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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독자가 만난 작가] 『초등 학급운영 어떻게 할까?』 이영근 교사와의 만남
<학교도서관저널 , 2016년 06월호> 16-06-16 16:39
조회 : 4,545  


아이들에게 매일 하고픈 말
사랑해

 
『초등 학급운영 어떻게 할까?』 이영근 교사와의 만남
 
저들끼리 놀던 아이들이 싸워 토라지면 함께 산으로 나가 노래 부르고 춤추는 영근 선생님. 아이들이 심심해질라 치면 손수 만든 노래책을 펼쳐 기타 뜯는 영근 선생님. 가락에 맞춰 어깨 들썩이는 녀석들 가슴마다 추억은 올망졸망. 아이들의 작은 책상 한 편에는 아침에 하고픈 말을 써 보는‘ 글똥 누기’ 수첩들이 사이좋게 누워 있다. 선생님 다정한 손길이 구석구석 닿은 참사랑 반에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선생님의 삶 노래, 아이를 향한 가르침을. 최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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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싶다』
이영근 엮음|윤지영 그림|우리교육|2012
『이빨 뺀 날』
이영근 엮음|경하 그림|박지은 옮김|우리교육|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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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는 싫어!』
이영근 엮음|박지은 그림|우리교육|2012
『초등 따뜻한 교실토론』
이영근 지음|에듀니티|2014
『참사랑 땀으로 자라는 아이들』
이영근 지음|즐거운학교|2014
『와글와글 토론 교실』
이영근 지음|우리교육|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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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학급운영 어떻게 할까?』
이영근 지음|보리|2016
 
개구쟁이가 선생님이 되기까지
박신옥
선생님은 초등학교 시절에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해요.
이영근 저는 경상남도 산청군 생비량면에서 자랐어요.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큰 강이 흐르는 지리산 자락에서 지냈지요. 제가 쓴 책을 보면 ‘영근 신화’라고 나와요. 한 달에 한 편씩 다친 이야기, 수업 시간에 똥 싼 이야기, 물고기 잡는 이야기 등 그 마을에서 놀던 이야기를 담은 것이지요. 그만큼 잘 놀았어요. 그 시절에는 책 읽은 기억도, 공부
했던 기억도 없어요. 하지만 초등학교 6년 동안 싸움도, 운동도 1등이었어요.
박사문 공부도요?
이영근 에이, 초등학교 때 공부할 게 있나요.(웃음) 학생들이 40~50명밖에 안 되었어요. 저는 골목대장이었어요. 뱀 가지고 여학생들에게 장난 치고 함정 파듯 땅에다 흙을 파고 똥을 눴어요.
박신옥 고무줄도 끊으셨어요?
이영근 그런 건 유치해서 안 했어요. 물고기 잡고, 산에 돌아다니고, 싸움질하고, 서리 같은 것도 하고 한마디로 무진장 놀았어요.
박사문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있다면요.
이영근 친구들과 노는 재미로 학교를 다녔지, 배우는 즐거움을 고루 느끼진 못했어요.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때, 첫 발령을 받아 오신 여선생님이 당시 좋아하던 여자애가 짝이었는데 바꿔 놓으셨어요. 그 선생님에게 한 보름 정도 반항했죠.
박신옥 싫다는 내색을 하셨군요. (웃음)
이영근 그렇게 행동했는데도 선생님은 제게 화내지 않으시고 다정하게 대해 주셨던 것 같아요. 학교 졸업하고도 그 선생님께 자주 찾아갔어요. 결혼하실 때도, 몇 년 전에도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찾아갔어요.
박사문 한 학기라면 짧은 만남이었을 텐데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졌네요.
이영근 진주로 고등학교를 다닐 때 선생님이 절 부르셔서 밥을 사주시기도 했어요. 명절 때마다 친구들과 함께 찾아가 인사도 드렸죠. 6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만난 다른 선생님은 기억 못해도 그 분 성함만은 기억해요.
박신옥 선생님 외에 영향을 받았던 사람도 궁금해요.
이영근 대학교 4학년 때 무전여행을 갔다가 운동장에서 아이들하고 노는 선배의 모습을 보고 ‘저 선배처럼 살고 싶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선배를 보며 ‘선생을 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고 이 길에 들어서게 되었어요. 늦게나마 좋은 사람을 보고서 ‘선생 해야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대학교 시절에는 선생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거든요.
박사문 교육을 전공하면서 교사할 생각을 한 번도 안 했다고요?
이영근 그 시절 사람들이 대부분 그랬듯 저도 부모님 뜻에 따라 교육대를 갔어요. 학교 다니면서 선후배, 친구들과 무진장 놀았어요. 히치하이킹을 하면서 무전여행을 했고 혼자 전국 일주도 했어요.
박신옥 임용고시는 선배 때문에 응시하게 된 건가요?
이영근 네. 그 전까지는 공부를 안 했지요. 실은 제가 약간 똘끼가 있어요. 임용고시 원서를 경남 지역과 경기도 두 군데에 넣었는데, 경기도에서 임용시험 예비 모임을 갖는 자리에서 ‘내가 왜 여기에 와 있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시험을 치러 간 친구는 경기도에서 시험을 보고 저는 그날 저녁 12시에 입석 기차를 타고 내려왔어요. 다음날 저는 경남에서 시험을 봤어요. 그니깐 떨어졌죠. (웃음) 그러고 삼수 만에 합격했어요. 저는 놀기 좋아하고 겉멋 들고 싸움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것을 좋아했어요. 모범생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기 때문에 교사로서의 준비를 갖추지 못했어요. 아이, 길게 이야기하니 부끄러워진다.
박신옥 그런 생활이 아이들 지도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영근 맞아요. 오늘 우리 반 어떤 남자애가 철사로 만든 하트를 주고 갔어요. 그 아이는 선생님들에게 욕을 하고, 수업도 안 들어서 우리 반에 오게 되었는데 지금은 ‘공부 재미있니?’ 물어보면 ‘재미있어요.’라고 말하는 순한 양이 되었어요. 제가 그렇게 살아와서 그런지 개구쟁이 아이들에게 좋은 변화가 일어날 때 보람이 커요.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비결들
박사문
『초등 학급운영 어떻게 할까?』에는 “일기가 삶을 가꾸는 데 참 좋고 안 쓰면 찝찝하고 쓰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이영근 ‘내가 교사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를 돌아봤을 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는 바로 ‘기록을 남기는 것’이에요. 기록은 계속 나를 돌아보게 만들잖아요. 2004년부터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교사가 되면서부터 제가 운영하는 ‘초등참사랑’ 홈페이지 교사 하루 이야기 게시판에 교사 일기를 계속 썼어요. 교사 일기는 제가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었어요.
박신옥 나머지 두 가지는 무엇인가요?
이영근 함께 공부하며 같이 사는 아내 그리고 공부 모임들이요. 저희 반 아이들 역시 날마다 일기를 써요. 아이들이 ‘주스를 먹었다.’ ‘비가 왔다.’ ‘미술을 했다.’ 등과 같이 일기를 쓰면 제 기록지에 짧게 그 내용을 메모해요.
박사문 메모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영근 그 아이가 무엇을 썼는지를 기록하는 거예요. 그리고 아이가 쓴 일기에는 열 자 남짓한 댓글을 써 줘요.
박신옥 반 아이들의 일기를 모두 기록하나요?
이영근 그럼요. 이렇게 해야 나중에 각자의 일기를 보고 아이들에게 해 줄 이야기가 생기거든요. 댓글을 너무 자세하게 쓰면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맞장구만 쳐 줘요. 어떤 것을 먹으러 갔다는 아이의 일기에는 ‘얌얌’, 운동회가 즐거웠다는 아이의 일기에는 ‘나도 즐거웠어.’ 주말이면 ‘주말 잘 보내.’ ‘사랑해.’라고 남겨요. 그중 ‘사
랑해.’라는 말을 가장 많이 써요. 일기를 안 쓴 친구가 있다면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한번 써보라고 말하기도 하고요. 아이들은 글쓰기를 싫어하는 편인데, 글을 계속 쓰게 해야 나중에 쓰는 즐거움을 느껴요.
박신옥 가끔 아이들을 혼내기도 해요?
이영근 아, 오늘은 우리 아이들을 혼냈어요. 오늘 수학 시간에 ‘배움장’으로 자리를 옮겨 앉아야 하는데 한두 명이 양보를 하지 않아 아이들이 못 앉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3월도 아닌데 이런 모습을 보이니깐 선생님이 화가 났다, 기분이 안 좋다.’라고 말했지요. 수학 공부를 마치고 나선 ‘앞으로 우리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산에 올라가 함께 훌훌 털어냈어요.
박신옥 학급 운영을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때는 언제고, 후회한 때는 언제인가요?
이영근 학급 운영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과 비슷해요. 내가 혼낸 아이들과 함께 산에 갔다 와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노래 부르고, 서로를 위해 박수치며 하루를 마무리할 때 아이들을 보면 행복해요. 아이에게 자그마한 변화가 일어날 때 가장 뿌듯하지요. ‘내가 아이들에게 잘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에는 종종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박신옥 『초등 학급운영 어떻게 할까?』를 읽으면서 반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추천하고, 책을 많이 읽게끔 이끈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이영근 아이들과 만난 3월에 책상마다 책을 한 권씩 올려 두었어요. 그리곤 교실 뒤편에 책을 꽂아 두고선 자투리 시간에 제가 읽어 주기도 했어요.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왜 하니?” 하고 물어보니, ‘심심해서 하는 데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럼 “심심할 때 책을 읽자.”라고 하고 ‘책 읽기 운동’도 이끌고 있어요.
박사문 아이들이 책을 좋아할 수 있게 하는 좋은 방법들이 있을까요?
이영근 우선 아이들과 책을 가까이 있게 해야 해요. 학급 문고를 매번 들고 다니긴 힘들지만 항상 갖고 다녀요. 그 다음은 읽지 않는 아이들이 책을 듣게라도 해줘야 해요. 그래서 자주 책을 읽어 주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선생님 스스로가 읽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 주어야 해요. 쉬는 시간이나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 함께 책을 펴놓고 수시로 읽거나 뒤에 있는 책을 꺼내어 봐요.
 
아이들 곁에서 재미나게 사는 삶
박신옥
책을 읽는 내내 선생님께서 학급 운영부터 책쓰기, 공부 모임까지 어떻게 다 소화해내는지 궁금했어요.
이영근 저는 즐거운 일들만 골라서 하고 즐겁지 않은 일은 안 해요. (웃음) 여러 활동을 하는 것 같지만 제가 재미있어서 하는 일들이라서 ‘일’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책 쓰기 역시 그저 날마다 쓴 것이 계속 쌓여 묶어 내는 것이고요.
박신옥 글쓰기 모임에서는 어떤 것을 공부하세요?
이영근 삶을 가꾸는 공부를 해요. 올해 새로 나온 이호철 선생님의 『갈래별 글쓰기 교육』을 같이 공부하고 있고요. 함께 공부하는 구성원끼리 분량을 정해 글을 써보기도 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눠요.
박신옥 저도 『갈래별 글쓰기 교육』을 계속 읽고는 있는데, 책을 읽고 아이들한테 글쓰기 지도를 하려니 어려움이 따라요.
이영근 저도 일기와 시 정도만 가르쳐 줄 수 있지 고르게 가르치지는 못해요. 아이들하고 ‘올해 이것 하자.’라고 했으면, 1년 동안 계속해요. 무언가를 끈기 있게 하다 보면 나만의 방식이 생기기도 할 거예요. 지치지 않도록 스스로 재미있는 일을 찾아 해 나가면 더욱 좋지요.
박사문 교사로서 권태와 회의에 빠지신 적이 있나요? 매일 학교 운영을 해나가는 선생님이라면 한번쯤 들 법한 고민인 것 같아요.
이영근 내가 하고픈 것을 못할 때가 가장 힘들죠. 그 이유가 관리자나 학교의 틀 때문일 수도 있고, 학부모와의 갈등 때문일 수도 있어요. 때로는 내 자신이 학교 외의 것으로 바빠서 힘든 순간들도 있고요. 아이들 곁에 늘 살려고 하는데 그렇게 못하게 되면 유독 힘들어요. 다른 선생님들도 그런 부분이 가장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박사문 어렵지 않고 효과도 만점이어서 가장 먼저 실천해 볼 수 있는 활동이 있다면요?
이영근 저는 아침에 출근해서 아이들이 없는 교실에 들어서면서부터 교실에게 인사를 해요.
박사문 아이들이 없는 교실에다가요?
이영근 네. 그냥 고개를 숙이면서 ‘오늘도 행복하게’라고 인사를 해요. 그러고 나서 편지를 쓰고, 일지 준비를 해요.
박신옥 아이들 책상마다 빼곡히 놓인 ‘글똥 누기’ 수첩도 눈에 띄는 데요.
이영근 글똥 누기는 오늘 아침에 아이들이 가장 하고픈 말을 그냥 쏟아내는 활동이에요. 저는 아이들의 글똥 누기를 매일 확인하고 기록해요.
박신옥 글똥 누기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영근 아이들이 아침에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보고 싶어요. 집에서 어머님께 꾸중을 들었으면 마음을 헤아려 줄 수 있고, 아프다고 하면 아픈 것을 같이 느낄 수 있거든요. 날씨가 좋다고 하면 공감해 줄 수도 있어요. 우리 반에서 하는 ‘생일잔치’도 좋아요. 생일을 맞은 아이들은 업어 주고 노래를 불러 주거든요.
박사문 노래 못 부르는 사람은 어떻게 해요?
이영근 다 같이 손잡고 손뼉 치고 노래하면 되지요. (웃음) 그 후에 팔짱을 끼고 교실 한 바퀴를 돌면서 축하해 주고 제자리에 돌아와서는 ‘칭찬 이불’을 해 줘요. 칭찬 이불은 자기를 제외한 모든 아이가 그 아이의 좋은 점을 한 줄씩 전해 주는 활동이에요. 그러고는 아이에게 연필, 풀, 지우개가 든 학용품 3종 세트를 선물로 줘요. 다음에는 반 아이들의 축하 말이 담긴 ‘생일 책’을 받아 가요.
박사문 선생님께서 꿈꾸는 최종 목표가 있나요? 앞으로의 바람이 궁금해요.
이영근 6학년 아이들과 인터뷰 수업을 했었는데, 아이들이 제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어요. 저는 ‘없는데.’라고 대답했어요. (웃음) 사실 저는 최종 목표 같은 게 없어요. 그냥 ‘지금 내가 교사로서 행복했으면 좋겠고, 나하고 함께 사는 애들도 행복했으면 좋겠다.’가 제가 가장 하고픈 거예요. 가끔 아내가 농담 삼아 ‘혹시 나중에 선생 그만두게 된다면 학교 하나 만들자.’라고 말하곤 해요.
박사문 어떤 학교일까요?
이영근 아내와 내가 작고 소박한 공동체를 만들어 아이들을 봐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이따금씩 해요. 학교가 아닌 곳에서도 아이들과 만나는 일을 해 보고 싶어요. 사실 제 바람은 ‘그저 지금처럼 삶을 살다가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의 상태로 꾸준히 아이들 곁을 지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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