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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만난 작가] 『그 여름의 덤더디』 이향안 작가와의 만남
<학교도서관저널 , 2016년 10월호> 16-11-01 11:00
조회 : 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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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작가에서 동화 작가로
조지환 드라마 작가를 하다가 동화 작가가 되셨는데, 동화의 어떤 매력을 발견하고 글을 쓰시게 되었나요?
이향안 드라마 쪽 일이 저와 잘 안 맞았어요. 공모전에 두 번 당선되어 꿈에 그리던 작가가 되었지만 방송 쪽에선 글만 쓰면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이해관계가 빽빽하게 얽혀 있어 힘든 부분이 많았어요. 적응을 못하고 ‘이렇게 어렵게 한 걸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작가 한 분의 권유로 기획 동화를 쓰게 됐어요. 생각보다 재밌더라고요. 드라
마를 같이 하던 사람들이 제게 “선생님은 동화를 쓰면 잘 맞겠다.”라는 얘기를 했어요.
김혜원 처음 동화를 공부하기 위해 노력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이향안 드라마 일을 관두고 난 뒤에는 아동 코너를 몇 달간 쭉 살펴봤어요. 그때 재밌게 읽은 책이 김기정 작가의 『바나나가 뭐예유?』예요. 아이와 둘이서 깔깔거리며 읽었는데, ‘바나나’로 상징되는 문명의 부, 자본주의 문제를 어쩜 이렇게 위트 있고 재미있게 풀어냈을까 궁금했어요. 동화이기 때문에 아이의 시선으로 위트 있게 풀어낼 수 있었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동화를 써 보자’라고 생각했는데, 드라마의 문장을 동화의 문장으로 바꾸는 게 어마어마하게 힘들더라고요.
김혜원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이향안 드라마는 장면으로 보잖아요. 모든 이야기가 대개 대사와 장면으로 진행돼요. 행동과 대사 중심이지요. 그러다 보니 장면을 서로 구분해야 했어요. 그런데 동화나 순수 창작 글들은 그렇지 않거든요. 제가 쓰기에는 차라리 기획동화가 편했어요.드라마에서 동화로 패턴을 바꾸는 데에만 2년이 걸렸어요.
김혜원 그게 ‘노오력’으로 되는 일인가요? (웃음)
이향안 노오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이에요. (웃음) 글을 많이 썼어요. 쓰고, 지우고 반복했지요. 선배들한테 “이게 무슨 동화니?”라는 소리도 많이 듣고요. 그러다 나온 작품이 『광모 짝 되기』였는데, 지금 보면 부끄러운 부분들이 많아요. 이 책을 다시 찍을 때, 제가 문장을 고치겠다고 출판사에 제안도 했어요. 그렇게 연습하기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했어요. “글은 다 똑같지 않냐”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드라마 글과 동화는 완전히 달라요.
김혜원 소설하고 동화는 어떻게 다른 건가요? 저도 이 부분이 잘 해결되지 않더라고요.
이향안 동화가 소설과 다른 점은 세상에 있는 여러 문제를 아이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점이지 않을까 싶어요. 세상의 문제를 어른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데, 그걸 아이의 시선으로 보게 되면 세상의 문제가 생각보다 굉장히 단순해지고 답이 쉬워지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게 동화의 매력이에요. 제가 느끼는 동화의 매력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소설도 아이 시각으로 쓸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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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서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른 것 같아요. 소설을 아무리 아이 시각으로 쓴다고 해도 결국은 어른의 관점에서 보는 것 아닐까 싶거든요.어른인 작가는 어떻게 아이의 시점을 갖고 쓰나요?
이향안 부단한 연습으로 가능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작가가 동화 작가를 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하는 게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거예요. ‘내가 그때 무얼 가장 고민하고 힘들어 했었나?’ 돌아보는 거예요. 저도 친구의 죽음을 겪은 경험을 가지고 쓴 적이 있어요. 그때의 시선으로 쓰는 연습을 했죠. 그런데 그러다 보면 내 이야기는 금세 바닥이 나요. 그런 연습들에 기초해서 바라보는 관점이 연습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조지환 『수리수리 셈도사 수리』을 비롯해 기획동화들도 많이 쓰시는데, 창작동화를 쓰는 일과 병행하다 보면 체력이 방전되진 않나요?
이향안 어떤 소재에 흥미가 가면, 이건 그림책으로 쓰면 좋을까, 기획으로 쓰면 좋을까, 동화로 쓰면 좋을까 하고 고민을 많이 하게 돼요. 기획의 경우에는 큰 주제를 정하고 쓰는 것 자체가 재미있더라고요. 시간적인 면에서 방전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어요. 기획을 하고 쓰는 것이 순환이 빨리 되는 구조라면, 창작은 아무리 빨리 해도 일 년에 한두 편 작업하는 게 많이 쓰는 거거든요. 저는 그 두 개의 작업을 하면서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때가 많아요. 기획을 진행하다가 거기서 든 의문이 씨앗이 되어 동화가 되는 경우가 있어요.
김혜원 매일 시간을 정해 놓고 글을 쓰시나요?
이향안 A4 용지 2~3장이라도 아침에 쓰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해요. 책상 앞이 얼마나 먼 지, 그 앞에 있으면 마감할 게 있는 것도 아닌데 몸이 저리거나 아프곤 해요. 그래서 습관적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다른 일을 하더라도 저녁에 하지 않고 낮에 하려고 해요. 밤 작업을 많이 하고 스트레스를 받다 보면 어디서든 문제가 생겨요. 작든 크든 병원
신세를 지게 되더라고요. 가능한 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글쓰는 일을 습관화하려고 노력해요.
 
아버지의 문장에서 건져 올린
『그 여름의 덤더디』

조지환 『채채의 그림자 정원』, 『보물이 가득한 집』등 작가님이 쓰신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역사 속에 남은 단 한 줄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가 많아요.『그 여름의 덤더디』는 아이들이 소 덤더디과 탁이의 이야기에 잘 집중하더라고요. 역사 속에 있는 아이의 이야기를 다룰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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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안 제가 역사물을 쓸 때 주의하는 것은 이야기 속 주인공을 역사 속 인물 그대로 구성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역사적인 것, 사건, 역사적 혼란을 이야기의 배경으로 가져올 뿐이지, 인물도 역사 속에 있는 인물을 그대로 가져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읽는 것은 지금 아이들이기 때문에 그 캐릭터는 현대에 걸맞게 써야 해요. 이야기 속에서 지
금의 아이가 한껏 놀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캐릭터는 물론, 사건 진행이나 상황이 예스러운 것이어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구상하는 편이에요. 글을 잘못 쓰면 마치 예전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동화처럼 “너 효도해야 해, 나라에 충성해야 해”와 같은 패턴이 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해요.
조지환 『그 여름의 덤더디』는 작가님의 아버지께서 모티브를 제공해 주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영향을 받으셨는지 궁금해요.
이향안 저희 아버지는 일제시대와 6·25 전쟁을 다 겪으신 분이에요. 전쟁 이후에는 건설회사 부장이셨어요. 이 나라가 얼마나 빨리 성장했는지, 어떤 비리와 얽혀 있는지 현장에서 보고 느끼셨던 분이에요. 제가 어렸을 때, 집 앞에 과일 상자나 차를 갖고 오는 사람이 오면 아버지가 매번 절대 문 열지 말라고 하셨어요. 왜 열지 말아야 하냐고 물어
보면 “문 밖의 상자 안에는 과일이 아니라 독이 들어 있다, 돈 상자다.”라고 하셨어요. 지금 돌아보면 아버지가 자랑스러워요. 책이 나오면 제일 처음 읽어 드리는 것도 아버지예요.
김혜원 『그 여름의 덤더디』처럼 아버지의 성함도 ‘탁이’셨나요?
이향안 탁이는 아버지 성함 음절 끝 글자를 따서 제가 지은 이름이에요. 아버지께서 타자를 사용해 쓰시고 저희 형제들이 편집한『나의 인생기』의 「피난 시절」에 나오는 짧은 내용을 바탕으로 동화를 썼어요. 제가 쓴 것과는 인물과 상황이 다르지만, 6·25 전쟁 당시 상황과 “소가 웃었다, 소를 데리고 갔다가 잡아먹었다.” 정도의 이야기가 나와요. 아버지께서는 소가 스스로 죽을 때를 안다고, 그래서 소가 죽을 때의 눈망울을 잊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해 주신 적이 있어요. 이를 살려 『그 여름의 덤더디』가 나왔지요.
조지환 아버님은 책을 읽으시고 뭐라고 하셨나요?
이향안 “전쟁의 잔혹함이 너무 묘사가 안 됐다.”라고 얘기하셨어요. (웃음)
김혜원 『그 여름의 덤더디』를 완성하는 데 형수 역할이 컸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향안 형수와 아이 부분을 잘 살리고 싶었어요.
조지환 책 속에는 피난길에 오른 형수가 아이를 유산하기도 하는데 이야기 도중 죽을까봐 걱정도 들더라고요.
이향안 사실 이야기를 쓰면서 형수를 살릴까 말까 고민했어요. 실제 이야기에서는 다른 형수에게 아장아장 걷던 아이가 있었어요. 그때는 피난을 다니니까 친척들 사이의 유대가 컸어요.
 
 
어린이 독자를 중심에 두기
김혜원 역사를 기반으로 한 다른 이야기들도 쓰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이향안 당분간 시대 배경을 역사적인 것에 두는 건 쓰지 않을 생각이에요. 쓰고 나서 책이 묻히는 경험을 여러 번 했거든요.
김혜원 역사동화라서 묻혔다기보다 동화라서 그런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동화가 묻히는 추세잖아요.
이향안 저는 동화를 표현해내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린이 독자가 동화를 외면한다면, 외면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 부분을 어른인 우리가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쓰고 만드는 우리들은 좋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읽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가 독자를 모른다는 반증이기도 하잖아요.
김혜원 독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없는 것 같아요. 작가들을 만나면 “그래서 요새 애들이 어때요?” 하고 물을 때가 많아요. 그러면 사실 저도 대답할 말이 없거든요. 작가들은 대개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서 멈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이향안 사실 동화라는 게 대중문학이잖아요. 독자와 교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혹시 레이프 가렛이라는 가수 아세요?
조지환 제가 중학교 시절에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가수예요!
이향안 레이프 가렛은 제가 첫사랑처럼 좋아했던 가수예요. 최근에 레이프 가렛의 공연을 유튜브 영상으로 봤는데, 아직 살아있더라고요. (웃음) 시간이 이만큼 많이 흘렀구나 하는 걸 실감했어요. 딸이 그런 제 모습을 보더니 중고 LP 가게에 가서 레이프 가렛 앨범 4장을 사서 선물로 줬어요. 나중에 턴테이블도 장만했고요. 한두 달 정도는 밤마
다 그걸 틀면서 과거로 여행을 했어요. ‘세월이 지나고 그 기억 때문에 행복하고 풍요로웠구나 하고 되새기게 해주는 게 대중문화이고 문학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쓰는 동화도 “그게 나를 참 풍요롭게 해 주었어.”라며 서로 공유하는 게 이뤄져야 대중문학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겠다 싶었어요. 독자에 대한 이해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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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동화의 필요성을 느끼시나요?
이향안 저는 사실 역사동화라는 분류에 공감이 안 가요. 사실 역사와 관련한 좋은 지식채널이 이미 많아요. 역사를 다루는 방송들도 많고요. 작가들이 ‘역사’라는 배경을 가져오는 이유는 쓰려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기 위한 양념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역사동화라고 분류하기보다 재밌는 이야기를 향한 노력으로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시대상이 극적이거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 없는 시대라고 생각하거든요. ‘역사동화’라는 수식 없이 그저 ‘동화’로 봐 주면 좋겠어요.
조지환 어떤 책들은 읽다 보면 역사적 사실이 너무 뚜렷해서 읽기가 고통스러운 때가 있어요. 『그 여름의 덤더디』는 아이와 공감을 하면서 읽었어요. 그럴 수 있었던 건 6·25전쟁이라는 구체적인 역사적 배경보다 아이의 감정을 잘 살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지 않았을까 싶어요.
 
씩씩히 살아가는 아이들 삶을 마주하고
김혜원 어렸을 때 읽은 책 중에 기억나는 게 있나요?
이향안 동화라는 걸 가볍게만 보다가 어느 날 『인어공주』를 읽었는데, 제 가슴에 깊이 각인됐어요. 이렇게 슬프고 아름다운 동화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김혜원 요즘 아이들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때문에 『인어공주』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줄 알더라고요.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동화의 기준이 궁금해요.
이향안 두 개의 기준이 있어요. 첫 번째는, 한 번 잡으면 밤에 한 장 넘기기 아까울 정도로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 책의 기본이라는 것이에요. 두 번째는 낯설음과 새로움인데요, 낯선 느낌이 있는 동화가 좋은 동화라는 것이에요. 예를 들면 <빨강머리 앤>이라든가 <삐삐 롱스타킹>이 당시 시대에서 봤을 때 얼마나 파격적인 캐릭터였는지 생각해 보세요. 지금 봐도 공감가고 튀는 캐릭터잖아요. 기존 질서에 의문을 던지고, 그 질서가 진짜 질서인지 고민하는 캐릭터들이고요. 그래서 고전이 되었고, 지금까지 읽히는 거라 생각해요. 제가 감히 그걸 목표로 잡고 있지만, 해 보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해요. 할 수 있다면 아주 낯선 동화를 써보고 싶어요. 제게 명작은 그런 거였던 것 같아요.
조지환 동화를 통해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이향안 제가 동화를 쓰게 되었을 때가 제 삶에서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였어요. 오랫동안 공부했던 드라마에서 손을 놓고, 다시는 글을 쓰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동화로 넘어온 것이거든요. 그때는 소주를 너무 많이 마셔서 위염을 달고 살았어요. 그런데 글을 쓰면서 동화 속 주인공들이 열심히 산다는 걸 느꼈어요. 이제 동화를 쓰기 시작한 지 10년 정도 되어 가는데 다른 게 느껴져요. 동화를 쓴다는 게 참 고마운 일이다, 인생은 살아볼 만하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동화를 쓸 때마다 “사는 건 그만한 가치가 있어.” 이런 이야기를 전하려고 쓰는 것 같아요. 우리는 험난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잖아요. 동화를 쓰거나 읽을 때마다 이야기 속 아이들이 열심히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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