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평생독자 기르는 법] 갈 곳 없어 도서관 온 아이들,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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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어 도서관 온 아이들,
어떻게 할까?
산만한 아이에게 필요한 출입구 놀이공간
운동도 책도 싫지만 혼자인 것도 싫어서 친구 따라 그냥저냥 도서관을 찾아와 수선스러운 학생들이 있다. 독서에 전혀 관심이 없는데, 굳이 책으로 가득한 도서관까지 와서 한사코 책을‘ 돌’ 보듯 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 이들의 산만한 에너지를 손끝에 모으고 모아서 깔때기처럼 독서로 연결하기 위한 접근법을 소개한다.
김규미 진주 남강초 사서


남강초 도서관 출입구 가까운 곳에 조성한, 작은 놀이공간. 학생들이 폐기 도서로 만든 펩아트 작품도 군데군데 놓여 있다.
성공한 놀이들 그 외 다음에 소개하는 장치들은 비 교적 효과가 좋았다. 예산이나 공간 등 도서관 여 건에 맞춰 시도해 보길 추천한다. 특정 공간에 다음 물품들을 비치하고 ‘사용한 다음 스스로 정리하기’ ‘쉬는 시간에만 이용할 것’. 정도의 간단한 규칙을 정해서 운영하면 된다. 그리고 놀이에 참고할 만한 책을 옆에 꼭 함께 비치하길 권한다. 선생님이 놀이 를 가르치고 학생이 배우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 다. 학생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활동을 택하고 더 |
안내 문구를 붙인 큐브 |

이 좋다. 리사이클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방법이 존재하지만 가능하면 가위나 칼을 적게 이용하고 접는 행동만으로 거의 완성할 수 있는 간단한 작품 만들기를 권한다. 멋있는
예술작품을 만드는 데서 나아가, 친구와 담소를 나누며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는 동안 마음을 차분히 하면서 해냈다는 성취감을 얻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펩아트와 북폴딩아트는 조금 다르지만 폐기 도서를 활용해 여러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 생쥐, 고슴도치, 닭 같은 간단한 동물이나 항아리, 화병, 트리 정도의 쉽게 만들 수 있는 작품을 권한다. 폐기 도서 이외에는 양면테이프, 풀, 가위, 꾸미기용 보석 스티커, 눈알 스티커 정도의 추가 준비물만 바구니에 담아 폐기 도서와 함께 비치하면 충분하다. 관련 영상 QR코드를 인쇄해서 함께 두면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보고 쉽게 방법을 익힐 수 있다. 저학년도 금세 따라할 수 있다. 예쁜 무늬와 색상으로 구성된 펩아트·북폴딩아트 패키지 상품도 시중에서 판매하지만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폐기 도서를 재활용한다는 취지를 살리고, 일회성이 아니라 예산 부담 없이 지속 가능한 상시 코너로 꾸준히 운영하기 위함이다. 또한 한두 작품 만들다 보면 학생들끼리 서로 방법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자신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필자가 경험한 학생들은 대부분 어느 날 문득
학교에서 가장 편하고 재미있는 곳이 도서관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때쯤 도서관 이벤트나 친한 친구의 책 추천 등 작은 계기가 마음에 닿으면
드디어 책을 손에 잡기도 했다.”
작은 놀이공간, 최신 메이커스페이스와 본질은 같다
도서관은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 꾸준히 역할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학교도서관에서 1인 사서 홀로 최첨단 장비를 갖춘 메이커스페이스나 거창한 특별실을 추가로 준비하고 운영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오늘 소개한 놀이공간의 장점은 이러한 시대의 변화와 현장의 한계가 절충된 형태라는 점이다. 이 공간을 즐기는 학생들 속에서 종이접기 달인, 큐브 달인 등 소소한 달인이 계속 탄생한다. 결과적으로 책에 꾸준히 노출되는 환경 안에서 긍정적 정서를 형성하고 창의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이 작은 놀이공간은 메이커스페이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 소개한 대부분의 활동은 크게 어렵지 않고, 반복하다 보면 능숙해질 수 있다. 사서가 곁을 지키고 있지 않아도 안전하게 스스로 창의적 활동이 가능하고 큰 예산이 들지 않으며, 새로 등장한 친구에게 방법을 가르쳐 주는 나눔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펩아트나 실뜨기는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며 종이접기나 책 만들기, 컬러링 작품 등은 전시해 주기 좋다. 이 공간의 관리를 이용자 학생들과 도서부원들에게 맡겨 보자. 싹트는 주인 의식에 깜짝 놀랄 것이다. 소리치고 떠들던 학생들도 도서관 한편에서 차근차근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에 몰입하면서 차분해진다. 필자가 경험한 학생들은 대부분 어느 날 문득 학교에서 가장 편하고 재미있는 곳이 도서관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때 쯤 도서관 이벤트나 친한 친구의 책 추천 등 작은 계기가 마음에 닿으면 드디어 책을 손에 잡기도 했다. 누구의 간섭 없이 스스로 선택한 활동으로 키운 자신감과 자기효능감으로 좀 더 의미 있는 활동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 덕분이다. 조금 소란스럽더라도 도서관 한쪽에 학생들의 마음을 녹여낼 수 있는 작은 놀이공간을 마련해 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