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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멈추지 않는 도서관은 꿈꾸는 사서교사의 총총걸음으로부터 중앙여고 서경은 사서교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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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6-08 14:38 조회 10,85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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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보낸 30년
예주영 중앙여고를 꼭 찾아오고 싶었는데 이 기회에 오게 되었네요.
서경은 추운 날씨에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예주영 선생님은 사서교사 생활을 몇 년 하셨어요?
서경은 저는 1983년도에 부임을 했어요. 한 29년 정도 됐네요. 제가 처음 학교에 왔을 때 전임 선생님이 꼭 5년은 근무를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학교도서관은 그 정도 근무해야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으니까 1, 2년 하고 그만두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하시더라고요. 그 당시 중앙여고에서는 사서교사를 뽑을 때 결혼하고 아이 둘을 낳은 여성을 뽑았어요. 그렇지 않으면 금방 그만둔다는 거였죠. 학교에서는 졸업생 중에서 적임자를 찾았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대학 졸업하기 석 달 전부터 서울 이문동에 있는 한국외대 도서관에서 일했어요. 외대 도서관에서 1년 정도 일하면서 결혼을 했는데 그때만 해도 결혼을 하면 그만두어야 하는 불문율 같은 것이 있었어요.

김은정 여자는 다 그만두어야 했어요?
서경은 예, 그랬어요. 그런데 노조가 결성되면서 바뀌었죠. 노조는 노조원 수가 많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여성들도 가입을 하게 된 것인데 여성들이 가입하면서 조건을 제시한 거예요. 결혼을 해도 그만두게 하는 일이 없도록 말이에요. 하여간 저는 결혼하면서 그만뒀어요.

예주영 그러면 어떻게 다시 일하시게 된 거예요?
서경은 결혼하니까 집안일이 아주 많은 거예요. 돈도 많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 보다가 다시 직업을 갖기로 했죠. 그래서 알아보다가 추계예술대 도서관에 자리가 있어서 일용직으로 일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생겨서 그만뒀죠. 그 이후에 중앙여고에 자리가 났는데, 추계예대에서 저를 추천했던 거예요. 중앙여고와 추계예대는 같은 재단이거든요. 그때 제 둘째 아이가 7개월밖에 안 돼서 다른 친구들을 소개해 주려고 했는데 친구들이 모두 거절했어요. 그런데 그 당시 제게 후임 추천을 의뢰하셨던 중앙여고 사서교사께서 “왜 당신은 안 되느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에게 물어봤더니 해 보고 싶으면 하라고 하더라고요. 또 저희 친정어머니께서는 제가 나가서 일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을 해 주셨고요. 그런데 시댁에서는 아이도 어린데 어떻게하려고 하느냐면서 반대를 하셨죠. 그렇지만 결국 시댁으로 들어가 사는 것을 조건으로 중앙여고에서 사서교사로 일하게 되었어요.

김은정 사서교사 초기에 생활은 어떠셨나요?
서경은 처음 도서관에 들어갔을 때가 80년대니까 군사정권 시절이잖아요. 그때는 책을 읽지 못하게 했어요. 학생이 책을 빌려 가면 다음날 담임선생님이 저에게 돌려주셨어요. 학생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책을 읽는다고 말이죠. 그때 자료 구입비가 1년에 50만 원 정도밖에 안 되었어요. 그때 저는 중앙여고와 추계예대 두 군데에서 근무를 했어요. 책 살 것도 없으니까 책 정리할 것도 없고 아이들도 거의 없고 해서 근무를 두 곳에서 하게 된 거지요. 그러다 1997년에 추계예대가 4년제로 바뀌었어요. 그래서 그때 제가 사서를 한 명 뽑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더니, 저 보고 남으라는 거예요. 중앙여고에서는 선생님이고 추계예대에서는 직원인 것인데, 저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중앙여고에서만 근무하기로 했죠. 그랬더니 교장 선생님께서 부르시더라고요. 제가 국어국문학을 부전공했는데 그 이력서를 보시고 수업을 조금 하면 어떻겠냐고 하셨어요. 그 당시 교감 선생님께서도 국어과였는데 중학교 2학년 교과서를 주시면서 중학교 수업을 해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중학교 2학년 수업을 하게 되었어요.
예주영 선생님은 고등학교 소속인데 중학교 수업을 하시게 된 게 신기하네요.
서경은 사립학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예주영 수업이 쉽지만은 않으셨을 텐데 어떻게 하셨어요?
서경은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사서교사가 수업을 하면 잘한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사서교사로서의 자존심이었죠. 그래서 2월 봄방학에 미리 장서점검을 다 마치고 집에서 수업을 하기 위한 준비를 했는데 한 달 치 정도를 녹음했어요. 수업자료를 다 섭렵한 다음 수정할 것 수정하면서 준비를 했어요. 교과교사보다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수업을 6개월만 하기로 했는데 계속하게 되었어요. 어느 날 장학사가 와서 수업 참관을 하는데 제 수업만 보는 거예요. 거기에 제가 도서관 활용수업을 하면 그 수업도 계속 보셨어요. 그리고 제 수업을 강평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신문 같은 자료를 많이 활용했는데 아마도 자료를 활용한 수업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그게 신선하게 느껴진 것 같아요. 그 이후에 교장 선생님께 주지과목은 교과교사가 맡는 게 좋겠다고 얘기해서 수업이 바뀌긴 했는데, 중학교 수업도 하고 고등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이라든지, 독서 수업, 특별활동 지도도 하고, 도서관도 관리했죠. 지금은 창의적 체험활동만 하고 있어요.

도서관, 지키기보다 이끌기
예주영 일주일에 협력수업은 몇 시간 정도 하시나요?
서경은 도서관에서는 15시간 정도 해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협력수업이라기보다는 도서관 활용수업 정도라고 생각해요.
예주영 교과교사와 같이 하시는 수업은요?
서경은 저희 학교는 저하고 협력하기보다는 제가 도서관 수업을 하고요, 요청이 있을 경우에 선생님들이 자료를 선정하고 구입하는 것을 도와드려요. 이것을 협력수업이라고 말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거예요. 예를 들면 국어과에서 가사 문학 관련 수업을 한다고 하면 가사 문학 관련 자료를 쭉 찾아 별치하고 관련 자료 목록도 교과 선생님에게 전달하지요.

김은정 수업도 하시고, 도서관도 관리하시고 많이 바쁘셨을 것 같아요.
서경은 저는 정시에 퇴근해 본 적이 거의 없어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다른 교과교사들은 수업이 빽빽해서 여유가 없는 반면, 사서교사는 그래도 조금은 여유가 있잖아요. 그리고 별실에 있으니까 다른 선생님의 관심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조금은 마음이 편하잖아요. 그런 좋은 점들이 있기 때문에 저는 어느 정도 감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희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약속한 시간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꼭 도서관 문이 열려 있어야 하고, 일처리를 하는데 있어서도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때그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지난해 8월에 유방암 수술을 받았어요. 그래서 수술을 받고 휴직도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제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해서 계속 학교에 나오고 있어요.
예주영 선생님 몸이 그렇게 안 좋아지신지 몰랐어요. 그러면 쉬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서경은 쉬고 있어요.



김은정 전혀 쉬고 계시지 않은 것 같은데요.
서경은 조심하고 있고, 치료를 계속 받고 있어요. 얼마 전 방학 때 구의원이 도서관에 오셔서 제게 쉬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는데, 제가 지역개방 하는데 정산 보고도 하고, 신청할 것도 많은데 이걸 누가 대신할 사람이 없다고 했죠. 그 분들에게 이런 일은 저밖에 할 수 없는 일이 된 거예요. 어떤 사람들은 학교도서관 일은 바코드만 찍으면 되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는데, 저는 구의원이나 시의원에게 도서관 업무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대체 인력이 없다는 것을 알리려고 하죠. 저는 항상 학교 관리자나 동료 교사 그리고 외부인들 즉 학부모, 지역주민, 구・시의원들에게 저희 도서관 상황을 알리려고 해요. 왜냐하면 그 분들에게 학교도서관의 현실을 이해시켜야 하니까요. 저는 나이를 어느 정도 먹고 그런 분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기도 해서 꾸준히 그런 이야기를 해요. 그리고 계속 저희 도서관에 오시라고 해요. 마찬가지로 학교 내에서도 선생님들에게 자꾸 오시라고 해요. 많은 분들이 도서관을 찾을 수 있게 코팅기를 사서 놓는다든지, 아이들의 독서경향을 알려줘 생활기록부 기록에 도움을 준다든지, 제가 수업을 하기도 하고, 그렇게 선생님들을 배려하면서 친해지기도 하고, 도서관과 사서교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고 해요. 개인적인 친분이 쌓이게 되면 저도 그분들께 큰 도움을 받기도 하죠.

예주영 도서관 운영하시면서 시의원들에게는 어떻게 연락을 취하세요?
서경은 그냥, 제가 연하장을 보내요. 연초가 되면 준비해서 한 장씩 보내요.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지역의 일을 맡아서 하는 정치인들은 지역의 이런저런 정보가 필요하고 저희처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그분들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로 소통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일들도 도서관이나 사서 교사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해요. 사소한 일이지만 도서관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도서관과 사서교사의 필요성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말하는 거나 다름이 없는 거죠.

지역 사회와 소통을 튼 도서관
김은정 중앙여고는 도서관 지역 사회 개방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요?
서경은 2006년에 세계도서관정보대회(WLIC)를 할 때 외국인들이 방문할 텐데 너무 공간도 작고 열악한 거예요. 그런데 그때 도서관 지역 사회 개방을 하면 지원금을 준다는 이야기를 교육청 사무관님께 듣고, 저희 학교도서관도 지역 사회에 개방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원금을 받고 도서관 입구를 리모델링하고 공간을 확장했어요. 물론 지원을 받기 위해서만 시작한 건 아니고요, 지역 사회 개방은 공공도서관이 해야 할 역할을 대신 하는 건데 이를 통해 지역 주민이 와서 도서관 시설을 이용하면 학교도서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기로 했죠. 또, 학교도서관에는 전문 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실 거라고 믿었던 거죠. 아마 점진적으로 되겠지요. 학교도서관에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결국 위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들, 지역 주민들이 말이죠. 그래서 저는 지역 사회에 도서관을 개방하는 것에 대해 힘은 들지만 어느 정도는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예주영 지역 주민에게 도서관을 개방하려면 일 년에 예산을 얼마나 편성해야 하나요?
서경은 3천만 원 정도요.
예주영 2명을 채용하는 데 쓰시는 건가요?
서경은 아니요. 1명인데요, 거의 다 인건비로 사용해요. 저희 학교도서관은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같이 사용하고 있어요. 저는 고등학교 소속인 사서교사로 일하고 있고, 중학교 전담인력은 교육청 지원으로 1명이 함께 일하고 있어요. 그리고 지역개방을 위한 전담인력을 1명 더 채용하는데 올해는 예산 사정으로 전문직인 사서를 채용하지 못했어요. 지역개방 전담인력은 토요일하고 일요일 포함해서 주 5일을 근무해요.

예주영 그럼 그분은 몇 시간씩 일하시는 건가요?
서경은 시간은 주 40시간이어서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예요. 점심시간 한 시간은 근무 시간에 포함되지 않아요. 올해부터 전면 주 5일제 시행으로 토요일도 도서관 개방을 하라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이 문제가 해결된 거지요.
김은정 학부모 독서교실, 청소년 독서교실 등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 사회 프로그램들을 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요, 하시면서 어려운 점들은 없나요?
서경은 제가 늘 참석해야 하는데 수업, 자료 정리나 서류 작업 등 다른 일 때문에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것이 힘들어요.
김은정 프로그램은 선생님께서 다 기획을 하시는 거예요?
서경은 예, 제가 했어요. 2006년부터 해서 노하우가 좀 생겼어요.

김은정 학부모들 하고 프로그램을 같이 하다보면, 학부모들이 저보다 나이가 더 많으신데 사적인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어렵더라고요. 선생님께서는 어떠세요?
서경은 저는 도서관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도서관 프로그램을 같이 하실 정도면 보통 학교운영위원회에 소속된 경우가 많거든요.
김은정 외부에서 하는 활동도 많이 하시겠네요? 서경은 예, 맞아요. 주로 주부님들이니까요. 밖으로 나가는 것이 좋지요. 예산은지원금 중 프로그램 운영비를 사용해요.
김은정 책을 살 돈이 줄어드는 건 아닌가요?
서경은 뭐, 책 많이 사면 일거리만 많이 늘어나죠! 그게 아니고 저희 도서실은 중학교, 고등학교가 함께 이용하는 곳이라 중・고에서 예산을 받을 수 있어 자료구입비에서는 어느 정도 숨통이 트여 있거든요.

모든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가 배치되길
예주영 선생님은 일과가 어떻게 되세요? 몇 시에 일어나서 몇 시에 나오시고 하는 구체적인 것을 알고 싶어요.
서경은 저는 6시에 일어나서 7시쯤 나와요. 일산에 살아서 학교에 오면 8시쯤 돼요. 그러면 직원 조회 참석하고요. 중학교, 고등학교 조회가 2번씩 있어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희 도서관은 중, 고가 함께 이용하는 곳이므로 중학교 직원조회도 주 1회는 참석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니 조회를 주 3회 정도 참석해요. 다른 학교는 조회가 많다고 줄여서 한다고 하는데, 저는 직원 조회를 자주 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특히 우리 같이 별실에 있는 사람들은요.

예주영 선생님은 지금 원로 교사에 속하시나요?
서경은 저는 올해부터 원로 교사에 속하는 것 같아요. 55세 이상이 원로 교사죠. 그런데 그게 뭐 특별한게 있나요. 별 생각이 없어요.
예주영 선생님은 만약에 다시 태어나신다면 그때도 도서관에 계실 거예요?
서경은 모르죠. 다시 태어났을 때 학교도서관이 좀 좋아졌으면 몰라도 지금과 똑같다면 생각 좀 해 봐야겠는데요.
참석자 (웃음)
김은정 그럼 선생님, 언젠가 정년퇴임을 하실 거잖아요. 정년퇴임을 하시고 난 뒤에 하고 싶으신 일이나 또 다른 꿈이 있나요?



서경은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잖아요. 전국에 있는 모든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가 1명씩 배치되는 게 소망이에요. 아마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희 도서관에 대해 말씀드리면 한 층을 도서관으로 만들고, 들어오는 곳은 에스컬레이터로 하는 거예요. 몸이 불편하신 분들도 편하게 오실 수 있게요. 그리고 사서교사가 2명, 더 나아가 행정직 1명이 더해져서 3명이 근무하는 거예요. 예주영 그러면 3명이 맡을 경우, 업무 분장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서경은 업무 분장표를 다 만들었어요. 자료 정리, 입력, 분류 등을 표로 만들어서 놓는 거지요. 그러면 훨씬 명확해져요. 중구난방으로 하면 일하는 사람도 기분이 좋지 않잖아요.

예주영 지금까지 선생님 말씀 들으면서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김은정 저도요,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경은 고생들 하셨습니다. 이렇게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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