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사서샘의 테마수필] 주전자에 담아 온 독서치료 심화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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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1-22 03:37 조회 10,218회 댓글 0건본문
양효숙 동두천 송내중앙중 사서. 수필가
우리 집 주전자는 열을 받으면 소리를 낸다. 주전자처럼 사람도 열을 받으면 반응을 드러낸다. 압력밥솥 김 빼는 시간이 중요하고 주전자 소리에 불 조절을 해야 하듯 사람의 감정조절도 그렇다. ‘지금, 여기’라는 Now, here에 쉼표가 없으면 Nowhere로 아무 곳에서나 뻥 터질 수 있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숨 고르기 하는 내 안의 주전자를 챙긴다.
지난 9월에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연수관에서 4일간 독서치료심화 집합연수가 있었다. 학교도서관 사서만을 대상으로 한정 짓지 않아서, 사서라는 테두리 안에서 더불어 공감하고 경청하는 가운데 보다 큰 그림을 그리도록 했다.
강의 시작 전과 마친 후에 교수진 소개를 하는 역할이 나만의 미션으로 주어졌다. 둘째 날 오전 강의를 소개하면서 “어제는 컵을 받았고 오늘은 주전자를 하나씩 받았지요?” 뜬금없는 내 말에 시선이 모아졌다. 그 어디에도 주전자는 없고 초록 띠를 두른 컵만 책상 위에 하나씩 놓여 있었다. 보이지 않는 주전자가 보이도록 이야기를 구체화시켰다. 주체성, 전문성, 자신감이라는 주전자가 드러났다. 이번 연수에서는 주체성과 전문성보다 자신감 쪽으로 쏠린다고 하면서.
만 원으로 하룻밤 자면서 연수를 받아도 되고 출퇴근 하듯이 오고가도 되었다. 나흘 동안 동행했던 부지런한 사서 샘이 김밥을 싸와 그야말로 구월의 어느 멋진 날을 즐겼다. 하루치 강의가 끝나면 지방에서 올라온 사서들은 숙소에서 그녀들만의 수다치료를 한다. 근처에 서래마을이 있어 프랑스 빵과 스파게티를 맛볼 수 있었다.
사서연수관에서의 연수는 연중 계속된다. 집합연수와 사이버연수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 연수가 끝날 때마다 설문지 작성을 통한 평가로 새로운 강좌가 신설되기도 한다. 사서라면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연수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 기회를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앞당겨도 좋다. 이번 연수를 받기 위해 연수에 대한 동기부여를 거듭했다. 4일 동안 도서실 문을 닫고 떠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독서치료를 5학기째 하고 있지만 잘하고 있는지 마음 한 구석이 늘 불편했다. 스스로 피드백하며 여기까지 온 경우다. 사서라면 누구나 독서치료를 할 수 있다는 말에 위로 받는다. 관장님이 해보라 해서 시작했다는 김해도서관 강사의 말에 자신감이 생긴다. 나 또한 교장 선생님이 해보라 해서 한 것이다. 자의로 기회를 만들면 좋겠지만 타의로 기회가 주어져도 좋다. 그렇게 시작만 하면 굴러가고 가속도가 붙기 마련이다. 대부분 독서치료를 이끄는 이가 가장 많은 수혜자로 남는다. 내가 치료를 하는 게 아니라 책이 치료제고 집단의 역동이 치료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걸 매 회기마다 느낄 테니까.
도서관과 사는 곳이 제각각인 29명의 사서들이 모이기도 쉽지 않다. 성별과 나이가 다르고 사투리와 표준어를 제각기 사용해도 우린 사서라는 공감대가 있다. 독서치료 프로그램 사례 강의가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게 했고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도왔다. 대학도서관과 공공도서관으로 강의실을 나눠서 사례 발표도 듣는다. 각자 돌아가 근무할 곳에 적용시키는 그림 그리기에 바빴을 것이다.
2011년에 학부모 독서치료를 하고 있던 사서 샘은 없었다. 나만의 주전자가 필요했다. 지금은 학교에서 학부모나 학생을 대상으로 독서치료를 하고 싶다는 사서 샘들이 제법 늘었다. 문제는 주전자에 있었다. 독서활동은 누구나 하고 있지만 치료라는 말에 부담을 느끼는 까닭이다. 치료라는 말이 거부감과 불편함을 준다면 다른 말로 표현하면서 이끌어도 된다. 대부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정도로 표현한다. 지역교육청마다 사서 연수로 독서치료과정도 들어가 있다. 이번 연수에서 노인독서치료를 맡았던 임성관 휴독서치료연구소장의 강의는 주제와 공간을 달리하면서 들었다. 내년에도 지역교육청 사서연수에서 만날 것 같다.
독서치료를 외부 강사에게 의뢰하고 맡기는 것은 밥그릇 뺏기는 경우와 같다는 발상이 도전적이라기보다 신선했다. 신선한 충격과 함께 일파만파 전국 도서관으로 파도치기 했으면 한다. 사서로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신감 지수를 올리는 가운데 더불어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독서치료를 시작하라!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되지 못하면 최초가 되라는 말이 있다. 독서치료 분야는 최고와 최초를 동시에 꿈꾸어도 좋을 분야처럼 보인다.
책만 만지는 사서가 아닌 책을 읽는 사서와 함께 독서치료를 하는 사서가 있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입을까 대신 뭘 읽을까를 생각하며 독서치료 대상을 만난다. 어떤 책을 읽으면 어디에 좋고 어떤 효과를 얻는지에 대한 사례발표는 계속될 것이다. 한방의 감초와 양방의 항생제처럼 여러 강사의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리는 책이 중복된다. 좋은 책은 누구나 알아보고 알아주니까.
독서치료는 글쓰기치료이고 이야기치료이며 시(詩)치료다. 사서가 내게는 맞춤직업인데 그중에서도 독서치료 영역은 완전맞춤이다. 독서치료를 하면서 진짜 사서 같다는 말도 들었으니 말이다.
진료는 의사에게 받고 처방전에 의해 약사가 약을 지어주듯이 책 처방은 사서의 몫이다. 거듭 말하지만 사서가 치료를 하는 게 아니라 처방된 책이 치료제로 작용하는 것이다. 책은 침묵의 치료사다. 진정한 치료사는 내가 아닌 책이다. 그리고 치료의 주체는 내담자 본인인 것이다. 사서는 매 회기마다 공감하고 수용하며 경청하는 진행자라는 걸 잊지 않을 뿐이다.
연수받는 동기들로부터 동기부여를 받는다. 자기만의 주전자를 챙긴 후 흩어질 때 가방이 마치 주전자처럼 보여서 웃는다. 지적장애 오빠에게 독서치료부터 하고 싶다던 사서의 얼굴이 인상적이다. 환한 웃음 너머에 숨겨진 깊은 상처와 그늘진 이야기를 들었던 그 순간이 바로 독서치료 현장이라는 것도!
우리 집 주전자는 열을 받으면 소리를 낸다. 주전자처럼 사람도 열을 받으면 반응을 드러낸다. 압력밥솥 김 빼는 시간이 중요하고 주전자 소리에 불 조절을 해야 하듯 사람의 감정조절도 그렇다. ‘지금, 여기’라는 Now, here에 쉼표가 없으면 Nowhere로 아무 곳에서나 뻥 터질 수 있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숨 고르기 하는 내 안의 주전자를 챙긴다.
지난 9월에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연수관에서 4일간 독서치료심화 집합연수가 있었다. 학교도서관 사서만을 대상으로 한정 짓지 않아서, 사서라는 테두리 안에서 더불어 공감하고 경청하는 가운데 보다 큰 그림을 그리도록 했다.
강의 시작 전과 마친 후에 교수진 소개를 하는 역할이 나만의 미션으로 주어졌다. 둘째 날 오전 강의를 소개하면서 “어제는 컵을 받았고 오늘은 주전자를 하나씩 받았지요?” 뜬금없는 내 말에 시선이 모아졌다. 그 어디에도 주전자는 없고 초록 띠를 두른 컵만 책상 위에 하나씩 놓여 있었다. 보이지 않는 주전자가 보이도록 이야기를 구체화시켰다. 주체성, 전문성, 자신감이라는 주전자가 드러났다. 이번 연수에서는 주체성과 전문성보다 자신감 쪽으로 쏠린다고 하면서.
만 원으로 하룻밤 자면서 연수를 받아도 되고 출퇴근 하듯이 오고가도 되었다. 나흘 동안 동행했던 부지런한 사서 샘이 김밥을 싸와 그야말로 구월의 어느 멋진 날을 즐겼다. 하루치 강의가 끝나면 지방에서 올라온 사서들은 숙소에서 그녀들만의 수다치료를 한다. 근처에 서래마을이 있어 프랑스 빵과 스파게티를 맛볼 수 있었다.
사서연수관에서의 연수는 연중 계속된다. 집합연수와 사이버연수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 연수가 끝날 때마다 설문지 작성을 통한 평가로 새로운 강좌가 신설되기도 한다. 사서라면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연수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 기회를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앞당겨도 좋다. 이번 연수를 받기 위해 연수에 대한 동기부여를 거듭했다. 4일 동안 도서실 문을 닫고 떠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독서치료를 5학기째 하고 있지만 잘하고 있는지 마음 한 구석이 늘 불편했다. 스스로 피드백하며 여기까지 온 경우다. 사서라면 누구나 독서치료를 할 수 있다는 말에 위로 받는다. 관장님이 해보라 해서 시작했다는 김해도서관 강사의 말에 자신감이 생긴다. 나 또한 교장 선생님이 해보라 해서 한 것이다. 자의로 기회를 만들면 좋겠지만 타의로 기회가 주어져도 좋다. 그렇게 시작만 하면 굴러가고 가속도가 붙기 마련이다. 대부분 독서치료를 이끄는 이가 가장 많은 수혜자로 남는다. 내가 치료를 하는 게 아니라 책이 치료제고 집단의 역동이 치료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걸 매 회기마다 느낄 테니까.
도서관과 사는 곳이 제각각인 29명의 사서들이 모이기도 쉽지 않다. 성별과 나이가 다르고 사투리와 표준어를 제각기 사용해도 우린 사서라는 공감대가 있다. 독서치료 프로그램 사례 강의가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게 했고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도왔다. 대학도서관과 공공도서관으로 강의실을 나눠서 사례 발표도 듣는다. 각자 돌아가 근무할 곳에 적용시키는 그림 그리기에 바빴을 것이다.
2011년에 학부모 독서치료를 하고 있던 사서 샘은 없었다. 나만의 주전자가 필요했다. 지금은 학교에서 학부모나 학생을 대상으로 독서치료를 하고 싶다는 사서 샘들이 제법 늘었다. 문제는 주전자에 있었다. 독서활동은 누구나 하고 있지만 치료라는 말에 부담을 느끼는 까닭이다. 치료라는 말이 거부감과 불편함을 준다면 다른 말로 표현하면서 이끌어도 된다. 대부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정도로 표현한다. 지역교육청마다 사서 연수로 독서치료과정도 들어가 있다. 이번 연수에서 노인독서치료를 맡았던 임성관 휴독서치료연구소장의 강의는 주제와 공간을 달리하면서 들었다. 내년에도 지역교육청 사서연수에서 만날 것 같다.
독서치료를 외부 강사에게 의뢰하고 맡기는 것은 밥그릇 뺏기는 경우와 같다는 발상이 도전적이라기보다 신선했다. 신선한 충격과 함께 일파만파 전국 도서관으로 파도치기 했으면 한다. 사서로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신감 지수를 올리는 가운데 더불어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독서치료를 시작하라!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되지 못하면 최초가 되라는 말이 있다. 독서치료 분야는 최고와 최초를 동시에 꿈꾸어도 좋을 분야처럼 보인다.
책만 만지는 사서가 아닌 책을 읽는 사서와 함께 독서치료를 하는 사서가 있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입을까 대신 뭘 읽을까를 생각하며 독서치료 대상을 만난다. 어떤 책을 읽으면 어디에 좋고 어떤 효과를 얻는지에 대한 사례발표는 계속될 것이다. 한방의 감초와 양방의 항생제처럼 여러 강사의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리는 책이 중복된다. 좋은 책은 누구나 알아보고 알아주니까.
독서치료는 글쓰기치료이고 이야기치료이며 시(詩)치료다. 사서가 내게는 맞춤직업인데 그중에서도 독서치료 영역은 완전맞춤이다. 독서치료를 하면서 진짜 사서 같다는 말도 들었으니 말이다.
진료는 의사에게 받고 처방전에 의해 약사가 약을 지어주듯이 책 처방은 사서의 몫이다. 거듭 말하지만 사서가 치료를 하는 게 아니라 처방된 책이 치료제로 작용하는 것이다. 책은 침묵의 치료사다. 진정한 치료사는 내가 아닌 책이다. 그리고 치료의 주체는 내담자 본인인 것이다. 사서는 매 회기마다 공감하고 수용하며 경청하는 진행자라는 걸 잊지 않을 뿐이다.
연수받는 동기들로부터 동기부여를 받는다. 자기만의 주전자를 챙긴 후 흩어질 때 가방이 마치 주전자처럼 보여서 웃는다. 지적장애 오빠에게 독서치료부터 하고 싶다던 사서의 얼굴이 인상적이다. 환한 웃음 너머에 숨겨진 깊은 상처와 그늘진 이야기를 들었던 그 순간이 바로 독서치료 현장이라는 것도!