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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이야기꾼, 청소년을 이야기하다 - 미카엘 올리비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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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1-05 15:42 조회 7,03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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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문학을 대하는 서로 다른 시선
강애라 안녕하세요.
미카엘 네, 만나서 반갑습니다.
강애라 우리나라에서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입시와 관련된 책들을 읽으면 좋게 생각하지만, 청소년문학을 읽으면 조금 불안해하면서 부정적으로 보는 편인데, 프랑스에서는 어떤지 궁금해요.

미카엘 프랑스와 한국은 많이 달라요. 소설을 대하는 태도가 특히 그래요. 프랑스에서 부모들은 아이들이 소설을 읽는 것을 논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소설을 읽으면서 삶을 배우고 문화를 배운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소설을 읽지 않는 것을 걱정해요. 학교 선생님도 자신의 수업 도구로 소설을 활용해요. 소설로 문화적인 소양을 배우지만 문법적인 요소도 많이 배워요. 이런 면에서 프랑스와 한국은 기본적인 차이가 있어요.
강애라 프랑스에서는 청소년문학이 입시와 관련이 있나요? 또, 학교 교육과정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청소년문학이 어떤 경로로 아이들에게 다가가는지도 궁금해요.

미카엘 문학은 학교 교육에서 중요해요. 프랑스는 학생들에게 적어도 일 년에 일곱 권에서 여덟 권의 소설을 읽도록 해요. 그리고 시험도 이와 관련해서 보고요. 한국처럼 수능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라 소설의 구조를 물어보기도 하고 읽은 작품 중에 아이가 선택해서 특정한 작품에 대해 쓰게도 해요.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고전 작품부터 프랑스 문학 전체를 읽지 않으면 안 돼요. 아이들이 프랑스 교육 시스템 안에 있으면 반드시 소설을 읽어야 하는 거예요.
강애라 한국도 학교에서 문학을 전혀 다루지 않는 건 아니에요. 고전부터 현대문학까지 다루고 있어요. 그런데 그것들이 아이들의 삶과 동떨어져 있어서 아이들이 관심이 없는 편이에요. 문학에 대해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공부로만 생각하고 있어요. 프랑스에서는 청소년문학이 실제로 학교 교육과정에 적용이 되는지가 궁금해요.

미카엘 그런 문제가 프랑스에도 있어요. 하지만 프랑스에 비하면 한국은 변화가 많아서 더 그럴 거예요. 프랑스는 100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 많고 그 속에서 아직도 사람이 살아요. 건물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것들이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데 한국은 너무 급격한 단절이 있었어요. 그렇지만 현대의 아이들은 비슷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발자크의 작품을 읽으라고 하면 동양 서양 할 것 없이 모든 아이들이 아주 고통스러워해요. 아이들의 삶과 관련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 프랑스 교육부에서 아동・청소년문학을 학교 교육과정 속에 넣었어요. 교육과정 안에 교육부에서 지정하는 아동・청소년 도서가 있어요. 그래서 청소년문학을 학교 수업에서 다뤄요.

강애라 그럼, 학교의 청소년문학 수업에서 교사들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미카엘 저는 청소년문학을 알릴 때 교사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선 선생님들이 읽고 좋아하고, 그 책의 내용을 수업에 활용하면 청소년문학과 작가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어요. 한국은 아이들이 직접 책을 선택하지 못하는 편이잖아요. 프랑스는 아이들이 직접 서점에 가서 책을 선택할 여유가 있어요. 지금 프랑스에서도 출판 시장이 불황이기는 해요. 그렇지만 서점에 가면 어린이 책 코너는 비교적 활발해요. 아이들이 서점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고른다고 해서 부모가 그것을 안타까워하는 경우는 없어요.



『나는 사고 싶지 않을 권리가 있다』를 말하다
이찬미 궁금한 게 세 가지가 있어요. 하나씩 여쭈어 볼게요. 『나는 사고 싶지 않을 권리가 있다』에서 주인공이 섬에서 만난 여자 친구와 사랑을 나누다 임신을 시키고 말도 없이 떠나게 되는데요. 물론 죄책감도 느끼고 그리워하고 어려서 그런 거라는 것이 나오긴 하는데, 여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나쁜 남자로 보여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미카엘 비슷한 질문을 여러 번 들었어요. 저는 돌려서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위고는 약점도 많고, 아직 열네 살밖에 안된 아이라서 모르는 게 많아요. 섬에 온 것도 떠나게 된 것도 본인이 선택한 것이 아닌 것처럼 위고가 자이나바와 사랑에 빠지고 또 자이나바가 임신을 하고 하는 과정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온 일들을 받아들인 거예요. 위고의 이러한 모습들은 현실적인 묘사예요. 현실적인 보통 남자는 그럴 거예요. 사람이 살다가 보면 나쁜 일을 하려고 해서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한 일이 나쁜 일이 될 때가 있어요. 위고가 그런 경우예요. 그런데 위고는 정직한 아이예요. 나쁜 의도로 어떤 일을 하려고 한 건 아니란 거예요. 위고는 평범한 아이지 나쁜 아이는 아니에요. 섬에서 겪은 일은 아이에서 남자가 되어가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프랑스에서 부모들은 아이들이 소설을 읽는 것을 논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소설을 읽으면서 삶을 배우고 문화를 배운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소설을 읽지 않는 것을 걱정해요. 학교 선생님도 자신의 수업 도구로 소설을 활용해요.

이찬미 위고가 광고가 넘치는 사회에 대해서 분노하고, 가족들에게 과소비에 대해 지적하는 방식이 좀 성숙하지 못해서 독자들에게 반감이 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모습들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그렇게 쓰셨는지 궁금해요.

미카엘 위고가 굉장히 특이한 경험을 많이 하잖아요. 섬에서의 삶도, 파리에 돌아와서 과소비에 저항하는 운동도. 모두 다 지나친 모습이기는 해요. 그런데 청소년들의 나이에 지나치다는 거예요. 청소년들은 어떤 상황을 내적 성숙을 통해서 받아들이는 시간이 없어요. 또, 부모들에게 반항하는 것은 그 나이에 아직 자기 안의 혼돈을 소화할 줄 모르기 때문이에요. 성숙된 생각을 통해 무엇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생각을 바탕으로 행동을 하게 되는 거죠.
이찬미 저는 사서라서 책 속에 나오는 사서에 관심이 갔는데요. 책 속에 사서가 중요한 역할을 하잖아요. 다양한 시각을 제공해 주기도 하고, 책도 소개해 주고요. 마요트 섬은 실제로 존재하는 섬인데 그 섬에 실제로 사서가 존재하고 있는지, 그리고 있다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미카엘 이 소설은 제가 마요트 섬에 갔다 와서 영감을 받아 쓴 거예요. 한 15일 동안 머무르면서 실제 사서와 같은 인물을 만났어요. 그분은 마요트 섬에서 20년째 살면서 흑인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았어요. 그 동안 마요트 섬에서 백인과 흑인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어요. 그 섬에서는 굉장히 헌신적인 사람이었어요. 소설로 변형시키기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바꾸었을 뿐이에요. 현실과 가상을 섞기는 했지만 실제로 이런 인물이 있어요.

김광재 지금 저랑 같이 공부하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의 질문이에요. 그 여학생은 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에서는 위고가 다시 돌아간다는 것을 좋아했고요, 그 영화에서 위고로 나오는 영화배우가 잘 생겼는지 궁금해 했어요. 또 하나는 제 질문이에요. 위고가 하는 반소비, 광고 불매 운동이 실제로 프랑스에 일어나고, 10대가 참여를 하는지요?

미카엘 저도 그 영화배우를 만나본 적은 없어요. 사진을 한 번 봤는데 상당히 매력적인 남자였어요. 그리고 위고가 한 반소비 운동은 실제로 있어요. 특히 프랑스 북부에서 영향력이 있어요. 다만, 아이들이 많이 참여하지는 않아요. 대체로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은 젊은 어른들이에요. 20대 정도의 나이요. 그야말로 전투적인 사람들, 급진적인 사람들이 그런 운동을 해요. ‘광고를 깨는 사람들’ 같이 특정한 모임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실제로 아이들이 참여하는 것은 드물어요.

진짜 삶을 이야기하는 문학
김광재 저는 2004년도 작품인 『뚱보 내 인생』을 읽고 작가님의 팬이 되었어요. 제일 재미있게 읽었던 책은 『나는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었다』예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제일 권해주고 싶은 책은 『뚱보 내 인생』이에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작가님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대단히 영광이에요. 작가님은 이번에 오셔서 여러 날 한국에 머무르시면서 한국 독자들을 많이 만나신 것 같은데 어떠셨는지, 그리고 이렇게 먼 곳까지 방문하시게 된 목적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미카엘 오히려 제가 더 기뻐요. 저는 굉장히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글을 쓰면서 단 한 순간도 제가 한국에 오게 되거나 한국의 독자들이 제 책을 읽을 것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어요. 제 책이 번역된 것도 상당히 감사한 일이고요. 한국에 와서 굉장히 감동적인 경험을 했어요. 물론 제가 초대받은 손님이고, 제 책이 프랑스에서도 잘 팔리니까 좋은 말들을 많이 해주시기는 하는데, 한국 독자를 만나보면서 제 책을 정말 열심히 읽고 가슴으로 읽어왔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이야기를 하는데 특정 대목이 어떻고 인물이 어떻다고 자세히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작가로서는 그보다 더 감동적일 수가 없어요. 프랑스에서는 이런 일이 별로 없어요. 독자가 작품을 주의 깊게 읽고, 작가에게 작품을 인용해서 이야기를 하니까, 작품이 독자에게 가 닿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작가에게 이보다 중요한 건 없어요.

강애라 저는 책을 읽다보니까 작품이 짧은 문장에 스토리 위주라서 재미가 있고 힘이 있는 것을 느꼈어요. 또, 작품 속에서 가슴을 울리는 문구들을 많이 봤어요. 그래서 밑줄을 그으면서 읽고 싶은 충동을 많이 느꼈어요. 글을 매일 쓰고 많이 쓰는 것 말고 문장에 대한 특별한 노력을 하시는 게 있는 건지, 아니면 저절로 그렇게 되신 건지 궁금해요.

미카엘 저는 매일 글을 써서 글은 저에게 일상적인 거예요. 일단 저는 단순화시키는 것이 제 취향에 맞고 의지적으로 그렇게 해요. 그런데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은 동시에 많은 생각을 해야 해서 원래 복잡한 거잖아요. 그런데 복잡한 것을 복잡하게 묘사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쉬운 일이에요. 그런데 써 놓고 보면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별로 없어요. 그걸 단순하게 쓰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진짜로 단순하게 느끼려고 노력을 해요. 피부로 느끼려고요. 복잡한 걸 단순하게 느끼도록 되면 그다음에 언어로 뱉어내는 건 아주 쉬운 일이 돼요. 제가 그렇게 느끼니까 문장이 그렇게 되는 거죠. 그래서 결국은 쉬운 일이 돼요.

김광재 소설은 무엇보다도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하셨는데요. 작가님은 영화 일도 많이 하셨는데, 영화도 그렇게 생각하시는지요? 제가 본 프랑스 영화들은 좀 밋밋한 편이었는데,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영화는 어떤지 궁금해요.

미카엘 영화에서도 이야기가 중요해요. 저는 문학을 하기 위해 글을 쓰지는 않아요. 정확하게 하려고 쓰는 거예요. 어떤 인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그 인물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표현하면 그게 문학이 되는 거죠. 이런 부분이 영화하고도 연결이 되는데요, 프랑스 영화에서 극단적으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것이 유행일 때가 있었어요. 이야기가 없는 경우가 많았죠. 그냥 문학을 위한 문학, 영화를 위한 영화가 되기도 했죠. 그렇지만 그런 시기가 지났고, 저는 형태보다는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고, 무엇을 말하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영화도 문학도 예술적 형태보다는 내용, 그 내용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학교에만 있으면 인생을 다양하게 체험할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학교에서 공부만 하게 되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문학 작품이 간접체험을 가능하게 하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은 문학을 통해서 인생을 배우게 된다고 봐요. 체험이 많을수록 아이들의 눈은 튼튼해지는 거죠. 자살을 한다는 것은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보지도 않고 죽음을 선택하는 거잖아요.

청소년에 대한, 청소년을 위한 문학
강애라 저는 작가님의 작품들을 보면서 주인공들이 굉장한 절망과 만난다고 생각했어요. 뚱뚱함이란 문제, 임신이란 문제 등이요. 그래도 주인공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요새 말로 ‘쿨’하다고 느꼈어요. 한국의 청소년들은 아주 작은 일에 많이 절망해요. 쉽게 자살을 하기도 하고요. 프랑스 청소년들 대부분이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쿨’한 마음을 가졌는지 궁금해요. 제가 학교의 아이들에게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자살했을 것이라고 말하더라고요. 프랑스의 상황은 어떤지 궁금해요.

미카엘 비슷한 질문들을 꽤 받았어요. 한국의 아이들은 심하게 놀림을 받으면 자살을 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 놀랐어요. 특별히 프랑스 아이들이 다른 나라 아이들보다 더 내면이 강하다든가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프랑스 아이들은 죽음에 대한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생각하지 않아요. 죽는 데는 굉장히 용기가 필요해요. 그래서 아이들이 죽음을 생각을 한다는 것이 대단히 충격적이에요.
김광재 그럼 프랑스에서는 청소년 자살이 없나요?

미카엘 프랑스에서도 청소년 자살은 있어요. 그런데 프랑스에서 청소년 자살은 큰 화젯거리가 되지 않는 주변적인 이야기예요. 한국은 매스컴을 통해서 어떤 이유로 자살했다는 등의 사실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데, 그런 점은 프랑스와 한국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문학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예요.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학교에만 있으면 인생을 다양하게 체험할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학교에서 공부만 하게 되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문학 작품이 간접체험을 가능하게 하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은 문학을 통해서 인생을 배우게 된다고 봐요. 체험이 많을수록 아이들의 눈은 튼튼해지는 거죠. 자살을 한다는 것은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보지도 않고 죽음을 선택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프랑스 아이들은 죽음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렇게 보면 프랑스 아이들은 학교가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거죠. 또한 교육 자체가 삶에 대해 흥미를 지니도록 하고 있고요.

이찬미 저는 청소년문학을 꾸준히 찾아서 읽는 편이에요. 작품 속 주인공들의 서툰 모습이나 걱정을 많이 하는 모습들이 저 같기도 해요. 저는 청소년 시절을 잘 보내지 못했던 애틋함 같은 게 있어요. 작가님도 그런 것들이 있어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을 쓰시는 건지 궁금해요.

미카엘 제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거의 다 제 분신이라 할 수 있어요. 물론 더 많이 닮은 인물도 덜 닮은 인물도 있고 그래요. 특히 『뚱보 내 인생』에 나오는 인물은 제 자신의 모습을 많이 닮았어요. 자전적인 면이 있는 셈이죠. 그런데 청소년 시절은 원래 불안하고 편하지 않고 걱정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게 청소년기의 특징이죠. 제 자신도 그랬었고 제 주위 친구들도 그랬었어요. 그게 자연스러운 거죠.

김광재 작품들이 대체로 길지 않아요, 책이 두껍지 않아서 아이들도 부담을 덜 느끼는 것 같아요. 책의 분량, 그러니까 책의 두께에 대해서도 아이들을 염두에 두신 건가요?
미카엘 저는 어렸을 때 책이 두꺼우면 일단 읽기가 겁이 났어요. 그래서 두꺼운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을 이해해요. 저는 책이 두껍지 않은 게 좋다고 생각해요. 프랑스에서는 『해리 포터』 시리즈 출간 이후로 두꺼운 책들이 많이 나왔어요. 그렇지만 그 책들은 판타지잖아요. 제 개인적으로는 짧은 내용의 책이 좋다고 생각해요.
강애라 혹시 자녀가 있으세요?





미카엘 네. 열세 살 딸하고 열한 살 아들이 있어요.
강애라 저도 분명히 그 시절이 있었는데 어른이 되고, 제 자식을 키우면서는 사춘기인 아이를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제 아이들이 사춘기 시절을 좀 힘들게 보냈어요. 나중에 아이들이 사춘기를 다 보내고 나서 그 시절에 힘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작가님의 어떤 인터뷰에서 청소년 시절이 잘 기억이 나고, 그것을 글로 썼다는 내용을 읽었어요. 그 부분이 많이 와 닿았어요. 작가님도 교사나 부모가 왜 그렇게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지가 안타깝다고 하셨잖아요. 작가님은 청소년 시절의 많은 기억이 남아 있어서 작품을 쓰신다고 하셨는데, 그럼 작가님은 부모로서 아이들을 잘 이해하는 편인가요?

미카엘 왜 사람들은 청소년기를 잊어버리는 것일까요? 삶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잊어버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작가에게는 특권이 있다고 생각해요. 작가는 지나가는 것들을 잘 포착해야 하고, 바로 글로 써야 하니까 젊은 아이들을 자꾸 관찰하고 종이 위에 관찰한 것을 쓰기 때문에 잊어버리지 않는 거예요. 저는 제가 어렸을 때 얼마나 불안해 했는지 잊어버리지 않고 있어요. 그런데 그 기억이 제 아이들을 키우는데 방해가 되기도 해요. 제가 다 이해를 해도, 아이들이 어리석은 짓도 많이 하니까 야단을 치긴 쳐야 하는데 왜 그런지 아주 잘 이해를 하고 있어서 아버지는 어떠해야 한다는 교육적인 관점을 방해해요. 이 관점과 아이들의 행동이 충돌하기도 해요. 아이들을 많이 이해해 주는 것이 좋은 것 같지만 또 한 편으로는 아이들에게 자신들 마음대로 하라고 하면 어쩔 줄 몰라서 힘들어 하기도 하는 거죠. 그것처럼 부모가 다 이해해 주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해요.



강애라 저는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책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작가님이 생각하는 청소년들에게 권했으면 하는 좋은 책은 어떤 책인지 궁금해요.

미카엘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이들의 마음을 딴 데로 돌리거나 가볍게 한다는 것이 아니라,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으면서 그 속에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에요. 쉽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정말 중요해요. 읽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책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작품 속에는 큰 줄거리와 관계없는 작은 요소가 많이 있어요. 그 요소들이 독자로 하여금 한 번쯤은 생각을 하게 하는 계기가 돼요. 예를 들어 어떤 이야기에서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지만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한 번 생각하게 한다든가 아니면 사랑 이야기가 주요 이야기가 아니지만 사랑도 잠깐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요. 이렇게 인생에서 실제 일어날 법한 일들을 한 번씩 던져 주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굉장히 풍부한 글인 거죠. 읽기는 쉽고 이야기도 뚜렷하지만 여러 가지 요소가 풍성하게 들어가 있어서 결국은 아이들에게 인생 체험이 되게 하는 책이죠.

김광재 그러면서 두껍지 않은 책이요.
참석자 (웃음)

김광재 진짜 그런 글을 쓰시는 것 같아요.
강애라 말씀하시는 내용을 들어보면 작가님께서 쓰신 책들이 모두 그런 의도로 쓰셨다는 게 느껴져요. 그래서 책을 쉽게 읽었는데 다 읽은 책을 손에서 쉽게 놓을 수가 없었어요. 계속 생각하게 되고 여운이 남았어요.
미카엘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참 다행이네요.
강애라 그럼, 이것으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카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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