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방방곡곡 사서人 인터뷰] 김민성 충북 제천고 사서교사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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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과 앎의 도서관,
소멸되지 않는다
장미연 사서교사와의 만남
인터뷰·사진 최문희 편집장
사서선생님의 호시절은 일 인분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열렬히 조응 하는 이용자가 있어야 모두의 효능감 있는 추억이 쌓인다. 그리고 학교 도서관은 그 효능감으로 학생들이 자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김 민성 교사가 꾸리는 학교도서관은 그 책무를 다하는 곳. 각종 수업으 로 자기 증명을 해내는 고단함 가운데서도 양질의 장서와 구석구석 주 제에 맞춤한 이용자 참여 공간을 기획한다. 신규 교사라서 힘들기만 할 거란 착각, 남고는 아기자기한 행사를 안 좋아할 거란 편견은 잠시 접 어두자.“ 쌤 덕분에 행복한 추억 만들었어요!” 이따금 졸업한 제자들의 소식에 큰 보람을 느끼는, 앞으로도 그 소식을 쭉 받을 것 같은 김 교사의 학교도서관이 심상치 않게 다정하니까. 채 13만 명이 되지 않는 인구소멸도시 제천, 소멸될 수 없는 한 사서교사의 마음을 추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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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 헤딩하듯 업력 5년 차를 달리고 계시죠. 단 2명의 사서교사가 근무하는 제천에서 도서관을 다지는 일이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청주에 있는 오창중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사서교사가 없는 학교였어요. 이후 같은 청주에 있는 청주중앙여고에서 일하다가 제천으로 (일터를) 옮겼는데, 적응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고등학교는 야간 자율학습과 방과후 수업이 있을뿐더러 퇴근 후 선생님이랑 사적으로 대화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남고 문화, 제천 문화도 잘 몰라서 처음엔 다가가기 힘들었어요. 뿐더러 대다수 사서선생님이 청주나 충주·진천에 근무를 희망하는 편이라, 신규 교사들이 제천에 많이 발령받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제천에 있는 거의 모든 학교는 ‘허리(중간 경력자)’ 라인 교사가 없어요. 2, 3년 차 선생님이 대부분이라 그분들도 후배 챙기기가 녹록지 않고요. 교생실습할 때만 해도 동료 교사와 친밀하게 지내야 협력수업도 잘 이뤄진다고 배웠지만, 현실에선 관계 형성조차 쉽지 않았어요. 제천고에 왔을 땐 왠지 아기자기한 데 (관심 없어 보이는) 남자 학생들을 데리고 (어떤 독서행사를) 해야 하지, 싶었고요. 초반엔 보물찾기 같은 걸 온라인 독서게임으로 만들어서 학생들을 열심히 유인했던 것 같아요.
지역의 정보나 사정을 귀띔해 줄 만한 동료 사서샘을 찾기도 힘드셨을 텐데요.
제천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이 지역에 사서교사가 3명 근무 중이었는데, 제천여고에 계시는 사서선생님께서 전근 가시면서 초등 1명 중등 1명, 단 두 명의 사서교사가 제천에 남게 됐어요. 그 당시, 제천여고에 사서 선생님이 근무 중이셔서 교육용 메신저를 통해 냅다 도움을 구한 적 있어요. 교과서 업무를 맡을 상황이었는데, (난관을 헤칠 방법이) 막혀서 여쭤봤더니 친절하게 알려 주셨어요. 청주에서 일했던 경험 없이 제천에 왔더라면, 더 힘들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요. (편집자: 그 힘든 시절을 늠름하게 통과하셨네요.) 사실 물
어보면 해결되는 것들이 많은데, 질문하는 것 자체가 힘든 시절이었죠. (웃음) 현재 제천 내 사서교사 모임
은 없지만, 충북의 사서선생님들과 연구회 두 곳을 함께 꾸리면서 협력을 다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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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하시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중3 아이들과의 책톡 독서 모임1)을 손꼽으셨는데, 그때 청소년문학도 많이 읽으셨다고요. 어떤 성장의 기쁨을 맛보셨나요? 학생들이 청소년소설의 어떤 포인트에 감동하는지 알게 됐어요. 청소년소설 에 열광하는 마음은 남고에서도 유효하고요. 초임 시절, 중3 아이들 일곱 명 과 책톡 모임을 했는데, 독후토론에 대한 부담 없이 자유롭게 책 이야기 나 눴던 순간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그때 학생들이 좋아했던 청소년 문학을 학교를 옮긴 이후에도 사다 놓았고요. (편집자: 학생들이 열광하는 요 주의 청소년소설은요?) 이꽃님 작가의『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은 짜릿한 성공 경험(!)으로 남아 있어요. 화자가 행운이라는 점, 작가 필명이 독특하 다는 점에 열광했는데, 청소년들이 표지를 생각보다 자세히 본다는 걸 알았 어요. 표지에 그려진 오브제 하나하나 신중히 해석하는 걸 보며 (청소년 독자 의 이목을 사로잡는) 책표지의 중요성을 실감했죠. 그 뒤 “이 책 예쁘잖아.” 하고, 표지로 학생들을 유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웃음) |
1) 도서문화재단 씨앗에서 꾸리는 청소년 자율독서모임. 정식 명칭은‘ 책톡! 900 독서클럽’으로, 중고등학생과 교사가 한 팀이 되어 매달 1권씩, 5개월간 5권의 책을 선정하여 읽는 데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https://see-art.org에 접속하여‘ 책톡’을 검색하면 상세한 안내글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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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에서 교과연계 독서 학습공동체도 꾸리시고, 지역 국어교 사가 운영하는 ‘책교사 뒤끝’에 참여하고 계시죠. 교사들과 공 부하며 수업에 어떤 모양으로 녹여내고 계신가요? 오창중에선 자유학기제 수업을, 중앙여고 시절엔 수업량 유연화 융합교육2) 과 기초학력 보충 학생 대상으로 독서수업을 했어요. 제천고에선 교육학, 논 리학 중심 수업을 해 오다 최근엔 창체 진로시간에 독서수업을 하고 있어요. 사실, 제천고에 처음 왔을 땐 ‘교과연계 독서 학습공동체(이하 학습공동체)’ 모임을 안 하고 싶었어요. 첫 번째 학교 근무 당시, 학습공동체를 했는데 그 무렵 제가 25살이었거든요. 국어선생님께서 전근 가시면서 제가 운영을 맡 았는데, 나이 차이 한참 나는 (고경력) 선생님들만 빼곡히 앉아 계시니 막막 했어요. 이 학교로 옮긴 후 제안이 다시 왔고, 고민하다가 모임을 시작했어 요. (웃음) 제천고의 학습공동체에선 교사들과 모여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하 고 각자 읽어 온 뒤 한 달에 한 번씩 책 이야기를 해요. (편집자: 최근엔 어떤 책 |
을 읽으셨어요?) 저는 서로이음 서평단(초·중·고 사서교사로 이뤄진 서평집 제작 기획단)으로도 활동 중인데, 요즘 아이들이 『싯다르타』에 열광한다는 사실을 사서샘들과 얘기하다가 발견(!)했어요. 애들이 왜 『싯다르타』에 빠졌는지 우리도 한번 읽어 보자, 싶어서 모임 샘들과도 읽어 봤죠.
2) 정규 교과 수업 시수 일부를 학교가 자율적으로 조정하여 프로젝트, 탐구, 진로, 교과융합 활동을 운영하는 교육과정 제도.
청소년들이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에 열광하는 이유를 나름 분석하신다면요?
요즘 불교가 붐이잖아요. MZ세대들은 간섭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불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 포교 활동을 적극 하지 않아서 끌려 하는 것 같더라고요. (입시 경쟁과 좋은 성적 등 목표에 매몰되기보다는 집착을 내려놓는) 불교 특유의 교리와 신념이 요즘 감성이랑 잘 맞닿아 있기에, 이슈가 되는 것 같아요. 소설『 싯다르타』가 작년에 민음사에서 제일 잘 팔린 책이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청소년들도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제천 지역 국어교사가 이끄는 ‘책교사 뒤끝’에선 어떤 배움을 얻고 계시나요?
책교사 뒤끝은 저희 학교 국어선생님께서 초대하셔서 가기 시작한 연구 모임이에요. 회원이 아니던 시절, 오픈 연수에 간 적 있는데 엄청 재밌더라고요. 충북독서토론 모형(편집자 주: 충북교육청과 충북교육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비경쟁 독서토론 방식)도 이곳에서 알았는데, 모임에 합류하면서 정보를 많이 얻었어요. 저는 현

재 금요일마다 고1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리더십이라는 방과후 수업을 꾸리는데, 책교사 뒤끝에서 배운 비경쟁 독서토론을 수업에 적용하고 있어요. 작년까진 아이들이 편한 게 먼저다 싶어 자유롭게 말하는 방식을 고수했는데, 이야기가 산으로 갈 때가 생기더라고요. 질문 만드는 법부터 대화하는 방법까지 알려 주더라도 질문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생길 수 있고요. 마침 책교사 뒤끝에서 배운 질문법을 적용해 보니, 독서토론 전 가이드라인이 명확해져서 질의응답이 순조로워졌어요.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를 활용해서 토론 질문을 만들어서 제시하면, 학생들도 주제의 뼈대를 잡아 다음 질문을 곧잘 만들어요.
올초, 제천시립도서관은 제천 지역의 도서관 이용률이 전년 대비 36.1%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도서관 건립에 따른 이용자 급증이 이유일 텐데, 독서복지시설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반증으로도 느껴져요. 우리 지역에 어떤 것들이 더 필요하다고 진단하시나요?
청주에서 일할 때만 해도 학교도서관에 학생이 원하는 책이 대출 중이면, 근처 공공도서관에 있다고 안내를 해주곤 했어요. 제천에서 그렇게 해 보려고 하니, 찾는 책이 너무 없더라고요. 장서가 부족해요.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서, 예산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서, 일하는 인력들이 수서를 충분히 안 해서 등 원인은 다양할 수 있겠죠. 그러나 도서관 대여섯 곳, 교육도서관까지 검색해 봐도 찾는 책이 안 보일 땐 답답해요. 학생들은 오죽할까 싶더라고요. 지역 독서 생태계가 잘 유지되려면, 지역을 이루는 주민과 교사들이 독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봐요. 그 전에 학교도서관과 지역 시립도서관이 연계해서 공간을 대여해 주는 서비스

보다 ‘장서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하고요. 교육도서관이나 시립도서관에서 교사와 학생 대상으로 공간을 빌려주거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장서를 갖추는 노력이 더 절실해요. 주민과 학생을 위한 장서를 고루 갖췄을 때야, 도서관 프로그램도 좀더 조화롭게 운영될 수 있을 테니까요.
어린이·청소년 전용 도서관 ‘제3의 시간’으로 견학도 가셨죠. 감도 높은 주제 전문 도서관 운영에도 관심 많으신 바, 우리 학교도서관에 잘 녹여내고 싶은 관심 키워드는요?
2022년, 처음 제3의 시간에 갔을 때 도서관이 9~19세 학생들 연령에 특화될 수 있다는 점에 감탄했어요. 읽으라는 강요 없이 청소년들의 쉼을 위한 공간으로 도서관이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접했어요. 이후, 수업하는 곳인 동시에 학생들이 잘 쉬었다 가는 학교도서관에 관한 바람이 커졌어요. 주제 특화 도서관을 꾸준히 탐방하면서, 아늑한 책방을 닮은 학교도서관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도 깊어졌고요. 현재 학교도서관에 여러 주제 공간을 아기자기하게 꾸리고 있는데요. 독립책방처럼 스티커를 붙이는 참여 공간, 필사한 문장을 붙여놓은 공간, 책을 추천받는 공간과 책 읽는 구역 등으로 나눴어요. 그렇게 서로 어우러지면서도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도란도란 함께 공간을 잘 누리는 학교도서관을 만들어 가고 싶어요.
우리 지역 학생들이 도서관을 통해 어떤 문화적 혜택을 좀더 누렸으면 하시나요?
최근엔 연구회 선생님들과 의정부음악도서관과 의정부미술도서관에 다녀왔어요. 당시, 이십 대 청년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도서관 (서비스를 효능감 있게) 누리는 모습을 보고, 그곳이 (이용자의 마음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게 하는) ‘감도’ 높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지역에선 이렇듯 아이들이 높은 도서관 복지 혜택을 당연하게 누리고 자라는데, 우리 지역 학생들은 자그마한 학교도서관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사는 현실이 극명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우리 지역에 그런 특화도서관을 마련하는 게 당장 어렵다면, 제가 꾸리는 학교도서관에서만이라도 아이들을 위해 (도서관 특유의) 감도를 올려 보자, 하는 마음을 꾸준히 먹고 있어요.
제자가 선생님과 같은 길을 걷고, 제천에서 출근하게 된다면 어떤 아이템이 필요할까요? 훗날, 후배에게 챙기라고 당부하고 싶은 장비 3가지를 알려 주세요.
사서교사 1년 차라면, 일단 튼튼한 두 다리가 있어야 합니다. (웃음) 신규 때는 여기저기 물어보러 뛰어다닐 일이 많거든요. 두 번째, 보호대가 있어야 해요! 저도 1년 차 땐 손목 보호대, 허리 보호대를 모조리 챙겨 다녔어요. 마지막으론… 웃어넘길 수 있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학교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얘들에게 “선생님, 하루 종일 안 심심해요?” 하는 말을 줄곧 들었어요. 같은 시기에 발령받은 한 선생님께선 저보고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드디어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나타났네’ 생각하면서 차분하게

답했어요. “선생님, 저는 괜찮은데, 다른 데 가셔서 그런 얘기 하지 마세요.” 상대는 그렇게 기분 나쁜 얘긴가, 갸우뚱했는데 제가 열심히 하면 (함부로 내뱉는) 그 말들이 쏙 들어가더라고요.
일하며 어떤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아요? 사서샘을 춤추게 하는 칭찬의 말이 궁금해요.
선생님 예뻐요, 하는 말이 기분 좋고요. (웃음) 가장 기쁜 순간은 학생이 정보 서비스를 자세하게 요청해 올 때예요. 도서관에 온 학생이 “정치학 책 어딨어요?” 하고 묻는 것보다, “선생님, 저 통합사회 수행평가 때 쓸 건데, 두 권 중에서 뭐가 더 괜찮아요?” 하고 물으면 기분이 더 좋아요. 사서교사로서 제가 잘 쓰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학생이 교실로 돌아간 다음에도 뿌듯한 느낌이 들고요. 그렇게 학생들의 삶과 공부에 깊숙이 도움 되는 일을 해냈을 때 기분이 좋아요. 나란히 고민하고, 답을 건넬 수 있는 순간이 기다려질 만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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