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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책 읽는 부모]독서 문화가 살아 있는 아홉 가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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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2-11 16:08 조회 5,67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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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흔한 풍경 중 하나는,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마저도 각자의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그 흔한 농담 한 마디 나누지 않고 오른손(혹은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왼손(혹은 오른손)으로 스마트폰만 쓰다듬는다. 단란했던 우리네 가정의 저녁 풍경도 이제는 삭막하기만 하다. 서로의 스마트폰만을 매만지는 자녀들과 오로지 TV로 시선을 돌리고야마는 우리네 부모들. 대화 한 마디 나누는 것도 어려운 지경에 함께 책을 읽으라는 권유는, 그야말로 쇠귀에 경 읽기나 마찬가지다.

책으로 맺어진 인연
『책으로 노는 집』은 스마트한 시대를 거슬러 올드 매체인 책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독서 가족’을 탐방·취재해 엮은 책이다. “책으로 공부하고, 책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아버지를 찾아보자”는 기획에서 시작한 이 책은 아홉 가정의 풍성한 책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림책으로 사는 집이 있는가 하면, 삼 대에 걸친 독서 내력을 자랑하는 집과 공동서가로 이어진 네 가정 이야기도 있다. 삶의 모양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책을 벗 삼아 가족 사랑을 실천한다는 것만은 공통점이다.

‘꿈으로 만든 책의 집’이라는 제목이 붙은 김수경 씨 가정의 책 사랑은 남다르다. 세 딸에게 읽히고자 엄마가 모은 책은 어느새 동네 아이들에게도 나눠 읽히는 책이 되었고, 그렇게 어린이 도서관이 탄생했다. 문화 소외 지역이었던 부부가 사는 동네에 처음으로 생긴, 유일한 문화시설이었다. 어린이 도서관에 있던 책들은 최근 지역 아동센터로 옮겨졌고, 엄마는 센터장이 되었다. 그동안 모은 책 삼천 권을 지역 아이들과 나눠 읽고 싶다는 엄마의 바람이 이뤄진 것이다. 넉넉한 살림도 아니다. 그들의 살림살이는 단출하다.

“돈 많은 자선사업가의 사연처럼 들리지만 사연의 주인공인 엄마는 평범한 주부다. 아빠는 영업직으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넓지 않은 빌라 반지하에 사는 이들은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절대 넉넉하지 않다. 하지만 행복하다. … 그 사이 세 딸은 책이라고 하면 할 말이 많은 똘똘한 아이들로 자랐다. 엄마는 책을 통해 꿈을 이뤘다.”

공동서가로 이어진 네 가정 이야기도 흥미롭다. 직업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른 네 가정이, 자녀들이 같은 어린이집에 다닌 것이 인연이 되어 돈을 모아 서울 성미산 마을에 땅을 사고 건물을 지었다. 5층 건물을 짓고 지하 1층은 모두가 함께 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곳에 책장을 놓고 책을 꽂았다. 공동서가로 이어진 네 가정은 이렇게 탄생했다. 아이들이 낮에 책을 읽는 공간에서 부모들은 가끔 술 한잔 기울이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빠지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생활 보호를 위해 애쓰지만 이들은 일부 사생활을 공유하며 산다. 함께 쓰는 공간을 통해 책만 나눠 읽는 게 아니라 내밀한 속내도 나누며 의좋게 산다. 이구동성으로 “책에 빚지고 산다”는 네 가정의 삶을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네 가정은 흔히 말하는 ‘다독형’ 가정은 아니다. 책 만능주의자도 아니다. 하지만 책에 빚지고 산다는 생각을 할 때는 종종 있다. 나도 모르게 책을 통해 얻어간 선물이 있다는 얘기다.”
그 외에도 독서쇼핑 하는 남자네 집도 등장하고, 이야기가 꽃피는 집 이야기도 나온다. 책으로 아빠와 딸이 친구가 된 집 이야기는 자녀교육으로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남남이지만 책으로 한 가정을 이룬 사연은 책이 이웃과의 관계 맺기에도 유용하다는 사실을 에둘러 알려준다. ‘책 된장녀’ 엄마 사연은 제목만으로도 웃음꽃이 만발한다.

우리 집 독서 문화 어떻게 만들까
『책으로 노는 집』은 책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책 가족’ 이야기와 더불어 ‘우리 집 독서 문화 만들기, 무엇이 좋을까’에 대한 고민과 대안을 더불어 내놓고 있다. ‘책 읽는 습관은 위대한 유산이다’ ‘가정에 평등하고 민주적인 문화가 싹 튼다’ ‘대화가 풍성하게 살아 있다’ ‘상처를 치유할 힘과 지혜가 솟아난다’ ‘새로운 가족을 연결해준다’ 등 저자가 제시하는 열 가지 대안을 책상 어딘가 붙여 놓고 실천하면 유용할 듯싶다. 그중 ‘평생 가지고 놀 놀잇감을 만들어준다’ 중 한 대목이다.

“뭐든 억지로 하는 건 탈이 나는 법이다. 또 마음먹기 나름이다. 책을 가지고 머리를 꽁꽁 싸매고 지식을 탐구하는 사람도 있지만, 재미를 추구하며 책으로 노는 사람도 있다. 무조건 머릿속에 남겨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책을 느끼고 책으로 놀 궁리를 해보자. 간접체험을 넘어 직접체험으로 이어지는 독서는 내 삶을 더욱 즐겁고 풍부하게 해줄 것이다.”

저자는 우리 시대 북멘토로 부를 만한 김용택 시인과 김상곤 경기도교육청 교육감,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와의 인터뷰를 책 말미에 싣고 있다. 북멘토들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책 읽기가 술술 풀릴 만한 혜안들로 가득하다. 자녀에게 아무리 강조해도 부모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허사다. 『책으로 노는 집』은 독서 문화가 살아 있는 가정이 보여주는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소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책 뒤표지에 쓰인 “책 안 읽는 부모가 읽어야 할 단 한 권의 책”이라는 문구가 오히려 정겹다.


『책으로 노는 집』
김청연, 최화진 | 푸른지식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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