저는 걔의 어떤 점이 좋았던 게 아니라 걔였기 때문에 그 아이의 다른 점까지 좋아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거예요. 제가 놓치고 있던 인생의 어떤 지점을 제 앞에 있는 한 친구가 알려 주는구나 싶었어요. 그 말을 하는 아이가 아름다워 보였거든요. 제가 조언할 필요가 없었던 거죠.
 
그럼에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궁금해요.
저는 작품을 통해 ‘세심한 순간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사랑처럼 보이진 않지만, 분명히 사랑인 감정들이 있잖아요. 햇빛이 찬란하고 바람이 불어서 나무 그림자들이 휘몰아치는 길을 걸어갈 때 느끼는 순간의 감정 같은 것들 있잖아요. 저는 그런 순간의 사랑을 다루고 싶었어요. 실은 저도 그런 순간을 스마트폰 보면서 지나쳐 버리거든요.
나도 못하는데, 십 대들에게 그런 순간들을 잡으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고 싶진 않아요. 그리고 어쩌면 지금의 저보단 십 대 아이들이 그런 순간을 더 잘 보는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을 다시 찾고 싶어서 제가 애써서 작품을 쓰는 것 같기도 해요.
 
 
‘순간의 느낌’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쉬운 예를 들자면, 오에 겐자부로의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라는 책이 있는데, 제가 열여덟 살에 읽고 큰 영향을 받은 작품이에요. 거기에 ‘순간보다 조금 긴 순간’이라는 개념이 나와요. 횡단보도의 파란 불이 바뀌기를 기다리며 찬란하게 단풍이 진 나무를 바라보는 정도의 순간을 뜻하는 거죠. 저는 그 책을 읽고 ‘이렇게 세상을 보는 관점도 있구나.’ 하면서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되었어요. 아름다운 것을 봤을 때, 작가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멈춰 서는 순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제 책을 읽는 독자들도 제 작품을 통해 스스로의 인생에서 그렇게 반짝이는 순간이 왔을 때 휙 지나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 이게 그런 순간인가 하고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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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어린이 청소년 책과 가까이하길
‘완전한 세계의 이야기’ 시리즈에 삽화를 그리기도 했는데 언제부터 그림을 공부하셨나요?
학창 시절부터 워낙 만화를 좋아해서 잠시 만화가를 꿈꾼 적도 있어요. 대학 시절에는 만화 잡지사에서 기자로 근무한 적도 있고요. 지금은 사라진 <OZ>라는 만화 평론 잡지에서 대학생 인턴기자로 ‘열정 페이’ 받으면서 열심히 일하기도 했어요. 『아로와 완전한 세계』를 내게 되었을 때, 출판사에서 제게 삽화를 그려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해서 오랫동안 그림 작업을 했지요. 이후 그림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어서 영국에 1년 정도 그림 공부를 하러 갔어요.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온 뒤 당장 그림책을 만들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림책은 훨씬 어려운 작업이더라고요. (웃음) 좀 더 내공을 쌓은 후 언젠가는 해 보고 싶어요.
 
아이를 키우고 계시는데 어떤 엄마, 작가로 기억되고 싶나요?
아이에게 미안한 점이 많아요. 한창 글을 쓸 때면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이 생기더라도 머리 한쪽은 글을 쓰는 세계에 가 있는데, 그걸 아이가 아는 것 같아요. 아이가 자라면 자랄수록 이 아이가 나에 대해 서운해할 만한 것들을 차곡차곡 적립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건 어쩔 수가 없잖아요. 제가 동화를 처음 쓰기 시작할 때에 심리학 관련 책을 많이 읽었는데, 거기서 저의 오랜 고민을 풀 수 있는 문장을 봤어요. 아무리 좋은 의도여도 아이는 상처를 입고, 나쁜 의도여도 아이는 상처를 입는다는 문장이었어요. 위로가 됐어요. 어떤 엄마로 기억되기 이전에, 아무리 좋은 부모라도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니 그 사이의 간극이나 갈등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해요. 이는 제가 다
뤄보고 싶은 작품의 주제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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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저는 어른들이 동화나 청소년 소설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만약 동화나 청소년 소설 작가가 아니라면 어린이에 대해서든 청소년에 대해서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제가 많이 읽고 쓰다 보니까 어린이나 청소년에 대한 이해가 넓어진 것 같아요. 성인들과 십 대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 종종 일어나잖아요. 어른들이 청소년 소설을 읽는다면 그런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차기작이 궁금해요!
저는 동화 판타지와 청소년 소설 두 가지 장르를 오가며 쓰고 있어요. 반짝반짝하고 알록달록한 동화의 세계를 쓰다 보면 현실은 이렇지 않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거든요. 그럼 다시 현실적인 청소년 소설을 써요. 계속 번갈아 쓰다 보니 그런 경계도 흐려졌는데, 그런 마음에서 청소년 판타지 소설을 쓰고 싶어요. 현재까지 ‘완전한 세계의 이야
기’ 시리즈가 4권까지 나왔는데, 5권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고요. 학교를 배경으로 한 본격 청소년 탐정 추리물을 쓰려고 구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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