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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학부모 명예사서]학부모 명예사서와 함께 학교도서관 한 뼘 더 풍성해지기 -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명예사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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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2-09 17:46 조회 5,87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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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그림책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에게 지인이 학교도서실 명예사서를 해보라고 권했다. 그때는 둘째가 어려서 바로 하지 못하고 그 다음해부터 명예사서를 하게 됐다. 작은아이 유치원 보내고 큰아이의 학교 수업이 끝날 때까지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맘껏 볼 수 있을 것 같아 설레고 행복했다. 하지만 정작 명예사서는 학교도서관에서 맘 놓고 책만 볼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 책을 대출해주고 반납된 책은 정리하고, 내가 차분히 앉아 책 볼 시간은 많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시선은 자연스레 아이들에게로 움직였고, 도서실에서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아이, 읽을 책을 신중히 고르는 아이, 눈치 없이 떠드는 아이들, 모두가 빛나보였다.

그러던 중 사서선생님으로부터 ‘학부모 책읽어주기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멘토로 활동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처음엔 겁이 많이 났다. 한 아이를 매주 만나 책임지고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고, 내가 끝까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둘까봐, 그래서 아이에게 더 큰 상처를 줄까봐. 이런 두려움과 걱정에 감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뒤로 3년 동안 일대일로 책을 읽어 주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 나와 만난 아이는 내가 책 읽어주는 것을 싫어했다. 나에게 못생겼다며 내 목소리도 듣기 싫다고, 책 읽지 말라고 하면서 거부했다. 처음 멘토링을 시작한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아이였다. 대부분 아이들은 책을 읽어주면 재미있어하고 잘 듣는데 이 아이는 가만히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어 했고, 책을 읽고 있는 것 자체가 아이에겐 고문인 양 계속 거부했다. 그 아이에게 맞는 책을 고르는 것이 또 다른 나의 과제였다. 그러나 이 세상에 이야기를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는 믿음으로 그 아이에게 맞는 책을 골라 읽어주곤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도 책읽기에 조금씩 재미를 붙였고, 스스로 책을 찾아 읽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

내가 아이들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자만이었다. 아이들은 그저 책을 읽어주는 나를 통해 닫힌 마음을 조금이나마 여는 훈련을 하게 되었고 만남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자신들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같이 안타까워 해주는 것 말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지만 아이들은 내가 무엇을 해주길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멘토링이 한 아이를 상대로 책을 읽어 주는 것이었다면, 다수의 아이들을 상대로 책을 읽어 줄 때의 느낌은 좀 다르다. 귀를 쫑긋, 눈을 반짝, 책 속의 내용에 동화되어 입에서는 어느새 탄성이 나오고 반응을 바로 나타낸다. 그런 아이들은 따스한 햇볕을 받고 물기를 머금은 활짝 핀 꽃들처럼 나를 황홀하게 했다.

우리 도서실에서는 1년에 한 번 가을에 책잔치를 한다. 명예사서 어머니들이 다함께 책잔치 준비를 하는데 우리 아이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며 책과 친숙해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들 준비하는데 그 과정이 즐겁다. 어머니 책 읽는 모임(다울산책)에서는 매주 한 작가를 정해 책을 자세히 읽고 서로의 느낌과 생각을 주고받는데, 책을 좀 더 꼼꼼히 읽게 하고 깊게 생각해 보게 하는 기회가 됐고, 어머니들에게는 아이들이 읽는 책이라고 생각했던 그림책이 더 이상 가볍고 단순한 그림책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했다.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작가들의 깊은 의도를 파악해냈을 때의 놀라움과 감동에 감탄하고 있다.

나는 학교도서관이 마트와 같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마트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곳에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도서관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다. 엄마가 마트에서 자식을 위해 물건을 고르듯이, 학교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기 위해 좋은 책을 골라주는 명예사서가 있다.

5년 동안 명예사서를 하면서 했던 그 외 활동들, 어린이 사서에게 동화구연을 지도하고, 아이들 앞에서 연극을 공연하고, 정기적인 봉사를 하면서 전업주부로서 나태하게 보낼 시간을 알차게 보내게 되었고, 내가 책 속에 있는 모습을 보고 자란 우리 아이들도 어느 순간 책과 친해지고 있음을 알았다. 아이들과 같은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눌 때 아이들은 물론 나도 같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기 바란다.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나도 내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기 원한다.

나는 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풍요로워지기를 바라고, 더불어 우리 아이들과 같이 살아갈 다른 아이들도 넉넉한 마음으로 서로 배려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도서실의 많은 아이들을 보면 우리 미래가 밝아 보인다. 그 시작을 작게나마 명예사서를 하면서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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