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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오랜 시간 힘 모아 일군 학교도서관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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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1 14:51 조회 6,50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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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관저널〉 편집부로부터 원고를 부탁받고 미국 학교도서관에 관한 무슨 이야
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한참을 생각했다. 미국 학교도서관에 관해서는 아주 다양
한 부분의 이야기가 가능해서 특정 이야깃거리를 정하기가 쉽지 않았고 흔히 이야기하
듯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식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어쨌
든 이러한 염려를 안고 필자의 시각으로 연구하고 체험한 미국 학교도서관에 관하여
우리가 참고할 만한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의 모습에 관해 내용을 풀어나가기로 하였
다.

필자의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의 맥락과 함께 자세히 전달하려 노력한다면 이 글의
독자들이 필자의 관점을 통해 미국 학교도서관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놀라움과 부러움으로 접하기 시작한 미국 학교도서관

이런 일이 학교 도서관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니…
필자는 유학생으로서 미국의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들을 접하기 시작하였다. 호기
심에 사서교사과정의 첫 개론 과목인 ‘정보전문가로서 사서교사’를 수강하였고 첫
수업 시간부터 놀라움과 부러움을 동시에 느꼈다. 교육에 관하여 전 세계 그 어떤 나
라보다 관심이 많다고 자부하는 한국에서 초·중고등학교 교육과 대학 교육까지 받
은 필자가 전혀 접해보지 못한 교육이 미국의 초·중고등학교의 학교도서관 프로그
램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놀라웠고 이러한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동료 미국인 학생들에게 부러움을 느꼈다.

필자의 부러움은 아마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더욱 증폭되었던 것 같다. 많은 한
국 유학생들이 그렇듯이 필자 역시 미국 유학생활 초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
다. 특히, 한국의 주입식 교육에만 익숙하던 필자에게 창의적·분석적으로 생각하기
를 강조하며 그러한 사고의 표현활동이 주가 되는 미국의 교육방식은 매우 새로웠으
며 적응하기 어려웠다. 예를 들어, 한 학기 동안 수업시간에 얼마나 좋은 질문을 했는
가가 수업참여도를 평가하는 기준이었고 기말과제의 평가 항목 중 ‘분석력’과 ‘창의
성’이 있었다.

동료 미국인 학생들은 이러한 방식에 익숙하여 다양한 수업자료를 보
고 읽고 들으며 수업을 준비하고 이를 바탕으로 본인들의 생각을 말과 글로 능숙하게
표현하였다. 더욱이 그들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자연스럽게 청취하며 이 또한 학습의
자연스런 과정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학교도서관의 중요성에 대한 믿음은 무너지지않고…
분석력과 창의성에 더하여 다름을 인정하는 토의 자세는 결코 주입식 교육으로 키워
지지 않기에 초기에는 그저 교수학습에 대한 이들의 철학이 우리와 참 다르다는 생각
을 했다. 그런데 사서교사과정 개론과목인 ‘정보전문가로서 사서교사’를 수강하면
서 필자는 이러한 교육이 가능하게 된 주요 이유 중 하나를 짐작할 수 있었다. 바로 초
·중고등학교에서의 학교도서관 프로그램 활용이었다.

그 후 미국 여러 학교도서관들을 방문하고 연구할 기회를 가지면서 학교도서관에
관하여 더욱 관심이 커져 결국 이 분야에 관한 학위논문을 마치고 미국의 한 대학에서
예비 사서교사들과 현직 사서교사들을 지도하게 되었다. 그 가운데 미국의 학교도서관
관련 여러 가지 현안을 접하고 고민할 기회도 있어서 미국의 학교도서관이 처한 현실
에 눈을 뜨게 되었으나 필자의 학교도서관의 중요성에 대한 믿음은 무너지지 않았다.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가치에 대한 믿음, 근거, 그리고 홍보
사서교사 스스로 들하지 않으면 그 누가 대신할것인가?
“나는 교사들과 학생들이 전적으로 내게 의존적이기를 바랍니다. 내가 없으면 수업
진행이 어렵길 바랍니다.”
“나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를 위해 존재합니다. 그 어떤 다른 것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
니다.”

필자가 미국에서 사서교사들에게 들었던 말들이다. 학교도서관이 학교 교육을 위해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모든 학교도서관인들의 공통된 주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의 교육적 가치에 관한 미국 사서교사들의 주장은
단순한 바람에서 끝나지 않는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를 위한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믿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이러한 가치를 학습공동체 구성원들을 비
롯한 일반인들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사서교사 스스로가 학교도서관 프로
그램의 교육적 가치를 믿고 홍보하지 않으면 그 누가 이 일을 대신해 줄 수 있을까?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학업성취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 사서교
사들만의 외침만이 아님은 이미 많은 연구들을 통해서 증명되었다. 정식 사서교사가
배치되고 예산이 잘 갖추어진 학교도서관 프로그램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의 상
관성을 증명한 콜로라도 연구1)의 결과는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의 교육적 가치에 관한
근거로서 사서교사들을 고무시켰을 뿐만 아니라 널리 일반인들에게도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알렸다. 이후에도 미국의 각 주州뿐만 아니라 영국 및 호주 등 다
른 국가들의 학교도서관 연구로 확대되어 콜로라도 연구 결과를 재증명함으로써 이
러한 관련성을 확고히 제시하였다.

학교도서관의 가치를 도전 받으면 하나가 되는 사서교사들
필자가 있었던 조지아 주의 교육부 소속 학교도서관 담당관은 콜로라도 연구 결과를
비롯하여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의 교육적 가치를 제시하는 여타 연구 결과들을 훑어
읽기 좋도록 한 쪽으로 요약 정리하여 주 전체 사서교사들에게 배포하였다. 이 한 쪽
짜리 자료는 지역 학교, 지역 교육청, 그리고 주정부 차원의 주요 학교도서관 관련 정
책결정과 예산배분을 위한 근거 자료로서뿐만 아니라 연방정부의 학교도서관 예산
증액을 위한 근거 자료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실제로 전임 조지 부시 미 대통령 시절
로라 부시 재단이 콜로라도 연구 결과를 근거 삼아 학교도서관 발전을 위한 많은 예산
을 투입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사서교사의 믿음을 콜로라도 연구 결과 및 주요 연구 결과와 같은 근거
자료를 통해 제시하고 홍보하는 일은 미국 사서교사들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가치를 도전받을 때마다 사서교사들은 하나가 되어 행동한다.
한 예로 올 초에 다시 발효된 초중등교육법(ESEA)에 학교도서관의 예산이 유지 및 증
액될 수 있도록 전미 사서교사들이 의원들에게 전화걸기와 편지쓰기 등의 홍보활동
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

학교교육 중심으로서의 학교도서관 프로그램
사서교사와 교과교사의 긴밀한 협력 수업이 가능한 까닭
2000년대 중반 필자는 연구를 위해 한 학기 동안 미국 동부 중산층 밀집지역의 한 고
등학교 학교도서관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교과수업을 위해 학교도서관 프로그램
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관찰한 일이 있다. 이 학교의 도서관은 학교 건물의 1층 출입문
근처에 위치하여 학생들이 등하교시 쉽게 들러 책을 읽고 과제를 할 수 있었다. 학생
들은 언제라도 필요에 따라 학교도서관 공간 내 비치된 컴퓨터를 활용하여 도서관 자
료 검색과 인터넷서핑 및 데이터베이스 검색을 할 수 있었고 발표 및 과제를 위한 문
서작업을 할 수도 있었다. 재미나게도 도서관 활용수업을 상시적으로 하고 있던 영어
과 과목 중 하나인 ‘설득력 있는 연설’ 과목의 교실은 아예 학교도서관 내 멀티미디어
제작 스튜디오와 연결된 부속 교실에 위치하고 있었다. 때문에 사서교사와 교과목 담
당교사의 긴밀한 협력수업이 가능하였으며 학생들은 양질의 정보원을 필요할 때마
다 아주 근거리에서 이용할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방문하였던 신축 중학교의 학교도서관은 학교건물 주 출입구 로비
정 중앙에 높은 천장과 함께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가히 학교의 얼굴이라 칭할 수 있을
만한 핵심적인 공간을 학교도서관이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도서관은 내부에 따
로 하이테크 교실과 컴퓨터 실습실까지 갖추고 있었다. 이와 같이 대부분의 미국 학
교도서관은 학교 건물의 중앙에 위치해 있다. 필자는 중앙이라는 위치가 단지 접근성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중앙에 위치한 학교도서관은 상징적으로 학교
교육의 중심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의미있는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학교도서관 프로그램
중앙이라는 학교도서관의 물리적 위치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내실 있는 학
교도서관 중심의 교육이다. 미국의 사서교사들은 학교도서관이 실질적으로 학교 교
육의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학습’ 경험을 제공하여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주어진 문제에 대한 한 가지의 정답을 기계적으로 찾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문제를 발견해 내고 관련 정보를 다양하게 접근하여 조사 및 분석하
고 활용하면서 의미 있게 답을 찾는 학습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 필요
하며 이는 학교도서관을 통해 제공할 수 있다.

주입식 교육방식에서 강요되는 단순한 기계적 학습은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을 활
용하지 못하는 학습방식이며 이러한 교육방식은 학교도서관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
는다.

왜냐하면 기계적 학습은 학생들에게 과제 문제가 구체적으로 주어지고 한 가지
정보원인 교과서에서 한 가지 정답을 찾는 단순한 기계적 학습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도서관은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환경 속에서 학교도서관 중심 교육의 어
려움을 절감한다. 학생들에게 학습 행위에 대한 어떤 선택의 기회도 주지 못하는 기
계적 학습은 학교도서관이 학교 교육의 중심에 서기 어렵도록 한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다.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이러한 주입식 교육을 탈피할 수 있는 여
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과정 전문가’로서의 사서교사
사서교사는 무슨일을 할까? 교과교사와 어떻게 다를까?
그렇다면 학교도서관 중심의 학교 교육을 위해 미국 사서교사들은 어떻게 자신들의
역할을 자리매김하고 있을까? 학업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사서교사는 흔히 이야기하
는 도서관 고유의 업무 외 ‘교사’와 ‘교수 협력자’로서의 역할 수행이 필수적이며 이
를 위해 학교 교육에서 학교도서관을 활용하도록 이끄는 선도자 역할이 매우 중요하
다고 미국사서교사협회 (American Association of School Librarians)는 밝히고 있다. 2)
교과교사와는 달리 지정된 교과목이 없는 사서교사는 가르칠 과목과 시간이 배
정되어져 있지 않아 학습공동체 내에서 교사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점이 난감할 수 있
다.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에 대한 처우가 열악한 국내의 경우에 교사와 동등한 위치
에서 교수학습을 진행하기 위한 방편으로 과목과 시간이 절실한 문제로 생각될 수 있
다. 그러면 미국 사서교사들에게 가르칠 과목과 시간의 의미는 무엇일까?

학생들 이유의 미한 학습경험을 갖도록 끌어주고 받쳐주고
미국 사서교사들은 자신들을 ‘과정 전문가’라 칭하며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수학습
의 과정에 참여하여 유의미한 학습경험을 가지도록 지도한다. 이는 교과목 담당 교사
들이 스스로를 담당 교과목의 ‘주제 전문가’라고 칭하며 학생들에게 주제지식을 가
르치는 것을 담당한다고 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미국 사서교사들은 과정 전문가로서 가르칠 과목과 시간이 없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의 그 유명한 ‘고정 시간표와 유연성 있는 시간표’ 논쟁에서 볼 수 있듯이
정해진 과목과 시간을 가지는 것은 오히려 과정 전문가로서 역할을 위해 할애할 시간
과 노력을 할 수 없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서교사가 많다. 과정 전문가이기 때문에
주제지식 습득의 복잡한 학습과정을 분석하여 사서교사의 전문성이 요구될 때 가르
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최근 십년 동안 학교도서관계가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정보리터러시
(Information Literacy)와 2009년 전미 학교도서관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학
습 능력(Learning Skills)’은 교과목 주제지식 습득의 과정을 그 맥락으로 학습과정에
집중할 것을 강조한다. 아무런 맥락 없이 기술만을 따로 분리해 가르치는 것이 학습
효과가 높지 않다는 연구결과들은 이미 제시되었기에 학생들의 맥락 없는 학습경험
을 위해 별도의 과목은 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러한 학습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미국의 학교도서관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참고할 수 있을까? 먼저 미국은 학교
도서관 발전을 위해 노력한 역사가 우리보다 길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단적인 예로,
1918년에 학교도서관의 발전을 위한 미국도서관협회의 첫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었
고 그 후 십년을 주기로 계속 업데이트 되고 있다. 가장 최근의 가이드라인은 2009년
에 발표되었다. 각 가이드라인은 발표 당시 학계의 연구결과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지
고 전미 사서교사들은 모두 함께 제시된 가이드라인을 따르고자 노력한다.

미국의 학교도서관에서 참고할 만한 점을 찾을 때, 그저 현재 겉모습만 보면 안 될
것이다. 지금의 학교도서관 가치를 만들기까지 그들이 보낸 시간과 노력을 함께 보아
야 할 것이다. 우리의 학교도서관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거시적으로 보
면 시행착오도 성공도 모두 더 나은 내일의 모습을 위한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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