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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청소년에게 권하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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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1-06 19:06 조회 9,30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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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거인』
프랑수아 플라스 | 디자인하우스 | 2002

우리가 평소 알고 있던 것과 다른 낯선 존재를 접하게 되면 궁금증이 생긴다. 요정처럼 아주 작은 존재나 공룡 같은 거대한 존재는 낯설다는 이유뿐 아니라 크기 때문에 더욱 호기심을 자아낸다. 어쩌면 인간의 이러한 호기심이 문명의 발전을 가져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날 어른 주먹만 한 사람의 이[齒牙]를 발견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이가 어른 주먹만 하다면 머리는 얼마나 크고, 몸집은 얼마나 큰 거인일까?

그림책 『마지막 거인』은 바로 거인의 이를 갖게 된 탐험가이자 지리학자의 호기심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속에서 미로 같은 지도를 발견하고는 거대한 이를 가진 주인공을 찾아서 탐험을 떠난다. 스스로 ‘한심한 지리학자’라고 칭하는 주인공과 아슬아슬한 모험을 떠나다보면 거인을 만날 것 같은 기대와 함께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한 경이로움이 움튼다. 별을 헤아리며 천상을 노래하는 선한 거인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비밀스럽게 엿보면서 마음은 설레고 그들과 하나로 동화된다.



마지막 한마디 “침묵할 수는 없었니?”
고요한 새벽에 말없이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거인 안탈라와 그런 안탈라의 모습을 지켜보는 주인공이 그려진 표지는 독자를 책 속으로 이끌기 충분하다. 주인공의 고백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사실처럼 느껴져서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거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사건, 거인을 만나 생활하면서 알게 된 거인들의 비밀스러운 삶, 집으로 돌아온 후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들은 참으로 설레고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한순간 그러한 설렘은 안타까움으로 바뀌고 분노와 절망이 느껴진다. 인간의 호기심과 공명심이 탐욕을 불러 선한 존재의 머리를 자르고 심장에 송곳을 박았다는 생각에 차라리 인간임이 죄스럽기까지 하다. 책을 다 읽고 한참이 지나도 마지막 한마디 “침묵할 수는 없었니?”라는 말은 좀처럼 가슴에서 떠나질 않는다.

‘마지막’이란 말은 비극적 결말을 예고하는 것 같아 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다시 돌이킬 수 없는’이나 ‘후회해도 소용없는’ 등의 말들과 이미지가 겹쳐 있기 때문이다. 그림책을 다 보고나서 다시 표지로 돌아와 마지막 거인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처음 책표지를 볼 때와 사뭇 다른 감정이다. ‘미안해’라는 말이 입안을 맴돌고 쓴 물이 고인다. 그것이 바로 이 그림책이 주는 여운이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멸할 수밖에 없었던 선한 존재에 대해서 애잔함을 넘어 머리가 조아려진다.

이 그림책은 1992년에 프랑스에서 출판되었다. 그러니까 20년 전에 탄생한 작품이다. 출판 당시 세간의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여러 상도 받은 뛰어난 그림책이다. 한국에는 10년 전인 2002년에 나왔다. 굳이 잘 알려진 그림책을 권하는 이유는, 출판 당시를 생각해보니 지금의 청소년들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을 다닐 즈음이었기에 접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실 이 작품은 그림책치고는 글의 분량이 많고 글자의 크기가 작아서 초등학교 저학년이 읽기엔 어려움이 있다. 또한 독자에게 말하려고 하는 주제의식이 분명하고 문학적인 완성도가 높아서 청소년들이 읽기에 딱 맞는 그림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 깊이를 모를 심연의 비애를 느껴도 좋을 것이다.







오늘날 ‘마지막 거인’은 누구인가?
제법 오래된 그림책이지만 오늘날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지구상에서 ‘마지막 거인’은 어떤 존재인가? 최재천 선생님의 이야기처럼 지구는 제6멸절기를 겪고 있다. 다섯 번의 멸절기를 겪으면서 지구에서 살아온 많은 존재들이 사라졌다. 한때 지구를 지배하고 활보했지만 화석으로밖에 볼 수 없는 공룡도 멸절기를 겪으면서 사라진 대표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오늘날 지구가 겪고 있는 제6멸절기는 그 이전 멸절기와는 전혀 다르다. 제5멸절기까지는 천재지변에 의해 일어났지만 오늘날은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해 자행된다는 점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일천한 역사를 가진 존재가 그 이전부터 살아왔던 생명들을 광범위하게 유린하고 멸종시킨다는 사실은 아연하다.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서 거인들이 사라졌듯이, 오늘날에는 훨씬 더 빨리, 훨씬 더 많은 존재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오늘날 ‘마지막 거인’은 바로 우리가 발 딛고 숨 쉬며 살아가고 있는 ‘지구’ 그 자체이자 ‘자연’이다. 산허리가 동강나면서 길이 뚫리고, 강줄기가 끊기고, 콘크리트 보가 들어서고 있다. 자연이 파괴되면서 작고 연한 존재부터 크고 강한 존재들까지 온몸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마지막 거인 안탈라가 “침묵할 수는 없었니?”라고 물었듯이, 신음하던 자연이 ‘그만둘 수는 없었니?’ 하고 되물을 날이 멀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러한 외침이 들리는 순간, 다시는 돌이킬 수 없고 후회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눈앞의 길만 보고 내 뒤에 남겨진 발자국을 돌이키지 않는다면 세상이 어찌 되겠는가? 살아온 시간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일이야말로 ‘인간의 성찰’이다. 그림책 『마지막 거인』은 그러한 성찰을 도와주는 책이다. 이익만 좇는 괴물 같은 탐욕의 촉수를 지금 당장 거두어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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