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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교사의 책] 진짜 선생 노릇이란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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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9-30 05:37 조회 6,91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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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연 서울효제초 사서교사

날이 갈수록 선생노릇 해먹기 힘들다는 푸념 아닌 푸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숫자와 동물로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욕을 드시는(?) 일도 심심찮고, 경찰이 출동하는 사건이 초등학교에도 간간이 일어난다. 초등학교에서만 근무해서 그런가 이런 일들만 해도 가슴이 벌렁벌렁 뛰는데, 실업계 고등학교로 옮긴 신랑의 이야기는 다른 나라의 것이었다. 뉴스에 나오는 학교관련 사건들은 공영방송에 나올 수 있는 수위라서 매스컴에 보도되는 거란 사실을 일반인은 알고 있을까. 성악설을 믿게 하는 아이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신랑의 대머리가 왜 그리 빨리 진행되는지 진정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 아이들을 마음으로 미워할 수는 없다. 지친 마음 달래고 한 발자국 물러서 보면 그 뒤에 어그러진 부모와 우리의 사회상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 못난 사회를 만들어간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나라는 사실은 잊고 싶은 불편한 진실이다. 많은 이들이 공교육을 떠나지 못하고 이곳에서 희망을 찾는 이유는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이 아이들을 여기서도 내몰면 안 되니까. 학교가 마지막 보루이니까. 미안한 마음, 사죄하는 마음으로 아이들 앞에 서는 것이 맞다. 좀 더 현명하고 좀 더 지혜롭게 기적을 만들어가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교실 평화를 노래하다
계란 한판이 훌쩍 넘는 나이가 되었건만, 부끄럽게 아직도 학교가 좀 삐딱하게 보인다. 이제 웬만한 일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쿨하게 잊어버려 “아줌마 맞네.”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유독 학교를 바라볼 때는 여유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가끔 학교가 감옥이나 군대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말이다. 또래 30~40명을 30평도 채 안 되는 공간에 모아놓고 같은 자리에 앉아 8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입시공부로 보내게 한다니, 그 자체로 폭력 아닌가 싶기도 하고, 없던 짜증도 없던 권력 구조도 생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반문하게 된다.
하지만 저자 박종철 교사는 이 권력구조의 원인을 학교환경이나 입시경쟁에서 찾지 않는다. 그가 바라보는 근본적 지점은 “현대 문명의 문제”인 “사회의 양극화와 폭력 문화”에 있다. 특히 1995년 5.31 교육개혁안으로 대표되는 교육의 시장화는, IMF 이후 가속화된 신자유주의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한다. 교사는 더 이상 교사가 아니라 공급자이고, 학생과 학부모는 소비자라는 소리인데, 쉽게 말해 이런 식으로 학교를 몰아세워야 할 만큼 우리사회가 먹고 사는 일이 어려워지고, 성공할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말이다. 학업의 의미가 사라지고 가정이 불안하다 보니 아이들의 정서 역시 온전히 자라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소득 불평등이 심한 국가일수록 학교폭력이 심각하다는 연구결과는 당연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적 조건과 더불어 심리적 조건으로 “인정욕망”을 설명한다. 학교폭력은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폭력을 통해 충족하려 할 때 일어난다는 뜻인데, 예를 들어 교사에게 대들고 반 친구를 위협하는 행동은 아이들 앞에서 자신의 권력을 확인하고 인정받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지 않을까? 그래서 박 교사는 제안한다.

“담임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다른 학생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부여하는 것이다. 학교는 성적향상, 용의복장 지도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학생 자치활동,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해 더 많은 학생들이 인정욕망을 긍정적으로 발산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36쪽)

그가 우정신문 만들기, 학급자치위원회 구성, 치유 글쓰기 등 평화로운 학급문화 조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까닭이 여기에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2부・4부에 담겼고 부록에는 활동지까지 상세히 안내되어 교실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현장 교사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학교폭력 해결 매뉴얼”을 담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교과부에서 마련한 <학교폭력 사안 대응 지침>과는 그 성격이 달리 “담임교사의 역할”이 확실히 강조되었다. 교실 속의 불평등한 권력 구조를 깰 수 있는 존재는 외부 상담전문가도, 경찰도, 교장도 아닌 바로 담임교사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떠넘기기와 책임회피가 아니라 구체적 해결 단계가 담임을 중심으로 안내되어 있다. 예를 들어 가해학생 면담을 먼저 해야 하는지 피해학생 면담을 먼저 해야 하는지, 부모와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고 사후 지도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는지 설명하고 있어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저자가 제시한 방안이 모든 경우에 맞아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교사들은 실패에 익숙해져야” 하고, “지치지 않는 덕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한 번 더 그의 말을 빌리자면, “교사는 교육을 통해 사회를 바꾸는 꿈을 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 속 인권환경 만들기
참 시끄러웠다. 학생인권조례 말이다. 교사는 교권 실추를 염려해 최소한 간접 체벌권은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고, 학생은 이때다 싶었는지 인권이란 명분 아래 더 많은 자유를 요구했다. 아이들이 ‘이거 인권 침해 아니에요?’라는 말을 쏘아붙이듯 자주 입 밖에 올리는 것은, 그동안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얼마나 어그러져 있었는가를 잘 대변한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다. 교사는 늘 올바른 판단을 하는 완성된 어른이고 학생은 미숙하다는 생각은 소통의 시작 자체를 가로막기에 상당히 위험하다. 이황과 이이가 삼십년이 훌쩍 넘는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존대하며 ‘친구’로 여겼던 것처럼, 교사와 학생도 그래야 한다. 그래도 선생인데 어찌 평등할 수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죄송하고 조심스럽지만 그것은 타인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권력욕이라 말씀드리고 싶다. 자신의 존재와 인정욕구를 타인의 행동에 대한 통제권 행사에서 찾으려는 마음 말이다. 이 욕심이 학생과 일반인들에게 읽혔기에 인권 조례 제정에 있어 “선생님이 소외되는 현상”이 벌어진 것 아닐까 싶다.
저자 이기규 교사도 같은 평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역시 고수는 이런 거친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남을 공격하지도 않고, 단점을 드러내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그리고 부드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뿐이다. 단적으로 시종일관 높임법을 사용하는 문체에서, 19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들에게 배우며 깨달은 이야기”를 담았고 “아직도 아이들에게 더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고백은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인권적인 문화가 학교 문화로 어떻게 자리 잡을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인권교육의 내용보다 “인권적인 환경”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니까. 아이들에게 어떻게 불러줄지를 물어보고, 늘 “온 힘을 다해” 아이의 말을 들어주며, “성공과 거리가 먼 삶을 살 게 분명해도 그 학생의 현재를 계속해서 응원”하는 선생님의 일상을 훔쳐보고 있자면 괜히 가슴이 뜨거워진다.
더불어 아직 아이들에게 인권이 왜 필요한가 궁금한 독자라면 264쪽 ‘인권의 눈으로 학교 바라보기’부터 읽기를 권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아침조회, 출석 부르기, 청소, 급식 등의 사소한 학교생활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이야기해 준다. 저자는 “제발 정신줄을 놓지 않고 선생님이란 이름값을 하며 살라”고 스스로를 다그치기 위해 이렇게 썼다고 한다. 가슴이 뜨끔한 걸 보니 내게도 필요한 말이다. 당장 책상과 냉장고에 붙여놓고 소리 내어 읽어야겠다.

공감의 힘, 마음 읽기
가끔 서평을 쓰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책이 있다. 읽을 때 마음이 먹먹해서 다시 되새김질하기에 많은 용기가 필요한 책. 그 목록에 한 권을 더 넣어야겠다.
작년에 발행된 『열여덟 너의 존재감』(박수현, 르네상스)에 등장하는 쿨샘의 실제모델이기도 한 저자는 ‘이런 선생님이 계시는구나’라는 안도감과 함께 존재감만으로도 고마운 그런 사람이다. 집을 떠나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할 만큼 가난과 부모님의 불화로 힘겨운 청소년기를 겪었던 그녀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꿈도 이루었고 이후에는 교사도 되었지만 여전히 하루하루가 힘겨웠다고 한다. 그런 그녀를 일으켜 세운 것은 동료교사의 한마디이다. “괜찮아.”
그래, 이 짧은 한마디가 눈물을 쏟게 하고 때론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그래서 그녀는 만약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딱 한 가지가 있다면 “교훈이 아니라 공감”이라고 말하며 그네들의 모습에 격한 “공감”을 보낸다.

“상처가 깊은 맹수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것밖에 없다.”(28쪽)
“아이들은 저마다 허약한 무기 하나씩을 붙잡고 나날을 견디고 있었다. 누군가는 학교에 오기만 하면 잠을 자고, 누군가는 멍을 때리고, 누군가는 악악 소리를 지르고……”(124쪽)

동시에 학교가 “분노와 억눌림에 휩싸야 살아가는 사람들”의 대표적 공간임을 너무도 잘 알기에 장 교사의 바람은 아주 소박하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오늘 하루만 즐겁게 지내기를, 즐거울 수 없다면 오늘 하루만 잘 버텨주기를”(220쪽) 바랄 뿐, 현실적으로 아이의 삶을 눈에 띄게 바꿔놓을 수 있을 거란 무모한 욕심조차 버리고, 받아들임을, 믿음을 선택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태어난 몫만큼 알아서 잘살고 있고, 알아서 길을 찾아가는 존재들이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사는 제 뜻대로 안 되면 포기하고 화내는 게 아니라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교사가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주는 힘은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하고 지켜보는 과정에서 길러지는 거였다.” (147쪽)

이 믿음은 “어떤 상처든 치유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제로 하기에 가능할 것이다. 타인에 의한 구원이 아니라 스스로가 자신을 바라보고 위로함이 가능하다는 희망 말이다. 자신의 아픔을 직면하고, 인정하고, 치유한 이들은 저자와 같이 남의 아픔을 공감해 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녀가 아이들과 함께한 “마음 일기” 쓰기도 같은 맥락에서 “제 마음을 스스로 잘 살피고, 스스로 다독거리는 힘”을 키우기 위해 시작한 활동이었다. 마음 일기의 단순한 원리 ‘생각이 아니라 마음을 적기’는 신기하게도 괴롭던 일들을 과거의 것으로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읽다보면 내 마음의 상처가 보여 멈칫멈칫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괜찮아, 그랬구나…” 책이 가만 가만 말을 걸어주는 것 같아 주책없게 눈물이 쏟아질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어느새 고개를 들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나 하나도 감당 못하는 상황에서도 안간힘을 쓰며 버티었을” 당신에게 휴지 한 통과 함께 조심스레 이 책을 권해본다. “내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힘이 없을 때,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책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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