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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독자가 만난 작가] 박현숙 동화작가와의 만남
<학교도서관저널 , 2014년 09월호> 14-11-12 18:18
조회 : 7,781  


사십대 중반이라는 나이에 하던 일을 정리하고 동화를 쓰기 시작했고, 꾸준한 창작욕으로 기획 동화, 순수 창작 동화 가릴 것 없이 다작했다. 많은 작품들 중에 독자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작품이 꽤 눈에 띈다. 특히 『국경을 넘는 아이들』, 『아미동 아이들』 등은 탈북, 한국전쟁과 같은 무거운 주제를 아이들이 다가가기 쉽게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다. 이 작가의 창작 열의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박현숙 동화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인터뷰 김혜원 학교도서관 문화살림
          배수임 전 서울중현초 사서
         성주영 부천 도당초 사서
사진・정리 김주희 기자

 
마흔 중반, 동화작가의 시작

성주영 다른 작가들에 비해 늦은 나이에 데뷔하셨습니다.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박현숙 20대 중반부터 23년간 부산에서 학원을 운영했습니다. 배수임 등단 전에도 동화를 계속 써 오셨나요?
박현숙 제가 초등학생 때 글을 잘 쓴다는 말을 곧잘 들었어요. 중학생 때까지는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썼지만 그 이후로는 놓고 있었어요. 하지만 어릴 적 칭찬받았던 기억 때문인지 글에 대한 미련이 있었어요. 성인이 된 후로도 신춘문예나 잘 쓴 글을 보면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죠. 그래서 지역에서 개최한 공모전에 참가해서 상도 받는 등 꾸준히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는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틈틈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매일 다른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알고 있는 이야기가 고갈된 후로는 제가 이야기를 꾸며서 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더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렇게 동화를 쓸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은 후, 처음으로 쓴 단편 「먼 길」이 200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동화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김혜원 처음 쓴 작품으로 등단하신 건가요? 거의 천재신데요. (모두 웃음)
박현숙 사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제가 쓰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막 써지거든요. 내가 정말 천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모두 웃음)
성주영 그래도 동화작가의 길을 선택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박현숙 저의 등단 당선작의 심사평이 아니었다면, 동화를 써야겠다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동화가 결코 유치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라고 적힌 심사평을 보고 저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에 학원을 정리하고 동화에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김혜원 등단 후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하셨어요. 동화를 쓰신 지 10년도 안 됐는데, 지금까지 50여 권의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작품을 쓸 수 있는 비결이 있나요?
박현숙 동화를 쓰는 것이 즐거워서 계속 쓰다 보니까 많아졌어요. 제가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것에 대해 어떤 사람이 하나를 써도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제대로 된 작품을 쓰라고 비판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우선 뭐라도 써야 나중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든지, 비난 받든지 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대충 그냥 그런 작품만 쓴다는 얘기는 듣지 않기 위해 작품 하나를 쓰더라도 열심히 쓰려고 노력하죠.
김혜원 아무래도 순수 창작 동화, 상업적인 기획 동화 등 작품의 결과물이 고르지 않기 때문에 평가가 엇갈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좋은 작품을 쓰셔도 평가가 좋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작품에 대한 계획이 궁금합니다.
박현숙 그래서 저의 색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올해로 작가 9년차인데, 10년을 기점으로 뭔가 변화를 줘야 하지않을까, 어떤 작품을 써야 작가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까 고민 중입니다.
 
동화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어야

김혜원 아이들에게 동화가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박현숙 아이들이 동화를 통해서 지식과 교훈을 얻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책 안에서 등장인물들과 어울려 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국경을 넘는 아이들』의 탈북 아이들, 『아미동 아이들』의 순동이네 가족 등 동화 속 각자 다른 환경의 등장인물을 만나 이야기에 푹 빠져서 같이 어울리는 거예요. 그러면 간접경험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는 능력도 생기는 거죠. 이런 경험은 누군가 알려 주는 지식과 교훈보다 아이를 더 크게 성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혜원 아이들이 감정이입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을 읽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박현숙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눈높이가 중요해요. 아무리 훌륭한 교훈을 담았다고 해도 아이들이 공감을 못하면 소용없어요. 어른들도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원하는 걸 찾게 되잖아요. 성인 문학이나 어린이 문학이나 똑같다고 봅니다. 학습과 관련된 기획 동화를 보면 공부를 잘하는 아이, 착한아이, 모범적인 아이로 만들려는 책들이 많은데, 아이들 입장에서는 정말 지겨울 것 같아요. 아이들이 친구와 선생님과 엄마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을 거예요. 공부에 억눌려 자신의 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거나 말 못할 고민들이 있을 거예요. 아이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주고 공감할 수 있는 것, 그걸 원하지 않을까요?
배수임 이런 얘기는 동화책을 권하는 어른들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
박현숙 오프라인 서점의 어린이 코너에 가서 보면, 매대 위의 90%가 특정한 주제에 맞춰서 교육적인 목적으로 낸 기획 동화입니다. 그에 비해 순수 문학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죠. 아무래도 수요가 반영된 것일 텐데요, 그만큼 어른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잣대로 아이들에게 책을 골라 줬는지 알 수 있어요. 아이가 스스로 골랐다면 대부분 기획 동화는 고르지 않을 테니까요. 책을 읽는 것은 아이들인데, 어른들은 아이들의 흥미나 관심을 생각하기보다 처음부터 책을 미리 정해 놓고 그 안에서 골라 줍니다. 저는 어른들이 책을 읽고 싶을 때, 어떤 기준으로 고르는지 잘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아마 아이들에게 골라 주는 것처럼, 지나치게 교훈이나 교육적인 내용의 책은 아닐 거예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정말 아이들을 위한다면 서점에 가서 아이들이 직접 책을 보고 스스로 고른 책을 읽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동화들

배수임
지금까지 창작, 기획 구분 없이 정말 많은 작품이 나왔습니다. 여러 작품을 쓰시려면 다음 작품을 미리 구상해 두어야 할 것 같은데요,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으시나요?
박현숙 다음 작품을 미리 생각해 놓고 작품을 쓰지는 않습니다. 일상에서 언제나 귀와 눈을 열어 둡니다. 신문을 보거나 길을 걷다 만나는 모든 일들이 작품의 소재가 되지요. 저는 작가란 언제나 살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늘 긴장하며 생활합니다. 작가가 된 후로는 단 하루도 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언제나 글과 연관된 생각이 제 중심에 있지요. 어떤 때는 후각으로도 작품을 만납니다.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를 맡다 보면 냄새만큼 기분 좋은 캐릭터가 머릿속에 떠오르고 그 캐릭터에 맞는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소재를 먼저 구하고 캐릭터를 만드는 보통의 작업과는 반대로 등장인물들이 이야기를 만들어 가지요.
김혜원 저는 『나는 신라의 화랑이었어』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이 책은 어떻게 쓰셨나요?
 
 
『국경을 넘는 아이들』 살림어린이|2013
『아미동 아이들』 국민서관|2013
『나는 신라의 화랑이었어』 한림출판사|2014
『Mr.박을 찾아주세요』 자음과모음|2012
 
박현숙 그 책은 다른 책들에 비해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였어요. 『삼국유사』, 『화랑세기』까지 전부 다 다시 읽고 준비했습니다. 자료만 찾아서 읽는데도 엄청난 시간이 걸렸죠. 이 책은 문학상 최종심에도 몇 번 올라갔었어요.
배수임 작가님의 작품 중 독자가 가장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박현숙 『아미동 아이들』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부산에 사는데, 하루는 길을 잘못 들어서서 아미동까지 갔어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날 아미동에 있는 ‘대성사’라는 절에 까만 옷을 입은 일본인들이 제사를 지내러 온 거예요. 대성사 마당에 주지 스님이 계셔서 그분께 제사를 지내러 온 일본인과 아미동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미동은 일본인에게는 삶에서 죽음으로 넘어가는 경계, 이주민에게는 농촌과 도시의 경계, 피난민에게는 타향과 고향의 경계인 곳입니다. 하지만 정작 부산에 사는 아이들조차 아미동에 아픈 역사가 있다는 것을 몰라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동화로 써서 아이들에게 알려 줘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아무래도 동화는 어려운 이야기도 순화시켜서 친근하게 만드는 힘이 있으니까요.
배수임 작가님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국경을 넘는 아이들』이 빠질 수 없습니다. 아마 이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이 작가님을 주목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책은 어떻게 쓰시게 된 건가요?
박현숙 도서관에서 우연히 북한 주민들의 삶과 탈북자의 중국 생활을 사진을 담은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비참하고 충격적이었는지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죠. 먼 곳의 이야기도 아니고 바로 휴전선 너머의 일인데 우리의 어린이들은 이런 현실을 잘 모르고 있을 것 같아서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탈북을 사실적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 약간 고민되긴 했어요. 아이들에게 많은 짐을 안겨 주는 것 같아서요. 그래도 아이들에게 꼭 알려 주고 싶었어요. 제가 작품을 쓰겠다고 마음먹으면 자료조사부터 철저하게 준비하고 시작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인터넷부터 시작해서 참고 자료, 관련 장소와 사람들을 직접 찾아갑니다. 이 책 또한 탈북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배수임 자료를 찾는 것 외에 동화를 쓰기에 앞서 평소에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박현숙 동화를 쓰기 위해서는 아이들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4년째 부산에 있는 ‘아시아 공동체 학교’라는 다문화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몽골, 러시아, 필리핀, 베트남, 파키스탄 등 다양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죠. 아이들을 만나서 무언가를 가르친다기보다는 같이 공감해 주고,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들여다봐요.
김혜원 『Mr.박을 찾아주세요』라는 청소년 소설을 쓰셨는데요. 좋은 동화작가 분들이 청소년 소설로 넘어가시는 경우가 있어서 개인적으로 안타깝더라고요. 혹시 다음에도 청소년 소설을 쓰실 계획이 있나요?
박현숙 꼭 쓰고 싶은 주제나 소재가 있는데, 고학년 동화로 쓰기에 버거울 경우에 청소년 소설로 쓰는 것뿐, 저는 계속 동화를 쓸 거예요. 지금 쓰고 있는 건 프랑스에서 12살까지 살다가 우리나라에 와서 적응을 못하고 다시 프랑스로 간 우리나라 아이의 이야기인데요, 동화로는 조금 어려울 것 같아서 중학교 2, 3학년이 읽을 수 있는 청소년 소설로 쓰려고요.
성주영 어떤 인터뷰에서 보니까, 작가님 책이 올해 20권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던데요. 앞으로 나올 작품 중에서 특히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 있나요?
박현숙 오래 전에 넘긴 원고가 올해 나오는 것도 있고, 짧은 기획 동화도 있어서 20여 권 정도 됩니다. 그중 『검둥개 럭키』를 주목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15년 키운 개가 작년에 심장병 때문에 세상을 달리했어요. 가슴이 너무 아픈 거예요. 그래서 이 마음을 위로하려고 하다가 우연히 유기견에 대해서 알게 됐고 유기견을 입양해 키우는 분의 이야기를 듣게 됐어요. 그 유기견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입니다. 아무래도 개를 소재로 한 동화는 많으니까 시점을 달리해서 지루하지 않게 썼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박현숙_
200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 지원금과 제3회 농촌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크게 외쳐!』로 제1회 살림어린이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국경을 넘는 아이들』, 『크게 외쳐!』,『도와 달라고 소리쳐!』, 『수상한 아파트』,『쉿! 너만 알고 있어』, 『아미동 아이들』, 『오천 원은 없다』, 『할머니를 팔았어요』,『우리 동네 나쁜 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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