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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부모 편집자의 수작 함께 읽는 사람들]재미난의 재미난 책읽기 ― 재미난 어린이집의‘행복한 책읽기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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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9-05 21:30 조회 6,44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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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셋째 금요일 저녁. 이 날은 ‘재미난 어린이집(하남시 초이동의 공동육아어린이집)’ 조합원들과 ‘행복한 책읽기 모임’을 하는 날이다. 식구들 밥도 일찌감치 챙겨야 하고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책도 미리 보아야 하니 어느 때보다 몸과 맘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것에도 아랑곳 않고 모둠원들이 은근히 이 모임을 기다리게 되는 것은 바로 한 달에 한 번 어린이책에 관심 있는 조합원들이 모여 책을 매개로 혹은 핑계(?)로 서로 한 달 동안 지낸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특별히 많은 준비를 하지 않아도 모이기만 하면 재미나고 행복할 수 있는 모임 ‘행복한 책읽기 모임’을 소개한다.

어린이들의 책읽기 환경을 바르게 가꾸기 위한 노력
재미난 어린이집의 ‘행복한 책읽기 모임’은 올해로 6년째가 된다. 2007년도에 교육이사가 조합원들로 구성된 의미 있는 소모임을 고민하다가 뜻있는 아마(아빠, 엄마)들과 함께 꾸린 소모임으로 한 달에 한 번 정해진 어린이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함께 읽는 책은 국내외의 모든 그림책이다. 때로는 작가별로 깊이 있게 살펴보기도 하고 각자가 읽은 책이나 강의 내용을 소개하기도 한다. 지난 6년 동안 7명의 졸업·탈퇴 조합원이 이 모임을 함께했고 현재는 현現조합원 5명과 졸업조합원 3명이 함께하고 있다.

이 모임이 만들어질 당시에도 나는 어린이책시민연대 강동지회(구 강동동화읽는어른모임)라는 바람직한 어린이책문화 환경을 가꾸는 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어린이책을 조금씩 접하면서 책의 재미와 책 읽는 즐거움을 알아가던 무렵이라 둘레 사람들의 책읽기에 꽤 관심이 많았던 때였다. 그때 내 삶의 중요한 또 하나의 축이었던 어린이집도 내겐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공동육아어린이집은 보통 아침에 아마가 아이를 데려다 주고 저녁에 다시 아이를 데려 온다. 그럴 때마다 느낀 점이 터전(우리는 어린이집을 보통 이렇게 부른다)에서 아이들이 상당히 책을 많이 본다는 것이었다. 아이들 스스로 하루 일과 중에 짬짬이 보기도 하고 교사나 아마들이 수시로 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그리고 터전의 각 층마다 조합원들이 기증한 그림책이 놓여있었고 고덕평생학습관에서 진행하는 일정한 권수의 책을 대출해주고 한 달에 한 번씩 새로운 책으로 바꾸어 주는 서비스도 받고 있었다.

그런 반면 조합원들은 어린이책에 그다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린이책을 바라보는 편차도 심했고. 그래서 이사회에 제안을 해서 우리 터전 아이들의 책읽기와 관련한 이야기 마당을 토요일 오후에 열었다. 그때에는 우리 아이들이 읽고 있는 그 어린이책들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함께 보자는 취지였다. 그리고 어린이책에 대한 다양한 소개를 통해 조합원들이 재미를 붙여서 함께 읽어보고 아이들에게 읽어주기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아마 그 강의 후 소모임에 대한 본격적인 제안이 나왔고 어린이책을 같이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이게 된 것 같다. 그 강의는 그 다음해에도 한 번 더 열렸는데 그때에도 모든 조합원들에게 참여할 수 있도록 열어서 우리 아이들의 책읽기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고 더 나아가 우리들의 삶과 책읽기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으로 진행했다.



6년, 모임이 꾸준하게 유지되는 이유
사실 우리 모임에는 전업주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직장인들도 있기 때문에 저녁 시간에 진행해야 하고 남편이 아이를 봐주지 못할 경우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모임에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이라고는 해도 저녁 모임을 꾸준히 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년이란 긴 시간동안 처음 모임을 만들었던 구성원이 그대로 유지된 것이 아니라 사정 있는 구성원이 그만 두었어도 관심 있는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오면서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이 모임이 갖는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기회를 빌려 몇몇 모둠원들에게 우리 모임이 나에게 주는 즐거움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모든 모둠원들이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내용을 보니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고 어떤 한 사람의 이야기보다 더 의미 있을 것 같아 여기에 옮겨 보겠다.

첫째, 어린이책을 대하는 시선이 달라졌다. 이는 어린이책은 어린이만 보는 책이라는 편견이나 선입견이 없어졌다는 이야기이다. 때로는 어른들은 어른 책을 읽어야 멋있어 보인다는 생각을 했고, 지식을 축적하기 위해 마치 누구와 경쟁하듯 책을 읽었다. 하지만 이 모임을 통해 어린이책은 어른, 아이 모두를 위한 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모임에서 우리가 함께 보았던 그림책은 아이들의 눈뿐만 아니라 어른들 눈에도 아름답고, 재미있고, 멋지고 순수했다. 어린이책과의 만남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느꼈을 때의 그 충만한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둘째, 어린이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 삶이 위로받는다. 어린이책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되고 마치 내가 책 속의 주인공처럼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어린 나의 자아(책을 읽다보면 어른이 아니라 어린이인 나로 돌아가게 된다)가 책을 통해 위로 받고 밖으로 나와 그 상처가 치유되는 경험을 한다. 우리의 어린 시절, 과거와 현재뿐만 아니라 문화와 문화를 넘나들며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그런 가운데 힘내서 살아가게 하는 용기를 주는 것 또한 책읽기 모임의 묘미이다.

셋째, 책을 대하는 안목과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책읽기 모임을 하기 전에는 인터넷 서평이나 추천 목록을 보고 책을 샀다. 하지만 그 참고자료가 내 아이에게 그대로 적용해도 될 것인지가 미심쩍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에게 책을 사줄 때 마음이 편하다. 내가 먼저 그림책을 읽어보고, 작가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내가 아이에게 맞는 책을 직접 고르게 되었다. 이는 그간 책읽기 모임을 하면서 나름대로 좋은 책에 대한 안목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주말마다 아이와 함께 도서관 나들이를 하면서 읽고 싶은 책을 빌려오고, 그 책 중에 집에 두고 오래오래 같이 읽고 싶은 책은 사게 되니 무분별한 책 욕심도 자제하게 된다.

넷째, 책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소소한 일상(육아, 가족관계, 직장, 어린이집)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나누며 서로 공감하기도 하고, 조금은 다른 생각들을 접하면서는 다른 사람의 입장과 생각들을 나의 그것과 견주어보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우리에게는 이야깃거리가 된다. 책을 매개로 해서 펼쳐지는 수다의 힘은 일상사에 지친 우리의 마음을 울고 웃게 만들어 어느새 서로의 삶과 아픔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게 해 주니 서로에게 더할 나위 없는 위로와 격려가 된다.

다섯째, 책을 통해 삶의 지향점, 올바른 가치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우리 옛이야기를 통해 선한 도덕성이 왜 중요한지 생각해 보기도 하고, 다양한 어린이책을 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기도 하며, 나는 어떤 관점으로 아이들을 보고 있는지 돌아보기도 한다. 책 속에서 만나는 많은 이웃들의 삶처럼 나 혼자만 잘 사는 것이 아닌 함께 나누며 사는 삶, 우리가 지향하는 공동체적인 삶이란 어떤 것인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어땠으면 좋겠는지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책 읽어주기, 인형극, 연극 등 함께 나누는 활동도 지속
이 모임에서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훌륭한 점은 바로 모임의 성과물을 그저 우리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고자 애쓴다는 점이다. 그간 함께 읽은 책을 바탕으로 1년에 2번 정도 터전 행사 때(주로 들살이와 송년잔치) 조합원들이 마련한 인형극과 연극을 선보이고 있으며, 따로 짬을 내어 아이들에게 한 달에 2번 모둠원이 책 읽어주기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내가 속한 모임에서 빛그림을 빌려다 보여주거나 미리 짜 놓은 대본을 가져다 연습을 하곤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 선정에서부터 모든 준비를 이 모임에서 직접 진행한다. 아마들과 함께 밤늦도록 머리를 맞대어 연극대사를 짜고, 연극에 선보일 재료를 구하고, 소품을 만들고, 아빠들까지 섭외하여 멋들어진 공연을 펼쳐 최고의 찬사를 받았던 작년 송년잔치 때의 <장갑>은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되었다. 어설프지만 함께 애쓰고 준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느꼈던 즐거움과 공연 이후 아이들에게 받은 찬사가 책읽기 모임 내의 공연을 지속하게 만드는 원천이라 할 수 있겠다.

앞으로도 이 ‘행복한 책읽기 모임’이 오래오래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구성원들이 바뀌더라도 계속 명맥을 유지하면서 위에서 꼽은 다섯 가지 즐거움 이외에도 더 많은 즐거움을 주는 모임으로 재미난 어린이집 조합원들 사이에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또한 어린이책 환경을 바르게 가꾸기 위한 우리들의 노력이 지속되어 우리 아이들에게 책읽기가 경쟁의 도구가 아닌 삶의 재미와 의미를 찾아가는 길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어른들이 동심을 잃어버리지 말고 먼저 어린이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이들과 같이 어린이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모든 어른들이 어린이책에 한 발짝 다가가 어린이책의 재미와 책읽기의 즐거움을 만끽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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