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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교사의 책] 책을 사모하는 쌤들의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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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12-27 18:12 조회 7,06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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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연 서울효제초 사서교사

가끔 궁금하다. 책을 사모하는 동료 교사의 삶은 어떠한지, 그들의 교실과 일상은 나와는 분명 좀 다를 것 같기도 하고, 어느 구석인가는 닮았을 것 같기도 하다. 그들은 왜 책을 선택했고, 책과 도서관에서 어떤 의미를 찾았을까? 그리고 그들의 일상은 책으로 인해 어떻게 바뀌었을까? 도서관에 대한 개인적인 선택을 타인의 삶을 통해 확인 받고 싶은 마음은 사실 좀 유치하다. 하지만 함께 길을 가고 있다는 사소한 확인은 나 같은 경계인(境界人)에게 큰 위로로 다가오니 이를 어찌할꼬. 명색이 사서교사인 나보다 더 책에 파묻혀 일상을 보내고, 더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책으로 소통하는 그네들의 책 이야기를 훔쳐본다.


책, 신명나게 읽기
겉표지가 참 발랄하다. 책 주변을 감싸고 있는 귀여운 동식물 캐릭터들의 모습에 웃음이 피식 나온다.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즐거운 책놀이 이야기”라는 부제가 딱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하나하나 표정이 살아있고 참 즐거워 보인다. 불쑥 도서관에서 천방지축 뛰어노는 우리 아이들의 얼굴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책 읽는 아이들의 모습을 참 귀엽게 형상화했구나 싶다. 제목 역시나 발랄 그 자체다. 『콩닥콩닥 신명 나는 책놀이』라는 이름 그대로, 한 장 한 장 넘기는 마음이 콩닥댄다. 이마에 땀방울 맺히도록 신나게 노는 아이들과 선생님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고, 어느새 내 마음은 아이들과 한바탕 책놀이를 하고 있다.
아이들과 책으로 신나게 놀아 본 주인공은 바로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경남모임 선생님들. 이들은 얼마나 부지런한지 『즐거운 북아트 교실』(우리책, 2010)을 냈고, 이번이 두 번째 책이다. 이 정도 내용을 엮어 냈을 정도면 최소한 1~2년 이상 매주 만나 공부와 회의를 했을 테고, 일주일에 한두번은 그림책 읽어주기와 구상한 책놀이를 실제로 수업하고 기록해야 했을 텐데 그 실천력이 놀랍다.
그 바탕은 아마도 책에 대한 저자들의 믿음 때문이겠지. 그네들은 책읽기가 명령어가 아니라 ‘사랑하다’, ‘꿈꾸다’와 같은 동사로 쓰여야 함을 알고, 배를 만들고 싶다면 목재를 가져오라고 할 것이 아니라 ‘바다를 그리워하게’ 해야 함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10분이면 다 읽을 책을 1시간 동안 놀고 있으니 참으로 비효율적인 독서법”이라 말하면서도, ‘놀이’가 주는 힘을 되새기며 공부와 배움의 본질을 하필이면 이곳에서 찾는다.
경남모임 선생님들은 그러한 생각을 긴 설명 대신 기록으로 담았다. 말보다 삶이 본질이라 생각한 까닭일까, 말이 아니라 일상으로 실천한 모습을 그저 고스란히 드러내어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책 전체가 군더더기 하나 없이 정말 깔끔하다.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하는 2부 월별 책놀이에서는 각 달마다 할 만한 책놀이 4~5개를 묶어 안내하고 있는데, 보는 순간 바로 어떻게 하는 놀이인지 감이 잡히게 간결하게 다듬었다. ‘놀이목표, 놀이 준비물, 책소개, 놀이 길라잡이, 놀이더하기, 이런 책도 있어요’라는 구성은 한눈에 들어오고 직접 수업한 놀이 사진이 이해를 돕고 현장감을 더해준다.
무엇보다 어른이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하고 반응하는 책으로 고르게 선정해서 좋고, 직접 책놀이를 실천한 후의 기록이라 좋다. 그래서 내일 당장 우리 교실에서 해 볼 만한 책놀이들만 담아냈고 책과 놀이의 연결이 무리 없이 자연스럽다. 『깊은 밤 부엌에서』(모리스 샌닥 지음, 시공주니어)를 읽고 주방용품 난타놀이를 하고, 『틀려도 괜찮아』(마키다 신지 지음, 토토북)를 읽고 틀린 답 말하기 놀이를 하는 아이디어는 어른이 보아도 재미있다. 게다가 도움말은 꼭 필요한 부분을 지적해 주는데, 『장갑』(에우게니 라쵸프 지음, 다산기획)을 읽고 “작아지는 섬” 놀이를 할 때 저학년의 경우 신문지 대신 돗자리를 이용하면 안전하다는 지적은 아이들과 수업을 ‘직접’ 해 본 교사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사서교사라는 이름이 버거워 한참을 헤매던 풋내기 시절, 난 아이들에게 상처만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철부지 같은 고백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선생님이에요.”라고 말해주던 조의래 선생의 표정이 생각난다. 도서관을 통해 이런 이들을 만나게 되어 감사하고, 따뜻한 경남 선생님들의 책을 또 한 권 이렇게 만나게 되어 참 좋다.


책, 나를 돌아보며 읽기
제목부터 가볍지가 않다. “책이 나를 불편하게 하다.”라는 말은 자기 성찰적 태도를 본질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삶의 방향성을 담고 있는 경전이나 철학책이 아니라, ‘그림책’이 자신을 불편하게 하다니. 아무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나는 그림책을 읽고 마음이 불편해진 적이 있던가? 달랑 한두 권이 생각나고 머리가 멈춘다.
어쨌거나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초등교사 사이에서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우리교육, 2006)로 어느 정도 대중성을 확보한 저자의 이름이 익숙해서이기도 하고, 사실 그보다는 신규시절 연수 자리에서 최 교사를 만난 개인적인 기억이 떠올라서이다. 늘 자신감에 차있던 그녀는 유머감각까지 겸비한, 넘치는 에너지가 부럽던 진정한 아줌마 교사였다. 도서관과 독서교육에 대한 입장은 나와 달랐지만, 아이들과 그림책에 대한 이해만큼은 견고하고 깊었다. 게다가 이후 책으로 만난 그녀는 말만 잘하는 게 아니라 글도 참 잘 쓰는 만능 교사가 아닌가. 오월문학상을 받고 시집까지 낸 문인(文人)은 역시 달랐다.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도 그림책이다. 그런데 어? 좀 다르다. 그림책 이야기인데 그림책 이야기가 아니다. 책 속 어디에도 그림책 한 페이지 담지 않았을 만큼 무게중심이 달라졌다. 책의 중심은 ‘그림책’이 아니라 ‘나를 불편하게 하는’에 놓여졌다. 게다가 교사라는 이름까지 내려놓았다. 책으로 아이들과 소통한 이야기가 아니라, 오롯이 자기 자신과 소통한,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장의 느낌이다. 때론 어찌할 줄 모르겠다는 고민을 담고, 때론 머리와 몸이 따로라는 부끄러운 고백을 담은 일기. 그래서 그림책의 달인 최 교사가 아니라, 여자라는 이름으로, 엄마라는 이름으로 그녀가 다가온다.
읽으면 읽을수록 책을 읽어내는 그녀의 힘에 고개를 끄덕인다. 평범한 이들이라면 『내가 라면을 먹을 때』(하세가와 요시후미, 고래이야기)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마을』(고바야시 유타카, 미래아이) 같이 다소 직간접적으로 인간의 욕망과 폭력에 대한 고발을 담은 그림책을 읽고 마음이 불편해질 것이다. 하지만 『해와 달이 된 오누이』(김성민 지음, 사계절)에 나오는 호랑이에게서 “자식을 먹어치우려는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달려드는” 자신의 모습을 읽어내고,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이호백 지음, 재미마주)에서 “인생의 오후를 어떻게 살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했다.”라고 불온한 생각을 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나는 너무도 작다’고 고백할 수 있는 성찰적 태도가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참 솔직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다.
기우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더욱이 소재가 그림책이란 사실은, 어떤 이들에게는 냉큼 읽고픈 목록에서 이 책을 뺄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될 것만 같다. 하지만 근무하는 학교 급에 관계없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게다가 그 아이가 청소년기란 질풍노도의 시기를 온 몸으로 겪고 있다면,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장렬하게 죽을 수 있는” 부모가 되기 위해, “작고 사소한 것들에 분노하는” 교사의 얼굴을 버리기 위해, “크고 굵은 마디의 손”을 가진 아줌마를 위해 쓰인 책이다. 심지어 당신이 그림책을 읽지 않는 어른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책, 함께 읽기
저자를 생각하면 변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어찌 그리 도서관과 책을 마음의 중심에 두고 있는지. 도서관에서 늘 지내는 나조차 가끔은 책에 대한 회의가 들고 때론 독서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녀는 의심이 없다. 백 교사는 일관되게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독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삶이 어떠한 모습인지는 여는 글 속에서 대강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
“경쟁이 아닌 협력을, 협박과 강요가 아닌 위로와 격려를, 맹목적인 공부나 성공이 아닌 진정한 배움과 성장을, 몸으로 느끼고 소망케 해준 이 길.”(10쪽)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외국 도서관 견학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 받고 구체화 되었을 것이다. 교육의 목표는 관계와 정서의 문제이기에 “대인관계를 잘 풀어나가고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면 공부는 자연스럽게 하게” 되며,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필요한 것을 찾아주고 지원”(23쪽)하기 위해 학교가 존재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하필이면 학교도서관을 선택한 그네들의 모습은 우리가 읽어도 감동 그 자체이다. 게다가 교과서 암기와 문제풀이가 아니라 자유롭게 서가를 누비며 배우는 아이들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였으니, 저자가 우리의 현실과 얼마나 큰 괴리감을 느꼈을지. 더욱이 정답이 하나인 교육 시스템은 한 순간에 고칠 수 없음을 잘 알기에, “지금의 이 아이들을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라는 절규가 이어진다.
저자의 진가는 여기부터 발휘된다.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바뀔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그녀의 갈급함은 희망의 씨앗을 틔운다. 자녀의 독서교육을 위해 시작한 가정독서모임에서 함께한 아이들의 변화를 읽어낸 것이다.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만나 책 수다를 떠는 그 작은 책모임을 통해 “만남이라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내면의 공간이 맥박처럼 두근대매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50쪽) 주는 경험을 한다.
이 놀라움을 마주한 백 교사가 학교 안으로 책모임을 끌어들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디 교내 독서동아리를 꾸려나가는 일이 만만한 일이던가. 아무리 희망 학생에 한하여서라지만 백여 명이 훌쩍 넘는 아이들을 일 년 내내 지원하는 일은, 예산이 문제가 아니라 학교 구성원 설득의 문제이고 시간과 인력의 지루한 싸움이었을 것이다. 결국 32개 팀까지 꾸려지고 매일 도서관은 아이들의 책 수다로 시끌벅적해졌다. 거기에 교사와 학부모 동아리까지 함께한다.
이 모든 과정을 찬찬히 담았다. 어떤 순서로 모임을 꾸려나갔는지, 아이들에게 무엇을 지원했고 어떤 독서 환경을 제공했는지, 무슨 책을 읽었고 아이들과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했는지, 발표회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모임을 통해 아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한마디로 학교 내 독서동아리를 꾸려나가기 위한 지침서이다.
선택 받은 소수의 아이들만을 위한 독서프로그램이 아니어서 좋고, 타인과 소통하는 모임이여서 더 좋다. 그러기에 우리의 교육시스템이 바뀌는 날까지, 책 수다가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어 줄 이유가 충분하다. 이 글을 읽는 선생님의 가정과 학교에서 책모임을 꾸려나갈 이유도 충분하다고 감히 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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