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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교사의 책]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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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2-09 17:25 조회 6,56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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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프레이리 읽기』
모아시르 가도치 | 우리교육 | 2012

여전히 교육계는 소란스럽고 학교는 바쁘다. 교원평가와 학교폭력 생활기록부 입력에 대해서는 학교 안팎으로 잡음이 계속되고 있고, 1학기에 비해 수업 일수도 적은 2학기는 이미 학교행사로 가득하다. 초등의 경우 일주일 내내 꽉 찬 수업 시수에다 운동회(혹은 학예회)와 각종 발표회가 있고, 그 놈에 가을은 왜 또 독서의 달인지. 생각만 해도 숨이 찬다. 그 와중에 학부모 공개수업까지 한두 차례 하고 나면, 몸에서 모든 기운이 쏙 빠져나간 듯하다. 사서교사에게 가을은 잔인한(?) 계절이다. 나는 특히 공개수업 시즌 이후 곧잘 우울해지곤 했는데, 아이의 배움이 중심인 수업이 아니라, 남에게 그럴듯해 보이는 수업을 하고 만 내 모습이 씁쓸하기 때문이었다. 화려한 수업 뒤에는 늘 텅 빈 느낌과 함께, ‘도대체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자조 섞인 혼잣말이 뒤따랐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선생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먼저 같은 고민을 한 이들의 책을 읽으며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을 살펴보는 게 어떠실는지….

계급과 지식의 관계를 읽다
프레이리에게 한국 교사들의 학교 현실을 들려주면 무어라 말할까? 내 생각에 그는 화를 버럭 내며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걸어 나올 것만 같다. “조용히 하고 책 읽어!”라고 외치는 교사의 모습에서 권위주의적 억압자의 모습을, 대답도 없이 무표정하게 고개를 떨구고 교사의 시선을 피하는 학생의 모습에 피억압자들의 모습을 발견할 터이다. 교사와 지역적 차이를 담지 못하고 전국적으로 획일화된 교과서, 학생들의 일상적 어휘가 배제된 수업 언어, ‘학생들에게 무엇을 배우기를 원하는지 결코 묻지 않는’ 수직적 대화 등등 우리에게는 익숙한 교실 풍경을 보고, 교육자로서 가져야 할 ‘분노할 권리’조차 포기하고 있다고 외칠지도 모르겠다.

프레이리(1921~1997)는 제3세계 민중교육학의 고전 『페다고지』(1968)의 저자로 알려진 브라질의 교육사상가다. 본국에서 뿐만 아니라 망명 후에는 전 세계를 돌며 교수·행정가·교육부 장관·교육철학자 등의 다양한 자리에서 문명퇴치 교육에 힘쓰며, ‘해방의 교육’으로 대표되는 자신의 교육사상을 현장에 보급하고자 애썼다. 그의 교육사상의 핵심은 ‘계급과 지식의 관계’를 꿰뚫어 보았다는 데 있다. 지식을 독점한 부르주아지 억압자(바로 우리다)로부터 민중 스스로(학생이 해당된다) 자신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다소거칠게 들린다면, 그것은 이미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길들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전통적 교육의 “은행적금식 교육”이 “문제제기식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은 한국 교육 현장에 큰 시사점을 준다. 생각하는 사람도 교사, 프로그램의 내용을 선택하는 것도 교사. 정작 중심이 되어야 할 학생을 배제한 상태로 수업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책을 통해 프레이리가 묻는다.

저자 모아시르 가도치는 프레이리와 오랜 기간 연구를 함께한 동료이기에, 프레이리의 행적과 주요 사상을 편지·사진·대화 기록 등과 함께 상세하게 정리할 수 있었던 듯싶다. 기존에 출간된 프레이리의 저서들이 그의 교육사상을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이 책은 전기의 느낌으로 그가 어떤 행보를 거쳐 교육사상을 완성했는지 그 상황과 맥락을 짚어준다. 만약 프레이리의 문명퇴치 교육 프로그램의 구체적 모습이 궁금하다면 2장‘파울루 프레이리는 어떻게 망명하게 되었나’와 3장 ‘역사로부터 배우기’가 도움이 될 것이며, 그를 처음 만나는 독자라면 4장 ‘해방의 교육학’과 에필로그 ‘대화’ 부분을 먼저 읽기를 권한다.


『교실 속 마을 활동』
문경민 외 | 우리교육 | 2012

우리 집 값은 얼마? 토지 문제를 바라보다
프레이리 같은 교육 실천가가 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도 자본주의의 모순을 직시하고, 교육을 통해 정면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현장 교사들이 많다. 『교실 속 마을 활동』의 저자 네 명도 그러하다. 이들은 기독교 교사 단체 ‘좋은교사운동’ 안의 ‘행복한수업만들기’ 모임에서 활동하는 초등교사들로, 그동안의 고민과 현장 실천을 녹여 ‘마을 활동’이라는 일종의 대안 경제 교과서를 썼다. ‘마을 활동’의 아이디어는 간단 명료하다. 교실을 모의 경제 사회로 만들어, ‘평등경제 시스템, 자유경제시스템, 공동경제 시스템’을 학생들이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다. 각 경제 시스템은 일주일 정도씩 운영되는데, 아이들은 직업에 따라 일을 하여 보수를 받고 토지(자신의 자리)를 사고팔며 세금을 내기도 한다. 그 결과로 화폐로 물건을 살 수도 있고,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기도 하고, 파산하는 아이도 생기는 등 진짜 경제활동이 일어난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속에서 각 경제 시스템의 장단점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이 재미있는 활동의 출발점은, 오늘날 왜곡된 토지 투기에 기반한 ‘가난을 양산하는 경제체제’에 대한 문제의식에 있었다. 저자들은 헨리 조지의 지공주의地公主義를 바탕으로 대안을 찾았는데, 지공주의는 토지의 소유로 인한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징수하여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배분하는 경제 시스템이다. 그리고 그들은 더 이상 ‘이 세상을 방치하지 않기 위하여’ 교육현장에서 새로운 실험을 했다. 책속 다음 구절은 되씹어볼 만하다. ‘마을 활동을 통해 경제를 가르치는 것은, 어떤것은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것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도록 가르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 전체가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게 현장 교사들이 실제 자신의 교실에서 마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로드맵 역할을 하고 있다. 3부에는 마을 법률과 규정과 함께, 직업별 임금과 역할·자리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 토지이용료 등 사소한 운영 노하우도 놓치지 않고 모두 담고자 노력했다. 한마디로 책 전체가 마을 활동 운영을 위한 간결한 지침서이다. 수많은 실제 수업 사례를 바탕으로 책을 썼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배움의 공동체』
손우정 | 해냄 | 2012

아이들은 배우기를 원한다
위 사례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생 중심의 수업 혁명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손우정 교수가 이끄는 ‘배움의 공동체’가 대표적 사례이다. 손 교수는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로 한국 교사들에게 널리 알려진 일본의 사토 마나부 교수의 제자로, 그의 ‘배움의 공동체’ 교육 방법론을 한국 교육현장에 보급하고자 애쓰고 있다. ‘배움의 공동체’란 일종의 교육혁신방법론으로, 아이를 수업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보며, 단 한 명의 아이라도 수업에서 소외되는 것은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그를 수동적으로 만든 학교의 책임이라고 지적한다. 물론 교육의 모든 책임을 교사 한 사람에게 돌리는 것은 아니다. 책에 따르면 이 글 초입에 적은 회의감은 일종의 ‘번아웃현상’으로 교사들이 ‘일방적으로 헌신하고 무조건적으로 책임질 것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동시에 저자는 ‘공무원으로서의 틀과 전문가의 기대’ 사이에서 좌절하는 현장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미없고 의미 없는 12년’을 보내는 아이들을 외면할 수는 없지 않을까. 그래서 ‘배움의 공동체’에서는 교사의 자기반성과 성찰이 중요하다.

1장 ‘아이들은 배우기를 원한다’에서는 아이들이 공부를 싫어한다는 생각은 어른들의 자기편의적 오해임을 말한다. 저자가 ‘배움의 공동체’를 통해 확인한 모습은 ‘아이들이 얼마나 배움을 좋아하는지, 얼마나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지’였다고 한다. 구체적인 ‘배움의 공동체’의 방법과 교사의 역할에 대한 설명은 2장에 담겨 있다. 자리배치·수업디자인 방법·수업자료·주제선정·수업관찰·기록방법 등을 살펴볼 수 있는데, 특히 ‘교사들이 수업에서 가르쳐야 할 것은 교육과정이지 교과서가 아니다’라는 지적은 교과서 맹신주의에 빠진 한국교육 현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 수업사례가 궁금한 이들은 3장을 참고하면 된다. ‘배움의 공동체’를 적용한 초중고 급별 각 2개씩 총 6개의 수업 사례가 담겨 있어 모둠학습과 협동학습을 통해 아이들끼리 도우며 서로 배워가는 전체적인 수업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아 시가 되라』
주상태 | 리더스가이드 | 2012

닭털주 선생님과 아이들의 詩 수다
이번에는 좀 더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보자. 아이들은 어떤 고민과 수다로 순간순간을 살아내는 걸까? 운 좋게도 그네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 한 권 눈에 띈다. 제목부터 맛깔스럽다. ‘사진아 시가 되라’, 이 얼마나 간결하고 가슴 두근거리는 외침인지! 제목이 설명하듯 사진을 소재로 풀어나간 시 수업 이야기를 담았다. 영상과 이미지에 익숙한 아이들의 코드를 읽어내고, 행사·풍경·시사 등 다양한 주제의 사진을 매개로 아이들에게 시를 써보게 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그런데 왜 하필 시 쓰기였을까? 주상태 국어교사는 국어수업에서 글쓰기 교육이 형식적으로 진행됨을 지적하며, “글쓰기는 국어수업의 결과를 알아보는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국어교사로서는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창작의 결과보다 창작을 하기 위해 ‘왜’, ‘어떻게’라는 질문을 내고 스스로 답을 찾으려는 과정이 창작 교육의 본질”이라는 지적은 어떤 고민 속에서 이 수업이 탄생했는가를 알려준다. 그러기에 이 책의 주인공은 아이들의 글이다. 보통 수업을 소개하는 책들은 교사의 입장에서 구체적인 지도 과정을 중심으로 서술하기 쉬운데, 총 5장 중 2~4장을 오롯이 아이들의 시로 구성하였다.

1장은 어떤 식으로 수업이 시작되었는지 대화체로 간략히 설명이 되었고, 맨 마지막 5장에는 수업 의도와 과정이 상세히 실려 있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시를 쓰며 행복할 줄 아는 멋쟁이 닭털주 선생님과 아이들이, 어떻게 시를 나누고 소통했는지 엿보고 싶지 않은가? 아무 곳이나 펼쳐서 사진 한 장과 함께 아이가 직접 쓴 시 한 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면 그냥 마음 한곳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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