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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부모 내 아이의 책터]담담히 아이의 취향을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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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9-05 21:19 조회 6,27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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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아이가 찾아온 걸 알게 되고 배가 점점 불러지던 어느 날 남편과 신촌에 있는 초방이란 어린이 책방에 갔다. 워낙 책보는 걸 좋아하던 지라 아이가 생기니까 당연한 듯 어린이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부러 찾아가 본 것이다. 작은 책방은 작은 의자와 테이블도 있고 조용히 책을 읽는 아이들과 엄마들도 있는 따뜻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프레드릭』(레오 리오니, 시공주니어)이라는 그림책을 한 권 샀다. 시인 프레드릭처럼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아이의 태명도 잠잠이(프레드릭이 처음 번역되었을 때 붙여진 이름)라 불렀다.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내 그림책 사랑도 깊어졌고, 어린이책에 대한 관심도 커져만 갔다. 그래서 어린이도서연구회 활동을 시작하였고 그 활동은 지금까지 어린이책시민연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내 딸아이는 지금도 『프레드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어떨 땐 책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아주 어릴 때부터 정말 책을 열심히 읽어주었다. 아이도 나처럼 책을 좋아하고 가까이 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엄청난 욕심을 가지고 말이다. 난 지금도 누구의 집에 가든 그 집의 서가를 먼저 살피는 사람이다. 이 집주인의 독서 취향은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걸 무척 즐기고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많으면 멋대로 그 사람을 좋게 생각하는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의 딸은 어릴 때부터 책보단 사람에게 더욱 많은 관심을 가졌다. 누구를 만나면 그 사람을 살펴보고 눈 마주보고 이야기해보고 꼭 놀아야 했다. 뛰어놀고 붙어 놀고 역할놀이하며 놀았다.

노는 걸 참 좋아하는 아이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불만이 많았다(사실, 지금도 그렇다). 아이가 글도 배우기 전에 아이에게 책 읽어주고 책과 관련된 놀이를 머리 싸매고 생각해내서 아이 친구들까지 모아놓고 해주었는데 책은 쏙 빼고 놀이에만 정신을 팔게 만들어 버린 것 같아 참 속상하기도 했다(하지만 아이에게 속상한 티는 많이 내지 않았다. 난 우아한 엄마도 되고 싶으니까).
그러다 어느 날은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



“넌 책을 읽는 게 좋으니?”
“응”
“근데 그렇게 열심히 책 읽는 것 같지 않은데?”
그러자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면 제법 진지하게 딸아이가 이야기한다.
“엄마 난 책 읽는 게 좋아. 하지만 노는 게 더 좋아. 그게 뭐 나쁜가?”
그렇구나. 넌 그렇구나. 난 뭔가 깨닫게 된 것도 같고 그렇지 않은 것도 같은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나와는 다른 인간으로 자라고 있는 아이를 말이다.

그래 넌 나와는 이름도 생김도 다른 사람으로 자라나고 살아가겠구나. 최소한 자기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것만도 참 좋다. 그걸 내게 꾸미지 않고 말해서 그것도 참 좋구나. 난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작은 서운함을 숨기고 말이다.
이제 고학년이 된 아이는 가끔 머리가 무겁다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으면 어릴 때 읽던 그림책을 빼든다. 그리고 말한다.

“엄마 그림책은 정말 너무 좋아. 나 그림책 더 사줘.”
그러면서 사고 싶은 그림책을 찾아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담아둔다.
자기의 취향을 가지게 된 아이의 책읽기를 난 많이 응원해주어야겠다. 그것이 잘 살게 되는 길일 거라고, 자기의 행복을 찾아가는 길일 거라고 믿으니까 말이다. 좋은 독자로 자라주기는 할 것 같아 마음이 놓이고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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