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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솔향기보다 그윽한 소통의 향기 품은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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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4 17:39 조회 8,68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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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 송악면. 터미널에서 목적지가 적힌 버스를 잡아탔다. 도시를 빠져나가는 버스 안의 사람들은 기분 탓인지 한
결 여유로워 보였다. 정류장에서 내리니 바로 옆이 학교였다. 학교가 마중 나온 사람처럼 서 있던 것이었다. 담이랄
것도 없는 학교, 들어서니 학교 건물 뒤로 높다란 산이 펼쳐지고 있었다. 건물의 한가운데 산의 푸름을 옮겨 놓은 듯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와 운동장을 향해 열린 문. 저곳이구나! 송남초등학교 솔향글누리도서관.

열린 학교도서관문으로 마을 사람들이
공 하나에 집중하며, 한데 어우러져 있는 아이들을 지나며 도서관에 성큼 다가섰다. 인사를 건네는 듯 가까워지는 아
이들의 소리가 유난히 반가웠다. 도서관에 들어서니 한 무리의 아이들이 도서관 한편에 위치해 TV를 향해 모여 앉아
있었다. 잠시 후 한 선생님의 인권 영화를 볼 거라는 안내가 이어진다. 알고 봤더니 황소연 사서 선생님이었고, 여름방
학 독서캠프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 상영 중 틈틈이 낯선 내용에 대한 아이들의 질문에 알기 쉽게 설명해 주
는 황소연 선생님의 목소리를 멀찌가니 떨어져 들으면서 천천히 도서관을 둘러봤다. 책들 사이사
이에 배치된 서로 다른 모양의 책상과 의자, 곳곳의 아기자기한 장식들이 흥미로웠다. 특히 아늑한
다락방을 연상하게 하는 작은 공간과 그곳에 이어지는 자그마한 미끄럼틀은 꽤 독특해 보였다.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와 학부모가 들어섰다. 아이는 아이들 틈에 끼어 함께
어울리고, 학부모는 책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둘러보지 못했던 한 쪽 구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학부모들을 발견했는데, 도서관이 어떤지 물어봤다. “아이들과 함께 오기도 하지만, 책을 보거나
모임이 있어서 올 때도 많아요. 늘 열려 있으니까요. 지금은 더워서 못하지만, 날씨 좋을 때는 밖에
테라스나 정자에서 책도 읽고 대화도 나눌 수 있어 참 좋답니다.” 말 속에 담긴 ‘소중함’을 읽었다.
고요의 틈새로 소란함이 파고든다. 영화가 끝난 것이다. 뛰어다니는 아이, 미끄럼틀 타는 아이, 책
상에 올라가는 아이, 그 틈에 그림책을 보는 아이까지 제각각의 모습에서도 즐거움이 담긴 표정이다.

아이들에게 ‘도서관이 어떠니?’라고 물으려다 미소에서 이미 답을 들어버렸다. 선생님과 학부모는
바빠진다. 아이들에게 시선을 떼지 않고 다치지 않도록 주의를 준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어 아이들
은 도서관을 빠져나가고, 다시 고요가 흐른다. 잠시 후 중년의 남자 선생님이 책을 들고 한 쪽에 자리
한다. 이어 기저귀를 찬 아기와 어머니가 들어온다.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려나 싶었는데, 미끄럼을
태워준다. 테라스로 연결된 문 쪽에서는 변성기를 갓 지난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음성이 들리
더니 이내 학생들이 도서관으로 들어선다. 학교도서관은 마을 주민 모두를 향해 열려 있었다.





송악면사람들, 마음 속 도서관을 꺼내다
도서관 한 쪽에서 마치 책을 읽으러 온 주민처럼 책을 훑어보고 있는데 한 분이 다가오며 인사를
한다. 이택규 학교도서관 운영위원장이었다. 보통 학교도서관의 운영 주체는 학교장이나 도서관
담당 교사인데, 이곳은 주민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이었다. 조금 더 솔향글누리도서관만의 특
별함에 대해 들어보기로 했다. “송악면은 아산에서 가장 열악한 곳 중의 한 곳이라 초등학생이나 청소년들이 방과
후에 이용할 만한 문화 공간이 없어요. 그나마 가는 곳이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 옆 동네 PC방이죠. 어른들을 위한
문화 및 모임 공간도 부족하긴 마찬가지인데, 이러한 마을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공간이 절실했어요.” 그래서
2006년에 송악지역의 교사들과 학부모, 지역주민들이 뜻을 모아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삼성문화재단, 한겨레신문
이 공동으로 지원하는 ‘희망의 작은 도서관 만들기’에 사업 지원서를 넣었고, 그 결과 송학초교의 학생들을 비롯해
졸업생, 타 학교 학생들, 학부모 등 모든 지역 주민들이 친근하게 이용하는 지금의 도서관이 생긴 것이다.

도서관은 설립도 중요하지만 운영을 소홀히 해선 바로 설 수 없다. 최근 여러 단체의 지원을 받아 번듯하게 만들
어진 도서관들이 많아졌지만, 미흡한 운영으로 제 역할을 못하는 곳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솔향글누리도서관은
달랐기에 돋보였고 주목을 받고 있다. “도서관이 열려 있어야 도서관이지 닫혀 있으면 장식품에 불과하다.”라는 이
택규 운영위원장의 말처럼 잘 꾸며진 도서관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학부모와 마을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섰
던 것이다. 도서관 설립 초기에 지역주민, 학부모, 졸업생, 지역인사, 타 지역 후원인 등이 후원회를 결성해 작은 정성
을 보태 도서관 운영을 도왔다.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는 후원금으로 평일 저녁과 토요일에도 도서관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운영위원회도 결성되었는데, 교원, 학부모, 동창, 지역인사, 후원회, 학부모명예사서를 대표하는 인사로 구
성되어 정기적으로 회의를 갖고 도서관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자문해오고 있다. 작은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사서 교사가 부임할 수 있었던 것도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이 공청회를 열고, 담당 교육 위원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
꾸준하게 관심 갖고,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학교도서관의 한계를 지우다
오후에 있을 그림자극을 보기 위해 학교를 찾은 학부모들이 있어 도서관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들어봤다. 솔향글
누리도서관에서는 학부모회, 학년모임, 독서 및 한방교육, 카메라 실용 모임 등 여러 모임과 강좌가 꾸준히 열리고 있
단다. 학교도서관이 지역 사회의 부족한 문화 공간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평생교육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지역 사회 부모들의 자녀 교육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올바른 독서
습관을 위해 어른이 먼저 관심을 갖고 책 읽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취지로 활동하고 있는 ‘맑은
눈독서모임’과 아이의 교육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부모들이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영상
을 보면서 서로의 사례 및 고민을 나누는 ‘교육영상모임’. 이러한 활동들이 학교도서관에서 이루
어지게 되면서 학부모들의 바람직한 교육을 향한 자각과 실천이 커졌다. 결국 솔향글누리도서관
은 마을 사람들의 소통의 공간으로서, 마을의 부족함을 채우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는 “살아 움직이는 열려있는 만남의 장으로서, 언제든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지역의 아동, 청소년, 어른 등이 함께 어울리며 만나는 장소를 제공하고 있어요. 아울러 맞벌
이 가정의 아동들에게는 늦은 시간까지 안심하고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고 있어요. 또한 청소
년들이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요.”라는 우미경 교육영상모임 대표의 말을 통
해 확인할 수 있다. 건물이 지어졌다고 만들어진 도서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비어있는 공간을 채
우는 서로 다른 사람들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살아 숨쉬는 도서관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맑은눈독서모임 김정 학부모의 도서관 소개도 솔향글누리도서관의 소중함을 느끼게 했다.

“우리 마을의 버스정류장은 운동장 바로 옆입니다. 도로도 매주 좁은 2차선이죠. 열 발자국만 걸
으면 도서관 솔향글 솔마루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우리 도서관은 마을의 정류장입니다. 그것도 조
용하고 시원하고 아기자기한…… 솔향글의 솔마루와 테라스는 망원경이고 방송실이며 임시 보
호소(?)입니다. 테라스에 잠시만 앉아 있다 보면, 누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죠. 아이를 찾는 엄
마가 오면 어디에 있는지 금방 알려 줄 수 있죠. 또 아이를 불러 달라면 솔마루에서 목청껏 부릅니
다. 바로 앞 도로변까지 소리가 들리거든요. 또 신나게 논 친구들이 콜렉트콜로 엄마를 부르고 잠
시 앉거나 누워 기다리기도 합니다. 엄마가 좀 늦는다 싶으면 도서관에 들어와 시원하게 누워 책
을 봅니다. 그러다가 깜빡 잠이 들기도 하지요. 솔향글에서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자유로운 모습
이 너무나 예쁘고 그 모습에 어른들은 행복해집니다.”



도서관은 소통이다
인권 영화 상영 뒤에 대강당에서 그림자극이 이어지느라 바쁘게 오가면서도 틈틈이 신경써주던 황소연 선생님이
시간을 내주었다. 황선생님은 솔향글누리도서관이 지역 도서관으로서의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학교도서관
본연의 역할에 소홀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송남초등학교는 재량활동 시간을 이용한 도서관 활용 수업을
비롯해 학급별 도서관 수업, 그리기와 만들기 등의 다양한 독후활동, 도서관 이용 교육 등 아이들 학습에 도움이
주고자 도서관을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 세계책의 날 행사, 독후표현대회,여름방학 독서교실,
독서골든벨, 다독자 선발 등 다양한 독서관련행사도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적다보니까
어느 아이가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떤 책을 빌려갔었는지가 한 눈에 보여요. 책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말상대
하거나 놀러 오는 아이도 많아요. 작은 학교라 가능한 것 같아요. 사서교사라 대출 반납과 책 추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교감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요.”라고 말하는 황 선생님의 아이들을 향한 애정이 진정한
학교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구나 싶었다.

황 선생님은 학부모 및 주민들의 도움도 컸다고 했다. 학교도서관 실무팀은 도서관 운영위에서 논의된 사항의
실질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체로 프로그램 구상, 행사협의 및 추진, 소식지 편집 등을 돕고 있으며, 책마루 선생
님(학부모 명예사서)은 그림책 읽어주기, 책 정리, 환경 정리, 도서관 행사보조 등 도서관과 학생들을 위해 봉사를
해오고 있었다. 작은 학교만의 어려운 사정으로, 황 선생님은 도서관 업무 이외에도 다른 업무를 많이 맡고 있지만,
이러한 학부모와 주민들의 도움으로 아이들과 교감할 수 있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도서관이 잘 운영되기까지 황소연 선생님의 숨은 노력도 있었다. 학교와 주민이 함께 운영해 가는 도서관이라
학교 관리에 신경써야하는 학교의 입장과 학교도서관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입장이 있는데, 서로의 의견이 다른 경
우가 더러 있을 수 있다. “처음에는 엄청 힘들었어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몰랐던 거
죠. 어느 도서관을 봐도 어떤 선배에게 물어봐도 이런 구조의 도서관이 없었어요.”라고 말하는 황 선생님의 표정에
서 당시의 어려움과 해결을 위한 노력이 묻어났다. 어느 곳이든 의견의 어긋남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그러한 차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좁히느냐 하는데 있다. 송남초등학교와 송악면 주민들은 학교도서관의 바람직한 방향을
찾기 위해 함께 고민하며 소통해오고 있었다.


학교의 마중을 받으며 도서관에 닿았던 것처럼 학교의 배웅을 받으며 버스에 올랐다. 지나치는 풍경 사이로 생
각을 그렸다. 실은 도서관으로 출발하기 전, 도시를 비껴난 지역의 방학을 맞은 학교도서관을 막연히 생각했었다.
도서관의 적막, 텅 빈 도서관을 가득채운 시시함이 떠올랐었다. 그렇게 우려의 발걸음으로 학교에 다가섰던 것이었
다. 도서관에 머물다보니 처음 가졌던 막연한 우려는 사라졌다. 편견의 반대편에 솔향글누리도서관이 자리하면서
생각의 균형을 잡아준 것이다. 마을은 도서관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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