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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아이들과 학부모, 선생님이 함께 만드는 커다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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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2 13:40 조회 9,98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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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은 정확하게 실천은 재빠르게
녹색으로 쓰인 ‘느티나무도서관’이라는 이름 아래 ‘교수학습지원센터’라고 적혀 있다. 녹색 나뭇잎이 가득한 유리문 너머로 조용히 책을 읽는 아이들이 보인다. 안내하던 전미경 선생님은 안쪽 ‘모둠학습실’에서도 수학수업을 하고 있다며 말소리를 낮추었다.

2008년 3월 번동중학교로 오신 후 그해 8월 서울시의 지원으로 여름 방학 동안 도서관 리모델링이 이루어졌다. 공사 전에 설문조사를 해서 학생들이나 선생님들이 원하는 공간으로 재정비한 것이다. 도서관을 이용하며 느꼈던 미흡한 점과 개선할 점을 물어, 불편했던 점은 고치고 예전에 쓰지 않던 공간은 활용하였다. 소음문제는 가벽을 설치하여 해결하였고, 여유 공간에 생긴 온돌방은 그림책 서가로 꾸며 겨울에는 인기 최고다.

교내 공모전을 통해 붙여진 ‘느티나무도서관’이라는 이름은 교목에서 따온 것이다. 규모가 교실 세 칸 반으로 커지면서 장서도 13,000여 권으로 늘어났다. 낡은 책상과 무거운 의자는 예쁜 책걸상으로 바뀌었고 바깥풍경을 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창가 자리는 쟁탈전이 치열하다. 밝은 분위기로 재탄생한 도서관은 아이들에게 즐거운 놀이터가 되었다. “아파트 단지 안에 학교가 있지만 나무가 많아서 숲 속에 있는 도서관 같죠?” 지하철역과 서울시 잡지에도 소개되었다는 선생님의 자랑속에 도서관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전미경 선생님만큼이나 도서관에 열정을 갖고 일하는 21명의 도서부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늘 힘이 된다. 2008년 책축제(신종플루로 2009년에는 책축제가 생략되었다)는 ‘미스터리’를 주제로 하여 관련 책을 읽고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도서반 아이들이 준비한 까만 천으로 주위를 어둡게 한 후 조명도 낮춘 채 퀴즈를 풀고 게임도 하여 학생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청소와 서가 정리만이 아니라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것을 통해 아이들은 책과 친해지는 다양한 방법을 배운다.

작년 7월과 8월에는 각각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과 서강대학교의 로욜라도서관을 다녀왔다. 외부 도서관 견학을 통해 학교도서관과의 다른 점과 같은 점을 찾고 그곳의 특징을 스스로 깨닫는 시간이었다. 대형 서점을 찾아가 도서 분류 영역별로 다니며 ‘우리 학교 도서관에 필요한 책 찾기’를 했던 서점 탐방은 아이들에게 책을 고르는 눈을 키워줬다. 견학 후에는 반드시 활동지를 쓰고 보고서를 작성하여 도서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도록 지도한다.

도서관에서 봉사하는 아이들을 위해 특별활동 시간에는 야외로 나갈 수 있게 해 준 선생님의 배려와 이 모든 활동이 봉사시간으로 인정된다는 점,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 1주일에 2권 대출인 것에 비해 도서반 아이들은 2주일에 5권 대출이 가능하다는 혜택 덕분에 올해도 몰려드는 희망자로 도서관은 행복한 몸살을 앓았다.





나무가 모여 숲이 됩니다
리모델링 후 활기를 얻은 사람은 도서부와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예전부터 활동해 오던 ‘느티나무숲’ 어머니도우미들도 도서관 활동에 열정을 보탰다. 올해 신입회원을 합하여 14명의 어머님들로 이뤄진 ‘느티나무숲’은 매주 월요일 3, 4교시에 도서관에서 활동한다. 1시간은 서가 정리 및 청소를 돕고 1시간은 손글씨를 배운다. 작년부터 시작된 예쁜 손글씨 쓰기 POP강좌는 어머님이 강사가 되어 이끌고 있다. 1학년 신규 회원은 초급반이 되고 기존에 배우던 분들은 심화반이 되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배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도서관 여기저기를 어머님들의 솜씨로 꾸며 놓는다거나 행사 때 도움을 주는 등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느티나무숲’ 어머님 중에서 독서 지도 경력이 많고 독서 치료 과정을 이수한 홍정희 학부모님은 2008년부터 독서 치료 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상담실이나 담임선생님의 추천을 받은 아이들이 책을 통해 마음을 열어보일 수 있는 귀한 시간이다. 자신의 좋지 않은 면을 발견하여 서로 고쳐나가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어머님들의 강사 활동이 시작된 데에는 예전부터 이어지던 도서관 연수들이 자극이 되었다. 2008년 서울특별시립 정독도서관의 연수와 매년 외부 강사를 초빙해서 전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열렸던 느티나무도서관 주최의 연수가 그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올해 3월 회의에서는 ‘느티나무숲’의 프로그램들을 다양화시켰다. 5월 17일 시작하는 첫 독서 토론을 위해 어머님들은 『17살의 터』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두발 규제와 자녀들에 대한 이해를 토론 주제로 잡았다. 앞으로는 청소년 서적을 벗어나 문학외의 자기계발서나 인문교양서적도 읽자며 어머님들과 함께 다음 책 선정에 들어갔다.

한 달에 한 번씩 계획하고 있는 독서토론과 함께 2학기 때는 ‘애니어그램’이라는 심리치료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계획서가 통과되어 성북교육청의 지원으로 외부 강사를 통해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싶다며 어머님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의견이 나왔다. 적은 수의 회원이지만 ‘느티나무숲’이라는 모임 이름처럼 느티나무도서관을 덮고도 남을 열정의 그늘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7년째 사비로 도서관 책의 비닐커버를 싸준다는 어머님은 졸업생이 대학교 2학년이 된 지금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아이들이 졸업을 한다고 회원들의 활동도 졸업을 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그렇다고 해서 꼭 ‘느티나무숲’을 통해서만 학부모 활동이 있는 것은 아니다. 느티나무도서관을 향한 학부모들의 참여는 뒤에서도 조용히 이뤄지고 있었다.

지역 대형 마트에 ‘번동중학교 도서관’으로 단체 등록을 해두어서, 쇼핑 후 영수증을 도서관에 적립할 수 있도록 ‘도서관 친구’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학년초 가정통신문으로 알려 번동중학교 가족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하였다. 여러 지점에서 이용할 수 있어 작년에는 100만 원이 넘는 발전 기금이 적립되었다. 학부모의 기금으로 도서관 입구의 대출반납함과 대출반납 입력기 그리고 신발 분실을 막기 위한 실내화주머니까지 구입했다. 도서관은 학교 담당자와 사서 혼자만이 아니라 모두의 참여로 운영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따로 또 같이 - ‘함께’라는 이름으로
2008년 번동중학교에 와서 여러 계획서를 작성하고 프로그램을 계획하면서 전미경 선생님은 학교도서관의 발전 단계에 대해 생각했다고 한다. 모든 시설을 갖추고 준비된 상태에서 대출과 반납의 업무를 하는 것이 도서관의 기초단계라면 ‘교과 활용수업’을 도와주는 도서관은 좀 더 발전된 모습일 것이다. 도서관의 활성화 방안을 생각하다가 2008년 겨울 교육청과 협의하여 예산을 받아 2009년 연수를 주최하였다. 다른 학교 강사를 모시고 관내의 여러 학교 선생님들이 참여한 가운데 ‘도서관활용수업과 매체’라는 주제로 4일 동안 진행했다. 평상시에도 도서관에 도움이 될 만한 연수는 부지런히 참여한다는 전미경 선생님의 최고 재산은 연수를 통해 알게 된 인맥과 아이디어다. 복지 선생님들의 연수에 참여했다가 인문학 강의를 통해 ‘빈곤과의 관계’, ‘학부모와 지역사회를 묶어주는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 생각은 ‘인문학의 중심은 도서관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마침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교실을 열게 된다.

2009년부터 공동 사업을 하게 된 화계중학교와 함께 진행하였는데 담임선생님이나 상담선생님의 추천을 받은 아이들이 느티나무도서관으로 모였다. ‘도서관과 만나는 인문학 여행 - 살아 움직이는 도서관과 아이들’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인문학 교실은 대안학교의 청소년 인문학 특강 교사를 초빙하여 10회의 수업으로 이루어졌다. 책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애니메이션이나 쉬운 책으로 접근하여 중학생에게는 어려울 수 있는 인문학을 토론하는 형식으로 풀어나갔다. 올해는 공동 사업으로 1박 2일의 문학캠프를 가게 되어, 10명 내외의 번동중학교 아이들만 학기당 6회씩 5월 14일부터 매주 금요일 참여할 예정이다.

작년 청소년 인문학 교실을 시작으로 화계중학교와는 1년에 한 번씩 공동사업을 하게 되었다. 5월 8일과 9일에 강원도에서 진행될 문학캠프를 위해 각 학교 선생님들은 숙소와 여러 문학관을 둘러보고 계획을 잡았다. 교육복지 아이들과 도서반 아이들 총 35명의 아이들이함께한다(번동중학교 학생 17명과 교사 2명, 화계중학교 학생 18명과 교사 3명). 행사가 끝나면 아이들의 글과 사진을 엮어 문예지도 만들 계획이다.

‘언니, 오빠와 함께하는 책놀이’는 올해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이다. 학기 중에 하는 봉사 프로그램이라 수업이 끝나면 바로 갈 수 있도록 학교 앞에 위치한 ‘꿈동산유치원’과 연합하였다. 30명의 아이들을 선착순으로 뽑아 5월 14일부터 6월 4일까지 금요일마다 3번의 연수(북아트 2번, 그림책 읽기 1번)를 시킨 후 15명씩 기수를 나누어 1학기, 2학기 총 8회씩 나눠서 유치원으로 내보낼 것이다. 교육을 받는 연수 시간까지 봉사시간으로 인정받으니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봉사기간을 미리 공지하여 끝까지 참여할 수 있는 아이들만 신청하도록 하였다.

전문 강사의 그림책 읽기와 북아트 연수는 학생뿐만 아니라 관심 있는 선생님들도 같이 배우는 기회가 된다. 느티나무도서관의 외부 강사 섭외는 전미경 선생님이 연수를 다니며 알게 된 분들의 도움이 크다. 이번연수도 책수선에 대한 교육을 받으러 갔다가 북아트도 한다는 그분의 말에 현장에서 바로 섭외했다. 교생실습 때 유치원 활동에서 배운 것을 응용한 이사업은 참여한 아이들이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교육청에서 유치원담당자가 나와 아이들의 활동을 관리할 것이라는데, 모범사례가 되어 다른 학교로 확대되길 기대해본다.



유치원’과 연합하였다. 30명의 아이들을 선착순으로 뽑아 5월 14일부터 6월 4일까지 금요일마다 3번의 연수(북아트 2번, 그림책 읽기 1번)를 시킨 후 15명씩 기수를 나누어 1학기, 2학기 총 8회씩 나눠서 유치원으로 내보낼 것이다. 교육을 받는 연수 시간까지 봉사시간으로 인정받으니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봉사기간을 미리 공지하여 끝까지 참여할 수 있는 아이들만 신청하도록 하였다.

전문 강사의 그림책 읽기와 북아트 연수는 학생뿐만 아니라 관심 있는 선생님들도 같이 배우는 기회가 된다. 느티나무도서관의 외부 강사 섭외는 전미경 선생님이 연수를 다니며 알게 된 분들의 도움이 크다. 이번연수도 책수선에 대한 교육을 받으러 갔다가 북아트도한다는 그분의 말에 현장에서 바로 섭외했다. 교생실습 때 유치원 활동에서 배운 것을 응용한 이사업은 참여한 아이들이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교육청에서 유치원담당자가 나와 아이들의 활동을 관리할 것이라는데, 모범사례가 되어 다른 학교로 확대되길 기대해본다.

작은 차이가 큰 감동을 줍니다
경영학 공부도 했던 전미경 선생님은 도서관 일도 하나의 사업으로 생각한다며 웃으셨다. 보이는 돈의 가치를 따라가기보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창출하며 봉사하기위해 선택한 사서직이다. 하지만 도서관 일을 할 때는 학생들이나 선생님들을 손님으로 생각하고 경영자의 입장이 되어본다. 손님을 감동시키는 고객감동 서비스처럼, 어떻게 하면 학생과 선생님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한다. 리모델링을 할 때도 도서관에 꼭 있어야 하는 공간이면서 이용자들이 좋아할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하며 주제별 전시, 신착 도서 전시 등 눈으로 보기 쉽고 이용하기 쉽게 만들었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필요한 것을 준비하도록 스캐너와 프린터 사용을 지원하는 것도 도서관의 작은 서비스이다. 작년 같은 경우 논술 선생님과 연계하여 수업시간에 쓴 과제물을 도서관 홈페이지에 올려놓으면 필요한 아이들에게 출력을 해서 나눠주고 언제든지 과제를 도와줄 수 있도록 학습 지원을 하였다.

이러한 선생님의 마음이 아이들의 생각을 바꾸었다. “여기 오면 해결될 줄 알았니?”라는 선생님의 핀잔에 “예”하고 웃는 아이들. 도서관의 작은 서비스에 ‘학교도서관은 숙제를 해결하는 곳’, ‘과제를 도와주는 곳’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학교도서관을 단순하게 ‘편하게 책을 읽는 곳’으로만 생각했다면, 리모델링 후에는 ‘공부를 도와주는 곳’으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재작년 책축제에서 ‘학교도서관은 다’라는 생각적기 코너에 아이들이 ‘쉼터’다, ‘심장이’다, ‘진화하고 있’다고 적은 것을 보고 선생님은 도서관이 제대로 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연수 기간에 간식 하나를 준비하더라도 날짜별로 다양하게 신경 써서 ‘감동이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전미경 선생님은 3월의 ‘사서선생님, 담당교사 모임 연수’에서 강의를 하시며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어느 CF의 카피처럼 ‘작은 차이가 큰 감동을 만든다’고. 사소한 차이와 조금 더의 노력이 아이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고.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잠시나마 쉼을 누리도록 작은 감동이라도 줄 수 있는 도서관이 되면 좋겠다는 전미경 선생님은 오늘도 스스로를 격려한다. “도서관은 사서하기 나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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