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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만난 작가]사이다 작가와의 만남
<학교도서관저널 , 2018년 01+02월호> 18-01-09 09:46
조회 :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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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통해 예술의 끈을 잇고
그림책 작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어요. 학교 다닐 때는 늘 ‘나는 예술가’라고 생각했는데, 예술가 역시 학교를 졸업하게 되잖아요. 이후 결혼을 했고 계속 예술적인 일을 찾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예술 작업에는 많은 품이 들기 마련이잖아요. 공모전에 작품을 낸다든지 대학원을 간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끈을 잡고 있어야 하는데 저는 좀 다르게 하고 싶었어요. 혼자서 즐거움을 찾아보고 싶었죠. 목공예도 하고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도자기 위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푹 빠지게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려 보고 싶어졌어요. 이후 아이들이랑 그림책 작업을 하면서 이것도 하나의 예술 장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작정 혼자 그리기 시작하셨어요?
일러스트 학원에 다녔어요. 집에서 두 시간 걸리는 먼 곳이었는데, 아이들이 집에 오후 네 시에 오니까 학원에 갔다가 두 시간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곤 했어요. 거기에선 작업을 많이 하기보다는 눈으로 그림 보는 시간이 더 길었어요. ‘아, 여기서는 이런 재료들을 쓰는 구나.’ ‘여러 장 그릴 때는 무엇이 필요하구나.’ ‘편집할 때에는 이런 틀이 필요하구나.’ 하는 걸 배웠죠.
 
‘사이다’라는 필명이 독특한데 그렇게 짓게 된 이유는요?
십여 년 전에 공동육아로 아이들을 키우다가 지은 이름이 ‘사이다’예요. 그때 처음으로 제가 원하는 이름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듣게 됐죠. 그때 저는 저의 예술가로서의 삶을 기억할 수 있는 이름을 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한테 저를 아티스트로 불러달라고 수는 없잖아요. (웃음)
 
저는 예술가가 이상과 실제의 사이,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의 사이, 보이지 않는 도덕적 선의 상징 등을 보이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사이에 있는 무당’과도 같은 존재라고 여겼지요. 그렇기에 계속 어떤 사이에 있는 자가 되어야겠다 싶던 거예요. 사이에 있으면서도, 계속 행동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제 이름을 ‘사이’라고 지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제 이름을 불러야 되잖아요. 그래서 ‘사이’에 ‘다’를 붙여서 ‘사이다’라는 이름을 만들었어요. 제 이름을 들을 때마다 제 본분을 깨달아요. 저는 그렇게 계속 깨닫는 순간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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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면 배가 부르는 신기한 책들
작가님의 작품 『가래떡』, 『고구마구마』는 모두 먹는 것들에 관해서 다루고 있는데, 그림책의 콘셉트를 처음부터 정하고 만드셨나요?
저는 이 두 권을 잇는 명확한 콘셉트를 따로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사람들한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다시금 저를 되돌아보게 되었어요. 내가 먹을 걸 정말 좋아하구나 싶었고요. (웃음) 저희와 같은 그림책 작가들이 더미를 수차례 만들게 되면, 첫 책을 어떤 더미를 기반으로 시작할까 고민이 많아지는데 그 가운데서 저는 ‘가래떡’을 골랐어요.
첫 책을 『가래떡』으로 정하게 된 각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가래떡은 새해 첫날에 먹는 거잖아요. 재료도 순수하게 들어가고요. 가래떡 안에서 여러 상징이 계속 나온다는 게 좋았어요. 복을 빈다는 의미도 있고, 다 같이 즐겁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많이 깃들어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앞으로의 그림책 운명에 대해 복을 비는 의미로 『가래떡』을 첫 책으로 내놓았어요.
 
『가래떡』은 다 읽고 나면 배가 부르는 책이기도 한 것 같아요. 어른들은 책 보고 나서 방앗간에 가기도 하신대요.
정말요? (웃음) 『가래떡』은 어르신 생신이거나 돌잔치를 할 때에 선물을 하고 싶은 책이라고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작업이 오래 걸렸어요. 거의 2년 넘게 걸렸거든요. 독자가 담백하게 느껴지도록 그리는 게 쉽지 않았어요. 작업하면서 욕심이 생기기도 했어요. ‘나 이렇게 잘 그려!’ 자랑하고 싶더라고요. 뭘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요. 그러다 보니 가래떡이 처음 생각했던 것에서벗어나 지저분해지더라고요. 그런 시행착오를 오래 거치다보니 ‘이 욕심들을 다 버려야 되는구나.’ 하고 알게 되었어요.
『고구마구마』는 어떤 계기로 완성하게 되었나요?
아이들 덕분에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만들게 됐어요. ‘예쁘구마!’ 이런 식으로 고구마 그림에 문구를 넣어 책갈피를 팔았는데, 작업을 하면서 ‘이거 좀 재밌을 것 같아!’ 하고 생각이 퍼뜩 떠올라 그날 바로 작업을 시작했어요. 캐릭터를 정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어요. 처음에는 귀여운 고구마를 표현하는 걸 작업했다가 나중에는 고구마를 관찰하게 되었는
데, 작업하면서도 즐거웠어요.
저도 유치원 선생님들께 그림책 강의하면서 보여 드린 적 있는데, 전부 다 고구마 캐러 가기 전에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요?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고구마를 캘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스럽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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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여린 존재들의 기운을 북돋고
『고구마구마』는 고구마의 형태를 관찰한 내용이면서 고구마의 한살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책 끄트머리에 싹이 나오는 부분이 인상적이에요.

싹이 나는 부분은 책 전반에 걸쳐 중요한 부분이에요. 이야기 속에 나오는 ‘작구마’는 자신을 볼품없다고 생각하는데, 책 속 ‘작구마’나 ‘작구마’처럼 볼품없다고 여겨지는 사람도 고구마 밭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거든요. 아주 작은 존재가 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었어요. 누구에게나 그런 힘이 있거든요. 저는 실제 고구마를 들여다보고 관찰하면서 그런 지점들을 몸소 느꼈어요.
고구마를 가꿔 보시기도 하셨어요?
텃밭을 조금씩 일군 적이 있어요. 직접 씨를 심으면서 ‘이게 상추가 될까?’ ‘고구마가 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구마의 줄기 자체는 단순한데 거기서 자기들끼리 움직여서 뿌리가 나고 무엇이 돋아난다는 게 신기했어요. 제가 텃밭을 가꾸기 전에는 그런 믿음이 없었거든요. 농부들은 이미 그런 걸 모두 알기에 씨를 적당히 뿌리는데, 초짜들은 욕심을 내어 씨를 많이 뿌려요. 사실 우리가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이 위치랑 같아요. 아무것도 없고 볼품없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폄하하게 되지요. 하지만 상추나 고구마처럼 우리 각자에게는 굉장히 놀라운 생명력과 능력이 있기 마련이에요.
『고구마구마』는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어린아이들은 속칭 ‘구마체’에 대한 느낌을 아직 잘 모르는데, 말놀이를 알게 된 아이들이나 어른들은 읽고 깔깔깔 쓰러지더라고요.
주위를 둘러보면 사람들이 ‘~하구마’ 라는 말을 생각보다 많이 쓰면서 살더라고요. (웃음)
말놀이를 같이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미묘한 감각이 참 좋은데, 외국에 책을 소개할 때 느낌을 잘 전달하기 어려울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구마’체를 해외에 그대로 전달할 수는 없겠지요. 저는 작업을 할 때 장소나 배경을 고려하거나 국한하고 싶지 않아요. 특정 독자를 정해놓고 쓰지는 않기에 곁에 있는 풍경을 두고 자연스럽게 작업하려고 해요. 대상이 누구든 간에 여러 관점에서 제 그림책을 펼쳐 보길 바라요.
『고구마구마』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면요?
밭에서 태어난 고구마들을 살펴보면 각자 개성이 있어요. 생각하는 방식도 저마다 다르고요. 고구마가 군고구마가 되고 찐 고구마가 되듯이 고구마들은 저마다 다양한 쓰임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요.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의 쓰임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아프기도 하고, 자신을 모두 잃어버리기도 해요. 혼자서 쓰임이 없는 채로 생을 마감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다른 의미 차원에서 새로운 삶의 가치를 갖기도 해요. 저는 책 속 ‘크구마’처럼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많은 곳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에 대하여 자기보다 작다 낮다, 이렇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자연스럽게 봐야 해요. 남들이 몰라봤던 작은 사람들이 고구마 밭의 주인이 될 수 있거든요. 우리는 누구나 독특한 개성을 가진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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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이라도 웃을 수 있는 그림책을 위해
워크숍이나 강의를 통해 아이들과 그림 작업을 하고 계신데, 같이 호흡하면서 얻는 에너지가 있을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우주 같은 세상이 있다는 게 참 신기한 것 같아요. 저도 어렸을 때 자다가 눈을 뜨면 집이 무지개로 변해 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거든요. 그런 느낌들을 그대로 간직하는 아이들을 마주하면 참 좋아요.
그림책을 작업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독자에게 작품 속 제 그림체가 개성 있게 느껴지면 좋겠어요. “어, 이거 사이다 그림체네!” 하고 누군가 발견할 수 있게 말예요. 저뿐만 아니라 누구나 자유롭게 자기를 표현하다 보면 그 사람만의 표현이 나와요. 성악가의 ‘성문’과 빗대어 표현할 수 있는데, 자신만의 지문이 생기는 셈이지요. 자기만의 표현을 가지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해요.
바람직한 그림책의 방향에 대해 듣고 싶어요.
저는 그림책을 만들 때에 독자들에게 정답을 직접적으로 건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개 그림책을 살펴보면 이야기 끄트머리에 정답을 주려고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는 늘 그 부분을 조심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요?
단 한 사람이라도 제 작품으로 인해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제 작품을 읽고 따뜻함을 느끼거나 어떤 가치에 대해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를 맞이한다면 보람을 느낄 것 같아요. 여러 사람이 함께 즐거워도 좋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감동 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 나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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