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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교사의 책]우리는 교사가 아니라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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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3-11 22:42 조회 7,73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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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선생님의 12월 달력에는 D–day 표시가 없으신지요? 매달 17일이면 꼬박꼬박 월급이 들어오고 비교적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소위 하늘이 주신 직장이지만, 1년 내내 아이들과 학부모·관리자에게 시달리는 생활이 밖에서 보는 시선처럼 쉽지만은 않다. 더욱이 2학기 말쯤 풀어진 아이들이 큰 사고 한 번씩 쳐주고 나면, 각종 캠프와 보충수업으로 가득 찬방학이나마 손꼽아 기다려지는 게 사람의 마음. 그런 사실을 뻔히 잘 알면서도, 센스 없이 방학까지 쫓아다니며 심각한(?) 교육학 책을 소개하려 한다. 아, 참! 지금 당장보다는 개학을 며칠 앞두고 읽어보는 게 어떨까. 그때쯤이면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제법 그리워지게 마련이니까.

우리 아이도 반항기?
아이를 키우면서 참 많은 것을 배운다. 그래서 친정 부모님께 참 죄송하다. “힘들게 키워 놓으면, 지 혼자 큰 줄 알지!”란 어른들 혼잣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야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후회할 걸, 그 시절 난 왜 그리 부모님 마음에 못 박는 소리를 많이 했을까. “됐어! 엄마가 뭘 알아!” 이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것 같다.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는데, 하루 종일 내품만 찾는 우리 작은 껌딱지 아가도, 언젠가는 십대 청소년이 되어 모진말과 함께 내게 등 돌릴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면 늘 마음에서 쿵 소리가 난다.

책의 제목처럼 ‘10대의 부모로 산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두려운 일이다. 나같이 앞선 걱정을 하는 이들과,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아이와 청소년기를 함께 방황하고 있을 엄마 아빠에게 ‘반항기 자녀 앞에 홀로 선 힘겨운 엄마에게’라는 부제는 반갑기까지 하다. 저자는 현장에서 청소년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활동하고 있는 여덟 명의 일본인으로, 청소년문학 『배터리』의 작가 아사노 아츠코를 비롯하여 정신과 전문의·학부모·교수 등으로 꾸려졌다.

작가 일인당 대략 한 가지 이야기씩 총 8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나의 이야기가 20~30페이지 정도 분량이고, 각 장은 강의 녹취록, 인터뷰, 설문조사, 반항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로서의 체험담, Q&A 등 그 형식을 달리하고 있어 속도감 있게 읽힌다. 언뜻 전체 구성을 보면 저자마다 각기 다른 관점과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아이는 부모와 독립된 하나의 인격체이며, 청소년기에 겪는 반항기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것(물론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 말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더불어, 반항기의 아이는 “타인과 다른 나”라는 존재를 찾기 위해 고전분투하며 성장 중이기 때문에, “생존에 관련된 문제”가 아닌 이상 아이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조언한다. 여기서 핵심은 여유를 가지고 조금은 떨어져서 지켜보라는 것. 하지만 이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그래서일까, 아사노 아츠코는 이렇게 말한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나 자신을 바꾸는 것밖에 없습니다. 상대방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내가 바뀌어야 합니다. 그게 ‘어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아이를 위한 최고의 수업』
EBS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제작팀
북하우스 | 2012

어른의 조건, 성찰!
부모만 어른이겠는가, 선생도 어른이어야 한다. 그래서 앞의 책 아츠코의 지적 앞에 한없이 마음이 무겁다. 고백컨대 “○반은 수업 분위기가 안 좋아.”라고 불평하는 내 모습은 결코 어른스럽지 못했다. 나는 어른 자격이 있는 걸까. 내 아이뿐 아니라, 학생들 앞에 섰을 때 ‘내가 바뀌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 보았는가? 아, 못난 사람…. 아이들에게 한없이 미안하다.

다행히 세상에는 어른스러운 선생님이 더 많다. 『내 아이를 위한 최고의 수업』에서는 학생을 탓하지 않고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며 자신을 바꾸려는 선생님 일곱 분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지금은 EBS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다큐프라임–달라졌어요》 중 지난 2011년 9~12월에 걸쳐 방영된 〈우리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8부을 재편집하여 묶어낸 것이다[참고로 이 프로젝트는 본래 2010년 〈학교란 무엇인가〉 10부작 시리즈의 일부로 시작되었다가 2011년 〈우리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로 부활해서 8부작이 방영되었고(시즌1), 2012년 8월부터 현재까지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라는 타이틀(시즌2)로 매주 수요일 저녁 시간 방영되고 있다].

《달라졌어요》는 내가 바뀌어야 상대방(아이·시부모·남편·학생 등)도 바뀐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형식의 프로젝트로, 선생님 편 역시 큰 틀을 그대로 따른다. 현장 교사들은 자신이 겪는 고민과 어려움을 용기 내어 드러내고, 수업과 학교 생활 전체를 공개하여 촬영한다. 그리고 전문가 패널 집단은 면담과 녹화 자료를 바탕으로 교사에게 조언과 미션 및 피드백 등을 제공한다. 다행히도 전문가들은 A라는 문제 현상에 대해 B라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교사 스스로 성찰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기 때문이다(이점이 다른 《달라졌어요》 프로그램과의 차이점이다). 그들은 단지 교사가 가진 고민이 무엇이고 자신의 현재 모습이 어떠한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최소한의 개입을 통해 ‘도울’ 뿐이다.

그래서일까. 패널의 지적은 너무도 냉정하리만큼 차갑다. “아이들이 활동을 마치면 손 머리를 하고 있는데 이것은 군대에서 포로를 취급할 때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신념이 강한 교사는 좋은 교사가 되기 힘들다고 봐요.”, “선생님의 수업에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빠져 있습니다.”, “친구가 맞고 있는데 다른 친구들은 왜 웃을까요?” 내 마음이 다 뜨끔뜨끔하다. 이 날카로운 지적 앞에, 모든 교사는 고개를 떨구고 눈물 흘리며 치열하게 고민한다. 그리고 6~8개월 후 그들의 교실 풍경은 기적이 일어난 듯 바뀌어 있다. 통제 없이도, 체벌 없이도, 아이들의 표정이 살아나고 수업에 소통이 이뤄진다. “우리 선생님은 수면제에요.”, “어쩔 땐 정말 공포스러워요.”라고 말하던 아이들이 맞나 싶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환히 웃으며, 선생님이 수업이 너무 좋단다. 그 자체가 감동의 드라마다.

하지만 제작진이 처음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을 때 선생님들이 참가 신청 자체를 안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컸다고 한다. 교실 복도 쪽 창문에는 눈높이에 맞추어 불투명 시트지를 붙이는 게 현실이니까.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많은 신청자가 나왔고, 면접까지 치러가며 선발했다니, 현장 교사들의 갈증이 얼마나 큰지가 느껴진다. 참가 교사들의 고민을 살펴보면 그 갈증의 초점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맞추어져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아이들과 뭔가 단절되어 있는 것 같아 힘들다.”, “학교에서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 “체벌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애들을 집중시킬 방법이 있는 건지….” 등등. 핵심은 아이들과의 관계에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시종일관 스스로의 모습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어른스러움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들은 교사가 아니라 ‘선생님’이다. 참, http://home.ebs.co.kr/teacherhttp://home.ebs.co.kr/teacher2에서 다시보기가 가능하니 한번 보시길 권한다.


『가르친다는 것의 의미』
Max van Manen | 학지사 |2012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기
앞의 일곱 명 선생님들은 왜 자신의 치부를 전 국민에게 다 보여주면서까지,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며 그토록 고민했을까? 도대체 선생이란 무엇이길래? 가르친다는 게 무엇이길래?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생각해보자. 본질을 되새김질해 볼 수 있는 것은 방학만의 특권이다. 솔직히 학기 중에는 일상에 지쳐 이쪽으로 안테나를 작동하기 어려우니까.

『가르친다는 것의 의미』, B6 크기에 140 여 페이지. 내가 좋아하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판형이다. 사실 제목이 너무도 소박해 다른책들 밑에 깔려 외면받다가, 아기 눈에 띄어 장난감으로 활용 중 별 생각 없이 한두 장 읽게 되었다. 그런데, 아뿔싸! 좋은 책을 놓칠 뻔했다. 대중서인데도 불구하고 고전의 느낌이 물씬 풍기고, 추상적으로 흐르기 쉬운 교육이란 주제를 그토록 구체적인 예시 속에서 끄집어내 이야기하다니… 놀랍다. 교수라는 저자의 현재 직업보다 공립학교 재직경험이 내공으로 작용했을 것이라 추측해본다.

저자는, 아이가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경험하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교사가 되려면 주어진 상황에 처해 있는 학생이 그 상황에서 진정 뭔가를 배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 교사는 “상황을 감각적으로 알아채는” 배려와 민감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진정으로 타인을 알기 위해서 보는 능력”은 단도직입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이에게 귀 기울이고 반응하는 과정”에서 습득된다고 설명한다. 모든 예시는 적절하며, 마음같아서는 책을 통째로 외우고 싶을 만큼 책 곳곳이 밑줄로 가득하다.

“부모나 교사가 아이를 가르친다는 것은 가능한 존재 방식을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24쪽).”, “사람들은 자신의 삶보다는 아이의 삶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동시에 스스로의 삶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28쪽).” “당신이 가르치는 것은 바로 당신(104쪽)”, “우리가 어린이를 이해하는 방식은 우리 스스로를 이해하는 방식이기도 하다(134쪽).”

이 책은 개정판을 번역한 것이고 1986년에 발행된 초판과 비교하면 내용이 많이 추가되었다. 초판은 55쪽으로 좀 더 얇으니 한번 읽어 보는 것도 좋겠다. 원제는 ‘The Tone of Teaching’이다. 더불어 저자의 누리집을 소개한다. http://www.maxvanmanen.com/ 첫 화면에 올라와 있는 흑백사진 한 장이 인상 깊다. 백발 할아버지가 책을 읽고 있는데, 저자의 표정에서 사려 깊은 교육자의 모습이 느껴진다. 문득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는 혼잣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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