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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독자가 만난 작가] 권윤덕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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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11-26 14:54 조회 11,03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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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를 그린 그림책 『꽃할머니』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권윤덕 작가의 신작 『피카이아』가 나왔다는 소식에, 많은 독자들이 그의 책을 궁금해 하며 서점을 찾았다. 백 페이지가 넘는 무거운 그림책을 받아든 독자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물음표 투성이었다고 한다. 대체 어떤 책이기에 그와 같은 반응이 있었는지,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인터뷰 박영옥 서울 연지초 사서
          성주영 부천 도당초 사서
          김숙경 전북 장수초 사서교사
사진・정리 홍주리 기자




슬프지만 아름답게, 힘겹지만 꿋꿋이
박영옥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작가님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싶은 것>(8월 15일 개봉)을 봤습니다. 그동안 선생님을 그림책 작가로만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고 선생님의 삶에 대한 치열함이 그대로 전달되어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영화의 전체를 꿰뚫는 책인 『꽃할머니』 책을 다시 펴보고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데, 우선 그 책에 대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김숙경 위안부 문제는 저도 사실 가능하다면 피하고만 싶은 주제입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아이들에게 이 그림책을 보여줘야 할지, 보여주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했어요. 줄글이 아닌 그림책을 접하는 아이들의 대부분이 저학년이다 보니 아이들에게 이런 무거운 주제를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하는지 난감했거든요. 아이들이 너무 어리다고 생각해서 아직은 알리고 싶지 않기도 했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꽃할머니』의 그림이 너무 아름다워서 아이들에게 읽어보라 권하고 싶기도 합니다. 이런 저의 시각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권윤덕 저도 그런 점에 있어서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무거운 주제에 비해 그림을 아름답게 그린 것은 의도한 것이었어요. 슬픈 감정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반어법이지요.
감정을 반대로 표현하는 것은 이전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시리동동 거미동동』도 얼핏 보면 밝은 분위기이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많이 울었어요. 특히 새파란 하늘을 그리면서 슬프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에서도 반어법을 썼어요. 여자아이의 옷 색감이나 작은 소품 하나까지도 일부러 밝게 그렸고요.
그렇게 끊임없이 반대로 이야기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하나의 상징을 표현한 것인데, 『꽃할머니』는 제가 그런 상징을 최대한 끌어낸 것이었고, 오히려 그렇게 반대로 이야기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할머니에게 이 책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책을 보시고 좋아하셨으면 했거든요. 할머니를 최대한 예쁘게 그리고, 꽃도 많이 그려드리고 싶었어요. 책이 나와서 할머니께 보여드리니, 무척 좋아하셨어요. 어떻게 그림을 이렇게 잘 그리냐고 제게 칭찬도 해주시고요.
성주영 『꽃할머니』가 중국에서도 아직 출간이 되지 않았다던데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리고 일본 쪽 출판사에서는 여전히 『꽃할머니』를 출판하기 어렵다는 입장인지도 궁금합니다.
권윤덕 중국에서 『꽃할머니』 발간이 안된 이유는 지도 문제 때문이에요. 위안부로 끌려간 여성들이 배치된 동남아시아 지역을 그린 장면에서 각 나라별 국경선이 제대로 그어지지 않아 국가의 영역이 정확하게 표시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해역 표시도 마찬가지로 안 되어 있다 하고요. 그래서 중국이 쓰는 표준 지도가 있는데 그 지도를 써야 이 책을 출간할 수 있다고 해서, 그 지도를 사용하고 위안소가 있었던 지역을 정확하게 표기하기로 합의를 했습니다. 여하간 중국에서는 미뤄지고 있을 뿐이지 곧 출간이 가능할 것 같아요.
그리고 일본 쪽은 어쨌든 머리를 맞대고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고 있어요. 지난번 영화 시사회를 하러 대구에 갔다가 한 청소년이 “일본은 사과도 안 하고 배상도 하지 않고 꼼짝도 하지 않는다”며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는 말을 했는데 저도 처음에는 많이 답답했지요. 결국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많은 사람들이 방법을 찾아서 힘을 모으면 어떻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뭔가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어요.
처음 이 평화그림책 프로젝트를 제안한 일본작가는 4명이었습니다. 그 4명이 점점 늘어나서 지금은 함께하겠다고 한 출판사, 통역자 등 관계자들이 일본에만 50명이 넘었다고 해요. 그리고 독자들까지 합치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뜻을 함께한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맨 처음에는 아주 작은 씨앗이었는데 이만큼이나 커진 것도 기적과 같은 일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일본에서의 출간 문제도 해결될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영옥 전체적인 책의 주제는 국경과 크게 상관이 없을 것 같기도 한데, 중국에서는 그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네요. 저희는 그림책을 읽으면서 내용적인 부분만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루빨리 일본에서도 『꽃할머니』가 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생각을 깨고, 다시 쌓다
박영옥
3년 만에 작가님의 책이 나온다는 소식에 작가님을 좋아하는 많은 독자들이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우선 『피카이아』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그동안의 작품과는 다르게 판형도 크고 페이지 수도 많아 책이 무척 무게감 있게 다가오는데요, 이번에 새로 쓰신 『피카이아』는 그 준비 과정도 다른 작품과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책을 읽어보면 순천기적의도서관에서 진행했던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아이들을 만나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그곳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책을 준비하셨는지요?
권윤덕 순천기적의도서관에서 만난 아이들은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알고 있던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과는 너무 달랐어요. 어릴 적부터 흠잡을 데 없는(지금은 그게 흠이지만) 모범생인 제 아이와는 다르게 순천에서 만난 아이들은 다들 제각각이었어요.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면 나서서 이야기를 가로채고, 단 1분도 집중이 안 돼요. 또 한편으로 어떤 아이들은 너무 무기력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아요. 이 아이들은 주변 학교에서 선생님들에게 추천 받은 가장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이었어요.
그런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편으로 그 아이들의 부모 상담을 같이 했는데, 그분들에게서 들은 상처와 아픔의 양이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어떤 상처와 아픔인지는 책에서 아이들이 겪는 일들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제가 책에 그렸듯이 그것이 결국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달되는 것을 보면서 이것은 엄마나 아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사회문제로 비춰지더라고요. 그렇다고 제가 부모 상담을 한다고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느냐, 그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결국 순천에서 지낸 시간들은 그렇게 하나둘씩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에 대해 다시 질문을 하게 되는 시간들이었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사랑이란 뭔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릴 적 짝사랑했던 것도 생각이 나고… 집을 떠나게 되면 그렇게 됩니다.(웃음) 그전까지 사랑이란 것은 남편과 살면 되는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그런 감정들도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고,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이게 우리를 구속하는 것인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건 뭔가 생각했어요. 그 이후에 제가 신문기사를 읽었는데 ‘폴리아모리스트’(다자간의 사랑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다자간으로 사랑을 나누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이성적인 것이라는 말을 듣고 지금껏 가졌던 사랑에 대한 생각을 뒤엎게 되었어요.
이렇듯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무너져가는 시간들이었는데 그 와중에 다윈의 『종의 기원』과 스티븐 제이 굴드의 생명에 대한 책을 통해 진화론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리고 물리학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물리학 공부를 하면서 제가 지금까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것이 무척 놀랍고 그런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새롭게 하나하나 다시 채워진다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피카이아』를 쓰게 된 원동력이 되었지요.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 피카이아
박영옥
『피카이아』에는 여섯 개의 이야기에 여섯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요, 이중에서도 ‘혁주’는 다른 다섯 아이들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 상민이는 선생님보다 혁주에게 더 기대고 의지하는데요, 이야기의 구심점과 같은 역할을 하는 혁주는 어떤 존재인가요?
권윤덕 혁주는 이 여섯 개의 이야기의 고리를 나름대로 엮어낸 가상의 인물을 하나 만들어내고자 궁리해서 만들어낸 캐릭터에요. 엄마가 없다는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자기 나름대로 해결하려고 하고 자기가 관심이 있는 분야만큼은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다른 분야는 전혀 하기 싫어하는, 우리 주변에 한 명쯤은 있을 만한 평범한 아이를 생각하고 그려봤어요.
한편으로 바라기는 그런 아이가 중심이 되어서 아이들이 하나로 뭉치기도 하고, 자기들만의 관심사(피카이아)를 만들기도 하고, 그렇게 자기 세계를 만들어내는 아이 주변에 더 많은 아이들이 모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지요. 나름대로 자기네들의 탈출구를 찾아보는 걸 그리고 싶어서 각자 다른 상황 속에서 혁주가 말했던 과학이나 진화론 이야기로 아이들을 묶어 보았습니다.
박영옥 저는 윤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꽃할머니』를 연상했어요. 윤이를 그린 장면을 보면, 파란빛 꽃이며 몸을 웅크리고 있는 모습 등이 전작과 겹쳐지는데요. 글에서도 윤이 몸에만 관심이 있는 ‘끈적이 오빠’는 성폭력을 암시하는 것이 아닌가요?
권윤덕 제가 성폭력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이제는 ‘성폭력 생존자’라고 하지요, 성폭력을 당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실마리를 따오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는 이 장면을 단순히 성폭력을 당하는 장면으로 다루고 싶지 않았던 것이, 글에서도 나타나지만 ‘끈적이 오빠’의 일방적인 가해로 이루어진 폭력이 아니고 폭력의 경계가 굉장히 애매한 지점에 있어요. 저는 이 이야기를 어느 정도 몸이 성장을 해서 성이라는 감각을 몸으로 마음으로 깨우쳐가는 윤이라는 아이가 건강한 성을 찾아가게 되는 도중을 그리고 싶었어요. 단순히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조금은 다른 측면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실은 이번 책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 ‘몸’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 보는 것이었어요. 첫 번째 이야기에서 상민이를 세포 덩어리로 설명한 것도 그것이었고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책을 다시 읽어보면, 아마 처음 읽었을 때와 몇몇 장면들이 다르게 다가오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숙경 『피카이아』가 전체적으로 이해가 잘 되지 않고 어렵다는 평이 있는데요, 그 이유가 그림책에는 생소한 물리학이나 진화론에 관련된 내용이 있기 때문일까요?
권윤덕 책에서 물리학 관련 내용이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아요. 대신 혁주가 엄마를 그리워하는 장면에서 시간을 처음으로 되돌리려는 것 정도가 관련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저는 그 장면을 그릴 때 여러 가지 시간의 차원을 그리려는 의도였는데 물리나 과학 선생님들이라면 이런 장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그 장면을 그리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공간과 시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을 했어요. 이번 작품에서는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다음 작품에서는 물리학과 관련된 내용들이 많이 나올 것 같네요.
성주영 아빠가 정리해고를 당해서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 채림이 이야기에서 채림이 가족들이 흑두루미로 표현되는데, 다른 새도 아니고 흑두루미로 표현한 이유가 있나요?
권윤덕 흑두루미가 가족을 무척 아끼는 새라고 들었어요. 책에서도 채림이와 엄마가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흑두루미는 가족끼리 정답게 다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요.
성주영 그렇군요, 선생님 책에 유난히 동물이 많이 나오는데 특히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습니다.
권윤덕 『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만 봐도 그렇지요?(웃음) 제가 처음에 동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고양이를 키우고 나서부터였어요. 고양이를 통해 동물과 이야기를 나누는 방법을 알게 되고, 끊임없이 인간과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특히 저는 고양이의 우아한 동작에 매료되었는데, 사람은 도저히 그 동작을 따라할 수 없어요.
혼자 집에 있다보면 말동무가 고양이밖에 없어요. 작업을 하다가 감정적으로 힘들어질 때도 고양이를 붙들고 울면 치유되는 경험도 있었고요. 고양이가 저에게 고마워해야 할 게 아니라 제가 고양이에게 고마워하는 일이 더 생기더라고요.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은
김숙경
아들 만희에게 보여 줄 그림책을 찾다가 직접 그림책을 쓰고 그렸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그림책을 한 권 만들어보는 것이 꿈입니다. 크게 몇 걸음 앞서가시는 분으로서 조언을 해주신다면 귀담아 듣겠습니다.
권윤덕 그림책을 처음 그렸을 때는 하루아침에 작가가 되었으니까 너무 설레고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지요. 그때 처음 류재수 선생님을 뵈었는데 저에게 하늘같은 분이셨죠. 같이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만희네 집』 같은 책은 다시는 그릴 수 없을 거다.”란 말을 듣게 되었어요. 처음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나중에서야 ‘앞으로는 네가 그림을 잘 그리려고 노력할 거고, 소재를 찾으려고 노력할 거고, 그래서 맨 처음 작품처럼 아무나 그릴 수 없는 그림을 그리기는 힘들 것이다’라는 뜻이었다는 걸 깨달았지요.
제가 그림을 전공한 것도 아니었고, 일부러 잘 그리려고 그린 그림이 아닌, 그냥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살림을 하면서 그린 그림은 다시 그릴 수 없을 것이라고 한 것이었어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더라고요. 제가 기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노력해야 했지요. 불화도 따라 그려보고, 전시회에 가서 작품을 보는 식으로 수도 없이 나를 훈련시키는 공부를 했는데, 그게 한편으로는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기에는 어려운 장벽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세히 관찰하고 사회의 문제를 보고 본질이 무엇인지 보고 그것을 자기 삶 속에서 실현해보려 하는 것들이 결국은 외피로 나타나는데, 그게 작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그런 과정이 저는 무척 즐겁거든요. 물론 작품을 그릴 때는 무척 힘들 때도 있지만요, 지금의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성주영 권윤덕 작가님 작품은 제각각 다 특징이 있는데요, 그 그림책들을 제대로 보려면 어떤 관점으로 보면 될지 팁을 좀 알려주세요. 가장 최근작인 『꽃할머니』와 『피카이아』를 중심으로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권윤덕 『꽃할머니』는 48쪽 안에 많은 것을 담으려 했어요. 압축적이지요. 반면 『피카이아』는 글도 그림도 마음껏 풀어보았어요. 그러고 나니 여기저기서 어렵다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원고를 처음 본 편집부에서도 그랬고. 저는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에도 제한을 두지 않고 작업을 했어요. 독자층도 그림책은 아이들이 보는 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려고 했어요. 청소년, 어른들도 볼 수 있는 그림책을 그렸습니다. 책 끝부분의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읽어 주는’ 그림책이 아니라 ‘읽는’ 그림책으로 독자와 만나고 싶어요. 그러다 보니 분량도 늘어나고 이야기도 많아진 것 같네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우리가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아서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림책이 아무리 어려워도 복잡한 영어나 수학 문제보다는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요. 자신이 어디로부터 시작되었고, 먹는 음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질문을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하는데 어른인 우리는 질문하지 않지요. 매번 그 연령층에 맞게 『피카이아』를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숙경 <그리고 싶은 것> 영화가 개봉하고 아주 바쁘시다고 들었는데요, 특별히 요즘 관심이 가는 주제나 차기작으로 어떤 주제의 작품을 준비 중이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권윤덕 『꽃할머니』는 제 전체 인생의 전환점이었어요. 마치 커다란 터널을 통과한 느낌이에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고 그려야겠다는 다짐이 확실히 선 거죠. <그리고 싶은 것> 영화를 보시면 이해가 가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당분간은 사회적인 문제를 고발하거나 알리는 차원을 넘어서서, 그 일들을 만들어낸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풀어보려 합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제주 4.3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작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리고 성폭력에 대한 작품도 생각하고 있어요. 가해자는 도대체 어떤 생각인지, 인간에 대해 질문하는 작품을요.
박영옥 작가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권윤덕 바로 요즘입니다. 그 동안 가슴속에 응어리진 생각들이 마음속에 가득했는데, 모두 내려놓고 작품으로 쏟아내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리고 요즘은 자연이 주는 것들(물, 바람, 공기 등)이 이전보다 더 잘 느껴져서 자연 속에 있으면 행복해요.
박영옥 그러시군요, 앞으로도 좋은 그림책으로 많은 독자들의 기대와 갈증을 채워 주시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권윤덕
1960년 경기도 오산에서 태어나 서울여대 식품과학과,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1993년에 그림책 글을 쓰고 그리는 일을 시작했다. 1998년 중국 베이징에서 공필화 산수화를 공부했고, 2005년부터 2006년까지 불화를 공부했다. 대표작으로 『만희네 집』, 『엄마, 난 이 옷이 좋아요』, 『만희네 글자벌레』, 『시리동동 거미동동』, 『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 『일과 도구』, 『꽃할머니』와 최신작 『피카이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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