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이 만남의 책갈피] 놀이 권하는 선생님 옆에 아이들 웃음이 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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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7-23 14:17 조회 8,607회 댓글 0건본문
경남 학교도서관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 책놀이 소모임
거는 기대가 많아 아이들을 바쁘게 만들 줄 알아도, 아이들의 웃음 한 움큼 챙겨주지 못하는 다수의 어른들. 그 사이에 아이들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아는 선생님들이 있다. “읽어 줄게, 함께 놀자”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놀이를 개발하여 아이들에게 권한다. 선생님과 함께 책으로 노는 아이들은 웃으면서 배운다. 더는 필요한 게 없는 것 같은 표정으로. 놀이 만들고 권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모임 구성원 박동현 수남초, 심정애 장유초, 박춘배 장유초, 조의래 덕정초, 조현주 덕정초, 윤혜정 김해삼성초,
이세진 내동초, 황승옥 김해 삼문초병설유치원
인터뷰 서정원 기자
- 언제, 어떤 동기로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황승옥 저는 2007년 김해의 작은 시골 학교인 수남초등학교에 발령받아 왔습니다. 작은 학교의 특성도 있었지만 유독 선생님들끼리 단합이 잘 되었고 아이들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과 열정들이 가득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 선생님들 중에 독서운동가이신 조의래 선생님이 계셨고 처음에는 친목 모임이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계모임 형태였는데 모임 중간 중간 아주 가끔씩 책놀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셨어요. 2010년 모임을 하던 어느 날 재미있는 놀이를 했습니다. 조의래 선생님께서 내신 말놀이에 모두들 한바탕 떠들썩했습니다. 그리고 제안하시길 이렇게 재미있는 놀이를 책 가지고도 할 수 있다고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하셨고 모두들 흔쾌히 같이 하기로 하며 2010년부터 책놀이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 모임은 어떻게 진행되고, 주로 어떤 활동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황승옥 모임은 매주 화요일 늦은 6시부터 8시까지 덕정초등학교 도서관에서 합니다. 평소에는 교실에서 적용했던 책놀이를 나누고 더 좋은 방법들을 모색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책놀이를 개발하고 실제로 저희끼리 해봅니다. 지금까지 모임에서 만든 놀이는 130여 가지 정도 됩니다. 구상하다가 덜 완성된 놀이까지 합치면 훨씬 많은 놀이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책놀이는 개발할 것입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나눔 활동으로 시골의 작은 학교 도서관 체험활동, 방학 중 독서 캠프 활동, 경남 독서 문화 축제에서 책놀이 부스 운영 등을 합니다. 책놀이 확산 활동으로 다른 책모임에 책놀이 연수를 무료로 지원하기도 하고 책놀이 연수 강사 활동도 합니다. 모임에서 개발하고 연구한 책놀이를 여러 선생님들과 나누고 싶어서 2010년에는 경상남도 교육청에서 2012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 주관 책놀이 자료집을 발간하였습니다.
- 모임에서 만든 『책놀이 길라잡이』라는 자료집의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춘배 토요휴업일이 확대 시행되면서 휴업일에 등교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월별 책놀이 프로그램을 소개했어요. 뿐만 아니라 방학 중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책놀이와 놀이 관련 사이트, 그 외의 책놀이도 부록으로 구성했어요. 모임을 하면서 개발하거나 수집한 놀이들을 주제에 따라서 분류를 해 놓았고 각 놀이마다 놀이방법, 재료, 사진, 활용한 책 소개를 해두었기 때문에 쉽게 따라서 활용할 수 있어요.
- 기존에 없는 활동을 만드는 건데, 어떤 과정으로 하나의 책놀이가 만들어지는 궁금합니다.
황승옥 책놀이의 개발 방법은 다양합니다. 우리가 어릴 때 했던 놀이, 전래놀이 등 알고 있는 재미있는 놀이를 책과 함께 연결시키기도 하고 책의 내용을 보고 놀이를 만들기도 합니다. 또는 교실 속 다양한 상황이나 교과, 주제와 연계하여 책을 선정하고 놀이를 연결하기도 합니다. 기존에 알고 있는 도서관 놀이를 다양하게 책과 접목시키고 놀이로 만들기도 하구요.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연수를 받고 그림책 공부도 하고 놀이 관련 책들도 사서 본답니다. 어떤 방법으로 책놀이를 개발하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만 잊지 않으면 됩니다. 단순히 책과 놀이의 연결이 아니라 놀이를 하는 이유와 책이 연계되어 의미를 가져야 합니다.
- ‘책’과 ‘놀이’, 단순하게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길 수도 있고, 학교에서 ‘놀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책 읽기를 강요하는 형태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책놀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조의래 사실 책 읽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활동입니다. 읽을 책을 선택하는 것부터 책을 읽는 과정, 책을 읽고 이해하거나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다 개인적인 활동입니다. 그러나 이제 개인적인 책 읽기는 집단적인 책 읽기로 바뀌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집단적인 책 읽기는 강압적인 독서가 아닙니다. 함께 읽고 서로 생각을 나누면서 사고의 유연성을 기르고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공감하는 힘이 생기도록 도와줍니다. 집단 독서는 산술적인 의미를 넘어서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서 토론, 문학기행 같은 여러 독서동아리 활동 등이 이러한 집단적 독서의 방법 중 하나일 것입니다. ‘책놀이’도 집단적 독서활동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읽고, 서로 생각을 나누며, 같이 놀기 때문이죠.
정적인 활동인 ‘독서’과 동적인 활동인 ‘놀이’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읽는 아이’와 ‘노는 아이’를 자세히 보면 닮은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첫째는 자발성입니다. 스스로 읽어야 하고, 스스로 놀아야 하지요. 강압적인 독서와 강압적인 놀이는 재미도 없고 지속적인 활동이 될 수 없습니다. 둘째는 재미입니다. ‘읽는 아이’와 ‘노는 아이’는 모두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재미가 있으면 계속하고 싶어 합니다. 독서와 놀이는 모두 자발성과 지속성을 가진다는 말인데, 여기서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놀이는 아이들이 쉽게 자발성과 지속성을 가지는 데 반해 독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일단 책 맛을 봐야 맛을 알겠는데 맛보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재미있는지, 얼마나 감동적인지 알 수가 없지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책놀이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와 ‘책’을 접목한 것입니다. 아이들이 상황이나 계기에 맞추어 책을 읽고 놀거나, 놀고 책을 읽는 것입니다. 저희들이 말하는 책놀이는 ‘읽어라, 놀아라’가 아니라 ‘읽어 줄게, 함께 놀자’입니다. 지금은 ‘책놀이’를 다소 생소하게 여기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앞으로 교육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표현이 될 것 같습니다.
- 책놀이를 접한 학생들의 반응과 변화가 궁금합니다.
박춘배 저희도 처음에는 책과 놀이가 같이 섞일 수 있을까 궁금해 했어요. 책놀이라는 것을 처음 접한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겠죠. 대부분의 책놀이 방법의 첫 번째는 ‘선생님이 책을 읽어준다’입니다. 책을 읽어 주고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때로는 일상 대화보다 자연스러울 때도 있더군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놀이를 시작합니다. 놀이가 끝나고 칠판에 세워둔 책은 아이들이 먼저 들고 가서 읽어요. 다음에는 무슨 놀이를 하냐고 묻습니다. 무슨 책을 읽을 거냐고 묻는 것과 같거든요.
조현주 책놀이는 학생들을 도서관으로 이끌기도 하고, 학생들은 놀이하는 과정에서 협동심이나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 같아요. 놀이 중에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놀이나 인성 계발에 도움을 주는 놀이도 있기 때문에 교육적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어요.
심정애 아이들과 함께 『엄마 까투리』라는 그림책을 읽고 ‘난파선 게임’을 했어요. 여행을 떠날 때, 가지고 가고 싶은 것 10가지를 적게 한 다음 그 카드를 하나씩 버리게 하는 놀이였어요. 처음에는 핸드폰, 친구 등을 과감하게 버리던 아이들이 갈수록 무엇을 버릴지 고민했어요. 마지막 단계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엄마 카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한 아이는 엄마카드를 버렸습니다. 마지막 카드가 뭐냐고 묻자 울었어요. 그 아이의 손에는 동생 카드를 들고 있었어요. 동생은 이제 갓 돌을 지났고 그 동생을 버릴 수 없다고 말했어요. 어떤 아이는 5단계가 지나자 카드 모두를 버리지 않고 숨겨버렸어요. 책놀이는 아이들에게 독서에 대한 흥미를 길러주는 것은 물론 가족의 소중함도 일깨워주고 자신의 마음을 정화시켜나갈 수 있는 인성교육의 중요한 활동이 된 것 같습니다.
이세진 학생들이 책을 어떻게 읽는지 물어보면 부모님과 선생님이 시켜서 읽는다고 답하는 학생이 많았지만, 책놀이를 접하면서 쉬는 시간마다 도서관에 가는 학생이 늘어나고 다음 주에는 책과 함께 어떤 놀이를 하는지 궁금해 하는 아이가 많아졌어요.
박동현 학생들에게 단순히 책을 읽으라고 하면 건성으로 “네”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재미있게 책을 읽어주고 이 책을 소재로 재미있는 책놀이를 하다 보니, “오늘 책 한 권 읽을까?”라는 저의 말에 아이들은 큰 소리로 “네~!”라고 답하게 되었습니다. 책놀이는 학생들에게 정적인 책 읽기를 동적인 책 읽기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주목할 만한 활동이 있나요?
박춘배 2011년 여름에 경남지역 초등 4~6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거창으로 여름독서캠프를 간 적이 있어요. 자연을 주제로 책도 읽고 자연친화 활동도 했어요. 특히, 모임에서 개발한 책놀이를 가지고 놀아볼 기회를 가졌어요. ‘아카시아 파마’를 해본 친구 중에는 집에 가서 엄마에게 파마해 주겠다며 잎줄기를 40개씩 준비해간 친구들도 있었어요.
조현주 소규모 학교에서 저녁 시간을 이용하여 빛그림, 캐릭터 만들기, 책 도장, 윙윙 실팽이가 돌아가면 등을 했는데, 놀이를 통한 활동이다 보니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또 거창에서 실시한 ‘독서의 밤’은 김해 인근 지역의 학생들과 아카시아 파마, 풀을 이용하여 만들기 등 자연 속에서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던 것 같아서 인상 깊었어요.
심정애 농촌의 소규모 초등학교인 주촌, 생림, 대진초등학교에 저녁에 실시한 학부모님과 함께하는 도서관추적놀이가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특히 같이 온 엄마의 머리를 아카시아 줄기로 파마시키던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 감동이었죠.
이세진 교사는 아이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될 때 보람을 느껴요. 매주 모임에서 배웠던 내용을 학급에서 적용해요. 그중 학생들이 좋아했던 놀이를 중심으로 시골 학교에 가서 도서관 추적 놀이를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전교생 100명이 되지 않는 시골학교의 학생들에게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책놀이를 경험시키기 위해 밤늦게 모여서 프로그램을 의논하고 준비했던 일들은 힘들었지만 보람도 많았어요.
박동현 작년에 교사 문학기행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모임의 여러 선생님들과 1박 2일로 근해로 워크숍을 가서 낚시, 뱃놀이 등 생생한 체험을 하니 바다와 관련된 새로운 놀이가 술술 개발되었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도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 선생님들에게 이 모임은 어떤 의미를 갖나요?
황승옥 내 인생의 전환점입니다. 이 모임을 통해 전 완전 새로운 삶을 살고 있으니까요. 진짜 공부가 뭔지, 아이들과 진정 행복한 것이 뭔지 알게 되었습니다.
박춘배 책놀이를 개발하면서 우선 우리가 즐거웠던 것 같아요. 모여서 서로 놀이 아이디어도 내고, 그 과정에서 실제로 놀이도 해보구요. 웃고 떠들다 보면 2시간이 금방 가요. 때로는 공부할 시간을 넘기기도 합니다. 딱딱하지 않고 자유로운 것. 아이들에게 놀이로 다가가는 책이 즐거운 것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데 자부심을 가집니다. 특히, 우리가 즐겁게 공부하면서 아이들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책놀이 모임의 매력이며 의미인 것 같아요.
조현주 이 모임을 하기 전에는 책을 읽고 나면 독후 활동을 해서 결과물이 나오도록 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아이들이 싫어하는 독서감상화나 독후감을 쓰게 하느라 힘들었어요. 책을 읽고 놀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을 해보지 못했죠. 그러나 지금은 편하게 책을 읽고 즐겁게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과 많이 가까워졌어요. 그래서 의미를 부여한다면 ‘아이들과 마음의 거리를 좁혀 소통할 수 있는 거리를 주는 모임’이라고나 할까요?
심정애 윤활유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할까?’를 고민하게 하고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선생님들이 함께 생각을 나누고 적용하면서 아이들의 모습이 변해갈 때 행복감을 맛봅니다.
이세진 나침반이라 생각합니다.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교사가 되도록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박동현 처음엔 그저 친한 선생님들이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관심이 생겼어요. 책에 큰 관심이 없었던 터라 책놀이가 책으로 하는 조금은 시시한 놀이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진 채 모임 활동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모임을 거듭하고 학생들과 함께 이 놀이 저 놀이를 하다 보니 책놀이에 정말 큰 재미를 느끼게 되었고, 나아가 책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이 모임은 제 인생에 책을 한 걸음 더 가까이 가져다주었습니다.
윤혜정 또 하나의 가족! 매주 하는 공부는 좋은 선생님들과 함께 나의 삶을 다듬어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 앞으로 모임의 다른 계획이 있다면요?
황승옥 지금까지 해오던 책놀이 적용하기 및 개발하기, 나눔 활동들은 계속할 거고요, 더 하고 싶은 것은 인문학 책읽기예요. 인문학 책은 혼자서 읽고 소화하는 일이 쉽지 않아요. 인문학 책을 읽고 선생님들과 서로 의견 나누면서 앎의 지평을 넓혀 가고 좀 더 성숙해지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경남교육포럼에서 운영하는 책버스 숲속 도서관 봉사활동에 참여해요. 문화체험활동 기회가 적은 시골을 돌아다니며 진로 상담, 도서대여, 책 체험 활동 등을 하는데 우리는 책놀이로 봉사를 합니다. 매번 모든 선생님들이 참여하기는 쉽지 않아서 돌아가면서 활동합니다.
거는 기대가 많아 아이들을 바쁘게 만들 줄 알아도, 아이들의 웃음 한 움큼 챙겨주지 못하는 다수의 어른들. 그 사이에 아이들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아는 선생님들이 있다. “읽어 줄게, 함께 놀자”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놀이를 개발하여 아이들에게 권한다. 선생님과 함께 책으로 노는 아이들은 웃으면서 배운다. 더는 필요한 게 없는 것 같은 표정으로. 놀이 만들고 권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모임 구성원 박동현 수남초, 심정애 장유초, 박춘배 장유초, 조의래 덕정초, 조현주 덕정초, 윤혜정 김해삼성초,
이세진 내동초, 황승옥 김해 삼문초병설유치원
인터뷰 서정원 기자
- 언제, 어떤 동기로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황승옥 저는 2007년 김해의 작은 시골 학교인 수남초등학교에 발령받아 왔습니다. 작은 학교의 특성도 있었지만 유독 선생님들끼리 단합이 잘 되었고 아이들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과 열정들이 가득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 선생님들 중에 독서운동가이신 조의래 선생님이 계셨고 처음에는 친목 모임이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계모임 형태였는데 모임 중간 중간 아주 가끔씩 책놀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셨어요. 2010년 모임을 하던 어느 날 재미있는 놀이를 했습니다. 조의래 선생님께서 내신 말놀이에 모두들 한바탕 떠들썩했습니다. 그리고 제안하시길 이렇게 재미있는 놀이를 책 가지고도 할 수 있다고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하셨고 모두들 흔쾌히 같이 하기로 하며 2010년부터 책놀이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 모임은 어떻게 진행되고, 주로 어떤 활동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황승옥 모임은 매주 화요일 늦은 6시부터 8시까지 덕정초등학교 도서관에서 합니다. 평소에는 교실에서 적용했던 책놀이를 나누고 더 좋은 방법들을 모색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책놀이를 개발하고 실제로 저희끼리 해봅니다. 지금까지 모임에서 만든 놀이는 130여 가지 정도 됩니다. 구상하다가 덜 완성된 놀이까지 합치면 훨씬 많은 놀이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책놀이는 개발할 것입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나눔 활동으로 시골의 작은 학교 도서관 체험활동, 방학 중 독서 캠프 활동, 경남 독서 문화 축제에서 책놀이 부스 운영 등을 합니다. 책놀이 확산 활동으로 다른 책모임에 책놀이 연수를 무료로 지원하기도 하고 책놀이 연수 강사 활동도 합니다. 모임에서 개발하고 연구한 책놀이를 여러 선생님들과 나누고 싶어서 2010년에는 경상남도 교육청에서 2012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 주관 책놀이 자료집을 발간하였습니다.
- 모임에서 만든 『책놀이 길라잡이』라는 자료집의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춘배 토요휴업일이 확대 시행되면서 휴업일에 등교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월별 책놀이 프로그램을 소개했어요. 뿐만 아니라 방학 중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책놀이와 놀이 관련 사이트, 그 외의 책놀이도 부록으로 구성했어요. 모임을 하면서 개발하거나 수집한 놀이들을 주제에 따라서 분류를 해 놓았고 각 놀이마다 놀이방법, 재료, 사진, 활용한 책 소개를 해두었기 때문에 쉽게 따라서 활용할 수 있어요.
- 기존에 없는 활동을 만드는 건데, 어떤 과정으로 하나의 책놀이가 만들어지는 궁금합니다.
황승옥 책놀이의 개발 방법은 다양합니다. 우리가 어릴 때 했던 놀이, 전래놀이 등 알고 있는 재미있는 놀이를 책과 함께 연결시키기도 하고 책의 내용을 보고 놀이를 만들기도 합니다. 또는 교실 속 다양한 상황이나 교과, 주제와 연계하여 책을 선정하고 놀이를 연결하기도 합니다. 기존에 알고 있는 도서관 놀이를 다양하게 책과 접목시키고 놀이로 만들기도 하구요.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연수를 받고 그림책 공부도 하고 놀이 관련 책들도 사서 본답니다. 어떤 방법으로 책놀이를 개발하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만 잊지 않으면 됩니다. 단순히 책과 놀이의 연결이 아니라 놀이를 하는 이유와 책이 연계되어 의미를 가져야 합니다.
- ‘책’과 ‘놀이’, 단순하게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길 수도 있고, 학교에서 ‘놀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책 읽기를 강요하는 형태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책놀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조의래 사실 책 읽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활동입니다. 읽을 책을 선택하는 것부터 책을 읽는 과정, 책을 읽고 이해하거나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다 개인적인 활동입니다. 그러나 이제 개인적인 책 읽기는 집단적인 책 읽기로 바뀌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집단적인 책 읽기는 강압적인 독서가 아닙니다. 함께 읽고 서로 생각을 나누면서 사고의 유연성을 기르고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공감하는 힘이 생기도록 도와줍니다. 집단 독서는 산술적인 의미를 넘어서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서 토론, 문학기행 같은 여러 독서동아리 활동 등이 이러한 집단적 독서의 방법 중 하나일 것입니다. ‘책놀이’도 집단적 독서활동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읽고, 서로 생각을 나누며, 같이 놀기 때문이죠.
정적인 활동인 ‘독서’과 동적인 활동인 ‘놀이’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읽는 아이’와 ‘노는 아이’를 자세히 보면 닮은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첫째는 자발성입니다. 스스로 읽어야 하고, 스스로 놀아야 하지요. 강압적인 독서와 강압적인 놀이는 재미도 없고 지속적인 활동이 될 수 없습니다. 둘째는 재미입니다. ‘읽는 아이’와 ‘노는 아이’는 모두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재미가 있으면 계속하고 싶어 합니다. 독서와 놀이는 모두 자발성과 지속성을 가진다는 말인데, 여기서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놀이는 아이들이 쉽게 자발성과 지속성을 가지는 데 반해 독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일단 책 맛을 봐야 맛을 알겠는데 맛보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재미있는지, 얼마나 감동적인지 알 수가 없지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책놀이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와 ‘책’을 접목한 것입니다. 아이들이 상황이나 계기에 맞추어 책을 읽고 놀거나, 놀고 책을 읽는 것입니다. 저희들이 말하는 책놀이는 ‘읽어라, 놀아라’가 아니라 ‘읽어 줄게, 함께 놀자’입니다. 지금은 ‘책놀이’를 다소 생소하게 여기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앞으로 교육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표현이 될 것 같습니다.
- 책놀이를 접한 학생들의 반응과 변화가 궁금합니다.
박춘배 저희도 처음에는 책과 놀이가 같이 섞일 수 있을까 궁금해 했어요. 책놀이라는 것을 처음 접한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겠죠. 대부분의 책놀이 방법의 첫 번째는 ‘선생님이 책을 읽어준다’입니다. 책을 읽어 주고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때로는 일상 대화보다 자연스러울 때도 있더군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놀이를 시작합니다. 놀이가 끝나고 칠판에 세워둔 책은 아이들이 먼저 들고 가서 읽어요. 다음에는 무슨 놀이를 하냐고 묻습니다. 무슨 책을 읽을 거냐고 묻는 것과 같거든요.
조현주 책놀이는 학생들을 도서관으로 이끌기도 하고, 학생들은 놀이하는 과정에서 협동심이나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 같아요. 놀이 중에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놀이나 인성 계발에 도움을 주는 놀이도 있기 때문에 교육적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어요.
심정애 아이들과 함께 『엄마 까투리』라는 그림책을 읽고 ‘난파선 게임’을 했어요. 여행을 떠날 때, 가지고 가고 싶은 것 10가지를 적게 한 다음 그 카드를 하나씩 버리게 하는 놀이였어요. 처음에는 핸드폰, 친구 등을 과감하게 버리던 아이들이 갈수록 무엇을 버릴지 고민했어요. 마지막 단계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엄마 카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한 아이는 엄마카드를 버렸습니다. 마지막 카드가 뭐냐고 묻자 울었어요. 그 아이의 손에는 동생 카드를 들고 있었어요. 동생은 이제 갓 돌을 지났고 그 동생을 버릴 수 없다고 말했어요. 어떤 아이는 5단계가 지나자 카드 모두를 버리지 않고 숨겨버렸어요. 책놀이는 아이들에게 독서에 대한 흥미를 길러주는 것은 물론 가족의 소중함도 일깨워주고 자신의 마음을 정화시켜나갈 수 있는 인성교육의 중요한 활동이 된 것 같습니다.
이세진 학생들이 책을 어떻게 읽는지 물어보면 부모님과 선생님이 시켜서 읽는다고 답하는 학생이 많았지만, 책놀이를 접하면서 쉬는 시간마다 도서관에 가는 학생이 늘어나고 다음 주에는 책과 함께 어떤 놀이를 하는지 궁금해 하는 아이가 많아졌어요.
박동현 학생들에게 단순히 책을 읽으라고 하면 건성으로 “네”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재미있게 책을 읽어주고 이 책을 소재로 재미있는 책놀이를 하다 보니, “오늘 책 한 권 읽을까?”라는 저의 말에 아이들은 큰 소리로 “네~!”라고 답하게 되었습니다. 책놀이는 학생들에게 정적인 책 읽기를 동적인 책 읽기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주목할 만한 활동이 있나요?
박춘배 2011년 여름에 경남지역 초등 4~6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거창으로 여름독서캠프를 간 적이 있어요. 자연을 주제로 책도 읽고 자연친화 활동도 했어요. 특히, 모임에서 개발한 책놀이를 가지고 놀아볼 기회를 가졌어요. ‘아카시아 파마’를 해본 친구 중에는 집에 가서 엄마에게 파마해 주겠다며 잎줄기를 40개씩 준비해간 친구들도 있었어요.
조현주 소규모 학교에서 저녁 시간을 이용하여 빛그림, 캐릭터 만들기, 책 도장, 윙윙 실팽이가 돌아가면 등을 했는데, 놀이를 통한 활동이다 보니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또 거창에서 실시한 ‘독서의 밤’은 김해 인근 지역의 학생들과 아카시아 파마, 풀을 이용하여 만들기 등 자연 속에서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던 것 같아서 인상 깊었어요.
심정애 농촌의 소규모 초등학교인 주촌, 생림, 대진초등학교에 저녁에 실시한 학부모님과 함께하는 도서관추적놀이가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특히 같이 온 엄마의 머리를 아카시아 줄기로 파마시키던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 감동이었죠.
이세진 교사는 아이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될 때 보람을 느껴요. 매주 모임에서 배웠던 내용을 학급에서 적용해요. 그중 학생들이 좋아했던 놀이를 중심으로 시골 학교에 가서 도서관 추적 놀이를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전교생 100명이 되지 않는 시골학교의 학생들에게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책놀이를 경험시키기 위해 밤늦게 모여서 프로그램을 의논하고 준비했던 일들은 힘들었지만 보람도 많았어요.
박동현 작년에 교사 문학기행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모임의 여러 선생님들과 1박 2일로 근해로 워크숍을 가서 낚시, 뱃놀이 등 생생한 체험을 하니 바다와 관련된 새로운 놀이가 술술 개발되었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도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 선생님들에게 이 모임은 어떤 의미를 갖나요?
황승옥 내 인생의 전환점입니다. 이 모임을 통해 전 완전 새로운 삶을 살고 있으니까요. 진짜 공부가 뭔지, 아이들과 진정 행복한 것이 뭔지 알게 되었습니다.
박춘배 책놀이를 개발하면서 우선 우리가 즐거웠던 것 같아요. 모여서 서로 놀이 아이디어도 내고, 그 과정에서 실제로 놀이도 해보구요. 웃고 떠들다 보면 2시간이 금방 가요. 때로는 공부할 시간을 넘기기도 합니다. 딱딱하지 않고 자유로운 것. 아이들에게 놀이로 다가가는 책이 즐거운 것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데 자부심을 가집니다. 특히, 우리가 즐겁게 공부하면서 아이들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책놀이 모임의 매력이며 의미인 것 같아요.
조현주 이 모임을 하기 전에는 책을 읽고 나면 독후 활동을 해서 결과물이 나오도록 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아이들이 싫어하는 독서감상화나 독후감을 쓰게 하느라 힘들었어요. 책을 읽고 놀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을 해보지 못했죠. 그러나 지금은 편하게 책을 읽고 즐겁게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과 많이 가까워졌어요. 그래서 의미를 부여한다면 ‘아이들과 마음의 거리를 좁혀 소통할 수 있는 거리를 주는 모임’이라고나 할까요?
심정애 윤활유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할까?’를 고민하게 하고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선생님들이 함께 생각을 나누고 적용하면서 아이들의 모습이 변해갈 때 행복감을 맛봅니다.
이세진 나침반이라 생각합니다.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교사가 되도록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박동현 처음엔 그저 친한 선생님들이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관심이 생겼어요. 책에 큰 관심이 없었던 터라 책놀이가 책으로 하는 조금은 시시한 놀이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진 채 모임 활동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모임을 거듭하고 학생들과 함께 이 놀이 저 놀이를 하다 보니 책놀이에 정말 큰 재미를 느끼게 되었고, 나아가 책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이 모임은 제 인생에 책을 한 걸음 더 가까이 가져다주었습니다.
윤혜정 또 하나의 가족! 매주 하는 공부는 좋은 선생님들과 함께 나의 삶을 다듬어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 앞으로 모임의 다른 계획이 있다면요?
황승옥 지금까지 해오던 책놀이 적용하기 및 개발하기, 나눔 활동들은 계속할 거고요, 더 하고 싶은 것은 인문학 책읽기예요. 인문학 책은 혼자서 읽고 소화하는 일이 쉽지 않아요. 인문학 책을 읽고 선생님들과 서로 의견 나누면서 앎의 지평을 넓혀 가고 좀 더 성숙해지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경남교육포럼에서 운영하는 책버스 숲속 도서관 봉사활동에 참여해요. 문화체험활동 기회가 적은 시골을 돌아다니며 진로 상담, 도서대여, 책 체험 활동 등을 하는데 우리는 책놀이로 봉사를 합니다. 매번 모든 선생님들이 참여하기는 쉽지 않아서 돌아가면서 활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