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교사의 책]부모로서 중심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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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4-21 22:02 조회 9,423회 댓글 0건본문
다소 썰렁한 우스갯소리 하나. 대한민국 엄마들이 가장 신뢰하는 정보원은? 답은 ‘옆집 엄마의 이야기’란다. 싱거운 농담이란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다가도 문득 나도 그런 팔랑귀가 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움찔한다. 얼마 전 동네 엄마들 모임에서 만난 한 엄마는 아이에게 총 6개의 학원과 과외를 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듣게 된 사교육 세상은 신세계 그 자체였다. 요즘엔 과학실험과 디베이트학원이란 것도 있고, 엄마표 영어수업은 아이가 아니라 엄마가 학원을 다니는 것이라니, 처음 듣는 모든 이야기가 놀랍고 신기할 뿐. 눈이 동그래져서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에 빠져 있는데, 어라? ‘나도 저렇게 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슬쩍 불안해 지는 게 아닌가? 세상에! 우리 아가는 아직 젖먹이인데! 시골로 이사를 가서 분교를 보내고 싶고, 도서관만 있으면 사교육은 필요 없다고 장담하던 내 모습은 어디 갔는지. 나도 까딱 잘못하다가 아이 잡겠구나 싶었다.
교사이기에 앞서 한 아이의 부모인데, 어떤 중심을 잡고 살아가야 하는 걸까. 학교도서관이 공교육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외치며 내 아이는 과외를 시키고 특목고를 보낸다면 이건 뭔가 아니지 않은가. 혼자서는 흔들리기 쉽다. 그래서 함께 갈 친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때론 책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굿바이 영어 사교육』
어도선 외 지음|시사IN북|2012
영어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아직도 생생하다. 갈래머리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은 오른쪽 맨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날은 영어시험을 보는 날이었다. 반 전체 성적이 너무 낮아 같은 시험지로 다시 시험을 치렀기 때문에 대부분 성적이 좋았다. 한 개 틀린 사람, 두 개 틀린 사람, 담임선생님은 그렇게 아이들의 시험지를 걷으셨다. 그리고 열 한 문제를 틀린 나는, 꼴등. 그 이후로 시작된 영어 공포증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래서 심각히 고민했다. (아! 이 문장을 과거형으로 쓸 수 있어서 참으로 기쁘다.) 우리 아가는 영어를 언제부터 어떻게 시켜야 할까. 노래시디를 틀어줄까? 원서를 읽어줘야 하나? 하루에 몇 시간 노출을 시켜야 하지? 그래도 지금은 너무 어리지 않을까? 부끄럽지만 이게 내 모습이었다.
그래서 “영어사교육 불안에 지친 부모들을 위한 필독서”라는 부제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영어몰입교육 광풍 현상에 문제를 제기하며 시작한 시민강좌 ‘행복한 영어학교’의 내용을 묶어낸 것인데, 강좌 준비에만 2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을 만큼 알차고 방향성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강사진은 서울대 영어교육과 이병민 교수를 중심으로 영어교육전공 교수와 현장교사, 뇌연구 전공자 등 영어교육에 깊게 관계하고 있는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현재 대한민국에 성행하고 있는 영어교육의 실체에 의구심을 던진다. 서유헌 교수는 영유아기 조기학습이 뇌 발달장애와 애착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하며, 인본주의 관점에서 영어교육을 바라보는 어도선 교수는 “엄밀히 말해 우리나라에서는 영어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영어훈련과 영어교육은 다른 것인데, 우리는 엄청난 이기주의를 양산해내는 “입시를 위한 영어교육”을 하고 있다는 그의 지적은 무엇보다 정확하다. 이병민 교수도 같은 의견을 제시한다. 가장 큰 문제는 영어를 부추기는 유형무형의 현실이라는 것. “영어로 사람을 걸러내는 조직·기관·학교·시험·사회의 인식”을 우리가 넘어내야 한다.
더욱이 언어에 대한 ‘결정적 시기’는 수많은 학설 중 하나일 뿐이며(106쪽), 학교라는 인위적 공간에서의 외국어 조기 교육 효과는 상당히 미비하다(132쪽)는 사실은 상당히 놀랍다. 한국이라는 언어 환경이 자체적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 이 교수는 객관적 데이터와 연구사례를 소개하며, 우리는 나이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외국어(영어)를 배울 수 있고 조기 교육의 효과는 단지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늘려줄 뿐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영어교육에 대한 편견이 깨지며 책 중반쯤 오면, 우리도 다음 질문들에 자신 있게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있다. “아이의 영어실력이 사교육에 투자한 비용과 비례할까? 영어를 일찍 시작하면 좋을까? 영어캠프는? 영어연수는? 학교 수업시수를 늘리면?” “아니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저자들은 “다독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어교수의 자발적 독서, 김승현 교사의 스토리북을 활용한 다독 등 모두 한 가지 개념이다. 권혜경 교수의 강의록에는 영어책 읽기 방법과 구체적인 도서관 활용법이 소개되어 있으니 엄마들에게 유용한 정보원이 될 것이다. 또, 한때 능률영어의 저자로 알려진 이찬승(현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이 제시한 구체적 영어공부 방법도 정리가 잘 되어 있다.
덧붙여 ‘사교육걱정없는세상’(http://cafe.daum.net/no-worry)과 같은 교육단체의 후원인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교직을 버리면서까지 교육운동에 올인하는 분들이 만들어가는 진정성 있는 단체이다. 사교육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온다니, 얼마나 가슴 들뜨는 일인가. 등대지기 학교는 온라인으로도 수강이 가능하니 한번쯤 꼭 들어보시길 바란다.
우리 아이도 자본의 하수인?
우리 집에서 간혹 이루어지는 논쟁 중 하나가 ‘돈’이다. (외국어에 대한 논쟁은 앞의 책으로 갈무리될 수 있어 기쁘다.) 까닭은 신랑과 내가 돈에 대한 개념이 전혀 다르기 때문인데, 그는 돈을 아주 정확하게 ‘교환수단’으로 바라보기에 필요 이상의 돈은 저축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는 마누라의 입장으로서는 솔직히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늘 고민이다. 아이에게는 이놈의 돈을 어떻게 설명해줘야 하나. 이 진행 중인 고민을 함께해 줄 책을 만났다.
저자 박윤희는 금융 컨설팅회사를 운영하는 평범하나 평범하지 않은 한 아이의 엄마이다. 그녀 역시 한때 “자본의 하수인”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본인의 삶이 부끄럽다고 용기 내어 고백한다. 그리고 아이만은 자본에 휘둘리며 살아가지 않기 바라는 마음에서 엄마표 경제반성문을 썼다고 하니, 제목에 달려있는 수식어, “내 아이의 경제지능을 키워주는”이라는 관제에서 “우리아이 부자 되는 법”을 기대하면 안 된다. 오히려 자본의 실체를 밝히는 책이라고 해야 할까.
적을 잘 알아야 제대로 싸울 수 있다가 저자의 요지. 물론 자본이 ‘적’이라는 말에 공감하기가 언뜻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가 풍요 속에서도 얼마나 많은 결핍에 시달리고 있고, 안락함 속에서도 불안한지 객관적으로 되돌아보자.
소유를 통해 얻게 되는 행복은 일시적이며, “상품에 중독되어 상품을 사기 위해 죽도록 일만 하는” 우리의 현실. 그 상품조차 필요가 아니라 자본이 만들어낸 결핍에 노출되어 구입하게 된다. 단적인 예로 스마트폰은 우리가 필요로 해서 개발된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저자는 자본이 제시하는 행복을 “목이 마를 때 마시는 바닷물”이라고 표현한다. 게다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날로 심화되고 이는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며, 우리의 미래의 노동력마저 담보로 잡고 있으니, 부모로서 이런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 아이들을 내보내는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전체 구성은 총 3부로 이루어져있다. 1부 ‘자본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서는 자본의 속성을 다루며, 무엇보다 정작 돈보다 중요한 것은 ‘돈이 열리는 나무’ 즉 ‘자본’이고, 자본이 가진 이기적 유전자의 무서운 실체를 밝혀낸다. 자본주의사회에 살아가면서도 정작 자본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가 실감할 때쯤 2부가 시작된다. 2부 ‘무엇을 소비하고 소유할 것인가’에서는 가공식품, 성형수술, 조기영어교육, 명품, 금융상품, 보험, 은행, 증권, 신용카드 등 우리에게 노출되어 있는 대표적 소비의 성격에 대해 하나씩 진실을 파헤친다. 3부 ‘아이의 행복한 삶을 위한 조언들’은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가고 있지만 자본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으로 삶을 이끌 수 있도록 돕는 직접적인 충고가 담겨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대안, “자발적 가난”을 함께 곱씹어 보자.
『엄마 경제학교』
박윤희 지음|상상너머|2012
학교로부터 받은 상처 치유하기
아직은 이른 고민임을 알면서도, 아이를 공교육에 보낼지 말지를 가끔 걱정한다. 교사란 직업 탓에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상처받는 모습을 거의 매일 확인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해진 틀 속에서 배움의 기쁨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수많은 평가 속에 왜곡된 자아상을 가지게 되지는 않을까, 교사가 아니라 부모라는 위치가 그 두려움을 더 크게 만든다.
저자 커스틴 올슨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고민을 한다. 배움에 열정적인 학습자의 학창시절 초기 경험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결과를 만났는데, 인터뷰한 모든 이들이 학교로부터 상처받은 이야기를 쏟아낸 것이다. 그에게 이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왔고, 결국 연구의 방향을 바꾸어 학교가 어떻게 학생들에게 그리고 교사에게 상처 주는가를 바라보게 된다.
저자는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배우고자 하는 마음과 창의성을 잃어가고, 과소평가되고, 순응을 강요당하는 이유”를 학교가 21세기 학습자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함에서 찾는다. 정보과잉시대에는 기존의 단순암기 교육이 의미 없으며, 학교가 더 이상 “새로운 사회 통제기구”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교육문제가 개인의 문제로 축소되면 안 되며, 교육이 특정 유형의 사람들을 소외시키지 않도록 학교를 변화”시키기 위한 개혁에 참여해야 한다는 그의 목소리는 울림이 크다.
책 속에 상처 받은 이들의 이야기와 그것들이 고발하는 왜곡된 학교문화에 대한 비판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오히려 희망을 이야기한다. “교육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이며, “배움이야말로 행복한 삶의 열쇠”라는 저자의 신념은 유효하다. 책 후반부에는 상처를 직시하고 인정함으로써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야기하며, 학생 자신, 부모, 교사의 입장에서 각각 어떻게 치유가 가능한지 적절한 조언을 담고 있다. 더불어 그가 제시한 새로운 대안학교 모델 MNCS도 눈길을 끈다. 교과서도 교육과정도 교실도 없는 학교이지만, 자기주도적 학습·자료중심학습이 이런 것이구나 싶어 반갑다.
『상처 주는 학교』
커스틴 올슨 지음|노승영 옮김|한울림|2012
교사이기에 앞서 한 아이의 부모인데, 어떤 중심을 잡고 살아가야 하는 걸까. 학교도서관이 공교육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외치며 내 아이는 과외를 시키고 특목고를 보낸다면 이건 뭔가 아니지 않은가. 혼자서는 흔들리기 쉽다. 그래서 함께 갈 친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때론 책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굿바이 영어 사교육』
어도선 외 지음|시사IN북|2012
영어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아직도 생생하다. 갈래머리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은 오른쪽 맨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날은 영어시험을 보는 날이었다. 반 전체 성적이 너무 낮아 같은 시험지로 다시 시험을 치렀기 때문에 대부분 성적이 좋았다. 한 개 틀린 사람, 두 개 틀린 사람, 담임선생님은 그렇게 아이들의 시험지를 걷으셨다. 그리고 열 한 문제를 틀린 나는, 꼴등. 그 이후로 시작된 영어 공포증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래서 심각히 고민했다. (아! 이 문장을 과거형으로 쓸 수 있어서 참으로 기쁘다.) 우리 아가는 영어를 언제부터 어떻게 시켜야 할까. 노래시디를 틀어줄까? 원서를 읽어줘야 하나? 하루에 몇 시간 노출을 시켜야 하지? 그래도 지금은 너무 어리지 않을까? 부끄럽지만 이게 내 모습이었다.
그래서 “영어사교육 불안에 지친 부모들을 위한 필독서”라는 부제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영어몰입교육 광풍 현상에 문제를 제기하며 시작한 시민강좌 ‘행복한 영어학교’의 내용을 묶어낸 것인데, 강좌 준비에만 2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을 만큼 알차고 방향성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강사진은 서울대 영어교육과 이병민 교수를 중심으로 영어교육전공 교수와 현장교사, 뇌연구 전공자 등 영어교육에 깊게 관계하고 있는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현재 대한민국에 성행하고 있는 영어교육의 실체에 의구심을 던진다. 서유헌 교수는 영유아기 조기학습이 뇌 발달장애와 애착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하며, 인본주의 관점에서 영어교육을 바라보는 어도선 교수는 “엄밀히 말해 우리나라에서는 영어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영어훈련과 영어교육은 다른 것인데, 우리는 엄청난 이기주의를 양산해내는 “입시를 위한 영어교육”을 하고 있다는 그의 지적은 무엇보다 정확하다. 이병민 교수도 같은 의견을 제시한다. 가장 큰 문제는 영어를 부추기는 유형무형의 현실이라는 것. “영어로 사람을 걸러내는 조직·기관·학교·시험·사회의 인식”을 우리가 넘어내야 한다.
더욱이 언어에 대한 ‘결정적 시기’는 수많은 학설 중 하나일 뿐이며(106쪽), 학교라는 인위적 공간에서의 외국어 조기 교육 효과는 상당히 미비하다(132쪽)는 사실은 상당히 놀랍다. 한국이라는 언어 환경이 자체적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 이 교수는 객관적 데이터와 연구사례를 소개하며, 우리는 나이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외국어(영어)를 배울 수 있고 조기 교육의 효과는 단지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늘려줄 뿐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영어교육에 대한 편견이 깨지며 책 중반쯤 오면, 우리도 다음 질문들에 자신 있게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있다. “아이의 영어실력이 사교육에 투자한 비용과 비례할까? 영어를 일찍 시작하면 좋을까? 영어캠프는? 영어연수는? 학교 수업시수를 늘리면?” “아니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저자들은 “다독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어교수의 자발적 독서, 김승현 교사의 스토리북을 활용한 다독 등 모두 한 가지 개념이다. 권혜경 교수의 강의록에는 영어책 읽기 방법과 구체적인 도서관 활용법이 소개되어 있으니 엄마들에게 유용한 정보원이 될 것이다. 또, 한때 능률영어의 저자로 알려진 이찬승(현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이 제시한 구체적 영어공부 방법도 정리가 잘 되어 있다.
덧붙여 ‘사교육걱정없는세상’(http://cafe.daum.net/no-worry)과 같은 교육단체의 후원인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교직을 버리면서까지 교육운동에 올인하는 분들이 만들어가는 진정성 있는 단체이다. 사교육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온다니, 얼마나 가슴 들뜨는 일인가. 등대지기 학교는 온라인으로도 수강이 가능하니 한번쯤 꼭 들어보시길 바란다.
우리 아이도 자본의 하수인?
우리 집에서 간혹 이루어지는 논쟁 중 하나가 ‘돈’이다. (외국어에 대한 논쟁은 앞의 책으로 갈무리될 수 있어 기쁘다.) 까닭은 신랑과 내가 돈에 대한 개념이 전혀 다르기 때문인데, 그는 돈을 아주 정확하게 ‘교환수단’으로 바라보기에 필요 이상의 돈은 저축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는 마누라의 입장으로서는 솔직히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늘 고민이다. 아이에게는 이놈의 돈을 어떻게 설명해줘야 하나. 이 진행 중인 고민을 함께해 줄 책을 만났다.
저자 박윤희는 금융 컨설팅회사를 운영하는 평범하나 평범하지 않은 한 아이의 엄마이다. 그녀 역시 한때 “자본의 하수인”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본인의 삶이 부끄럽다고 용기 내어 고백한다. 그리고 아이만은 자본에 휘둘리며 살아가지 않기 바라는 마음에서 엄마표 경제반성문을 썼다고 하니, 제목에 달려있는 수식어, “내 아이의 경제지능을 키워주는”이라는 관제에서 “우리아이 부자 되는 법”을 기대하면 안 된다. 오히려 자본의 실체를 밝히는 책이라고 해야 할까.
적을 잘 알아야 제대로 싸울 수 있다가 저자의 요지. 물론 자본이 ‘적’이라는 말에 공감하기가 언뜻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가 풍요 속에서도 얼마나 많은 결핍에 시달리고 있고, 안락함 속에서도 불안한지 객관적으로 되돌아보자.
소유를 통해 얻게 되는 행복은 일시적이며, “상품에 중독되어 상품을 사기 위해 죽도록 일만 하는” 우리의 현실. 그 상품조차 필요가 아니라 자본이 만들어낸 결핍에 노출되어 구입하게 된다. 단적인 예로 스마트폰은 우리가 필요로 해서 개발된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저자는 자본이 제시하는 행복을 “목이 마를 때 마시는 바닷물”이라고 표현한다. 게다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날로 심화되고 이는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며, 우리의 미래의 노동력마저 담보로 잡고 있으니, 부모로서 이런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 아이들을 내보내는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전체 구성은 총 3부로 이루어져있다. 1부 ‘자본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서는 자본의 속성을 다루며, 무엇보다 정작 돈보다 중요한 것은 ‘돈이 열리는 나무’ 즉 ‘자본’이고, 자본이 가진 이기적 유전자의 무서운 실체를 밝혀낸다. 자본주의사회에 살아가면서도 정작 자본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가 실감할 때쯤 2부가 시작된다. 2부 ‘무엇을 소비하고 소유할 것인가’에서는 가공식품, 성형수술, 조기영어교육, 명품, 금융상품, 보험, 은행, 증권, 신용카드 등 우리에게 노출되어 있는 대표적 소비의 성격에 대해 하나씩 진실을 파헤친다. 3부 ‘아이의 행복한 삶을 위한 조언들’은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가고 있지만 자본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으로 삶을 이끌 수 있도록 돕는 직접적인 충고가 담겨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대안, “자발적 가난”을 함께 곱씹어 보자.
『엄마 경제학교』
박윤희 지음|상상너머|2012
학교로부터 받은 상처 치유하기
아직은 이른 고민임을 알면서도, 아이를 공교육에 보낼지 말지를 가끔 걱정한다. 교사란 직업 탓에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상처받는 모습을 거의 매일 확인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해진 틀 속에서 배움의 기쁨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수많은 평가 속에 왜곡된 자아상을 가지게 되지는 않을까, 교사가 아니라 부모라는 위치가 그 두려움을 더 크게 만든다.
저자 커스틴 올슨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고민을 한다. 배움에 열정적인 학습자의 학창시절 초기 경험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결과를 만났는데, 인터뷰한 모든 이들이 학교로부터 상처받은 이야기를 쏟아낸 것이다. 그에게 이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왔고, 결국 연구의 방향을 바꾸어 학교가 어떻게 학생들에게 그리고 교사에게 상처 주는가를 바라보게 된다.
저자는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배우고자 하는 마음과 창의성을 잃어가고, 과소평가되고, 순응을 강요당하는 이유”를 학교가 21세기 학습자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함에서 찾는다. 정보과잉시대에는 기존의 단순암기 교육이 의미 없으며, 학교가 더 이상 “새로운 사회 통제기구”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교육문제가 개인의 문제로 축소되면 안 되며, 교육이 특정 유형의 사람들을 소외시키지 않도록 학교를 변화”시키기 위한 개혁에 참여해야 한다는 그의 목소리는 울림이 크다.
책 속에 상처 받은 이들의 이야기와 그것들이 고발하는 왜곡된 학교문화에 대한 비판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오히려 희망을 이야기한다. “교육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이며, “배움이야말로 행복한 삶의 열쇠”라는 저자의 신념은 유효하다. 책 후반부에는 상처를 직시하고 인정함으로써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야기하며, 학생 자신, 부모, 교사의 입장에서 각각 어떻게 치유가 가능한지 적절한 조언을 담고 있다. 더불어 그가 제시한 새로운 대안학교 모델 MNCS도 눈길을 끈다. 교과서도 교육과정도 교실도 없는 학교이지만, 자기주도적 학습·자료중심학습이 이런 것이구나 싶어 반갑다.
『상처 주는 학교』
커스틴 올슨 지음|노승영 옮김|한울림|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