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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평생독자 기르는 법] 갈 곳 없어 도서관 온 아이들,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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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5-06-10 14:52 조회 6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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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어 도서관 온 아이들,

어떻게 할까?

산만한 아이에게 필요한 출입구 놀이공간


운동도 책도 싫지만 혼자인 것도 싫어서 친구 따라 그냥저냥 도서관을 찾아와 수선스러운 학생들이 있다. 독서에 전혀 관심이 없는데, 굳이 책으로 가득한 도서관까지 와서 한사코 책을‘ 돌’ 보듯 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 이들의 산만한 에너지를 손끝에 모으고 모아서 깔때기처럼 독서로 연결하기 위한 접근법을 소개한다. 

김규미 진주 남강초 사서



의도된 공간의 필요성
도서관으로 오는 4층 복도 초입에 휴게 공간이 있었다. 학생들은 그곳의 소파에서 만화책을 뒤적이며 쉬는 시간을 보내곤 했다. 소파 주변에는 항상 사탕이나 과자 봉지 같은 쓰레기가 바닥에 버려져 있었다. 매일 아침마다 쓰레기 줍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도서부 학생들에게 짜증 섞인 푸념을 늘어놓은 적이 있다. 내 말을 듣던 한 도서부원이 “그럼 쓰레기통을 설치하면 되잖아요?”라고 되물었다.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렇다. 의도된 공간(시설)은 그 존재만으로 이용자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학생들을 탓하기만 했던 나는 입을 다물고 즉시 작은 쓰레기통을 만들어 소파 옆에 두었다. 그날 이후로 휴게공간 바닥에 쓰레기를 버리는 학생은 거의 없어졌다.


책은 싫은데 심심한 아이들, 마침내 독자로 이끈 비결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 되면 학생들은 우산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사방으로 흩어진다. 운동을 좋아하면 운동장으로, 사교활동을 좋아하면 친구 곁으로, 댄스를 좋아한다면 너른 복도 끝으로 간다. 그렇다면 수다도 운동도 싫고 그저 심심하고 무료한 학생은 어디로 갈까? 제일 만만한 곳이 학교도서관이다. 다만 그들은 독서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작은 문제가 있다. 심지어 혼자이지만 혼자이고 싶지 않은 마음도 품고 있다. 이 애매하게 심심한 학생들은 도서관을 서성이며 사서를 성가시게 한다. 이것저것 책을 무한히 끄집어내고, 읽을 마음도 없는 책을 찾아 달라는 주문을 반복하는 정도는 애교다. 숨바꼭질이나 술래잡기를 하며 책을 읽는 친구를 방해하거나, 책이나 도서관 물품을 훼손하며 존재감을 뽐내기 일쑤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만약 이들 중 일부라도 책을 읽는 학생으로 바뀐다면 어떨까? 사서라면 누구나 이런 학생들을 위한 고민을 해 보았을 것이다.

도서관 출입구‘ 놀이공간’의 효과
말로는 설득되지 않는 학생들의 반복된 행동을 보며 ‘휴게공간 소파 옆 쓰레기통 사건’을 떠올렸다. 그렇게 공간과 시설을 이용해 이 학생들의 변화를 유도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시설이라고 해서 큰돈이 들거나, 대단히 거창한 걸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도서관 출입문 가까이에 작은 놀이공간을 마련하고, 학생들의 엉덩이를 눌러 앉힐 수 있을 만한 뭔가를 눈에 띄게 놓아 두는 정도면 충분했다. 학생들이 변화하는 순서는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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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강초 도서관 출입구 가까운 곳에 조성한, 작은 놀이공간. 학생들이 폐기 도서로 만든 펩아트 작품도 군데군데 놓여 있다.


실패한 놀이들 실뜨기, 칠교놀이 등 다양한 것을 비치해 봤는데 그중 성공한 것도 있고 실패한 것도 있다. 딱지치기, 공기놀이, 보드게임은 실패였다. 우유갑이나 폐도서를 이용해 딱지 접기를 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딱지치기는 특별히 역동적인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활동이다 보니 경쟁이 붙을수록 그 소란의 크기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팽창하는 덕에 도서관 내에서 감당할 수 없었다. 공기놀이 역시 공기 알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도 많았고, 경쟁에 불이 붙으면 조용하던 학생들까지 순식간에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힘이 있었다. 보드게임은 사용법을 설명해 주지 않으면 시작하기를 꺼리는 진입장벽이 있는 데다, 자잘한 구성품 중 무엇이라도 분실되면 그 쓸모를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관리하기가 까다로웠다.


 성공한 놀이들 그 외 다음에 소개하는 장치들은 비

교적 효과가 좋았다. 예산이나 공간 등 도서관 여

건에 맞춰 시도해 보길 추천한다. 특정 공간에 다음

물품들을 비치하고 ‘사용한 다음 스스로 정리하기’

‘쉬는 시간에만 이용할 것’. 정도의 간단한 규칙을

정해서 운영하면 된다. 그리고 놀이에 참고할 만한

책을 옆에 꼭 함께 비치하길 권한다. 선생님이 놀이

를 가르치고 학생이 배우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

다. 학생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활동을 택하고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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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문구를 붙인 큐브

잘하고 싶거나 알고 싶을 때 바로 옆에 있는 책을 뒤적이며 정보를 습득하는 자율적 경험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기 위해서다. 꼭 책을 읽거나 빌리지 않더라도, 특별히 이벤트 기간이 아니더라도, 뭔가 재미있는 구석이 늘 존재하는 도서관을 학생들이 참새 방앗간 드나들 듯 가볍게 드나드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폐기 도서 리사이클링하는 펩아트, 강추!
장서 점검을 하고 나면 필연적으로 폐기 도서가 쌓인다. 보통은 업체를 통해 일괄 폐기 처리를 하지만 그중 일부를 챙겨 뒀다가 놀이공간 속 펩아트 만들기 재료로 활용해 보자. 폐기 도서를 활용한 리사이클링은 특별한 날 도서관 이벤트로도 꼭 추천하고 싶을 만큼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학생들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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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간에 두면 좋은 놀이 예시
 


이 좋다. 리사이클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방법이 존재하지만 가능하면 가위나 칼을 적게 이용하고 접는 행동만으로 거의 완성할 수 있는 간단한 작품 만들기를 권한다. 멋있는

예술작품을 만드는 데서 나아가, 친구와 담소를 나누며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는 동안 마음을 차분히 하면서 해냈다는 성취감을 얻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펩아트와 북폴딩아트는 조금 다르지만 폐기 도서를 활용해 여러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 생쥐, 고슴도치, 닭 같은 간단한 동물이나 항아리, 화병, 트리 정도의 쉽게 만들 수 있는 작품을 권한다. 폐기 도서 이외에는 양면테이프, 풀, 가위, 꾸미기용 보석 스티커, 눈알 스티커 정도의 추가 준비물만 바구니에 담아 폐기 도서와 함께 비치하면 충분하다. 관련 영상 QR코드를 인쇄해서 함께 두면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보고 쉽게 방법을 익힐 수 있다. 저학년도 금세 따라할 수 있다. 예쁜 무늬와 색상으로 구성된 펩아트·북폴딩아트 패키지 상품도 시중에서 판매하지만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폐기 도서를 재활용한다는 취지를 살리고, 일회성이 아니라 예산 부담 없이 지속 가능한 상시 코너로 꾸준히 운영하기 위함이다. 또한 한두 작품 만들다 보면 학생들끼리 서로 방법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자신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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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경험한 학생들은 대부분 어느 날 문득

학교에서 가장 편하고 재미있는 곳이 도서관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때쯤 도서관 이벤트나 친한 친구의 책 추천 등 작은 계기가 마음에 닿으면

드디어 책을 손에 잡기도 했다.”



작은 놀이공간, 최신 메이커스페이스와 본질은 같다

도서관은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 꾸준히 역할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학교도서관에서 1인 사서 홀로 최첨단 장비를 갖춘 메이커스페이스나 거창한 특별실을 추가로 준비하고 운영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오늘 소개한 놀이공간의 장점은 이러한 시대의 변화와 현장의 한계가 절충된 형태라는 점이다. 이 공간을 즐기는 학생들 속에서 종이접기 달인, 큐브 달인 등 소소한 달인이 계속 탄생한다. 결과적으로 책에 꾸준히 노출되는 환경 안에서 긍정적 정서를 형성하고 창의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이 작은 놀이공간은 메이커스페이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 소개한 대부분의 활동은 크게 어렵지 않고, 반복하다 보면 능숙해질 수 있다. 사서가 곁을 지키고 있지 않아도 안전하게 스스로 창의적 활동이 가능하고 큰 예산이 들지 않으며, 새로 등장한 친구에게 방법을 가르쳐 주는 나눔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펩아트나 실뜨기는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며 종이접기나 책 만들기, 컬러링 작품 등은 전시해 주기 좋다. 이 공간의 관리를 이용자 학생들과 도서부원들에게 맡겨 보자. 싹트는 주인 의식에 깜짝 놀랄 것이다. 소리치고 떠들던 학생들도 도서관 한편에서 차근차근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에 몰입하면서 차분해진다. 필자가 경험한 학생들은 대부분 어느 날 문득 학교에서 가장 편하고 재미있는 곳이 도서관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때 쯤 도서관 이벤트나 친한 친구의 책 추천 등 작은 계기가 마음에 닿으면 드디어 책을 손에 잡기도 했다. 누구의 간섭 없이 스스로 선택한 활동으로 키운 자신감과 자기효능감으로 좀 더 의미 있는 활동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 덕분이다. 조금 소란스럽더라도 도서관 한쪽에 학생들의 마음을 녹여낼 수 있는 작은 놀이공간을 마련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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