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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독서동아리 운영 다이어리]독서동아리에서 나누는 이야기
<학교도서관저널 , 2020년 11월호> 20-12-09 11:18
조회 : 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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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두려워하는 아이들
독서동아리 활동은 수업이 아니기에, 대화를 촉진하는 방법을 일방적인 강의식으로 하지 않고, 동아리 활동답게 풀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팀이 활동하기에, 모든 모임의 대화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었다. 책을 읽고 던질 수 있는 질문들을 게시물이나 카드로 만들어 주기도 했는데 눈에 띄는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문제는 코로나19 때문에 시작한 온라인 모임에서 많이 해소되었다. 학생들과 직접 밀도 있게 대화를 나누며 학생들의 생각을 알 수 있게 되고, 내가 바라는 바를 자연스레 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이들이 실시간으로 대화에 참여를 못하더라도 그간의 대화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서 뒤늦게라도 모임 기록을 읽고 반응할 수 있었다.


올해에는 오리엔테이션을 겸하여 팀별 첫 모임을 ‘질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그리고 그 동안 아이들이 이야기 나누고 싶지 않거나 할 말이 없었다기보다는, 질문을 두려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 아이들 모습은 내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다음은 온라인 독서 모임 첫시간에 ‘질문’에 대해 나눈 대화 일부이다.


N(3학년): 여태까지 질문을 하려고 하면 두려움이 앞섰어요. 새로운 걸 발견하려면 질문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두려움을 없애야 하잖아요.


사서샘: 사실 나도 저자 강연회 같은 데 가면, 궁금한 걸 질문하지 못한 적도 많아. 사람이 많아서 부끄럽기도 하고, 내 질문이 너무 개인적인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거든.


K(3학년): 저는 제 질문이 주제에 어긋난 질문은 아닐지 걱정이 들더라고요. 부끄럽기도 했고, 개인적인 걸 물어보기가 어려웠어요. 제가 가끔 말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어서 사람이 많을 땐 더욱 조심스러웠어요.


N(3학년): 제 질문이 ‘다른 사람들에게 우습게 보일까봐’가 제일 큰 이유 같아요. ‘뭘 그런 거를 물어봐’라는 대답이 돌아올까봐 두렵기도 해요. 단지 궁금해서 물어본 것일 뿐인데, 저런 대답이 돌아오면 질문하기가 무서워져요. 또 그런 답이 돌아올까 봐요. 그래서 점점 질문을 하지 않게 돼요.


이 대화로 하여금 ‘왜 그럴까?’라고 생각하며 거리를 두고 바라보던 아이들 모습이 내 모습과 온전히 겹쳐졌다. 그리고 아이들을 달리 보게 되었다. 사람들 앞에서 질문하기 어려워하던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괜찮다’라는 신호와 지지였기에, 아이들에게도 바로 이것을 경험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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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하든, 아이들의 품위를 지켜주고 응원하기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니 익숙한 장면이 떠올랐다. 질문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이 길어지면서 수업이 늦게 끝날 때의 교실 분위기. 침묵 속에서도 가시방석 위에 앉은 듯한 불편한 느낌은 생생하다. 질문을 한 사람이 내가 아니었더라도, 그 분위기를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마음껏 질문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도 학생들도 질문하기 어려워했던 가장 큰 이유는 ‘내 질문이 분위기를 깨면 어쩌지.’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것이 가장 우선이 되는 상황에서, 멈추고 되돌리게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자, 독서동아리 활동은 바로 이렇게 ‘멈추고 되돌아보게 만드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질문을 해도 다함께 멈추고 생각해 보는 것, 서로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고 놀라
고 인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생각은 자유롭게 뻗어나갈 수 있을 터였다. 나는 팀별 모임에 참여할 때마다 아이들이 남긴 질문에 골고루 응답하면서, 아이들이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물꼬를 터주는 방향으로 반응을 남겨 보았다. 수업시간
이나 공적인 자리에서라면 난감할 수 있는 질문에도 다른 팀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도록 아이들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질문을 남긴 학생의 품위를 지켜 주고, 어떤 질문이나 의견이라도 마음껏 남기도록 응원했다. 어쨌든 선생님이 먼저 다양한 질문에 크게 호응해 주니 학생들도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질문과 생각을 받아들이며, 자기 생각을 말할 때에도 한결 마음을 놓는 것 같았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하다못해 생쌀을 내놓거나 돌멩이를 내놓아도 ‘네가 내놓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의미 있고 좋다.’라고 팍팍 티를 내며 아이들을 응원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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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나누는 온라인 모임에서는 어떤 질문이든 모임 시간 안에서는 자유롭게 생각을 이어갈 수 있었기에 아이들이 의견을 빨리 말해야 한다는 조급함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아이들은 2, 3차례 모임 후 금세 적응하여 동시에 여러 대화 주제를 가지고 풍성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또한 어설프더라도 자기 말로 질문을 정리하면서 책 내용을 돌이켜보기도 하고, 팀원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눌지 궁리하며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독자로서 새로운 역할을 만끽하는 것 같았다. 가끔씩 내
가 이해하지 못해서 아이들에게 되물으면 찰떡같이 알아들은 팀원들이 내 대신 설명해 주기도 했다. 아이들끼리 훨씬 잘 소통하고 있다는 걸 목격할 때 안심이 되고 더욱 즐겁다.



독서 모임에서 주로 나누는 대화 주제
1. 책의 주요 내용 - 사건, 인물 등에 대하여 생각 나누기
2. 책과 관련한 사회 문제, 자기 경험 이야기하기
3. 책에 나온 작은 장면, 한 문장에서 이야기를 잇기
4. 그냥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하기


1, 2번 유형은 가장 흔한 이야기이지만 서로 나누기 쉬운 주제이기도 하다. 나는 기회가 되는 대로 책 속 상황에 대한 옳고 그름, 찬성 반대를 넘어 아이들이 자기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 주려고 한다. 3, 4번 유형으로 나누는 대화는 대면 모임을 할 때 더 큰 효과를 보이는데, 아이들이 그냥 그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독서 모임의 재미가 배가 된다.


어제 엄마랑 싸운 이야기, 요즘 혼자서 고민하던 이야기 등 아이들이 가장 생생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하는 대화 주제이기도 하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가 실마리가 되는 질문이기에, 팀마다 개성 넘치는 질문들이 탄생한다. 책의 중심 내용과는 거리가 있더라도, 아이들이 독자로서 각자 느꼈던 지점에서 시작하는 대화가 책을 ‘우리 책, 내 책’으로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이 즐거움을 바탕으로 독서동아리가 유지되고, 이런 대화는 아이들이 졸업 후에도 그리워하는 소중한 기억이 된다.


기본적으로는 책을 매개로 ‘학생들끼리’ 자유롭게 소통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지만, 학생들이 대화를 어려워할 경우에 활용할 수 있는 팁을 소개해 보았다. 중학생 동아리 운영자(지도교사)로서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은 현재 중학생들은 2005∼2007년생이라는 사실이다. 아이들에게 ‘2002 월드컵’은 생생한 경험이 아닌, 교과서나 자료 화면에서만 봤던 사건이다. 사례를 이야기할 때 학생들의 입장과 생의 경험을 충분히 고려하여 말하고, 학생들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부지런히 찾아서 익히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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