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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독자가만난저자] 소설가 김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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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7 14:48 조회 10,47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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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작가다움, 작가로서의 삶
유준석 작가가 되신 결정적인 계기가 있나요?
김해원 솔직하게 얘기해도 되죠? (웃음) 제가 글 쓰는 직업을 계속 했어요. 회사 사보와 광고 만드는 일을 10년쯤 했거든요. 그러다가 아이를 키워야 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는데, 그동안 해온 일이 글 쓰는 일이라 쉽게 하게 됐어요.
최효진 보통 작가라고 하면 주변을 둘러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면서 영감을 많이 얻잖아요. 혹시 영감을 기록해 놓는 노트 같은 걸 따로 갖고 있으세요?

김해원 그렇죠. 제가 노트를 매우 좋아해요. 문방구 가서 노트 사는 게 제 취미 생활 중에 하나인데. (웃음) 노트를 여러 개 만들어 놓고, 책을 보거나 뭘 보다가 모르는 단어나 새로운 단어가 나오면 그것만 계속 적어놓는 노트가 있고요, 또 소재가 생각이 날 때, 대개 엉뚱한 내용이기도 한데 뭐든 생각이 나면 간단하게 기록해 놓는 노트가 있어요. 또 자료 조사를 하는 노트도 있어요. 그리고 해마다 계획을 세워요,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웃음) 올해는 어떻게 나의 글쓰기를 공부해야 될까, 하고요. 올해 제가 하는 작업 중에 하나가 좋은 소설이나 시를 읽었을 때 베껴 쓰기도 하고, 제 버전으로 전혀 다르게 새로 쓰기도 해요.

최효진 주제나 소재를 구상하기 위해서 영화를 감상하신다거나 문화생활을 즐기시는 편이세요?
김해원 글을 쓰기 위해서 일부러 뭐를 해야겠다, 그런 건 없어요. 평소에 제가 투자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 중에 하나는 사회를 보는 눈이 녹슬지 않게 하는 거예요. 가장 반성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인데요, 제가 방안에 앉아서 글을 쓴 지 한 10년쯤 됐거든요. 책상 앞에만 앉아 있다 보니까 사회와 자꾸 괴리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가 아는 사람은 작가와 가족뿐이고, 일부러 취재를 나가야 알 수 있는, 내 생활이 아닌,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소홀했던 것 같아서 최근에 많이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영화나 텔레비전은 너무 편하게 볼 수 있는 거잖아요. 또 나한테 오기까지는 여러 번 걸러서 오는 거니까 그것만을 보고는 그 안에 들어있는 사람들이나 사회를 알 수는 없죠. 그래서 그런 걸 보고 소재를 발견하거나 쓰진 않아요. 지금 구상하고 있는 이야기를 쓰고 나면, 좀 더 사회 안으로 들어가려는 노력을 해보려고요.

유준석 책을 쓰려면 어휘력이 높아야 한다고 하는데, 책을 종류별로 많이 읽으시는지, 아니면 좋아하는 작가 위주로 읽으시는지 궁금해요.
김해원 그냥 되는대로 읽는 편인데, 작가 같은 경우에는 한 작가를 집중해서 많이 봐요. 제가 한 작가의 작품을 읽고 훌륭하다고 생각하면 그 작가의 작품을 모조리 찾아서 보는 거죠.
유준석 그럼 지루하고 재미가 없는 경우에는요?
김해원 그럼 안 읽어요. (모두 웃음) 제가 인내력이 많지 않아서 읽다가 재미없으면 그냥 접어 둬요. 읽고 싶을 때 다시 읽거나 그냥 안 읽거나. 소설도 그렇게 보고요, 또 재미있고 관심이 있는 부분의 책들도 찾아서 보고.
김연지 글을 쓰실 때, 잘 안 써지는 날도 있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시는지 궁금해요.
김해원 날마다 안 써지죠. 날마다. (웃음)

유준석 그럼 잘 써지는 날에 다 쓰시는 거예요?
김해원 그냥 조금씩 써요. 물론 잘 써지는 날도 있는데요, 제가 글쓰기를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제가 즐겨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생활의 달인>인데, 거기 보면 30년쯤 되신 분들이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가지고 일을 정말 능숙하게 해내시잖아요. 근데 제가 이 일을 시작한지 10년쯤 됐다고 하면, 딱 책상에 앉아서 글을 척척 써내야 되는 게 아닌가 싶은데, 그게 안 되는 거예요. 컴퓨터 앞에 앉으면 마치 어제 글을 배운 사람처럼 너무 막막해요. 늘 그래요. 근데, 그 막막함을 넘어서는 순간 어느 때는 아주 잘 써질 때가 있죠. 그럴 땐 나는 천재인가 보다 하면서 감탄하기도 하는데, (웃음) 그런 때는 정말 많지 않아요. 대부분은 내가 이 직업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 좌절할 때가 많죠. 그래서 이 직업이 좋아요. 어느 날은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겠다며 희망에 불타오르고, 어느 날은 좌절하고. 계속 열정에 차 있으면 버티기 어렵잖아요. 또 계속 좌절해 있으면 어디선가 뛰어 내릴지도 모르구요. 그런데 작가라는 직업은 희망과 좌절을 반복하면서 그런 가운데 즐거움
이 있어요.



모든 사람들의 끝없는 이야기를 담다
최효진 『열일곱 살의 털』의 내용이 현재하고는 좀 거리가 있는데, 이 작품이 지금 현재 학교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세요?
김해원 이 책은 2005년쯤을 배경으로 잡은 건데, 두발규제에 학생들이 많이 관심을 가질 때의 상황이에요. 지금은 경기도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고 있고, 전체적으로 두발규정도 많이 완화되었지만요. 책 속에서의 사건들, 1인 시위나 선생님이 머리에 라이터를 갖다 댄다거나 하는 건 실제 있는 사건을 빌려다 썼어요. 제가 이 책을 쓸 때 허무맹랑하거나 너무 과장되게 쓴다면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큰 영향이 있기 때문에 되도록 사실을 가져다 쓰려고 노력했는데,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실제로 봤고요.

또 1인 시위 같은 경우에도, 이런 학생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인물을 만들어 냈는데, 찾아보니까 실제로 그런 학생이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이 책이 나왔을 때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많은 학교에서 자기 학교의 상황과 매우 비슷하다고 했었어요. 또 학부모님들은 이 책을 읽으시고는 옛날 학창 시절의 상황을 어쩜 이렇게 잘 썼냐고 공감하시는 분들도 있으셨고요. (웃음)

유준석 『열일곱 살의 털』의 후기에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와 관련한 사연 같은 게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김해원 제가 삼남매 중에 큰 딸인데, 엄마가 몸이 좀 약하셔서, 네 살 때부터 일곱 살까지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키워 주셨거든요. 그 이후에도 중학교 때까지는 방학 때에 늘 할머니 댁에 가서 살았어요. 제 성장기의 많은 시간을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보낸 거죠. 제가 살면서 알아야 될 지식들도 두 분께 배웠고, 글쓰기도 아마 두 분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 할머니께서 살아오신 인생사를 날마다 들려주셨거든요. 속으로는 ‘이거 한 번 더 들으면 백 번인데.’ 이러면서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때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게 글 쓰는 동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글이라는 게 결국 이야기이니까, 그때 영향이 저를 만들어준 것 같아요. 두 분이 다 돌아가셨는데, 지금도 저는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요. 무슨 일이 있을 때에도 ‘우리 할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하는 생각이. 그래서 첫 장편 소설을 두 분께 바친 거였어요.
최효진 이야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작가 후기에서 “모든 사람들의 끝없는 이야기를 내 글에 담으리라.”라고 쓰셨는데, 많은 사람들의 끝없는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듣고 그걸 어떻게 엮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김해원 아… 제가 그런 이야기를 썼군요. 그때는 용기백배하여 그런 욕심을 부렸네요. (웃음) 저는 글이라는 게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봐요. 제 책 속에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 인물은 제가 창조해낸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 한 인물이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 혹은 제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만들어진 거거든요.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제가 이야기를 만들어낸 건데, 제 방식은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열일곱 살의 털』에는 일호라는 학생이 등장하는데, 일호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많은 학생들을 만났고, 실은 그 중에 열 명쯤 되는 남학생들의 집합이거든요. 거기에 나오는 일호의 할아버지도 제가 수많은 이발사들을 만나서 취재하는 과정에서 탄생이 된 거예요. 앞으로도 저는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을 통해서 인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야기를 할 거예요. 직접적으로 싣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제 등장인물이 숨 쉬는 곳곳에 그들의 숨소리가 들어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배영태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나 MBC 창작동화대상작도 그렇고, 처음에는 아동 문학 쪽을 구축을 하셨는데, 최근에 발간하신 『열일곱 살의 털』을 포함해서 『가족입니까』를 보면 청소년 문학을 하셨잖아요. 아동 문학 쪽에서 청소년 문학 쪽으로의 전개가, 아까 말씀하신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큰 범주에서 이동해 가시게 된 건지, 아니면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 건지요?

김해원 사실은 동화 쓰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동화가 다른 장르보다 좀 어려운 게 독자층이 딱 정해져 있잖아요. 소설을 쓰면서는 이건 이십대를 위해서 써야겠다고 생각하지, 스물네 살을 위해 써야지 그러진 않잖아요. 그런데, 동화는 특성상 어린이와 소통을 해야 된다는 틀이 딱 있어서 그게 굉장히 어려웠어요. 두 작품을 쓰고 나니 제가 아이들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확 드는 거예요. 내가 모르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자꾸 가르치는 어른의 목소리밖에 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과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뭣 모르고 동화를 쓰기 시작한 후에 이건 잘못 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 단발령 채두관 이야기, 두발 문제에 관한 『열일곱 살의 털』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걸 동화로 풀어내기는 좀 어려울 것 같아서 청소년 쪽으로 가게 된 건데… 세상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게 저의 최종 목표이긴 해요. 언젠가 글을 아주 잘 쓰게 되면 동화를 쓰고 싶고, 동화로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읽히는 게 제 꿈이에요.



호기심으로 시작한 글, 다단한 만남으로 이어가
김연지 작품을 쓰실 때, 주제를 어떻게 잡고 접근하세요?
김해원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면 『열일곱 살의 털』의 경우, 조선시대에 단발령이 내렸을 때 국가에서 채두관이라는 직업을 두거든요. 지금 같으면 말단 공무원이죠. 사람들이 하도 머리를 안 자르니까 가위 하나 들고 저자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머리를 자르는 채두관을 두는데, 그걸 보면서 문득 채두관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 책의 시작은 그 호기심에서부터였어요. 깎는 사람과 깎이는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자료를 보다 보니까 유교 문화가 500년 동안 물들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양반들의 반발이 매우 심해서, 심지어 채두관이 아들의 머리를 자르는 동안에 안방마님이 안방에서 자살을 한 사례도 있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채두관의 심정은 어땠을까 궁금했던 게 여기까지 오게 한 거예요. 대개 저 같은 경우에는 무언가를 보면서 호기심을 가지면서 시작이 돼요.

김연지 인물들 설정할 때, 이 인물을 해야지 딱 정해놓고 쓰시는지, 쓰면서 만들어 가시는지요?
김해원 일단 저는 자료를 찾고 이야기를 대강 만들면, 그 다음엔 바로 인물에 들어가요. 인물 같은 경우는 제가 가장 공들여 하는 작업 중에 하나인데, 일호가 송씨 일가잖아요, 이 책에 송씨 3대가 나오는데, 이런 경우에 송씨 가문의 족보를 찾아서 항렬을 다 따져서 이름을 짓고요, 그 다음에 인물들을 하나하나 모두, 할아버지 같은 경우에도 어디에서 태어났고, 어떻게 이발사가 되었으며, 몇 년도에 무엇을 했는지 이력서를 다 만들어 놔요. 이렇게 이력서를 만드는 게 제가 가장 공을 들이는 작업이에요. 그렇게 인물들을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이야기를 보강해요. 스토리가 완벽하게 잡히는 건 쓰는 과정에서 인물들을 맞춰가면서 좀 더 다져지는 거죠.

최효진 인물들을 먼저 계획하신다고 했는데, 인물들을 쓰고 나서 글을 쓰다 보면 인물들이 원래 계획했던 대로 안 될 때가 있잖아요.
김해원 그렇죠. 어떤 인물은 공들여 만들어 놨는데, 폐기되는 경우도 있어요. (웃음) 『열일곱 살의 털』에 보면 만두집에 딸도 꼼꼼하게 만들어 놨었는데, 제가 첫 작품이었기 때문에 제 능력으로 그 인물들을 다 끌고 갈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런 경우에는 인물을 버리기도 해요. 이야기를 쓰면서 이런 인물은 있으면 좋겠다 하는 경우도 있는데, 문재현이라는 학생 같은 경우가 그렇거든요. 이야기를 쓰는 과정 중에 만들어낸 거예요. 또, 글을 쓰는 중간에 인물들의 이력서를 고치기도 해요.

김연지 그럼 반대로 이야기를 쓰다가 반대로 영감을 얻는 경우도 있어요?
김해원 네, 있어요. 이야기를 어느 정도까지 쓰다보면 이야기가 저절로 가는 경향이 있어요. 처음에 스토리를 딱 만들어 놨는데, 어느 정도 쓰다 보면 제가 처음에 만들어 놓은 스토리대로 가지 않고 인물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는 내용이 되는 거예요. 『열일곱 살의 털』의 마지막 내용도 생각지 못했는데 이렇게 된 거거든요. 그런 경우가 있어요. 이게 작가의 한계인데요, 작가가 뛰어나면 그걸 확 잡아서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는데, 작가가 부족할 때에는 이걸 수정할 수가 없는 거예요.

최효진 내용을 아예 갈아엎는 걸 말씀하시는 거예요?
김해원 작가들마다 쓰는 방식이 다르긴 한데, 저는 본래 내용을 갈지는 않아요. 저는 처음부터 좀 꼼꼼하게 보는 편이에요. 다시 돌아가서 방향을 바꾼다는 건 너무 힘든 작업이거든요. 처음에 1장을 써 놓으면, 그걸 삼사백 번은 읽어요. 앞에 한 장을 써놓고는 두 장 쓸 때에 다시 앞장을 또 읽어요. 좀 느리게 진행이 되도 갈아엎진 않아요.

유준석 글을 쓰실 때, 처음부터 이렇게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인터뷰를 가시는 건가요?
김해원 그 과정을 같이 해요. 그러니까 제가 소재를 정해서 어떤 이야기를 쓰기로 결정했으면,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만나고요. 또, 만나면서 이야기 줄거리를 만들거나, 등장인물들을 하나씩 만들면서 그 중간에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요.
김연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사람들한테서 속마음을 많이 끄집어내야 되잖아요. 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있으신지요?

김해원 취재하면서, 실은 제가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을 때, 그분을 100% 이해하지 못해요. 한 10% 정도? 그 사람의 인생이나 철학이나 삶의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충분히 들었다 하더라도 그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렇게 여러 명한테서 이해한 10%를 모두 합쳐서 하나의 등장인물을 만들어 내는 거죠. 솔직히 사람 만날 때가 제일 힘들어요. 수소문을 해서 사람을 찾고 전화를 걸고 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망설이게 되거든요. 오늘 연락할까 하다가 내일하자고 미루고, 또 어느 때는 오늘은 날이 흐리니까 연기하기도 하고… 이렇게 망설일 정도로 사람 만나는 일이 어렵긴 한데, 만나고 나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족입니까? 우리 모두가 가족입니다!
김연지 『가족입니까』에 나오는 여주인공 같은 경우에는, 연예인을 직접 만나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해요.

김해원 아, 그건 아이돌을 취재하는 문화부 기자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참고했어요. 블로그나 영화 지망생들이 주로 찾는 사이트 같은 곳에도 매일 들어가서 거기에 올라오는 글들을 꼼꼼히 보고 만들게 된 거죠.
최효진 아이의 입장이 되어 이야기하는 동화책이 쓰기 힘들다고 하셨잖아요. 이 책에서도 예린이의 시점이 힘들지는 않으셨어요?



김해원 이게 출판사에서 기획된 거예요.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하고 작가 넷을 불러서 어떻게 할 건지 이야기를 나눈 게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이런 기획이라는 건 제약이 굉장히 많잖아요, 그런데다가 제가 사실은 예린이하고 확 공감이 안 돼서 쓰면서 좀 답답했어요. 예린이 입장에서 이야기를 쓰다 보니까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공감을 못했고, 답답함이 있어서 아주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물론 작가가 모든 걸 다 경험하고 쓸 수는 없지만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다 보면 그 중 어떤 인물에 동일시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열일곱 살의 털』에서는 일호 아버지가 제가 동일시하는 경우였는데, 『가족입니까』에서는 예린이 엄마와도 예린이와도 딱 맞아 떨어지지 않아서 작가가 숨통이 안 트이는 거예요. 김연지 예린이가 오디션을 볼 때 ‘가족이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이 있었잖아요, 그럼, 작가님은 가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김해원 어려워요. 저는 가족이 평생 끊지 못할 인연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책에서는 좀 좁게 나오지만, 저는 가족의 범위를 넓게 봐서 친구도 가족이라고 여기고, 모든 사람을 가족이라고 여겨야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내 딸이 올바르게 이 사회에서 성장하려면 옆의 친구가 올바르게 잘 성장해야 하고, 또 그 옆의 친구도 그렇고요. 내 딸이 옳고 바르게 자라려면 주변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야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가족의 범위가 굉장히 커요. 특히 요즘에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청소년들이 자꾸 불행하다고 얘기하는 이 사회에서 사람들이 가족의 범주를 점점 넓혀서 내 아이를 보듯이 친구 아이를 보고 그렇게 사회가 변하게 된다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십 대엔 날마다 생각하기 연습 그리고 다독배영태 많이 쓰는 만큼 많이 읽는다고도 하는데, 작가가 되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서 준비해야 될 것이나, 읽어야 될 것이 있으면 소개를 좀 해주시면 좋겠어요.

김해원 제 생각에 지금 청소년들이 글을 쓰고 싶다면 방법은 많이 읽는 것과 많이 쓰는 거고요, 그리고 생각하기. 가장 중요한 건 생각하기예요. 물론 어휘력도, 문장도, 플롯도 중요하지만 이런 건 충분히 배워서 익힐 수 있어요. 이야기 구성도 자꾸 짜다 보면 이야기가 나오는데, 몸에 익히기 쉽지 않은 게 바로 생각하기예요. 무엇이든지 깊이 생각하기, 이건 습관이 들어야 되는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도 어떤 책은 많이 공감이 되잖아요. 그건 책의 작가가 그 사람이나 그 일에 대해서 깊이 생각할 때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거거든요. 근데 이건 머리가 굳으면 잘 안 돼요. 머리가 말랑말랑할 때부터 많이 또 깊이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돌아봤을 때, 청소년 때만큼 철학적으로 생각할 시기가 없어요. 살면서 십대부터 이십대 중반까지 이때만큼 진심으로 철학적으로 생각하는 시기가 드물어요. 그래서 책도 많이 읽어야 하고요. 혼자 생각하기가 힘드니까 책의 힘을 빌어서 이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생각도 하게 되는 거죠. 이때 익힌 건 삼사십대에 익힌 것과 굉장히 달라요.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십대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그때 꼭 접해야 할 책들이 있는 거고, 그런 책을 많이 봐야 되는 것 같아요.



김연지 작가님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 자신의 생각의 틀을 깨거나 했을 때 자신감 같은 걸 느끼시나요?
김해원 그것도 십대에나 가능해요. 뭔가 알에서 확 튀어나오면서 충격을 받잖아요. 그야말로 건강한 충격이죠. 그런데 사십대가 되면 깨져서 충격을 받았는데도 잘 몰라요. (웃음) 뇌가 그런 것 같아요. 아까 말한 것처럼 바로 그거죠. 십대나 이십대에는 노래 하나만 듣고도 머릿속 천장이 확 뚫리면서 무언가 와 닿고 전율이 막 느껴져요. 근데 그게 나이가 들수록 점점 줄어들어요.
최효진 저도 책 읽다가 전율이 막 느껴지거나 음악을 듣고 눈물이 쏟아지기도 했어요.

김해원 맞아요. 많이 경험해보고, 많이 듣고, 친구들하고도 치열하게 싸우기도 하고 그래야 된다고 생각해요. 사실 대학 가려면 학원만 가도 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꼭 가야 되는 이유는 친구를 만나기 때문이에요. 친구와 싸우고 삐치고 화해하고, 선생님과 갈등하고, 이런 걸 배우기 위해 가는 거죠. 자꾸 부딪치고 극복해가는 과정, 그런데 입시만 강조하니까 그럴 시간도 과정도 줄어들어 문제예요. 이때 건강하게 싸우고 극복하는 방법을 배워야 사회에 나와서 적응할 수 있어요. 사회에서는 건강하게 싸울 수 없고, 그러지 못해요. 학교의 역할이 좀 더 건강하게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배영태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는데 시간이 늦어서 마무리를 해야겠네요. 말씀 감사합니다.

김해원 동화 「기차역 긴 의자 이야기」로 200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2003년에는 제11회 MBC 창작동화대상 공모전에서 장편 동화 『거미마을 까치여관』으로 대상을 수상하였고, 2008년에는 『열일곱 살의 털』로 제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어린이 책 작가 모임인 ‘어린이책을 만드는 사람들’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동화『고래 벽화』, 『호랑이 뱃속 구경』 등이 있고, 소설 『가족입니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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