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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글 읽기 사람 읽기] 광동고 송승훈 선생님과의 만남
<학교도서관저널 , 2014년 12월호> 15-03-16 13:27
조회 : 5,853  


학교도서관이 추구해야 하는 중요한 가치로 ‘교육’, ‘협력’, ‘독서’를 들 수 있습니다. 이런 가치를 교육현장에서 고르게 탄탄하게 실현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아직 현장에 발을 디디기 전이거나 현장 경험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더더욱 이런 부분에 대한 조언이 필요했는데요, 궁금한 점에 대해 답변을 듣기 위해 남양주 광동고의 송승훈 선생님을 꼭 만나고 싶었습니다. 송승훈 선생님은 1990년대 후반에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이하 ‘책따세’)’에서 활동하며 도서 목록을 만들고, 꾸준히 독서교육을 연구·실천해 왔으며, 『송승훈 선생의 꿈꾸는 국어 수업』, 『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 등의 저서를 통해서도 다양한 교육의 가치들을 펼치고 있습니다. 송승훈 선생님의 반 교실(광동고 2학년 5반)에서 선생님을 만나 독서교육의 노하우, 학교도서관의 가치, 교사로서의 경험 등 앞으로 더 나은 선생님이 되기 위한 여러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박장순 성균관대 문헌정보학과 4학년 김은주 서울 전동중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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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특별한 독서교육을 만드는 방법
 
교과서 진도 나가기도 빠듯하다고 하시는 선생님도 있는데, 선생님은 남다른 독서교육을 진행하시잖아요, 독서교육을 위한 시간을 어떻게 확보하시나요?
많은 선생님이 교과서를 완벽하게 끝내려 하고 독서교육도 제대로 하려고 하다 보면 수습이 되지 않는다고 하시는데요, 하고자 하는 수업을 25%만 구현하려고 노력하면 거기서 돌파구가 생겨요. 즉, 교과서의 50%를 주입식으로 속도를 내서 가르치고 50%를 곧이곧대로 가르치면 수업의 1/4 정도 여백이 생기거든요. 그 시간에 함께 책을 읽고, 자신만의 빛깔이 있는, 공부가 반영된 수업을 하는 거죠.
 
『송승훈 선생의 꿈꾸는 국어 수업』을 통해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선택해 읽고 관련 있는 사람과 인터뷰하도록 하는 수업을 진행하시는 것을 알았는데요, 이 수업을 진행하시면서 아이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게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어떠셨나요?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네요. 말로 표현하기가 좀 애매해요. 새로운 수업을 진행할 때, 교사는 어떤 능력들이 필요한지를 짐작해서 아이들에게 차곡차곡 알려 주고 진행을 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을 말로 하면 시시하고 별것 아닌 게 되기도 해요. 또한 그걸 가르치려고 하면 그 정도와 경계가 막막할 때가 있어요. 우선 아이들이 해낼 수 있는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파악해야 해요. 학생들이 해낼 수 없는 수준까지 믿어버리면 나중에 아이들을 불신하게 돼요. 반면 아이들이 해낼 수 있는 것까지 가르쳐 주면 아이들이 좀 덜 똑똑해지는 거구요. 해낼 수 없는 선을 제시하고 교사가 기다리게 되면, 다시 주입식 수업으로 돌아가게 되죠. 그래서 아이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필요한 환경을 티 나지 않게 설계해 놓은 다음에 잘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아이들이 인터뷰를 하기로 했으면, 교사는 아이들이 그 저자와 만날 수 있는 책을 알려 줄 책임이 있고, 아이들이 글을 쓸 수 있게 해야 하죠.
 
학생들이 해낼 수 있는 수준은 어떻게 알아보고, 어떻게 수업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나요?
이런 수업을 해 본 선배 선생님과 대화를 해 볼 필요가 있어요. 올해 동료 선생님 중에 교사생활을 2년째 하는 분이 있어요. 그 분과 대화를 하다가 “어떻게 수업하고 싶어요?”라고 물었는데, 그 선생님이 수업 방법을 다섯 가지 정도 생각해 왔어요. 제가 보기에는 모두 아름다운 학습목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 교실에서 성공할 수 없는 모델들이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니까 납득을 하시더라고요. 이 얘기를 할 때 다짐 받았어요. “진실을 듣고 싶으신가요? 나 미워하지 않기.”라고 사전에 이야기를 했죠. 그리고 좀 될 법한 수업 사례를 알려 달라고 해서 몇 가지 알려 주었어요. 그래서 그 선생님이 두 번째 수업 안을 가져왔을 땐, 조금 될 법한 수업 사례를 들고 왔더라고요. 근데 과부하가 걸릴 것 같았어요. 선생님이 질적인 관리를 하기에 양이 많았던 거죠. 그래도 어쨌든 해 보라고 했어요. 현장에서 해 보면서 배우는 게 필요하니까요. 약간 쓴맛을 보면서 그 감을 터득할 필요가 있거든요. 역시 먼저 실패를 해 본 선배 교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필요한데, 그러려면 교사모임에 가서 공부를 하는 게 좋겠죠.
 
선생님은 책 목록을 어떻게 만드시나요?
기존에 나와 있는 제가 믿고 있는 자료들을 보면서 표시해 놓고 그 책들을 확보하기도 하고, 인터넷 서점에서 주제별 도서를 확보해 놓기도 하고, 큰 서점에 가서 눈으로 한번 훑기도 하죠. 운영자가 책을 좀 볼 줄 아는 인문학 서점 같은 곳이 있으면 노동량이 줄어요. 주제별로 그 분야에서 괜찮은 책들을 정리해 놓으니까요. 그런 곳에 가면 줄줄이 책 목록을 만들 수 있어요.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이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서 선생님들이 예민한 전문성을 길러야 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비판적인 비평과 약간의 논쟁이 필요하죠.
 
독서교육을 할 때, 학생들에게 권하는 책을 다 읽으시나요?
제가 강의를 갈 때 선생님들도 비슷한 질문을 많이 해요. 그러면 저는 “훌륭한 선생님은 다 읽습니다. 저는 훌륭한 선생님이 될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답하죠. 그러면 선생님들이 웃어요. 선생님들이 책을 읽어야 그 책에 대해 잘 가르칠 수 있는 건 맞는데, 삶이 정신이 없을 때는 그게 어려울 수 있어요. 저는 학생들에게 보통 15권의 책을 제시하고 그중에 한 권을 한 학기 동안 읽게 해요. 학생은 한 학기에 한 권을 읽고, 교사는 15권의 책을 30쪽씩 읽으면 학생과 대화할 수 있다고 선생님들에게 이야기해요. 선생님이 모든 목록을 만드는 것이 가장 훌륭하지만, 우리 모두 훌륭하게 살기엔 삶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만든 목록을 가져다 쓸 수도 있어요. 이런 부분에서는 사서선생님들의 도움이 필요해요. 어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읽혀 보고 어땠는지 확인한 목록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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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더 나은 교육을 위한 실천
 
선생님의 독서교육은 실패의 경험을 통해 혼자 연구하신 결과물인가요?
혼자서 연구하진 않았어요. 전국국어교사모임 활동 초기에는 책따세 활동을 했는데, 그 모임에 가서 다른 선생님들이 하는 걸 보고 들으면서, 다른 선생님들의 수업 모델을 보고 들은 영향이 큰 거죠. 혼자서 했다고 생각을 하더라도, 그전에 있었던 많은 사람이 읽었던 책이나 주변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고서 생각해 내는 거죠. 보통 혼자서 잘 안돼요. 혼자서 고민하면 세상을 욕하거나 애들을 욕하고 말아요.
 
다양한 모임에서 활동을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모임 활동을 활발하게 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교사가 돼서 학교에 있으면 잘 안 되는 일이 많아요. 대학에서 가르쳐 주는 이론들은 이상적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것들이에요. 이렇게 하고 저렇게 가르치면 된다고 하지만, 이렇게 하면 애들은 딴짓을 하고, 저렇게 하면 자고, 배운 이론들을 써먹을 수가 없었어요. 교사가 돼서 딱 두 달이 지나자 내가 배운 것들이 현장과 꽤 먼 이야기였구나 생각하게 돼요. 그러면서 좌절감에 교사가 중・고등학교 때 받은 교육 방법을 택하든가, 교육방송처럼 강의식 수업을 하게 돼요. 그렇게 하다 보면 자괴감이 느껴지고, 이러려고 교사를 했나 싶기도 한 거죠. 그래서 교사 모임 같은 데 가서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거죠. 그렇게 배우는 게 있고 고민을 나누다 보면, 마음이 풀리는거죠.
 
선생님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교육은 어떤 모습인가요?
그 질문에 대해 제가 답하면 조금 근사하게 이야기할 게 뻔하잖아요? 그래서 이에 대해 답변해 줄 수 있는 예측하지 못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인터뷰는 교실에서 아이들이 옆에 있는 가운데 진행되었고, 송승훈 선생님은 옆에 있던 아이들 몇몇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얘들아, 너희들이 보기에 선생님이 생각하는 교육이 어떤 모습인 것 같니?
 
(광동고 2학년 5반 아이들의 답변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도와줘요.
– 저 1학년 때는 책 한 권도 제대로 안 읽었는데, 2학년 되서는 10권도 더 읽은 것 같아요. 그래서 좋아요. 책 읽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 시끌벅적한 가운데 많은 말이 오고가잖아요. 저희가 시답지 않게 뱉은 말들이 다 뭔가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수준이 높아졌어요. 선생님 수업을 들으며 내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운 것 같아요.
– 기계화된 삶을 살고 있어서 생각하는 건 많아졌는데, 느끼는 건 줄었거든요.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해 줘요.
– 수업시간에 마음대로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 주셨어요. 강압적이고 규율을 지켜야 하는 게 아니라 내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놀고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으니까 좋아요.
– 수업시간에 세상 이야기를 할 때 좋아요. 그때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많이 봐요. 제가 옆에 있어서 학생들이 예의상 미화한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웃음)
 
선생님이 생각하는 교육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 선생님이 마음속에 품고 가는 게 무엇인가요?
“재미있게 살자.”입니다. 지치게 하지 말자. 훌륭하게 할 생각을 버리자. 훌륭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기본적으로 하는데, 그 생각을 계속 하고 있으면 힘이 들어요. 3, 4년 동안 훌륭한 수업을 하고 그 다음에는 힘들어서 대충하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교사는 스스로 지치지 않으면서 꾸준히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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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변화의 중심, 학교도서관
 
수업에 있어서 사서나 사서교사가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요?
도서관 협력수업은 정말 중요한데, 그게 잘 이루어지지 않는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 번째는, 교과 선생님들이 그런 협력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문화적으로 낯선 거죠. 협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도 안 해보던 걸 하려면 막막하고 어려운 것이죠. 두 번째는, 사서선생님이 과연 책 목록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믿음이 약하다는 것이에요. 과학선생님의 경우에는 과학책은 내가 더 많이 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초등학교의 경우는 한 교사가 전 과목을 가르치기 때문에 사서 선생님들의 자료 대응력이 훨씬 강하지만, 중등교사는 자기 전공이 있으니까 그에 대해서는 자신이 더 잘 안다는 생각이 있고, 실제로 더 잘 아는 경우들이 꽤 있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자료를 생산하는 사람은 반드시 사서선생님이 아니어도 돼요. 교과선생님이 책 읽는 사람이면 사서선생님 한 분이 다양한 분야의 책 목록을 갖추는 것을 그 교과선생님보다 잘 하기가 쉽지 않아요. 이럴 때 사서선생님들은 여러 매체나 기관, 모임에서 만든 자료들을 잘 모아 놓고, 네트워크를 통해서 유통하면 되죠. 그런데 네트워크가 잘 구축되어 있지 않아서 협력이 잘 되지 않는 부분도 있어요.
 
협력수업은 이상적이고,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협력수업을 하기 위한 방법이 있을까요?
처음 다른 교과 선생님한테 어떤 수업을 같이 해보자고 했을 때 거절 당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야 해요.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그런 상황에 대해 너무 가치판단을 깊게 하면 위축되게 돼요. 여러 가지 수업 아이디어를 제시해서 그 선생님의 마음을 훔칠 수 있어야 해요. 그 선생님이 솔깃하면 되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거절당하는 거죠. 그러려면 교과 선생님이 수업한 사례를 많이 알아야 해요. 책과 관련된 교과수업 사례를 읽다 보면 그중에 사서선생님들이 개입하면 더 잘될 수 있는 모형들이 보일 거예요. 그것을, 협력수업에 적합한 형태로 정리해서 교과 선생님들을 설득해야 해요.
 
학교도서관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어느 곳이든 그 분야를 자기 사명으로 여기는 사람이 세 명 있으면 그 곳은 변해요. 사회 전체의 어떤 지적인 분야에 영향을 주고 큰 변화를 만드는 데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아요. 셋이 전체를 흔드는 거예요. 예를 들자면, 지금 중학교 책 목록에 초등학교 고학년용 창작동화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와 있는데요, 15년 전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15년 전쯤에 책따세 모임에서 두 분의 선생님이 어린이책 중에서 중학생이 읽으면 좋은 책을 많이 발굴했어요. 그 두 분은 중학교 선생님이었는데, 그 당시 아이들에게 중학생용으로 나온 책들을 읽혀 봤는데 잘 맞지 않았대요. 오히려 상당수의 중학생들에게는 초등학교 5, 6학년용 책이 잘 맞았다는 거예요. 그렇게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읽힌 책을 책따세 권장도서목록으로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고, 7~8년쯤 지나자 그런 인식이 보편적으로 바뀌었죠. 이렇게 한 가지 일을 꾸준히 10년, 12년 정도 하면 변해요. 다만 세상과 소통하고 유통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통로와 접해 있어야 돼요. 혼자 작업을 해서는 안 되고 실시간으로 해서 알려야 돼요. 블로그를 비롯해 여기저기에 올려야죠. 비판도 받고 욕도 먹으면서 성장해 나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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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훈 선생의 꿈꾸는 국어 수업』 양철북|2010
『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 송승훈 외 지음|서해문집|2014
 
마지막으로 현장의 사서 및 사서교사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세 사람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훌륭하게 되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도서관에 혼자 있다 보면 위축되는 게 있어요. 그리고 혼자 있다보면 피해의식이 많아지고 작은 상처들이 증폭되는 요소들이 있어요. 그래서 그냥 묻어서 세월을 흘려보내기 쉬운데, 훌륭해지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야 돼요. 선생님들이 도서관에서 여러 가지를 하시면 세상에 좋은 영향을 많이 미칠 수도 있고, 또 변방이 어떤 정보 네트워크의 중심이 될 수도 있거든요. 이런 시도들을 많이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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