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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사서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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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1-05 15:25 조회 5,53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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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 도서실에서 바라보는 화창한 하늘은 내 마음까지 상쾌하게 만든다. 커피 한잔과 함께 책으로 가득 찬 도서관을 바라볼 때면 나의 직장 학교도서관이 정말 소중하고 포근하게 느껴진다.

대학을 졸업하고 도서관 사서로 일한 지 벌써 20년이 되었다. 초창기 사서로 일할 때는 이용자에게 필요한 책을 구입해서 정리하고 대출해주는 것이 사서의 주된 일이었지만 지금은 사서의 역할이 여러모로 변해가고 있다. 20년 동안 회사 자료실 사서, 대학도서관 사서를 거쳐 지금은 초등학교 도서관 사서로 있다. 모두 같은 사서지만 그 목적도 다르고 계층도 다르다. 그중 학교도서관 사서로서의 일이 가장 다양하면서도 재미있고, 보람도 있다. 그러나 사서로서의 인정은 가장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인정’이란 관리자의 마인드와 경제적인 면이 그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우리 학교 도서관에 근무한 지 만 6년이 되어 간다. 처음 개관할 때부터 들어와 내 손으로 도서관을 쓸고 닦았으니, 책꽂이에 있는 책들만 봐도 애정이 간다. 2004년 개교한 우리 학교 도서관은 2006년에 지어졌다. 개교 3년 안에 도서관을 짓겠다는 열의로 교장 선생님이 도서관에 각별한 애정을 가져주신 덕분으로 학교도서관 활용도는 주변 학교에 비해 매우 높다.

이해 못할 것들이 너무도 많아!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힌다’고 했던가…. 바로 우리 학교 학생들을 두고 하는 이야기 같다. 하루 대출 건수가 공공도서관 주말 이용자와 비슷하다. 그렇다고 여러 가지 도서관 행사를 하지 않을 순 없다. 도서관 이용률이 아무리 높다 해도 오지 않는 학생들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기울여야 하고, 도서관이 책만 있는 곳이 아닌 교육적으로 재미나고 즐거운 곳임을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 학생들을 위해, 도서관을 위해 잘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상처받는 경우가 있다.

어느 날 도서관 소식지를 배포하기 위해 인쇄를 맡길 때였다. 새로 오신 교감 선생님께 보여드렸더니, 여기저기 수정을 원하셔서 많은 부분을 고쳤다. 소식지 발행이 15회가 되어 가는데, 이렇게 많이 수정한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암튼 수정 작업으로 인해 금요일에 맡겨야 할 것이 월요일로 미뤄졌다. 그런데 그날도 불러서는 다시 수정하라고 하신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인쇄를 맡기고 올라오니 교무부장이 “사서 선생님~, 이제 소식지 가져올 땐 담당 선생님 드려. 자기가 직접 가지고 오지 말고….” 이러는 게 아닌가.

도서 구입 때도, 도서관 이벤트 때도 사서라는 자부심으로 인정을 받든 받지 못하든 내 일이라 생각하고 도서관의 거의 모든 업무를 내가 다 해서 담당 선생님 드렸는데, 소식지까지 그러라는 거다. 일은 나 혼자 다 하고 생색은 담당 선생님이 내란다. 담당 선생님이 결재 받으면서 “이건 사서 선생님이 하셨어요.”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고, 도서관 책임자로 되어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그건 이해하지만, 소식지까지 콕 집어 얘기하니 너무 화가 났다. 교무부장에게 “이젠 안 만들게요. 담당 선생님에게 만들라 하세요.”라고 말했다. 그날은 잠도 오지 않았다.

지난주 토요일에 담당교사와 함께 도서부 학생들을 데리고 황순원 문학관을 다녀왔다. 토요일이라 출장과 초과근무를 달아야 하는데, 행정실장이 전화를 걸어와 “선생님, 회계직은 초과수당 예산이 없어요. 방학 때 하루 쉬세요.” 한다. 학교는 거의 매일 여기저기 공사를 하면서 회계직 초과수당 예산은 없다니… 이해되지 않는 면들이 너무도 많다. 우리 학교 주변에 있는 두 학교만 봐도 사서교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우리 학교처럼 사서가 하루 종일 근무하는 곳도 없다. 한 군데는 작년에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공익근무요원을 앉혀 놨고, 다른 학교는 12시부터 4시까지 네 시간 사서를 쓴다. 나는 8시간 근무에 365일 근무라고 기뻐해야 할까?

과연 도서관이 제대로 돌아갈까?
2003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인천광역시 모든 학교에 도서관을 두겠다는 계획으로 학교도서관이 지어졌다. 그러나 정작 사서가 학교도서관을 운영하는 학교는 극히 드물다. 간혹 다른 학교 교장 선생님이 우리 학교에 방문하면 사서가 있는 우리 학교를 의아스럽게 생각한다. 한 학교의 책임자인 교장 선생님들의 마인드가 이 정도니, 사서도 아닌 사서교사를 뽑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너무 힘든 상황이 아닌가 싶다.

학교도서관이 처음엔 수업에 필요한 자료 도움을 주는 정도로 의미를 두었지만, 사실 지금의 학교도서관이 하는 일은 공공도서관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자료의 수서, 정리, 대출은 물론이고, 거의 매달 이벤트까지 행해지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사서도 필요 없고 사서교사도 필요 없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우리 학교의 어느 선생님은 오신 지 3년이 넘었는데도 내가 학부모 도우미인 줄 아셨다고 한다. 며칠 전에 와서는 아주 친근하게 “학부모님이 항상 계시네요. 하루 종일 힘 안 드세요?”라고 묻는다. 내가 황당해 했더니 자기가 그동안 다니던 학교는 학부모가 도서관을 운영해서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을 해도 학부모나 담당교사가 하는 줄 알고 있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사서 업무를 학부모가 하면 된다는 발상으로 명예사서를 잔뜩 뽑아 놓고 도서관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제대로 파악도 못하는 학교 관리자들이 답답하기만 하다. 과연 학부모들이 운영하는 도서관이 제대로 돌아갈까?

방학하고 3일 동안 독서캠프를 진행하면서 일정 짜기와 강사 섭외 심지어 간식 마련까지 모두 내 손을 거쳐야 했지만, 관리자들은 담당 선생님이 했으려니 생각하고, 사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전문적인 사서가 있으니 독서캠프도 하고 도서관도 이렇게 잘 운영됨을 믿고 싶어 하지 않는 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묵인하는 걸까!

학교도서관 사서는 학교 회계직으로 과학보조, 교무보조, 조리종사원들과 같이 휩쓸려 취급되지만 그들과 사서의 일은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린 보건교사, 영양교사처럼 사서교사가 있고, 전문가다. 사서의 일은 대학에서 전문 교육을 받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전문적인 일이다. 외국의 경우 사서는 박사급 이상의 전문성을 갖고 있음을 인정하고, 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와 더불어 다양한 정보를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학교 관리자와 교육청의 높은 분들이 인정을 하지 않으니, 학력과 전문가로서의 위상이 완전히 묵인된 채 적은 봉급으로 무시받으며 일하고 있음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2012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독서의 해’이다. 독서와 논술 등 책과 관련된 것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그와 관련된 일을 하며 많은 도움을 주는 사서에 대해서는 그 필요성도 고마움도 느끼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일선에서 사명감을 갖고 학생들에게 도서관 이용교육에서부터 독서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각종 행사의 주어진 역할까지, 더 나아가 도서관 활성화를 위하여 업무에 묵묵히 임하고 있는 사서들의 처우 개선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그것을 위해 사서들이 한 몸으로 의견 일치가 되어 우리의 분노를 한목소리로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 사서들 각자는 모든 면에서 좀 더 나은 사서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에게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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